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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지리산 (100대 명산 제 63산)

 

 

 

 

 

15일전에 산장을 예약했습니다.

장터목산장

지리산에 가고 싶어서

마눌과 아들을 델구 가고 싶어서

 

늘 기억에 남을 멋진 여행길을 준비해주시는 지리산 신령님

항상 코드가 맞는 신령님께  또 빌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여행길 만들어 주세요

천왕봉 일출 보게 해주세요

 

산 행 일 :  13.6.28~13.6.29  

산 행 지 :  지리산 천왕봉

산행코스 : 백무동 -장터목 - 천왕봉-중산리

    :  흐리고 바람 너무 둏다.

    :  13km

소요시간 :  등산 4시간 , 하산 4시간 30

    :  마눌과 아들

 

 

 

시간

경유지

비 고

28 13:00

식당출발

비빔밥 식사 후

  13:08

등산로입구 (백무동 분소)

 

       13:50

하동바위

10분간 휴식

       14:35

참샘

10분간 휴식

 15:12

소지봉

 

 15:38

공터

30분 휴식

 16:15

금강송 바위 전망대

10분간 휴식

 17:03

장터목 산장

식사 및 취침 / 9시 소등

 

 

등산 4시간 소요 (1시간 휴식)

 04:50

장터목 출발

 

       05:00

천왕봉 도착

 

 05:18

일출

 

 05:45

하산시작

 

       06:27

개선문

10분 휴식

       07:23

법계사

20분 휴식

 08:13

망바위

10분 휴식

 

 

 

 

 

 

 

 

 

 

 

 

장터목 가는 길

조금 흐린듯한 날씨

햇빛은 구름 속을 들락거립니다.

초록이 싱그러운 백무동 숲 길 사이로 산들바람을 마중 보내 주셨습니다.

가끔 구름 밖으로 나 온 태양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듯 불 같은 노여움을 퍼부어 대고 있습니다.

분통을 가라앉히지 못해 씩씩거리며 깊은 숲 길을 비집고 들어오던 햇님은 그 싸늘한 분위기에 이내

주눅이 들고 맙니다.

시원한 바람이 이리저리 오가는 숲 길에서 햇빛은 그 분노가 겸연쩍은 듯 조용히 화를 가라 앉히고

나뭇잎 몇 장 들추어 보다 슬며시 돌아나갑니다.

어디선가 휘파람새의 경쾌한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아들녀석은 앞서서 뛰어다니는데 어제 터키 여행에서 돌아 온 마눌이 여독이 풀리지 않아 오름 길에

힘들어 합니다.

어머니 품 같은 지리의 가슴에 기대어 잠들고 나면 10일간 쌓인 피로도 훨훨 머리를 풀고 날아갈

거라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몇 군데서 다리쉼을 했습니다.

하동바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참샘에서는 차가운 샘물에 미숫가루를 타서 마셨습니다.

소석문을 지나 전망바위에 걸터 앉았습니다.

1000고지 넘어서면서 날씨는 더 흐려지고 자욱한 산안개가 바람에 이리저리 흘러 갑니다.

바위에 앉은 채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면 몸은 금새 한기를 느낍니다.

멋진 금강송 사이로 보이는 맞은편 싱그러운 초록의 산자락은 산 안개가 가리웠습니다

 

 

 

 

 

 

 

 

 

 

 

 

 

 

 

 

 

 

 

 

 

 

 

 

 

 

무한한 변화의 세상에서 변함없이 세월과 삶을 지켜가는 깊고 넓은 대지의 가슴 입니다.

지리산은 그냥 오르는 산이 아니었습니다.

오래 찾지 않으면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지고 그 심원의 숲에서 변화무쌍한 생명의 기운을 받지 않으면

다시 웃으며 세상과 대적할 여유를 찾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지리산

깊은 사랑과 아름다운 추억의 이름 입니다.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기억은  언제나 그리움 입니다.

나는 조용한 걸음으로 다가갑니다.

그 거칠고 부드러운 세상

깊고도 넓은 바다

한결같은 너그러움과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에 다가 갑니다.

 

오늘은 마눌과 아들을 데리고서 수림의 바다에 넘실거리는 초록의 파도를 헤쳐 나갑니다.

 

해마다 지리의 끝에서 끝으로 넘어 가는 날

늘 가슴이 후련했습니다.

한말의 땀을 흘리고

가슴에 쌓인 화와 독을 거친 호흡으로 내뱉고 나면

솜처럼 지친 장터목 마당에서 그렇게 후련했습니다.

고원의 끝에 앉아 피어나고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조용히 서산으로 넘어가는 태양을 보노라면

자연이란 참 아름답고 쉬 늙어가는 삶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를 그렇게 지리산의 품에서 잠들고 일어나  어둠의 끝자락에서  붉게 떠오르는 태양

을 만났습니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저녁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비는 멈추었는데 부는 서늘한 바람에 몸이 추워져서 긴 옷으로 갈아 입고 자켓을 걸쳤습니다.

