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네비의 길찾기와 같다.
生이란 출발점에서 死란 종착역에 이르기 까지 걸어가는 짧은 여행길 이다.
처음 그 길은 대단히 멀어 보이지만 걷다 보면 우린 생각보다 쉽게 종착역에 가까운 간이역에 도착하고
새삼 여행길이 생각보다 짧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오후가 지나면 지친 나그네가 걷는 속도보다 해는 더 빨리 떨어진다.
궁극의 목적지로 가는 무수한 길이 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과 가는 방법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어느 길을 걸을 것인가?
어떻게 길을 걸을 것인가?
종착지는 다 같아도 여행자의 목적지는 수시로 바뀐다.
가끔 예상치 못한 험한 길을 만나면 조금씩 흔들린다.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른 길을 갔어야 하는데…”
누군가는 그 길에서 내려와 다른 길을 바꾸어 타고 누군 묵묵히 그 길을 걷는다.
무수한 세월이 흐르고 또 수 많은 길을 걷고 나서야 조금씩 알게 된다.
길이 문제가 아니었음을….
원하던 길을 걷지 못했던 것이 애초부터 잘못된 선택 때문이 아니었음을…
길이 나빴거나 날씨가 나빴던 게 아니었음을..
어느 길에나 한 웅큼 슬픔과 한 줌 기쁨이 등을 맞대고 있고
부족한 것은 한 뼘 나의 마음이었음을 …..
세월은 화살처럼 지나간다.
세월은 두 부류로 사람을 가른다..
세월을 한탄하는 자 그리고 세월을 노래하는 자
누군가는 세월을 보내고 누군가는 세월에서 배운다.
누군가는 꽃 길조차 인상을 찌푸리며 걷고 누군 바위 투성이 험한 길을 웃으며 걷는다.
인생은 궁극의 목적지가 정해진 짧은 여행길이다.
두 번 떠날 수 없는 짧은 여행길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 길은 슬프고 아름답다..
우린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따라서 확연히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우린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자유로울 수 있다.
굳은 편견과 아집에 자신을 가두어 두지 않는다면
쓸데 없는 불안과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만 있다면….
세상은 기쁨과 감동으로 가득차 있다.
그걸 누리고 잡는 것은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다.
하루를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쳐 지나는 평범한 하루를 나를 위한 특별한 하루로 만드는 것이다.
어제 마눌과 100대 명산 85-86산을 다녀왔다.
한꺼번에 가지산과 운문산을 함께 아우르고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아들과 백두대간 2구간 출정
“무릉객 심도 좋아요…”
아서라 무릉객 아직도 젊은 청춘인 줄 착각하고 그렇게 천방지축 나대다가 큰 코 다치지
내가 왜 모르랴?
치솟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선두그룹에서 날라 다니면서 고강한 체력과 무공을 뽐내고, 백두대간 구비
구비가 너무 아까워 틈나는 대로 알바까지 그리 열씸히 뛰던 그 시절은 오래 전에 지나 갔다는 걸…
근데 이동 거리가 멀어 다녀오기 힘든 100대 명산 가지산과 운문산을 당일 산행하는 산악회 공지가 떴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1타 2피
그리고 신청을 오래 전에 해 놓았기에 낙장불입
벌써 오래 전 부터 해내는 산행의 기치를 내리고 즐기는 산행을 표방해 왔지만 6시간 씩 버스 타고 5시간
산 타는 일을 두 번 반복할 수야 없지 않는가?
게다가 난 7년 전 “산으로”함께 고사리 분교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18시간에 걸쳐 영남알프스 9산 11봉을
모두 올랐었다.
오라는 데도 많지만 갈 데는 더 많다.
다람쥐 챗바퀴 돌 듯 가지,운문산 기슭에서 오래 서성이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 아닌가?.
세월은 저리 빠르고 사람은 쉬이 늙어 가는데
아직 돌아보아야 할 아름다운 세상은 너무 많은데…
아들녀석한테는 중간 중간에 틈을 내서 체력관리를 하라고 시켰는데 젊은 청춘이 어디 그렇게 한가한가?
