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복성이재
매봉 오름길 철쭉
매봉에서 치재 가는 길
"잘 있었니?" 봉화산 가는 길 철쭉터널
봉화산에서 뒤돌아 바라 본 지리산 연봉 .. 천왕봉과 반야봉이 보인다
지나 온 고남산
왜 산에 가는가?
그 힘든 고생을 왜 사서 하는가? ?
길은 인생처럼 항상 뒤틀리며 예측을 불허하는데 …
지금 같은 경제지상주의 시대에 아무런 대가 없이 땀 흘리고 힘만 빼고 돌아 온다.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묵묵히 걷다가 파김치기 되어 돌아오는 단순함에 이 사람들
은 왜 목을 매는 걸까?
고통을 즐긴다? 자신과의 싸움 ? 아니면 성취감 ? 그걸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건 정말 지독한 중독이다.
그건 합리적인 이성이 아니라 가슴과 느낌을 오는 것이다..
어쩌면 그건 세상에서 잃어 버린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감동 그리고 추억들….
세상은 원래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원래 맑고 평화로운 것이다.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이 세상을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었을 뿐이다.
산과 자연은 우리에게 원래의 세상과 원래의 나를 돌려 준다.
거긴 추억과 그리움이 산다
내 가슴에 남아 있는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은 대자연의 향연에 떨리는 가슴으로 공명한다.
산과 자연은 거친 세월 속에서도 가슴을 메마르지 않게 한다..
숲의 향기를 맡으며 산 길을 걸어 가는 것 만으로 마음에서 무언인가 비워지고 또 채워진다.
그 곳에서는 사라지고 돌아 오는 단순한 것들이 나를 취하게 하고 영혼을 춤추게 한다..
세상의 번뇌와 미망에서 벗어나 쉽게 아해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절세신공은 산과 바람이 전수 해준 秘訣
이었다.
오래 길을 걷다 보면 가슴을 흔드는 풍경과 목을 휘감는 한줄기 맑은 바람에도 오르가즘을 느낀다.
변화무쌍한 대지의 화음과 장중한 침묵이 연주하는 웅장한 대자연의 오케스트라가 쉽사리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고 어느 날 한 송이 이름 모를 들꽃이 인사하고 풍경이 말을 걸어 올 것이다.
누가 산을 왜 좋아 하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얘기하는 게 좋겠다..
“산이 나를 착하게 하고 나를 미소짓게 한다”고…..
산은 늘 내게 말했다.
걱정은 나무둥치에 매달아 두라고..
마음 가는 대로 살고 발길 가는 데로 떠나라고….
그리고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백두대간 5구간(복성이재- 봉화산-중치-백운산-무령고개) 19km / 2014.11.9 (일)
동행 : 귀연 44명 날씨 : 맑음
경유지별 시간 (약 8시간 30분소요-) | |||
08:43 |
복성이재 출발 |
09:00 |
매봉 |
10:06 |
봉화산 |
10:23 |
봉화산 쉼터 |
10::32 |
무명봉 |
11;48 |
광대치 |
12:51 |
월경산 (중간에 30분 식사) |
13:21 |
중치 |
14:03 |
중고개재 |
15;30 |
백운산 |
16:48 |
영취산 전방 봉우리 쉼터 |
16:57 |
선바위 |
17:12 |
무령고개 |
|
아쉬운 가을이 간다.
엊그제 설악의 가을편지를 받은 것 같은데 대간 길 산자락에도 낙엽이 날린다.
이제 백두대간 길을 서서히 기지개를 펴며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한다.
오늘의 여정은 가을 서정이 가득한 길이다.
이번 노정의 큰 그림을 그려볼까?
복성이재에서 매봉을 거쳐 가득한 철쭉 군락지를 지나 봉화산에 오른다.
그리고 봉화산에서 길은 멀리 백운 산을 바라보며 광활한 억새 능선 사이 목가적인 길을 따라 여유롭게 흘러
간다.
등로는 잠시 포장임도가 있는 쉼터로 떨어졌다가 연비지맥을 분기하는 무명봉에 오르고 좌우 능선의 멋진
가을 풍경을 바라보면서 한동안 가을이 깊어가는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진행된다.