오늘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처연히 떨어지는 숙연한 장터목의 석양은 만날 수 없습니다.

대신 산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바람에  운무가 오락가락하는 장터목 마당을 서성였습니다.

무게를 줄이려고 코펠과 버너를 모두 두고 왔는데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을 굽고 돼지고기를 뽂고

성대한 식사를 하는 산객들을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아들놈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땀 흘리고 나서 운무 휘날리는 고원의 풍경을 감상하며 술 한 잔 치는 그 멋진 낭만과 술 맛도 잊지

못하구요

우린 고작 햇반과 몇 가지 반찬 밖에 없는 소박한 식단이지만  나름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장터목

마당에서 변화무쌍한 풍경을 즐기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리산 신령님은 사진을 찍을 때는 산 안개를 훌쩍 거두어 주시기도 하고 가끔 푸른 하늘을 열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산책하는 동안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태양이 잠시 나오기도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두꺼운

산 안개가 하늘을 뒤 덮었습니다.

 

우린 새벽 3 40분에 산장입구에서 마눌과 만나기로 하고 번호표를 배정 받고 담요를 다섯 장 사서

일찍 산장으로 들었습니다.

예약을 안하고 온 사람을 모두 돌려 보내는 통에 산장의 분위기는 예전 보다 한산하고 조용합니다.

생각보다 쾌적한 산장의 하루가 될 듯합니다.  

 

 

 

 

 

 

 

 

 

 

 

노고단에서 먼 길을 걸어 오지 않아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9시 소등 전까지 산장 안이 소란스러워  잠을 청하지 못하고 아들녀석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했습니다.

 

혼자만의 지리산 종주는 해마다 거르지 않는 순례의 길 이었습니다.

밤 열차를 타고 새벽 3시쯤 구례역에 도착하면  먼저 재첩국을 한 그릇 비우고 나서 택시를 타고

노고단에 오릅니다.

어둠에 쌓인 노고단을 거쳐  반야봉 가는 길에 지리산의 새벽을 깨우고 노루목 바위 위에서 나무

숲에 걸친 해돋이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지리산 주릉의 먼 길을 걸어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면 아침에 만났던 눈부신 태양이 황홀한

붉은 빛으로 잠들어 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하루를 꼬박 자지 않고 10시간여 걸었던 고단하고 피곤한 날이기에  저녁 먹고 침상에 누우면 누가

옆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곯아 떨어지곤 했습니다.

어느 땐 가는 몇 시간을 자고 있는데 옆 사람이 코를 너무 심하게 곯아서 잘 수 없다고 흔들어 깨우

기도 했습니다.

우짜라고?”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에는 어김없이 장엄한 천왕봉 일출과 제석봉의 황홀한 아침을 만났습니다.

그것이 제순례의 마지막 여정이었고 지리산 신령님은 해마다 변함없이 그 순례의 마무리 의식을

지켜주셨습니다.

 

 

 

 

 

 

 

 

 

 

 

 

아들녀석과 동행하니 이것저것 신경이 쓰입니다.

특히 낯선 환경에서는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예민한 녀석이라 소등 후에도 여기저기서 두런 거리는

소리나 코 고는 소리에 내가 오히려 민감해 집니다.

9시부터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간 자고 나서 졸리는 눈으로 창 밖을 보니 밖이 희끄무레 합니다.

혹시나 시간이 늦은 거 아닌가 싶어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쯤 되었습니다.

 

누워서 다시 잠을 청하다가 밖으로 나갔습니다.

백두대간을 종횡하던 시절의 익숙한 풍경

기울어 가는 달이 휘영청 밝고 쏟아질 듯 맑은 별이 무수히 빛나고 있습니다.

날은 그다지 춥지는 않았지만 숲의 향기가 실린 서늘한 공기에 남은 잠이 확 달아나 버렸습니다.

어쩌면 천왕봉 일출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늘 뿌듯한 성취감과 대자연의 경건한 감동으로 잠들던 장터목에서 마눌과 아들녀석과

함께 보내고 가족이 처음으로 반도의 최고봉 천왕봉에 오르는 의미 있는 날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미숫가루와 빵으로 요기를 하고  3 50분 아직 어둠에 쌓여 있는 장터목 산장을

오릅니다.

이슬을 어루만진 싸늘한 아침공기가 목을 휘감고 어둠 속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옵니다.

푸른 새벽이 달려오는 길을 따라 우리는 천천히 천왕봉으로 올랐습니다.

통천문 아래서  희미한  붉은 여명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묵묵히 지리산 새벽을 열었습니다.

어둠의 문이 열리고 새벽의 문틈으로 맑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습니다.

태양의 아름다운 서광이 조금씩 조금씩 비쳐 올랐습니다.

