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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백두대간

아들과 부르는 노래 7 - 백두대간 제 9구간 (신풍령-삼봉산-초점산-대덕산-덕산재)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산 길에서 운동장에서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자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의욕과 열정이 넘치던 젊은 때에는 진정 자신이 좋아하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투덜대지만 막상 나이 들어 더 많은 여유와 자유가 주어지면 정작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먼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 만물의 생로병사의 이치를 깨우치는 것이다.

내일을 위해 저축만 하는 것은 싱싱한 야채를 오래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시들시들할 때 먹는 것이고

어쩌면 내가 못 먹을 수 있다는 걸 깨우 칠 만큼 조금씩 현명해지는 것이다..

花舞 十日이고 月滿則虧(달도 차면 기운다)란 진리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여전히 세상의 중심에는 내가

서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옴파로스 ! 나이가 들어도 내가 선 곳이 대지의 배꼽이고  세상의 중심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내가 세월의 파도에 밀려 먼바다로 떠밀리는 것은 세상의 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단지 나의 죽음 만이 세상을 멸망케하고 우주를 몰락 시킬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지금과 다른 세상과 다른 삶을 염원하던 나의 꿈은 쉽게 실현되지 않을 거란 것을 아는

것이다.

하지만 그 꿈이 세상의 벽을 뛰어 넘지 못할 때 조차 내 삶은 너무 소중한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을 바꾸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오늘 내게 일어난 불행과 머리를 쥐어 뜯는 아픔은 머지않아 시간이 그리고 세월이 걷어가리라는 것 그리고

어느 폭풍우와 비바람도 몇 일 계속되지 않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질주하는 욕망의 전차에 올라 그렇게 쫓았던 오색 찬란한 무지개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희미해지고 그렇게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어느 해거름 처마 끝에서 만날 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한 장 세잎클로버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다.

단 한 장의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짓밟아버린 무수한 세잎클로버로 더 아름다워야 할 인생이 낭비 되었음

깨닫는 것이고 작고 사소한 것들 더 가까이에 있는 것들에게 그 동안 감추었던 미소를 보이는 것이다.

 

더 자주 말하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나에게 ,친구에게, 가족에게 ,자연에게 그리고 남아 있는 시간에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 멋진 인생의 열쇠를 손에 쥐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희노애락이 작은 가슴속에 들어 있음을 알아 채는 것이다.

내가 즐겁고 내 마음이 춤을 추어야 세상이 춤을 춘다는 것을 알고 내가 먼저 세상과 화해하는 것이다

예전 보다 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여전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는 것이다.

 

 

 

무지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 치는 신풍령 출발

 

 

 

산 행 일 :  2014 1214일 일

산 행 지 :  백두대간 9구간

    :  신풍령 삼봉산-소사고개 초점산 대덕산 덕산재

    :  바람불고 춥다.

    :  15km

소요시간 : 7시간 40(식사 약 50)

    : 귀연산우회 대간꾼들 45 

 

         

 

시간

경유지

비 고

09:07

산풍령출발

 

09:45

봉산리 갈림길

삼봉산 2.6km , 봉산리 1.9km

10:13

호절골재

 

10:27

금봉암 갈림길

삼봉산 0.6km, 금봉암0.7km, 빼재3.6km

10:53

삼봉산(1254m)

 

11:35

마지막 봉우리

 

12:20

소사고개

 

13:07

식사 후 소사고개 초점산들머리

(식사시간 약 50)

14:28

국망봉 갈림길

초점산400m, 국사봉 7.2km, 소사고개 2.8km

14:42

초점산(삼도봉 1249m)

15분 휴식

15:40

대덕산(1290m) 

r 10분 휴식

16:11

얼음골 약수터

 

17:00

덕산재

 

 

 

 

 

눈이 많이 내렸지만 경방기간 산불통제는 풀리지 않았다.

덕유의 신나는 눈밭에 대한 기대는 아쉬움의 한숨에 그렇게 날려 갔다.

우린 7번 재 출정에 덕유산권을 건너 뛰고 신풍령에서 덕산재 까지 9구간을 먼저 진행한다.

 

신풍령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다.

초입부터 산객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발목 까지 빠지는 눈밭과 승냥이 울음을 내는 바람소리

산객들은 스패치에 아이젠을 차고 두건과 방한모까지 까지 깊게 눌러 쓴  중무장한 모습으로 묵묵히

산 길을 걷는다.

흰 눈 한 덩이 메마른 낙엽 한 장 허락하지 않는 황량한 겨울 숲

자연 속의 물상들은 모두 속내를 내보이며 저렇게 가벼워졌는데 우린 이 겨울에 몸도 마음도 다시

무거워 진다.

 

오늘 구간은 지난 백운산 때처럼  일대에 걸출한 삼봉산과 삼도봉간의 가파른 고도차를 극복해야 한다.

등로는 신풍령에서 수정봉을 넘고 능선을 따라 봉산 삼거리를 지나 삼봉산 오른다.

빼재에서 삼봉산 정상 까지는 4.5km로 약 1시간 30분 걸린다.