쉼터바위와 마지막 조망처 바위를 지나면서 길은 휘어지고 가파르게 고도를 낮추다가 낙엽 가득한 굴참나무
숲 길을 지나 광대치로 내려선다.
길은 광대치에서 다시 고도를 높이며 월경산을 지나고 중치로 떨어져 잠시 숨을 고른다.
중치에서 중고개재는 까지는 약 40분 정도 걸리는데 이후 백운산 정상 까지는 가파르게 산비탈을 차고
600여 미터의 고도차를 힘겹게 극복해야 한다.
오늘 여정의 가장 힘든 구간으로 오름 길이 1시간 30여분 지속된다.
백운산에서 등로는 좌측으로 휘어지는데 우측 부전계곡의 후련하고 장쾌한 산세상을 내려다 보며 1000고지
산죽 길을 따라 영취산 턱밑 까지 진행한 후 선바위를 거쳐 가파르게 무령고개로 떨어지면서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 한다.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이 절절히 배여 있는 백두대간 실크로드 였다.
중고개재에서 백운산을 차고 오르는 빡센 구간이 강한 인상을 남기긴 하지만 오늘 풍경의 하이라이트는
봉화산의 멋진 조망과 봉화산에서 쉼터임도 까지 이어지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억새능선 길 그리고 백운산에서
영취산으로 흘러가는 부드러운 산죽능선 길을 따라 파노라마치는 장엄한 고원의 풍경이다.
봉화산 가는 길
목에 감기는 차가운 공기와 쌀쌀한 날씨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매봉을 오르는데 철없는 철쭉이 씩씩하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아 주더니 봉화산 가는 산죽터널에서도 엷은
아침 안개가 흐르는 산등성이 잠들어 가는 갈색의 가지 위에서 고운 분홍 빛의 웃음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
녀석들이 있다.
파티는 모두 끝나 버렸는데 뒷정리 다 하고 마지막 배웅까지 해주던 후배처럼 사랑스런 넘이다.
“혹시 우리 구면이니?”
어쩌면 녀석들은 옛 친구를 만나는 반가움에 차가운 바람 길에서 그토록 오래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 고맙다. 넌 무서리와 거친 바람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구나!”
우린 녀석 들의 배웅을 받으며 씩씩하게 봉화산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봉화산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라북도 남원시와 장수군, 그리고 경상남도 함양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과거 봉화를 피워 올렸던 봉화터의 흔적이 남아있는 역사적인 산이다.
전국에 봉화산이란 이름이 제일 많다던데 허구헌 날 주변국에 쥐어 터지는 바람에 뻑하면 불을 올리고 파발을
띠웠으니 너무 많은 그 이름이 조금은 낯부끄러운데 이참에 확 바꿔버리는 어떨까?
“통일산” 이라고….
통일만 되면 향로봉에서 내처 다시 북으로 대간길을 이어 갈팅게…..
가야 할 길 멀리 금호남정맥이 분기되는 장안산과 백두대간 상에서 우뚝한 백운산이 아득히 바라다 보이고
뒤돌아 남쪽을 바라보면 아영면 고원지대 들판너머로 천왕봉에서 반야봉과 바래봉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연봉 마루금이 장쾌하게 파노라마 친다..
이제사 여기 다시 왔다.
봉화산의 철쭉과 억새를 보러 꼭 다시 온다 했는데 하얀 갈기가 훨훨 날아간 늦가을에 이렇게 왔다.
삶이란게 항상 그렇다.
꼭 다시 돌아보리라 했던 세상의 아름다움들은 어느 빛 바랜 사진첩에 먼지를 쌓아가고 공허한 약속은 그 순간을
잊지 위해 끄적거린 해묵은 노트에서 조용히 잊혀져 간다.
도심에 칩거한 채 주말을 보내지 않았어도 올해는 설악의 가을 속에도 들지 못했다.
가을도 짧고 인생이란 여행길도 너무 짧다.
돌아보아야 할 세상의 아름다움은 너무나도 많은데 내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는 일이란 게 또 좀 많은가?.
아들아 보아라 ! 은백의 구름 속에 섬처럼 떠 있는 봉우리들
우리가 처음 걸었던 지리산 연봉들이다.
좌측 구름 끝자락에 천왕봉이 있고 구름 속에 우뚝한 봉우리가 반야봉이다.
뚜렷이 보이는 저 산이 고남산이다.
