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난한 샐러리맨의 자족
인생에서 오랫동안 쌓인 채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국 100년이 안되어 내가 쌓은 공든탑은 모두 무너지고 나의 신화와 빛나는 성취는 바람 길에 훨훨
날아갈 것이다.
45억년 지구의 역사 그리고 1000만년 인류의 역사 중 고작 나의 삶은 100년을 넘지 않는다.
찰라의 시간에 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수렴될 것이다.
다시 45억년을 이어갈 시간 속에 나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無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1000년을 내려오는 호랑이 가죽 이야기 들어봤나?
훌륭한 업적으로 역사에 길이 이름이 남아 있어서 후손들의 자부심이 된들 내가 없는 세상의 명성과
명예가 무슨 의미 있을까?
나의 존재와 의식은 오래 전에 사라졌는데……
자식들 조차 사는 게 바뻐 기억하기 힘들텐데….
너무 욕심부리지 마라
우린 고작 철든 후 60년을 살아갈 지혜와 재물이면 족하다.
인생 그냥 별거 아니다.
8년을 땅속에서 생활하다 한 철 멋드러진 노래 부르고 찬바람에 사라지는 매미의 삶과 다를 거 없다
어쩌다보니 이세상에 나오게 된 거
나와서 되돌아 갈 수 없으니 이꼴저꼴 사나운 꼴 보면서 살아야하고 이왕 사는 거 즐겁고 편하게 사는게
좋으니 잘 살아 보려고 아둥바둥하는거지….
시작과 끝이 그렇게 확실하고
시골마을 느티나무 보다 더 오래 세상에 머무를 수 없다는 거 다 알고
악착 같이 내 것으로 모아 놓은 거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는 거 다 아는데
무얼 그리 힘들고 어렵게 살아?
웬 욕심은 그리 다글다글 붙었고?
그냥 열심히 잘 노는 거야
남은 인생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
어느 잠자리 거미출에 걸려 생을 마감할 줄 누가 알며
한 철 메뚜기 개구리 한테 놀라 심장마비 걸릴지 누가 알리요?
돈이란게 금싸래기처럼 아까운 날들 잘 먹고 잘 놀기 위해서 필요한 거지
늙어 갤갤할 때 필요한 건 아닐거구
벌 수 있으면 열쓈히 버는 거지만 돈 이란게 또 그렇잖아
내가 좋아 열씸히 쫓아 댕긴다고 뭉텅이로 따라오는 것도 아니잖아
어쩔겨?
해지고 땅거미 밀려오는데 계속 그 것만 따라다니다가 좋은 시절 다 보낼겨?
가져 갈 수 없고 병들면 쓸 수도 없는 돈 때문에 속만 썪다가 짧은 인생 종칠겨?
아직 한 방이 있다고?
막판에 서산을 벌겋게 물들일 수 있다고?
그럴수도 있겠지.
인생사 새옹지마 이기도 하고
일장춘몽 이기도 하니...
그러다 노을이 스러지고 찬 바람 나면 정말 한방에 훅 가는거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그렇게 피해 다니고 안 붙던 돈이란 넘이 해넘어 가는데 용을 쓴다고 따라 붙겄어?
있는거 가지고 잘 노는게 답일시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
오십이 넘으면 이젠 자꾸 내려 놓아야지…
욕심도 집착도….
분노도 질투도….
쓸데없는 것 다 버리고
머리와 가슴을 텅 비우는 거야…
남은 시간 이젠 자신의 능력 범위에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한바탕 잘 놀고 가면 되는 거야
이것저것 잔뜩 모아 놓고 재미없이 살다가 뒤늦은 후회하는 것 보다 일단 먼저 잘 놀아 보자고
죽자사자 모으지만 말고 쓸 때는 쓰자고...
많이 모아 놓고 다 쓰지도 못하고 죄 반납하고 가려면 월매나 속상하것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그냥 한세상 재미 있게 잘 놀다가는 거 이것이 멋진 인생 아녀?
마라톤의 우승자는 단 한 명이고
인생의 승자는 여러명이라메?
잘 논다는 것?
알지?
술 마시고 흥청망청 신나게 놀아제키는게 아니라는 것
숙취의 메스꺼움으로 깨어나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공허하게 흘러간
하루를 후회하는 미련함이 아니라는 거
(돈 있어냐 술도 대차게 먹지...)