삼봉산에서 등로는 능선을 따라 세개의 암봉을 휘돌고 능선 위에서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며 바닥까지

떨어져서 예전 노치마을 가던 때처럼 평지 같은 길을 가로 질러 소사재에 이른다.

1089번 지방도가 지나는 소사고개를 따라 잠시 걷다 보면  소사 마을이 서고 등로는 마을 어귀에서

등로는 빤히 올려다 보이는 삼도봉을 향해 가파르게 올라간다..

삼도봉 찍고 백두대간은 부드러운 유선형의 능선을 따라 한참을 내려섰다가 40대 여성의 둔부처럼 후덕한

3개의 대덕산 봉우리를 아우르고 가파르게 덕산재로 떨어져서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오늘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삼봉의 화폭에 자연이 그린 멋진 겨울 풍경화와 장쾌한 설경 그리고 세상에서

모난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고 둥글게 만들어 주는 삼도봉과 대덕산에 이르는 부드러운 고산 능선의 미학  

 

삼봉산 가는 길

수정봉을 넘어 신나게 눈밭을 달려 내리는 길에 멀리 삼봉산이 바라다 보인다.

머리에 하얀 흰 모자를 덮어 쓰고 있다.

봉산삼거리에서 삼봉산 까지는 2.6km로 가는 길에 호절골재를 거쳐 금봉암갈림길을 지나는데.그 갈림길

에서 5-6분여 급경사를 걸어 내리면 금봉암으로 내려 갈 수가 있다..

 

<호절골재>

경남 고제면 봉산리에서 전북 무주군 무풍면 삼거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막힌 계곡의 안쪽이 매우 넓다는

뜻의 절곡호(絶谷浩)에서 유래한 고개라 한다..

삼봉산 우측으로 뻗은 암봉은 석불바위, 장군바위 칼바위가 있고, 석불바위샘, 칼바위샘, 용바위 샘이 있는데

그중 용바위샘 은 동굴 안에서 다량의 천연 샘물이 솟아나오는데 예부터 위장병에 효험이 있는 약수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금봉암>

1,200년 전에 세워진 고찰이지만 수해로 없어졌다가 1905년 거창군 주상면에 살던 합천 해인사 신도인 청송

심씨 부인이 암자 터를 잡기 위해 삼봉산을 탐색하던 중 현재 위치로 터를 잡아 절을 짓기로 결심한다.

거의 단식기도를 하던 중 백일기도를 끝내고 마을로 내려가려는데 찬란한 아침 태양이 삼봉산 봉우리 위에

비쳐지는 그 순간 이름 모를 금빛 새 한 마리가 날아와 기도소에 앉았다가 다시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내려

오기를 세 번이나 반복하는 것을 보고 암자를 세우면서 금빛 새라하여 금봉암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가는 길 나무 둥치며 덤불에 엉켜붙은 눈덩이들은 엊그제 대단했던 눈보라를 일러주는데 파란 하늘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바람은 세차도 하늘은 티없이 맑고 푸르다.

삼봉산을 오르는데 화사한 흰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오르고 외마디 비명이 쏟아진다.

 

아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거긴 눈의 고장 이었다.

밤이 밑바닥이 하얘졌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 설국의 글귀가 생각났다.

 

흰 눈꽃들은 마치 우리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일제히 피어나기 라도 하는 듯 꽃들은 더 많아지고 화려해졌다.

점입가경.  덕유 산신령님은 그래서 오늘 우리를 이쪽으로 보내셨나 보다.

산행의 힘겨움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훨훨 날아 갔다.

 

이녀석아 너 이렇게 멋진 눈꽃을 본적이 있느냐? “

처음이에요

나의 환호와 기쁨이 전염이라도 되는 듯 상기되고 들뜬 목소리로 녀석이 대답한다.

복터진 녀석

 

늘 바쁘다는 핑계를 입에 달고 살면서 한웅큼 여유조차 불안해 하는 조갑증세의 도시인들

우리 혈관에 흐르는 원시의 야성은 회색도시에서 거세되고 길들여져 양지바른 창가에서 병든 닭처럼

졸고 있다.

정말 뭐가 그리 바쁜데?”

 

무릉도원은 있다. 그리고 파랑새는 있다.

세상이 세뇌하는 가치에 현혹된 우리가 애써 찾으려 하지 않는 것일 뿐….

 

겨울이 오면 헐벗은 나목처럼 모든 걸 내리고 스스로 가벼워질 수 있는 자

기꺼이 새벽의 들창을 열고 용가리처럼 흰연기를 내뿜으며 차가운 어둠 속으로 떠날 수 있는 자

신께서 허락하신 어느 날 홀연히 무릉도원을 거닐며 도시에서 잃어버린 감동을 만날 것이다.

 

삼봉산

삼봉산(1284m)은 거창군 고제면 봉계리에 정상을 둔 거창의 진산(鎭山)으로 산봉우리가 세 개이며 그

중심산은 흡사 동구밖 돌무지를 닮았고 멀리서 바라본 전체 산의 형상은 연꽃 모양으로 보인다.

흰 눈이 가득한 덕유 삼도봉 정상에서 일행들과 만나 기념촬영을 했다.