너와 내가 저 길을 걸어왔다.
처음 두려움으로 시작했지만 벌써 저 아득한 길을 걸었고 이제 새로운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함께 걸어가는
그 길이다.
광대치 가는 길
봉화산 쉼터 까지는 가득한 억새능선 길이다.
알프스 고원을 걸어가는 듯 후덕한 산등성이를 산바람과 같이 넘나드는 그 길은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콧노래가
절로 난다.
멋진 풍경에 발길이 밀리고 또 내일의 추억을 위해 카메라의 눈으로 찰라의 순간을 갈무리하다 보니 오늘도
변함없이 꼴찌를 지킨다.
가을엔 원색의 단풍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하얀 갈기를 휘날리는 은백의 억새평원 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이 가을의 끝자락
꽃이 사라진 가을들판도 향기롭고 여름의 영광과 풍요로운 가을의 전설을 뒤로하고 조용히 침잠하는 황량한
억새 숲도 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것이다.
“카르페디엠 !” 현재를 즐겨라 ! 내일 삶이 그대를 다시 속일지라도….
억새와 관목의 능선은 멀리 백운산을 앞에 두고 유유히 굽이쳐 흐르고 바람은 소슬하다.
오늘은 한 마리 즐거운 종달새가 되어 비단 능선을 날아간다..
“허걱! 백두대간 위에 웬 차가…”
약 700미터 이어진 능선은 갑자기 산허리를 절단한 임도를 만난다.
방해 받지 않는 조용한 감상과 사색은 그곳에서 잠시 유보되었다.
임도 아래로 아영면 송리마을로 연결된다는데 아깝다.
산불 때문에 조성된 임도이긴 하겠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백두대간으로 들이대는 차 길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의 경계를 지나는 무명봉에 오른다.
이곳에서 연비지맥이 분기한다.
연비지맥은 동쪽으로 옥잠봉,연비산,오봉산,삼봉산,화장산을 지나 임천이 남강에 합류하는 함양군 유림면
장항리에서 맥을 다하는데 도상거리 38.2km이 이르는 작은 산줄기다.
지도상 945봉인데 정상에서 무명봉이란 낭만적인 표지판이 떡허니 서 있으니 무명봉은 이 곳에서 아얘 고유
명사가 되어 버린다.
등로는 다시 좌측으로 속금산과 우측으로는 첩첩의 산주름 사이 농지와 백천면 일대를 굽어보며 여유롭게 흘러
간다.
능선 끝 쉼터바위를 지나면서 등로는 가파르게 하강하고 몇 굽이 깊고 거칠게 뒤틀리다가 조망처바위를 만난다.
멀리서 나뭇가지 사이로 대원들이 휴식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다가가자 모두 휑하니 가버려서 후미에는 양반곰과
우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
허허실실인 듯 해도 모두가 대단한 내공의 준족들이다.
우리는 바위난간에 걸터앉아 잠시 다리쉼을 했다.
대간객 이외에는 찾을 이가 별로 없는 곳이지만 후련한 조망과 시원한 바람이 일품이라 쉽사리 발길이 떨어
지지 않는 멋진 곳이다.
얼마나 많은 대간객들이 이 바위에서 고단한 등짐을 내리고 잠시 휴식의 단맛을 즐겼을까?
명당의 기와 안식의 평화가 머무는 그 곳에서 우린 제대로 된 휴식을 즐기며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조금씩 부드러워 진 길은 더욱 푹신한 낙엽 길과 굴참나무 숲길로 이어지더니 홀연히 광대치(805m)가 나타난다.
광대치는 경남 함양 백전면과 전북 장수의 지지계곡을 이어주는 소박한 고갯길로 지금은 오가는 발길이 끊어진
듯 잡풀만 무성하다.
중치와 중고개재 가는 길
등로는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가딩님이 오름 길에서 많이 힘들어 한다.
트레킹 위주로 산행을 하다 보니 원거리 산행경험이 많지 않은 편인데다 오늘 컨디션 또한 좋지 않아 다른 대원
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중재에서 하산을 고려하고 있다.