길은 즐겁게 걸어야 하고 준비된 자가 인생을 누릴 수 있다는 진리를 녀석에겐 아직 먼나라 이야기 일뿐이다.
백두대간 시간 내는 것도 감지덕지한 일이지만 아무리 젊다 해도 최상의 체력과 컨디션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백두대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그건 어떤 일을 즐겁게 하느냐 마지 못해 하느냐에 따라 만들어 지는 결과 만큼이나 뚜렷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새벽 출정이 부담스러웠는지 잠을 설쳤다고 했다.
“괜찮아” 점차 풀냄새가 몸에 배고 산의 기가 가슴으로 들어오면 잠을 조절하고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내공이 쌓이게 될 거야.
비오는 날 철모를 깔고 앉아 머리를 나무 둥치에 붙이고 코골며 잘 수 있는 아빠처럼…
오늘의 구간은 벽소령대피소에서 노고단을 거쳐 성삼재 까지 진행하는데 지난번 내려섰던 음정마을에서 벽소령
까지 올라오는 수고로음을 덜기 위해 역방향으로 진행 한다.
산 행 일 : 2014년 9월 28일 일
산 행 지 : 백두대간 2구간
코 스 : 성삼재- 노고단 – 삼도봉 – 연하천 – 벽소령 –음정리
날 씨 : 맑고 바람없다.
거 리 : 21.5km
소요시간 : 약 8시간 40분(식사 약 20분)
동 행 : 아들 (귀연 산악회 38명)
시간 |
경유지 |
비 고 |
08: 53 |
출발 |
|
09:28 |
노고단 대피소 |
|
09:39 |
노고단 |
약 10분 휴식 |
10:24 |
돼지령 |
피아골삼거리0.7km, 노고단 2.1km |
10:40 |
임걸령 |
|
11:18 |
노루목 |
삼도봉1.0km,반야봉1.0,노고단 4.5km |
11:37 |
삼도봉 |
천왕봉 20km , 노고단5.5 km |
12:00 |
화개재 |
연하천 4.2km, 노고단 6.3km |
|
중식 |
화개재 지나서 약 300미터지점 약 20분 |
13:08 |
토끼봉 |
|
14:30 |
연하천 대피소 |
|
14:51 |
음정 갈림길 |
벽소령2.0km,음정7.5km, 연하천 0.7km |
15:21 |
형제봉 |
|
15:38 |
전망바위 |
|
16:05 |
벽소령 |
음정6.7km, 천왕봉11.4km, 노고단14.1km |
17:32 |
음정마을 |
|
성삼재
삼한시절 3명의 장군이 지켰다는 전략적 요충지는 이젠 지리 순례길의 교두보로 바뀌었다.
삼한시대 마한에 밀리던 진한왕이 지리산 심산유곡에 찾아들어 달궁계곡에 왕궁을 세우고 피난할 때 왕궁
수호를 위해 군영을 설치한 고갯길 중의 하나이다.
북쪽 능선에 8명의 장군을 배치하여 지키게 하였음으로 팔랑재, 동쪽은 황장군이 맡아 지키게 하였음으로
황영재 그리고 남쪽은 가장 중요한 요지이므로 3명의 출중한 장군을 배치하여 방어케 하였으므로 성삼재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하는 곳으로 이젠 수 많은 사람들이 태평성대와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기 위해
그 군영을 찾는다.
우린 잠에서 덜깬 채 버스에서 내려 기념사진을 찍었다.
노고단 가는 길
아기가 엄마 손을 잡고 아침 길을 걸어 가고 있다.
두 번째 백두대간 출정 길은 일찌감치 강한 햇살을 쏟아내기 시작하고 있는 아직 뜨끈뜨끈한 9월의 태양과
함께 시작한다.
지난번 산을 감싸던 몽환의 안개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지난번처럼 시원한 바람이 도와 주면 좋을 텐데…..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걸어가는 한 시간이 가장 힘든 법이다.
선두에서 출발했지만 태현이 잠시 옷을 갈아 입는 사이에 모두 우리를 추월해 간다.
노고단 (1507m)
대피소를 거쳐 노고단에 올랐다.
노고단은 천왕봉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영원한 성지다.