 

 

 

 

 

 

 

 

 

 

 

 

 

 

 

 

 

 

 

 

 

 

 

 

 

 

 

 

 

 

 

 

 

 

 

 

 

 

 

 

 

 

 

 

드디어 천왕봉에 섰습니다.

은비가 빠졌지만 가족이 함께 대한민국 반도의 가장 높은 곳에 올랐습니다.

제법 서늘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부드러운 바람의 천왕봉은 처음 만났습니다.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고  두꺼운 잿빛 구름 층 위로 붉은 기운이 한층 강해졌습니다.

 

맑고 청정한 지리의 새벽 풍경을 바라보며 기념 촬영을 하는데 옆에서 갑자기 탄성이 올랐습니다.

태양은 두꺼운 구름 층 안에서 작은 점으로 붉은 빛을 내비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불 불쑥 솟아

올랐습니다.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대하는 장엄한 천왕봉 일출 입니다.

대지의 충만한 기운과 하늘의 붉은 축복을 받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소서

 

첫 번째 지리산 가족 등정에서 우리는 감동과 기쁨을  가슴에 안았습니다.

마지막 멋진 피날레를 장식해 주신 신령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모두 지리산 신령님 덕분입니다.

시원한 날씨와 맑은 바람을 보내 주시고 쾌적한 잠자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낭만적인 달빛과 별빛으로 지리산 자락에 남아 있는 세월의 기억과 지나간 아름다운  추억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가족과의 첫 등정에서 멋진 일출의 기쁨을 허락하셨습니다.

다시 행복한 지리산의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만세 !”

 

오늘 지리산과 붉은 태양의 축복으로 우리 가족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우리의 삶을 살아 갈

것입니다.

주어진 인연과 인생에 감사하며   자연과 삶이 주는 기쁨을 오래오래 누리며 즐겁게 살아 가겠습니다. 

 

 

 

 

 

 

 

 

 

 

 

 

 

 

 

 

 

 

 

 

 

 

 

 

 

 

기쁨과 감동의 여운을 안고 지리산을 내려 갑니다.

유장한 산릉 위로 황금색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중산리 계곡을 천천히 걸어 내렸습니다.

바위 길인데다가 푹 자지 못한 피로 때문에 마눌과 아들녀석의 발길은 자꾸 밀렸습니다.

태양 빛이 강렬해지고 바람이 잦아들면서 아침인데도  내려 가는 길이 어제보다 더 무더워졌습니다.

괜찮습니다.

시간에 쫓길 일도 없으니 천천히 여유롭게 흘러 내렸습니다.

개선문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였습니다.

바쁜 일정으로 늘 쫓기 듯 스쳐 지났던 법계사에도 들러서  경내를 찬찬히 돌아 보았습니다.

보살님께서 주시는 떡도 얻어 먹고 샘가에 고인 청수도 한 바가지 들이켰습니다.

망바위에서 휴식하고 칼바위 위 장터목 천왕봉 등로 갈림길에서 머리를 감고 한참 동안 열기를 식혔다가

다시 하산길을 재촉 했습니다.

칼바위를 지나서는 아얘 계곡으로 내려가 물속에 풍덩 빠졌습니다.

지리산 계곡수가 이렇게 차갑게 느껴지지 않은 날은 처음 입니다.

인적 없는 호젓한 계곡에서 한참을 노닐다가 옷까지 빨아서 짜 입고서 중산리로 무사히 하산했습니다.

 

 

 

 

 

 

 

 

 

 

 

 

 

 

 

 

 

 

 

 

 

 

 

 

 

 

 

 

 

 

 

 

 

 

 

 

 

 

 

 

 

 

 

 

 

 

 

 

 

 

등이 따가울 정도의 폭염을 쏟아 내는 길을 따라 우리는 버스정류장 까지 걸어 내려 가서 진주로

가는 11시 버스에 올랐습니다..

흡사 냉장고 같은 버스에서 모두 비몽사몽의 지경을 헤메다가 진주에 도착해서 겨우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었습니다.

진주에서 1 20분 버스를 타고 대전 가는 내내  우리 모두 인사불성이었고 날씨는 서슬 푸른 땡볕을

 거두고 가끔 시원한 소나기를 뿌렸습니다.

 

마눌과 추는 63번 째 춤은 아들의 찬조출연과 멋진 일출 덕분에 더욱 빛나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단조로운 삶을 살아 가면서도 우리는 무한의 삶의 변화를 즐기며 살아가는 날의  감동을 누릴 수

있습니다.

큰 산에 오르면  좀더 높은 곳에서 나의 삶을 한 번 되돌아 보게 되고  좀 더 넓은 시야와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자신과 자연과 세상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여행길에는 늘 사랑이 함께합니다.

자연에 대한 사랑

나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

 

우리는 그 여행의 끝에서 좀더 세상에 둥글어지고 너그러워 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