오늘 전체적인 산행속도가 빠른 편이라 너무 조급해할 거 없이 천천히 가면 된다고 이야기 해 주었지만 사실 오늘
구간이 대간길 중에서도 만만치 않은 구간이라 지금 힘이 든다면 백운산 오름 길에서는 많이 고전할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만일 중간에 빠지게 된다면 모처럼 결심한 백두대간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니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점심때가 다 되었으니 적당한 데서 식사를 하면서 휴식하면 컨디션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산비탈이
많아 적당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
몇 굽이 산비탈을 오르고 약초재배단지 철조망을 지나자 월경산 갈림길 못 미처 능선에서 앞서간 산우들이 한무리
식사를 하고 있다.
12시가 훌쩍 넘어 배고픈 차에 잘되었다.
도깨비님의 콜라비에 솔개한테 장뇌삼주 까지 한잔을 얻어 먹고 산우들과 어울려 즐겁게 산상만찬을 즐겼다.
산우들과 식사를 하면서 한참을 기다려도 가딩님이 뒤따라 오지 않아 걱정했는데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 나타났다.
혼자서 식사를 마치고 오느라 늦었다는데 인사만 나누고 발길을 재촉한다.
다행스럽게 다시 원기를 회복한 모습이다.
월경산 오름길은, 온 언덕이 신갈나무 군락이다.
월경산은 달月, 거울鏡자를 쓴다.
달빛 풍경이 맑은 거울에 비친 그림 같은 산이란 의미일터 이름값을 하긴 할 텐데 대간길에서 조금 비켜 있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멀지는 않지만 일부러 다녀와야 하는데 오늘 완벽한 꼴찌가 쫓아가기 바쁜 판국에 여유를 부릴 상항이 아니라
인증샷 한 장 찍고 슬그머니 지나쳤다.
월경산에서도 별다를 조망을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고 애써 자위 하면서….
능선상 월경산 이정표에서 중치 까지는 1.9km로 35분 가량 걸리고 중치에서 중고개재 까지는 40분 가량 걸린다..
월경산에서 중치는 호젓하고 푹신한 낙엽길이다.
굴참나무 길 사각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가 좋다.
길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지 않은데 사방에서 날아드는 낙엽 마르는 향기가 지난 추억을 들추어 낸다.
소리와 향기가 불러 내는 상념들이 산이 그리는 풍경을 더 아름답게 채색해서 인지 그 길에서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
중치는 백두대간 소구간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는 곳이다.
예전에 함양군 백전면 중기마을로 하산했다하는데 요즘은 도로가 개설되어 10분만에 지지터널 방향으로 하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중치에서 중고개재 넘어가는 길에는 나뭇잎들이 아직 물든 채 많이 남아 있다.
군데 군데 낙엽송도 있고 졸참나무와 굴참나무, 신갈나무들이 섞여 있어서 아직 산색이 고왔다.
구태여 쉼터를 찾을 필요가 없다.
낙엽 위에 어디에도 앉아도 좋지만 중치에는 멋드러진 정자나무와 벤치가 있고 중고개재 가는 길에도 수북히
쌓인 낙엽 위에 한가로운 벤치가 졸고 있다.
중고개재는 장수군 장계에서 번암면으로 이어지는 지지계곡 도로가 뚫리면서 존재가치를 잃었다.
길목의 이정표는 아무런 거리표시도 하지 않은 채 쓸쓸히 세월에 낡아가고 있다.
백운산 가는 길
대간객들에게 악명 높은 오름길로 1시간 30여분 된비알을 올라야 한다.
바람에 훨훨 낙엽을 날려 버린 신갈나무와 굴참나무가 온 산을 뒤 덮고 있다.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오르는 길이라 소문이나 생각 만큼 혹독하지는 않다.
아들녀석은 힘이 드는지 중치부터는 작전을 바꾸어 뒤에서 멀찌감치 쳐져서 따라왔다.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면 전력질주하여 다시 따라붙고 하면서 인색한 휴식에 반기를 들고 저만의 휴식 시간을
만들고 있다.
중간에 꼴찌조 중에서도 우수한 편에 속하는 크로바님과 낯도깨비님 꼬리를 간신히 잡아서 능선에서 양반곰과
요주님과 함께 과일과 음식을 나누며 잠시 휴식을 즐겼다.
된비알 오름 길에 가딩님을 만났다.
중치에서 같이 하산할 일행도 없고 원기도 다소 회복된 상태라 내처 다시 길을 잡았다는데 오름 길 속도가 너무
떨어져 걱정스럽다.