신라시대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선도성모를 지리산 산신으로 받들고 나라의 수호신으로 모셔 매년 봄과
가을에 제사를 올리던 곳이다.
원래 노고단에는 선도성모를 모시는 사당인 남악사가 있었다 전해진다.
남악사의 유래는 "삼국사기" 제사 부분에 기록으로 남아있다.
'삼산과 오악 이하의 명산대천에 대사 중사 소사의 제사를 나누어 지냈는데 중사를 지내는 오악은 동쪽
토함산, 남쪽 지리산, 서쪽 계룡산, 북쪽 태백산, 중앙부악(부악·지금의 팔공산)이었다'
노고단의 감회에 젖을 새도 없이 산 친구들은 서둘러 벽소령을 향해 떠났다.
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나니 아무도 없다.
오늘은 영락없는 꼴찌.
벌써 달아오른 태양은 오늘 볼만하겠다는 듯이 누런 이를 드러낸 채 싱글거리고 있다.
임걸령 가는 길
잘 다듬어진 정원 같은 길이다.
고운 가을은 춤추며 노고단 능선을 흘러간다.
이 길은 항상 찾아 드는 경이로움..
이 높은 곳에 이리 평평하고 편안한 숲길이 있다는 사실이…
호흡이 정리되고 발걸음이 한결 편해졌다.
고원의 오솔길 숲 속으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지나다녀서 기분도 조금씩 좋아진다.
숲을 벗어나 잠시 능선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태양의 열기가 강해져서 인지 뿌연 연무가 가득하다.
돼지령 부근에서 질매재를 거쳐서 왕시루봉 능선이 이어지는데 몇 년 전 산삼해 선배의 안내로 산 친구들과
그 길을 처음 걸었었다.
우린 노고단 쪽에서 시작하여 질매재와 작은 암자를 거쳐 왕시루봉 능선을 따라 피아골 계곡으로 내려섰었는데
풍경도 없는 지루한 길이라 지리산 깊은 곳을 가는 호기심에 함께했던 많은 산우들이 실망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디 길목에나 추억이 걸려 있는 지리산 길이다.
돼지령을 지나면서 아침부터 길을 정비하고 있는 아저씨들을 만났다.
마대 같은 걸 깔아서 산객들이 편하게 지리산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정비하고 있다.
임걸령 가는 이렇게 편한 것은 자연이란 이름의 출중한 정원사가 시도 때도 없이 정원을보살피고 이렇게 정성들여
가꾸는 사람들이 있고 또 무수한 사람들이 그 길을 걸어 단단히 다졌기 때문이다.
노고단에서 모두 쓍하고 가버려서 아들과 둘이만 걸어간다.
피아골 삼거리는 노고단에서 2.8km지점에 있다.
아래에 피아골 계곡과 연곡사가 있다.
지리산 단풍 중 유난히 붉은 단풍이 많다는 피아골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그 계곡엔 낭자한 핏물이 흘렀고 망자의 진혼으로 피어난 피아골 단풍은 선혈의 핏빛으로
이승의 한을 토해낸다고 했다.
임걸령
임걸령에서 먼저 간 일행들을 만났다.
많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지근거리에서 가고 있으니 다행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임걸령 샘물은 지리산 최고의 물맛이다.
갈수기에도 그 수량이 줄지 않는다.
지리산에 올라 조금 지치고 갈증을 느낄 때쯤 홀연히 나타나는 맑은 샘
이속의 떠나 심산을 떠도는 맑은 구름과 이슬 그리고 한 줄기 깨끗한 바람이다.
물 걱정 없는 가벼운 행장으로 이 웅장한 고원의 산 길을 걸어갈 수 있음은 여행자의 축복 아닌가?
그 옛날 지리산 일대를 주름잡았다던 산적 임걸도 일찍이 이 차가운 생명수의 가치를 눈치채고 임걸령에
은거하여 산채를 꾸렸을 것이다.
젊은 날에는 해마다 홀로 지리산 종주를 했다.
빈 물통 하나로 주능선을 걸으며 세상의 진폐를 땀으로 쏟아내고 맑은 지리산 샘물로 오장육부를 씻어 내고
나서 다음날 장엄한 천왕봉 일출 앞에 서면 살아가는 날의 벅찬 감동과 맑은 기쁨이 그렇게 가슴에 고이곤 했다.
