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가슴에 별이 된 그림 …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중앙일보] 입력 2013.08.06 01:42 / 수정 2013.08.06 09:09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구글 아트 프로
젝트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가장 많이 인용된 작품이다. 반 고흐가 사망하기 한 해
전에 그린 걸작으로, 특유의 거친 붓 터치로 우주적 교감을 자아내는 밤 풍경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미술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1853∼90)의 ‘별이 빛나는 밤’(1889)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이 2011년 2월부터 유수의 미술관과 함께 진행한 ‘구글 아트 프로젝트’의 2년 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는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오르세 미술관 등 세계 각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들을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해 인터넷 사이트(www.googleartproject.com)에서 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미술관별 위계나 상위 검색어 같은 서열은 따로 없다. 현재 46개국 262개 미술관의 작품 이미지 4만여 점이 올라와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사립미술관협회와 국립중앙박물관이 각각 한국 현대미술과 고미술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본지는 구글 아트 프로젝트에 전 세계 1500만 사용자들이 개설한 35만 개 갤러리에 가장 많이 인용된 이미지 10점을 꼽아 이를 동덕여대 강수미(미학) 교수와 함께 분석했다.
두 번째로 사랑받은 그림은 르네상스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피렌체 우피치 갤러리 소장, 아래 왼쪽 그림). 바다 거품에서 태어난 비너스
에게 서풍의 신 제피로스(그림 왼쪽)가 입김을 불어 해변으로 밀어주고 있다.
오른쪽 그림은 렘브란트가 42세 때 만든 판화 자화상.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소장품이다. 렘브란트는 100여 점의 자화상을 남겼다.
가장 선호된 이미지는 ‘별이 빛나는 밤’에 이어 보티첼리(1445?∼1510)의 ‘비너스의 탄생’, 렘브란트(1606∼69)의 판화 ‘
창문 앞의 자화상’, 반 고흐의 ‘침실’, 마네(1832∼83)의 ‘온실에서’ 순이다.
10점 중 넷이 반 고흐의 그림, 절반이 19세기 인상파 작품이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이 검색된 예술가에서도 반 고흐는 단연
앞섰다. 모네·다빈치·달리·렘브란트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별이 빛나는 밤’은 반 고흐가 세상을 뜨기 한 해 전 그린 사람
없는 밤 풍경화다.
남프랑스 아를에서 발작을 일으켜 스스로 귀를 자른 뒤 주민들에게 추방되다시피 해 생 레미의 정신병원에 입원해 그렸다.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그림이다. 올 상반기 구글 아트 프로젝트의 국내 사용자들이 선호한 이미지에서도 1위였다. 국내 선호
이미지 10선에는 국보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7위)과 경주 황남대총 금관(9위)이 포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 5월
구글 아트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강 교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21세기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미술은 인상파”라며 “인상파 화가들은 근대 산업문명의
최첨단을 소재로 우리에게 친근하고 향수 어린 방식으로 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은 또한 오밀조밀 뜯어보는 재미가 있는 그림을 즐겨 감상했다. 그간 많은 미술관이 시도해온 사이버 갤러리와 구글
아트 프로젝트의 가장 큰 차이는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공급해 모니터상에서 미술 작품을 확대해 볼 수 있도록 한 데 있다.
아이폰5 카메라(800만 화소)의 900배에 달하는 70억 픽셀의 고해상도로 이뤄진 이미지는 육안으로 직접 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시각적 스펙터클을 일으킨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아밋 수드 구글 문화연구원 총괄은 “모든 미술관을 한곳에 모아 보자는 생각, 고해상도 촬영 등 구글이
가진 기술을 미술관에 적용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광학기술의 발달로 우유의 왕관 현상을 볼 수 있게 됐듯 잘 알려진 이미지를 현미경적으로 확대된 디테일로 새롭게
보도록 해 시각적 판타지를 제공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강점”이라고 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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