우수한 꼴찌조들은 휴식한 후 바람처럼 날라가고 우리가 가장 후미인데 우리마저 가딩님을 추월하면 더욱 맥
빠지고 힘들 것 같아서 다소 불편한 길에서 등짐을 내렸다.
한참을 쉬고 헐레벌떡 쫓아 온 아들녀석에게 푹 쉬어 갈거라고 하니 그 경사진 비탈길에서 다시 배낭을 베고
눕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중치에서부터 머리가 많이 아팠다고 했다.
우리는 한참 동안 휴식하고 백운산 오름길을 다시 잡았다.
800미터 이정표를 지나고 산모퉁이를 돌자 한참 앞서 간 줄 알았던 가딩님이 무릎에 파스를 뿌리고 있다.
“아뿔사 ! “ 뒤따라 천천히 가려 했는데 갑작스런 조우로 일이 틀어졌다.
할 수 없이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천천히 오세요” 하는 말만 건네고 우리는 백운산 막바지 관문을 향해 미안한
발길을 옮겼다.
아무래도 오늘의 최후의 후미조는 백운산에서 기다려 줄 양반곰과 우리 그리고 가딩님까지 4명이 될 텐데 해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낮아지는 산속의 기온 때문에 추위에 떨면서 너무 오래 기다릴 A팀이 걱정스러웠다.
백운산
마지막 된비알을 올라쳐서 만난 백운산은 감동이었다.
“아 ! 가슴 따뜻한 풍경의 장관이라니…””
양반곰이 바람 길에 대한민국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누워 있고 수 많은 산우들은 내려가지 않고 함박웃음과
박수로 맞아 준다.
오늘 쉬엄쉬엄 올라 왔으니 산정에서 모두들 아주 오래 기다렸을 텐데 기꺼이 꼴찌들을 기다려 주고 같이 기념
사진을 찍어 주었다.
백두대간 길에는 자연이 만든 풍경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사람이 만드는 풍경도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
내가 그랬지?
세상의 감동들은 소란하고 속 뒤집히는 도시를 떠나 죄 산으로 도망 갔다고…..
아들아 너도 이제 산이 좋아질 것 같지 않느냐?
기억하렴
이 힘든 길의 고통과 그 힘든 길을 견디고 올라선 정상의 멋진 풍경
네 삶이 힘들 때 우리가 오름 길에 만들었던 늑대 울음의 표효와 정상에 불고 있었던
시원한 바람 그리고 쏟아지던 갈채를 꼭 기억하렴
천왕봉에서 흘러가는 지리산 주능선 파노라마
건너편 장안산이 장쾌한 능선
장안산과 백운산 사이의 지지 계곡과 백운산 너머 부전 계곡의 후련한 조망과 수려한 풍경
고원의 모든 아름다움이 응축된 백운산 조망은 백두대간 10경이다.
흰구름이 흘러가는 백운산은 눈 구름이 많은 산으로 낙동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다.
가딩님도 얼마되지 않아 도착했고 우리는 함께 즐거운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음식과 휴식을 다시 나눈 후에
천천히 하산의 길을 잡았다.
무령고개 하산 길
황금색 태양빛의 사선으로 빗끼는 오후 절벽 난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다 보는 부전 계곡 쪽
조망은 웅장하고 장쾌하다.
기골이 장대한 산릉은 갈지자로 굽이쳐 내리는 계곡을 따라 기운차게 흘러 가고 무성한 산죽은 위엄을 잃지
않은 채 부드럽게 굽이치는 산릉 위에서 아직 푸르름을 노래한다.
세상사는 이치가 다 그런 것이려니…
간밤에 무서리가 그리 내리고 소쩍새가 구슬피 운 것은 한 송이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함이고
오늘 바람에 날리는 쓸쓸한 낙엽은 빛나는 봄을 마주하기 위한 조용한 기다림 이듯이 우리가 백운산의
거친 길을 올라 온 것은 이 고원의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함이라 …
세상의 무수한 아름다움은 자연 속에 숨어 있고 그 아름다움을 찾아 길 떠나는 쓸쓸한 여행자의 뒷태도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무령고개에서 장수군 번암면 방향으로 내리뻗은 긴 계곡이 아름다운 지지계곡이다.