노루목
언제나 아쉬움이 목에 걸리던 갈림길이다.
자유의 갈망과 그리움이 가득했던 지나간 내 젊음의 길목처럼 …
서대전역에서 밤열차를 타고 구례구역에 내려 재첩국 한 그릇을 비우고 택시로 성삼재에 올랐었다.
반야봉 일출을 보려고 어두운 길을 재촉할 때 맑은 지리산의 새벽은 임걸령 샘에서 깨어나고 붉은 태양은
번번히 노루목 숲 사이로 떠오르곤 했다.
반야봉은 낙조가 아름답다지만 높은 봉우리에서 일출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반야봉 오름 길을 더 힘들게
했었다.
노루목 바위 위에서 멀리 노고단에서 유장하게 흘러 내리는 능선을 바라 본다.
보아라 아들아
저게 우리가 걸어온 길이다.
한 발 한 발 작은 발걸음으로 우린 이렇게 멀리 까지 걸어왔다.
앞으로 네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도 꼭 잃지 말아야 할 위대한 자연의 교훈은 그 작은 한걸음의 의미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도전의 힘이다.
이런 카피가 있었지.
인생은 럭비공과 같다.
처음 찰 때는 생각한 방향으로 날아가지만 어디로 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도 그랬고 너의 인생도 그럴테지
하지만 중요한 건 경기장을 벗어나지 않고 계속 게임을 하는 거란다.
우리 앞에는 많은 길이 있다.
그 길의 중간과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항상 좋은 길만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거친 암릉도 있고 진흙탕과 수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흙탕과 수렁도 너의 삶의 일부이다.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빠지게 되는…
네가 걸어왔던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단 하나의 외 길도 힘들었겠지만
앞으로 적막강산에서 더 어려운 길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때 이 소중한 한 발의 교훈을 꼭 되새기기 바란다.
중요한 건 정말 힘든 길에서 걷는 걸 포기하지 않는 거란다.
조금만 더 걸으면 거기 임걸령 샘터와 노루목 쉼터가 나타날 것이다..
반야봉은 노루목에서 1km 빠른 걸음으로도 40여분 걸리니 큰 맘을 먹고 올라야 한다.
오늘은 반야봉을 스쳐 지나가기로 했다.
반야는 궁극의 지혜, 일체의 차별과 분별이 무너진 평화의 자리를 의미한다는데 우린 애써 외면하기로 했다.
산우들 쫒아가기 바뻐서…
반야를 사모하던 지리산의 여신 마야고가 사무친 그리움으로 노고단 석상이 되었다는
전설의 반야봉의 낙조는 지리산 8경이다.
삼도봉
일명 날라리봉이다.
3도에 걸친 요충인데 날낫봉이란 이름이 흘러 날라리봉으로 변형된 모양이다.
앞으로는 이제 막 물들어 가기 시작하는 반야봉이 우뚝하고 남으로는 첩첩히 흐르는 산주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삼도봉에서 뻗어가는 능선이 불무장등 능선이고 통꼭봉을 지나면 지리산 둘레길에 돌아 보았던 지리산
고산 마을 농평마을이 선다.
원래 이름은 낫날봉이었는데 정상의 바위 봉우리가 낫의 날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었다. 또 낫날봉이
변형되어 날라리봉, 늴리리봉(닐리리봉)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1998년 10월 8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에서 삼각뿔 형태의 표지석(각 면에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라고 쓰여 있음)을 세우면서부터 삼도봉
으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삼도봉~토끼봉~명선봉~영원령~삼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경계로 전라북도와 경상남도가 나누어지고,
삼도봉~반야봉~만복대~다름재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삼도봉~불무장등~통꼭봉~촛대
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룬다. 삼도봉에서 반야봉까지는 2㎞, 노고단까지는
8.5㎞ 떨어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삼도봉 [三道峰] (두산백과)
바람도 침묵했다.
하지만 침묵만이 유일한 언어는 아니었다.
까마귀 울고 꿩이 푸드득거리며 날아 올랐다
맑은 고요함 속에서 아직 무수한 꽃들은 꽃잎을 접지 않았다.