잘 노는 것은 남은 삶을 점점 더 소중하고 아까워 지게 만들지
마술처럼...
삶이 흥겨워지고 메마른 가슴을 다시 촉촉하게 되는 거
가슴을 다시 울리게 하는 거
세월의 폭력과 테러에 당당히 맞서서 다시 삶의 의욕과 희망에 부풀 수 있게 하는 힘과 같은 거
잘 노는 것은 결국 더 잘 살아가기 위한 것이고
스스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고
세상에 단 한 명 뿐인 내가 단 한 번 뿐인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걸
그래서 확실히 알아야 할 건
살아가면서 나를 즐겁게 하는 놀이가 무엇인지 ?
무엇을 할 때 내 영혼이 춤을 추는지 ?
그래서 소중한 하루가 무너지는 시간에는 스스로에게 꼭 물어보아야지 .
"오늘 하루 재미있었어?
둘레길 걷는 것도 재미 있고 둘레길 밭두렁에서 한잔 치는 술맛도 괜찮드만...
밥값도 술값도 별로 안들고 분위기도 좋고......
유희의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걷기 또한 재미 있는 놀이 중 하나가 아닐까?
돈 없이도 잘 놀 수 있는...
좀 궁색해 보이긴 해도 투자대비 기대효과는 짱이야
복잡한 것을 단순화해주고 세상에서 답답해진 마음을 잘 다잡아 주기도 하고
아무 것도 필요 없지
그냥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면서 자연 속을 소요하는 것 뿐이야
그 단순한 행위가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 주는 거야
걷기에 내공이 쌓이면 걸으면서 명상을 하게 되는데 그 단계에 이르면 걷기 시작하는 것 만으로 몸과
마음이 저절로 평화와 기쁨을 느끼기 시작하지
걸으면서 건강을 찾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면 적어도 헬스장이나 기수련 등록비는 절약할 수
있을 것 아니것어? .
걸어서 무념무상의 지경을 오락가락하고 득도의 법열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야
마음하나로도 능히 부자가 될 수 있는 .....
일 자 : 2013년 9월 8일 (일요일)
장 소 : 지리산 둘레길 9구간
코 스 : 위태(상촌)-지네재(1.8km)-오대사지(0.4km)-오율마을(0.4km)-궁항마을(2.1km)-
양이터마을(0.8km)-양이터재(1.4km)-본촌마을(2.8km)-하동호(2.1km)
난이도 : 하
거 리 : 11.8 km
소요시간 : 약 4시간 30분
9월의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어...
9월들어 날씨가 표변했다.
서슬푸른 폭염의 여름은 꽁지를 내리고 7주일 새에 들판은 누렇게 물들어 간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났던 고통스런 폭염의 기억도 훨훨 날아 갔다.
어제 마눌과 황석산을 댕겨온 피로감에 뒤에서 천천히 걸었다.
동료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 홀로 위태마을 정자를 지나려는데 할아버지가 불러 세우신다..
“ 밤 좀 먹어보시려나?”
혼자 가는 모습이 측은했던지 가져갈 만큼 가져가라고 솥단지 채 삶은 밤을 내어 주신다.
벌레가 먹은 게 많다는 말을 덧붙이시면서….
이른 출정에 배가 고파서 한 웅큼 쥐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고맙습니다.”
밤이 익는 가을엔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신경 쓰일 텐데 참으로 고마운 인정이다.
산 길에는 밤나무가 지천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9구간(실제 분류 10구간)은 하동군 옥종면 위태리를 출발하여 하동군 청암면의
하동호까지 걷는 길로 11.8km 정도의 거리인데 중간에 오율마을과 궁항마을, 나본 마을을 지난다.
궁항마을과 나본마을을 지나 포장도로를 한참 걸어야 하지만 한적한 산길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구간은 아니다.
위태 마을과 궁항마을 사이에 산길을 넘어가는 지네재가 있고 궁항마을을 지나 나본 마을 넘어가는
산고개도 하나 있는데 양이터재라 부른다.
양이터재는 영신봉을 지나 김해 낙동강 하구 까지 힘차게 뻗어가는 낙남정맥 길이 통과한다.
위태리부터 지네재까지는 꾸준한 오르막이다.
오율마을 거쳐 궁항리까진 솔숲과 대숲이 번갈아 나타나는 한적한 오솔길로 발도 마음도 모두
편해지는 길이다.