언제 된비알이 있었냐는 듯 등로는 완만하고 부드럽다.
가딩님은 두드러운 하산길에서 이제 완전히 원기를 회복하여 따라 잡을 수가 없다.
뒤늦게 석양빛 물드는 백운산 능선의 낭만에 발길이 밀린 우리 부자를 영취산 아래 안부에서 기다려 준
청산님과 양반곰 덕분에 단독 꼴찌를 면하고 우리는 선바위를 거쳐 저무는 무령고개로 그렇게 조용히 내려왔다.
고개 마루 까지 내려왔어도 해가 넘어간 계곡의 날씨는 싸늘했다.
멀리 까지 마중나와 주신 산삼해 고문님의 축하인사를 받으며 우리는 산우들이 기다리는 쉼터 주막에 도착했다.
선두에 섰던 활력소님이 2시간 전에 도착했으니 유유자적하고 여유로운 산길 유람에 나섰던 A팀 산우들은
얼마나 오래 기다렸을까?
을씨년스러운 찬 바람에 낙엽이 뒹굴고 스산한 황혼이 밀려드는 무령 고갯마루
미안한 마음에 기다린 시간조차 물어보지도 못하고 우린 그냥 따라주는 술잔과 자꾸 더 갖다가 부어주는 뜨거운
오뎅탕을 말없이 받아 먹기만 했다..
말은 못해도 늘 마음에는 한 가득 말의 응어리가 남는다.
”모두들 너무 고맙습니다. ‘
그래 산이 있어서, 산 친구가 있어서 늘 즐거운 산행길이고 아름다운 인생길이다.
뭐 다른 거 있겠나?
그래서 내가 산을 못 떠나고 귀연을 못 떠나는 거지
견딜 수 없는 중독이란 산 뿐만 아니라 그 따뜻한 사람 사는 정이기도 하다.
아들과 함께 부른 노래 아니 모두가 함께 부른 백두대간 노래
백두대간 실크로드 아름다운 5구간의 멋진 사랑노래였다.
봉화대 좌측 평평한 산릉 끝이 장안산 봉화대 우측 뾰족한 산이 백운산
봉화산 쉼터 가는 길 좌측 등로 풍경
봉화산 쉼터 가는 길 우측 길 풍경
봉화산 쉼터 가는 길 억새군락 풍경 - 멀리 중앙에 뾰족한 봉우리가 백운산
멀리 좌측 우뚝한 능선이 영취산에서 분기하는 금호남 정맥이고 좌측 끝단이 장안산
길의 끝에 오늘의 하이라이트 백운산이 보인다.
봉화산 쉼터
등로 좌측 속금산
무명봉에서 뒤돌아 본 봉화산 풍경
구름 속 천왕봉과 반야봉
광대치 가는 길 좌측 계곡 풍경
무명봉에서 광대치 가는 능선 길
광대치 가는 능선에서 우측 백천면 일대 조망
무명봉에서 흘러가는 연비지맥
바람 좋은 조망처 바위에서 내려다 본 백천면 일대 풍경
지나 온 능선 길
조망처 바위에서 내려다 본 백천면 일대
더 가까워진 백운산
가야할 능선 길
광대치 가는 길 좌측 풍경
굴참나무 능선 길
약초 재배 단지 철조망
월경산 못미쳐 점심식사 (약 30분)
중치 풍경
중치 쉼터 정자나무
중고개재 가는 산비탈의 산죽 군락
중고개재 가는 길 낙엽송 군락
백운산 오름길 신갈나무 숲
앞에 오르는 가딩님
멀리 보이던 금호남 정맥 - 좌측끝이 장안산
옛날 백운산 표석
뫼꿈이님 조망도 발췌
백운산에서 무령고개 가는 산죽 길
무령고개 하산길에 되돌아 본 백운산 능선길
하산길 우측 부전계곡 조망
영호남 정맥과 장안산
무령고개 하산 길 능선 - 앞에 영취산
무령고개 하산길에 되돌아 본 백운산 능선
멋진 이정표 "술이 기다리니 빨리 내려오라
서산에 떨러지는 해
산비탈을 휘어 돌고...
드디어 무령고개
무령고개 쉼터 산우들이 뜨거운 정성으로 끓인 오뎅탕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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