삼도봉에서는 화개재를 향해 급격하게 고도가 낮아진다.
이제 막 물들어가는 울긋불긋한 단풍의 숲 사이로 나무계단과 데크가 잘 조성이 되어 있어서 길은 갑작스레
편안 해진다.
화개재
갑자기 나타난 넓은 분지이다.
시장기가 느껴져서 시간을 보니 12시 5분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인데 크로바님과 낯도깨비 님은 벌써 앞서서 갔고 양반곰과 해성,한라산님도 화개재를
스쳐 지난다.
~~헐~~
허기사 태양빛이 강렬해져 식사할 곳도 없다.
화개재 아래로 뱀사골이 있다.
반선 까지 9.2km
지난 여름 장마 비가 무척 많이 내린 다음날 갑작스레 뱀사골 탕류가 보고 싶어져서 가족들과 뱀사골에 들었는데
울창한 숲길 바람도 시원했던 그날엔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계곡의 풍경이 장관이었다.
우린 6km 미터 가지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점심을 먹었고 나는 그 차갑고 거센 물살에 몸을 맡기고 알탕까지 했다.
지금쯤은 피로가 풀려야 정상인 시간인데 여전히 발이 무겁다.
배낭의 무게 때문이지 어제의 여독 때문인지.
잠을 설친 녀석도 오늘 따라 더 힘들어 보이는 눈치다
아직 자연과 산이 네게 말을 걸지 않아도 좋아.
아름다운 것들이 네 마음을 흔들기 전에 고통이 먼저 너를 자극하겠지
그 고통이 어떤 희열을 안겨줄 수 있는지 천천히 알아 갈 거야
역설적이지만 고통이 널 후련하게 하고 널 웃게하고 궁극엔 널 성장시킬 거야
화개재를 약 500미터쯤 지난 오름 길 분지에서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린 거친 길의 피로를 내리고 각자 준비한 맛깔스런 식단으로 행복한 점심 식사를 했다.
해성님은 오랜만에 귀연에 합류했는데 감기몸살로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조니워커 대짜배기
양주를 병 채로 가지고 왔다.
“병무게가 월만데 옛날 같으면 영락없는 해성 장군이여”
아직 갈 길이 멀어 많이 마시기는 겁나서 아들과 한 잔 씩만 받아 먹었다.
연하천 대피소 가는 길
지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길이 더 거칠어 진다.
명선봉을 지나자 단풍색도 조금씩 더 붉어 진다.
계속 오름길이라 힘들 법도 한데 점심을 먹고 나서인지 발길이 더 가벼워졌다.
일부러 속도를 내보니 녀석도 잘 따라왔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밥 먹고 나니 오전 보다 훨씬 낫단다.
그래 식사시간이 휴식시간이고 원기보충시간이다.
연하천 오름길과 내림길 계단 부근의 단풍색이 너무 고와서 가끔씩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연하천 대피소
마치 시골 안마당 같은 푸근한 정취
수 많은 변하는 것 가운데 변함없는 모습을 대하니 왈칵 반가움이 인다.
바위 위에선 붉은 단풍이 가을을 노래하는데 어디선가 쏴아 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임걸령에서 받아온 물을 다 마시고 연하천 새 물을 다시 받았다.
물을 아껴 먹을 일이 없어서 차가운 샘물을 마음껏 마시니 배에서 꿀럭이는 소리가 났다.
흐르는 연하천 샘물로 머리를 감았는데 정신이 번쩍 날 것 같은 차가움이다.
태현에게 흐르는 물에 세수를 하라고 했더니 너무 시원하다고 했다.
우린 연하천에서 비로소 산길의 여유와 낭만을 되찾았다.
잠깐의 휴식으로도 벽소령 가는 발길은 더 가벼워지고 마음은 즐거워졌다.
벽소령 가는 길
기암의 바위를 지난다.
내 젊은 시절엔 늘 그 바위 꼭대기에 올라 갔었다.
보기에 가파른 절벽 바위 같아도 오르는 길이 있다.
굳이 그 바위에 오르는 건 그냥 자기만족이다.
