산 행 일 : 2013년 7월 14일 (일요일)
장 소 : 지리산 둘레길 7구간
코 스 : 운리 ~ 백운계곡(6.2km) ~ 마근담입구(1.9km) ~ 덕산(5.0km)
거 리 : 13.1km
소요시간: 약 4시간 30분
날 씨 : 무덥고 맑음
동 행 : 귀연 38명
一切唯心이란 말의 함의는 무엇인가?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은 작은 마음 속에 다 들어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세상의 행,불행의 많은 부분은 마음 다스리기 나름이란 뜻일 것이다..
따라서 공부 중에 가장 큰 공부가 마음의 공부요. 마음공부의 핵심은 세상의 욕심과 번뇌에서 벗어나 고요
하고 맑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무릇 수행자나 도인이야 주변환경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화를 지켜갈 수 있겠지만
범인들이야 주변의 여건과 환경에 초연하기가 그리 쉬운가? .
어디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마음의 기상도가 바뀌고 삶의 무늬와 색깔이 변한다..
凡人이 마음 공부를 하기 좋은 곳이 어디인가?
집일까?
회사일까?
도서관 일까?
요즘 산에 가면 회색으로 탈색되었던 내 삶의 무늬가 푸른 빛과 하늘 빛으로 변한다.
그 곳엔 시원하고 싱그러운 숲이 있다.
한말의 땀을 흐리고 나면 시원한 바람과 답답한 체증이 터지는 후련함을 만날 수 있다.
추억과 그리움이 사는 그 곳에서 우리는 고요한 침묵을 만나기도 하고 차분한 사색과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어디에 머무르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는가?
목적성을 위한 삶의 근원적인 질문은 일상에서도 적용된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짐은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절.
그 때묻지 않은 순결한 영혼이 세상의 고뇌와 아픔을 모르던 어린 시절
그 시절은 다시 돌아 오지 않지만 우린 그 추억과 그리움으로 난 길을 따라 다시 그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
세상에 잃어버린 순수와 낭만을 되찾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마음 공부의 시작이 될 것이고 마음 공부하기 가장
좋은 곳은 자유와 평화의 바람이 불어가는 우리의 고향이다.
自然 !
“고뇌의 상심의 얼굴을 들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 가라 “
자연은 늘 맑고 깊은 가슴으로 혼돈의 세상을 정화한다.
그 길 위에서 인생 공부를 위한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다.
한 조각 뭉게 구름에도 탄성을 올리고 길섶의 한 떨기 들꽃에도 감동한다.
사소한 것들의 경이, 소박한 것들의 감동이 세상에서 딱딱해진 가슴을 부드럽게 만들어 줄 것이다.
대자연의 교훈과 위로가 메마른 가슴에 기쁨과 평화의 단비를 뿌릴 것이다.,
산길 위에 삶의 도가 있다.
수 많은 길을 걸어가다 보면 세상의 이치가 조금씩 명징해 지는 날이 온다.
설령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번뇌의 도시에서 놓여나 잠시라도 도의 지경을
기웃거리다가 환속할 수 있다면 속가의 삶이 좀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배가본드
결국 우리는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수행자이며 아름다운 풍경과 행복을 찾아 헤메는 시간 여행자이다..
오늘도 수행의 날이다.
표연히 세상을 등진 남명 조식 선생께서 은거한 백운 계곡의 숲 길을 걸으며 싱그러운 초록이 춤추는 산하를
바라 보았다.
햇빛이 나뭇잎에 그리는 아름다운 너울 무늬를 바라보고 풀과 나뭇잎을 흔드는 작은 바람과 나폴거리는 나비
를 만났다.
눈에 보이는 산,나무 풀, 물, 바람 하늘 그리고 나비가 내가 본 것의 전부일까?
그것들이 가져오는 감동과 사랑
고요한 마음의 평화
그리고 내 춤추는 영혼
자연이 주는 감동과 평화 그리고 싱싱한 활력 모두가 내 행복한 삶의 멋진 밑그림이다.
그것은 세월과 나이를 넘어 더 넓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게 한다..
속으로 비가 오기를 기다렸다.
더운 날이 너무 지겨웠고
뜨거운 열기를 다시 뱉어낼 둘레 길의 콘크리트 임도가 공포스러웠다.