지네재에는 멧돼지가 출몰한다고 한다.
개 세마리가 달려들어도 당해낼 수 없는 멧돼지들이라 해가 떨어지는 밤에는 넘지 말아야 한다는
살벌한 지네 고개다.
전설의 지네보다 더 무서운 멧돼지
궁항마을 마을회관 앞에서 지방도를 건너 시멘트 임도 오르막이 이어진다.
양이터재를 지나면 운치 있는 계곡을 따라 대숲 길이 나타나는데 한적하고 걷기에 편하다.
숲을 빠져나오면 시멘트 길이 다시 나타나면서 곧 나본마을에 닿는다.
나본마을에서 하동댐까지는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더 걸어야 한다.
나본마을은 나동과 본촌을 합한 지명으로 상배몰,고래실,가림점을 합한 행정구역 이름인데 대부분
하동호 건설로 수몰되었다고 한다.
하동호는 지리산 영신봉과 삼신봉을 기점으로 흘러내려 섬진장으로 유입되는 황천강의 상류를
이루는데 1993년 준공되었다.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삼신봉의 남쪽에 위치한 지리산 청학동이 자리잡고 있다.
하동호는 청암면 평촌리와 중이리,상이리에 결쳐 있는 경남에서 제일 큰 저수지로 건설당시 인근
6개 마을이 수몰되고 190여 세대가 터전을 잃고 이주했다 한다.
대숲 계곡 길을 걸어내리다 나본 마을 못미쳐 물소리가 세차게 들리는 대나무 계곡으로 내려 섰다.
예상대로 노출되진 않는 계곡 후미진 곳에 넓은 소가 있다.
폭염의 여름 같은 짜릿한 카타를시스를 느끼기에는 이미 풀죽은 여름이지만 의식처럼 홀로 물속에
뒤어들어 가는 여름에 작별을 고했다.
올해의 마지막 알탕일까?
더 매서워진 한반도의 폭염이니 아직은 장담하지 못하겠다.
어쨌든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계곡 수에 땀을 씻어내면 몸도 마음도 홀가분해지고 발걸음도 가벼워 진다.
하동호 건너에 멋진 호텔이 바라다 보인다.
나본마을에서 하동호 수문 까지 가는 길은 나무 한 그루 없는 아스팔트 길이다.
본래의 둘레길 취지에 맞도록 나본 마을 내려서기 전에 산등성이를 따라 하동호 쪽으로 길을 내는 방법을
강구해야할 듯 싶다.
어쨋든 수냉식으로 몸을 한 번 식힌터라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아래를 별 어려움 없이 걸어 이동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다.
으례그러하듯 내가 또 꼴지다.
몇몇 산친구는 씻으러 갔고 일찍 내려온 팀들은 벌써 먹을 것 다 먹고 바람 길에 누워 오수를 즐기고 있다.
집행부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야채 잡채와 오징어 찌개를 안주 삼아 연거푸 맥주를 여러잔 비워냈다.
성찬을 즐기고 나서 대원들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바람 길에 길게 눕기도 하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 하루 정말 잘 놀았을까 ? 잘 놀지 못했을까?
물어 무삼하리요?
그 느낌 다 아는데 ...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하동호를 건너다 보이던 호텔을 구경하러 갔는데 이름이 청학조선호텔이었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모습이 너무 아깝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동호 관광미래의 꿈에 부풀어 수많은 자금이 투여된 호텔은 점점 어려워 지는 서민경제를 반영하는
듯 쓸쓸히 세월에 낡아 가고 있다.
지리산 자락에 쌓아올린 욕망의 바벨탑은 무수한 사람들의 피눈물과 함께 허물어져 내렸다.
"에구 아까워라!"
지리산 둘레길 탐사자를 위한 숙소로 라도 활용할 수는 없으려나?
욕심이 부르는 화는 늘 뒤늦게 조화와 균형이 가져오는 평화의 중요성을 되돌아 보게 한다.
걸을수록 즐겁고 평화로워 진다면 그 길위에 또한 삶의 기쁨과 도가 있는 것이다..
서산 대사님 말씀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구인고
시기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말고
장애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배웠다 주눅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것 많다고 유세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치지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세상
있고 없음을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가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시오
만남의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다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요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이 보게,친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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