형제봉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다를 게 무에 있으랴 만은 그 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은 다른 봉우리에서
보다 더 아름답고 바람은 더 시원했다.
사람들이 오르지 못하는 암벽에 오르는 기쁨과 후련함
늘 휴일이면 떠나는 것에 안달했던 내가 암벽을 배울 시간을 갖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했지만 가끔 전문적인
바위타기를 배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아들녀석에게도 백두대간하고 나서 산이 좋아지면 등산학교도 가고 암벽도 배워보라고 했다.
형제봉 앞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는 벽소령 쪽 풍경은 언제 보아도 멋지다.
단풍이 조금씩 내려앉아 가을 분위기가 완연한 능선은 웅장하게 꿈틀거리며 세석 고원으로 굽이친다.
해성님이 감기기운 때문에 중간 능선에서 음정마을로 하산하고 우리 앞에는 크로바님,낯도깨비님, 양반곰과
한라산님 그렇게 넷이 가고 있다.
전망바위에서 일행들과 만나 기념사진을 한 장씩 찍고 우리는 좀 더 휴식했다.
꼴찌이지만 이렇게 멋진 풍경을 두고 훌쩍 떠나기 아쉬워서…
녀석은 아얘 대자로 누워 휴식을 취하고 나는 여기저기에서 구도를 잡아가며 풍경을 찍고…
한참을 쉬고 나서 우리는 벽소령을 향해 마지막 피치를 올렸다.
세석에서 벽소령은 편하게 내려가도 연하천 쪽에서 벽소령은 또 몇 굽이 오름길을 올라야 그 모습을 보여준다.
그냥 자연스럽게 속도가 빨라졌고 녀석도 힘든 기색없이 잘 따라왔다.
묵묵히 길을 걷다 보니 다시 벽소령 대피소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하산길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자 모두 내려가고 막 양반곰이 내려가는 길이었다.음정 까지 6.7km
지난번 1시간 30분에 내려선 경험이 있기에 하산이 별로 걱정되지는 않았지만 괜시리 꼴찌로 내려가면 동료
들에게 미안할 것 같아서 아들과 후미조를 모두 추월해 버리자고 의기투합 했다.
사과 한쪽 씩 베어 물고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휴식한 다음 다시 배낭을 추스리고 우린 임도를 따라 날아
올랐다.
처음에는 마라톤 속도로 달리다가 돌길에 아무래도 관절이 상할 것 같아 속도를 좀 늦추어 빠른 속보로 걸었다.
양반곰과 한라산님은 약 3분의 1 지점에서 추월 했는데 크로바님과 낯도깨비님은 음정마을 입구에서 간신히
따라 잡았다.
역시 대단한 우먼파워 준족들
음정마을 할머니와 기념촬영 그리고 백두대간 벽소령 표석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우리는 일행들이 기다리는
베이스캠프로 돌아 왔다.
산우들의 환영을 받으며….
주안상 앞에 놓고 함께 어우러지는 푸근한 모습이 힘든 여정을 위로해준다.
저마다의 이유로 산을 가는 사람들…
백두대간을 종주를 하는 사람이나 대간길의 여유와 낭만을 즐기며 산우들의 등을 토닥여주는 그들이나 모두
넉넉한 지리산을 닮았다.
쾌남님과 시원한 맥주와 새벽안개님의 뒤풀이 상을 받고 산우들이 건네는 차갑지만 따뜻한 술잔을 주는 대로
받아 마시며 우리는 장도의 완주를 자축했다.
먹을 만큼 배를 채우고 몸을 씻기 위해 우린 개울로 내려 갔는데 급격하게 떨어진 저녁 기온보다 계곡물은 훨씬
차가웠다.
이젠 마지막 알탕이거니 하며 옷을 벗고 계곡물에 뛰어들었는데 녀석도 이빨을 부다닥거리며 계곡물에 뛰어
들었다.
나와 아들이 선택한 멋진 하루는 지리산의 넉넉한 품속에서 그렇게 따뜻하게 저물어 갔다.
지리산의 가을 여행은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고 후련하게 풀어 주었다.
붉게 물들어가는 지리산의 위로가 가슴으로 따뜻하게 전해오는 음정에서 우린 아무런 말 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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