가슴을 울리는 대지의 울음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그 즐거운 유희
비 오는 산 길이 청승이 아니라 낭만임을 가슴으로 느끼며 우수에 찬 대지의 화폭에 그려내는 신비로운
대자연의 멋진 그림을 감상하고 싶었다.
축축히 젖어가는 대지와 함께 젖으며 그 여행의 끝에서 후련하고 고요한 평화를 만나고 싶었다.
길게 늘인 꼬리보다 참여 인원은 훨씬 적었다.
폭염이 사람들의 발길을 망설이게 하리라 생각했지만 정작 발목을 잡은 건 비 소식 이었다.
흐린 날씨의 지역을 지나고 정작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이글거리는 태양이 구름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들락날락 한다.
"이게 뭐여 ? 정말 징헌 날이네...!"
난 작년에도 올해도 그 후련한 비를 기다리다 지쳤다.
“마음대로 하세요 산신령님 … 이젠 시산제 정말 어영부영 지낼 낍니다.”
여름 일기
이 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을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서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매일을 가꾸며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 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오고 싶다.
처음에는 그늘도 없는 포장 임도 길을 걸으면서 오늘은 고행길이고 체중감량의 날이라고 했다.
그나마 초록이 등천하는 싱그러운 전원풍경이 없었다면 그 길에 대한 회의가 가득할 뻔 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 했나?
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가장 큰 행복이 되고 오늘 막돼먹은 아들녀석이 내일의 효자가 된다고?
괜스레 호들갑 떤 꼴이다.
지리산신령님 다 알아서 해 주시는데 …
임도길을 따라 완만히 산 등성이를 올라 갈 때 까지는 땀을 많이 흘렸다..
장승과 정자가 있는 언덕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고 산 길에 접어 들면서 길은 가장 이상적인 둘레 길의
모습으로 변했다 .
울창한 솔 숲과 참나무 숲
발이 편안한 흙 길
폭포와 계곡은 숲 속의 매미대신 우렁찬 목청으로 무더위를 진혼한다...
백운 계곡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곳에서 폭포를 만났다.
제법 많은 수량으로 흘러내리는 물에 머리를 감고 끈적한 땀을 씻어 냈다.
온몸에 물이 튀어 올라 옷이 흠뻑 젖었는데 무더위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두 말려 버렸다.
한시
남명 조식 선생님은 백운계곡의 청수를 바라보며 선비의 곶꽂한 절개를 이렇게 노래했다
全身四十年前累
千斛淸淵洗盡休
塵土倘能生五內
直今刳腹付歸流
사십 년 쌓인 온몸의 허물을
맑은 못 천 섬의 물로 다 씻어서 버리리
만일에 오장(五臟)에 티끌이 생긴다면
지금 당장 배를 갈라서 물에 흘려 보내리라.
정말 추상같은 기개의 선인이시다.
벼슬길도 사양하시고 늘 경계의 단검을 차고 스스로의 바른 수양을 게을리 하지 않으셨다는데
그 어휘가 너무 살벌하다.
"조식 할아버지 너무 무서워요..."
조식(曺植)1501(연산군 7) ~ 1572(선조 5).
본관은 창녕昌寧이고,
자는 건중(楗仲),
호는 남명(南冥),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성리학의 실천적 의미를 중시한 그는
엄격한 자기 절제와 현실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등을 통해
현실에서도 경(敬)과 의(義)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였다.
이러한 학문적 성향은 제자들에게도 계승되어
임진왜란 당시 제자들의 적극적인 의병활동으로 나타났다.
그의 제자로 김효원, 김우옹 등 저명한 학자들이 배출되었다.
일반적으로 낙동강을 경계로 경상우도 지역
오늘날의 경상남도 지역을 중심으로 학맥을 형성하였다.
백운계곡은 처음 만났다.
멋진 바위와 울창한 수림에 물보라 작열
높은 고지 인데도 많은 수량과 장대한 스케일의 계곡을 유지하고 있다.
그 당당한 포스와 강렬한 카리스마에 시도 때도 없이 깐죽대던 무더위는 멀찍이 도망가 버렸다.
탕탕히 흐르는 계곡수의 서슬은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
“무더위 아얘 담궈버려 !”
그럴 필요 있나 ?
그 물에 날 담궈 버리면 끝이지
하도 많고 하도 맑은 물은 쩔은 땀과 피로는 물 빛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모두 모두 날려 주었다.
그리고 보너스로 긴 여름과 뜨거운 장마의 피로 도시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삶의 묵은 찌꺼기 까지 한 방에
모두 깨끗하게 씻어 주었다.
맑은 물을 어루만지며 스스로 차가워진 계곡의 바람은 냉천에서 시아시된 내 팔뚝에 군데군데 소름을 돋게
하였다.
멀찌감치 달아난 무더위는 내가 계곡을 벗어나자 마자 이 때다 싶어 다시 파상 공격을 시작했지만 이미 백운
계곡의 청정수 세례를 받아 비 맞은 잡초처럼 싱싱해진 나는 더 이상 그 넘과 노닥거리고 싶은 마음이 없다..
뜨거운 태양은 고작 내 젖은 옷을 한 시간 도 채 안되어 뽀송보송 말려 주었을 뿐이고 난 알짱거리는 무더위가
귀찮아 지면 다시 옷 잎은 채 풍덩 푸른 소에 뛰어들어 녀석을 여지 없이 수장 시켜 버렸다.
무릉객이 남명 조식할아버지를 표절한 한시
全身五十年前累
一斗汗千斛水洗
塵土倘能生五內
一配酒玉風歸流
오십 년 쌓인 온 몸의 허물을
한 말의 땀과 천 섬의 계류에 씻어보낸다.
만일 다시 오장에 티끌이 생긴다면
한잔의 술과 옥 바람에 씻어보내리 ….
“비에 흠뻑 젖을 각오로 떠난 날 이건 웬일이래? “
뜨거운 여름의 태양은 하릴없이 내 옷만 말리고 지리 산신령님의 못 말리는 익살은 삼복염천의 시원하고
행복한 하루를 선물했다..
단조로운 삶에 시도 때도 없이 끼어 든 무수한 변화와 역설이 삶을 즐겁게 한다.
마른 하늘에 한줄기 소나기를 내려 무지개를 띠우기도 하고
뜨거운 염천에 쏟아낸 땀이 후련한 여름날을 노래하게 한다.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진배 없어 신나는 날궃이를 기대하며 떠난 날
용솟음치는 계곡 의 청정수를 이불삼아 멜랑꼬리한 잿빛하늘 대신 파란하늘을 바라본다.
변화무쌍한 세상의 한 구석 단조로운 삶의 모퉁이에서 만난 예측불허의 하늘
그 또한 여름날의 카타르시스고 살아가는 날의 작은 기쁨이었다.
백운계곡을 따라 덕산으로 물처럼 흘러 내렸다.
오늘 하루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 갔다.
옷이 마르면 다시 청수에 뛰어들어 물과 내가 하나가 되었고
껍데기 까지 기꺼이 자연 속 하나의 물상으로 동화 되었다.
“이건 알탕이 아니라 메기탕이여! “
덕산에 다 내려와서 조식 기념관에 들러 지리산 산빛과 물빛이 빚어낸 맑고 청렴한 선비 남영 조식
선생님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남명이 벼슬을 버리고 지리산 아래 마을 덕산에 은거해 지은 신천재를
돌아 보았다.
뜨거운 여름날의 왕성한 신진대사가 허기를 불렀고 우리는 대원사 계곡수가 흘러내리는 강둑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과 인정이 맛있게 끓어낸 뜨거운 칼국수를 하염 없이 먹어댔던 것이다.
귀연 알바대장 해송님이 폭염 속의 한남길이 그리워 알바의 추억을 노래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날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핸폰 까지 완죤 꺼둔 채로 배째라 행불 !…..
4시간 30분 산행 길의 2시간 짜리 역사와 전통의 대형알바
덕분에 우린 더 많은 칼국수와 맥주를 마셔야 했고 예정에 없던 덕천 시골장 투어 까지 하면서 지리산 자락의
하루를 꽉차게 완성했다.
오버 플로우
2% 부족하기를 원했던 나의 배는 퉁퉁부른 칼국수에 숨이 막히고 다시 쏟아져 들어온 지리산 막걸리와 소머리
수육에 경기를 일으켰다.
그것이 다가 아니다.
"옹아와 복숭아는 도데체 어디로 삐집고 들어간 거여? "
배가 너무 부르니 돌아오는 차에서 잠도 오지 않았다.
“시루다 시루다 먹을 것 너무 많이 주는 귀연 정말 시루다”
오늘도 여지없이 체중조절에 실패했다.
일주일 살 빼고 주말에 다시 찌고 ....
오늘 저울 눈금은 도대체 얼마를 가리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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