우린 마법의 성문을 지나 그렇게 요정과 신선이 사는 동화의 나라로 들어섰다.

 

 

<삼봉산(三峰山 1254m)>

거창의 진산. 소금강이라 불림. 칼바위, 부부바위, 챙이 바위 등이 어우러진 능선 길이 칸날 같이 솟아 있고,

주릉을 이루는 중심은 동쪽은 절벽, 서쪽은 부드러운 육산을 이룬다.

이어지는 두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산으로 금강산 일만이천봉우리 가운데 어느 한 봉우리를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빼어난 경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소금강이라 부를 정도라고 한다.

불심(佛心), 무심(無心), 산심(産心)을 갖춘 산으로 무학 대사가 계룡산처럼 금계포란형으로 산세가 좋다고 했다.

 

 

초점산(삼도봉) 가는 길

온통 흰 눈 천지 산비탈과 능선 길을 번갈아 걷는다.

덕유산 설국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대단한 눈 밭이다.

햇빛은 화창해도 매섭고 차가운 날씨라 상고대와 눈꽃이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

시야가 확보되는 봉우리 마다 올라가며 겨울 산의 멋진 낭만에 젖는다.

차가운 바람과 눈 닿는 먼 곳 까지 흰 눈 가득한 은세계가 펼쳐졌다.

거긴 동화와 잃어버린 동심의 나라다..

눈밭을 뒹구는 똥강아지처럼 연신 탄성을 올리며 아이처럼 즐거웠다.

어디에 앵글을 맞추어야 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거긴 자연과 신들의 작품 전람회였고 우리 말고 그곳에 초대 받은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대자연의 마법이다.

불혹과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아이들보다 더 기뻐 날뛰게 만드는 것은….

 

오늘은 단 하루 , 아니 단 한 시간의 평범한 여행으로  선물처럼 만난 어느 특별하고도 비범한 날의 아침

이었다.

장가방이 그랬다.

생의 가을녘에 들어선 내게 아직도 삶에서 경이로운 것은 그토록 많았던 슬픈 저녁들은 잊혀지지만 어느

행복했던 아침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인생은 바람처럼 지나간다.

내가 지나갈 인생 길에 남길 것은 하나도 없지만 굳이 남기고 싶다면 정말 대자연과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나의 사랑과 하루 하루 행복했던 느낌과 이 아름다운 추억들을 남기고 싶다.

 

소사고개 내림 길

아찔한 고도 감을 느끼며 쏟아질 듯 가파르게 수직낙하 하는 등로를 따라 소사고개에 내려섰다.

우리는 신들의 세상에서 노닐다가 마법의 문을 지나 다시 사람들이 세상으로 돌아왔다.

바람을 막아주는 곳에서 점심을 먹는 앞서간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소사마을을 지난 도로변에서 기다리는

이동베이스 캠프로 가서 식사를 했다.

<소사고개(少沙峴 670m) >

전북 무주군과 경남 거창군을 잇는 고개. 작은 모래가 날린다는 뜻. 마을 입구에 바람도 머물고 싶은 곳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소사고개는 도마치(都馬峙)라고도 하는데 영호남을 넘나들던 행인들이 말을 타고 질풍같이 달리던 고개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소사마을에서 무주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인 도계(道界) 마을이 있다. 마을에

‘탑선슈퍼’가 있는데 산꾼들의 길을 안내하는 곳이며, 간이 휴게소 겸 숙소이다.

 

 

초점산(삼도봉) 가는 길

길은 백운산 오름길처럼 완만하게 올라가다가 점차 고도를 올린다.

삼도봉과 국사봉 갈림길이 선다.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선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정상에서 전라북도와 만나기에 삼도봉이라 이름

붙여졌다.

길은 깔딱고개처럼  일어서 앉아 있고 아들 녀석의 걸음은 조금씩 느려 졌다.

 

초점산(삼도봉)

양반곰과 함께 올랐고 뒤이어 가딩님과 로그인이 올라왔다.

정상에서 동쪽 방향 족으로 멀리 가야산과 무수한 능선이 흘러가고 멋진 산세상이 방사선으로 파노라마 친다.

좌측 아래로 경상북도 김천시가 내려다 보이고 그 우측으로 경상남도 거창군이 눈에 들어온다. .

가야지맥은 이곳에서 분기하여 경북과 경남을 가르며 동쪽으로 흘러 간다.

힘이 빠졌는지 아들녀석은 눈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우린 멋진 조망을 감상하면서 그 산에서 제법 오래 휴식했다.

 

<초점산(草岾山 1249m)>:

억새가 뒤덮여 있는 봉우리라 하여 붙여진 이름. 이곳을 삼도봉이라 부른다.

전부 무주군, 경남 거창군, 경북 김천시가 삼각형 꼭짓점처럼 만나 도계를 이룬다.

거창에서는 거창 삼도봉, 김천에서는 대덕삼도봉이라 부르기도 하며, 지리산 삼도봉은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

그리고 경남 하동의 도계이기도 하다.

다음 구간 삼도봉은 충북 영동과 전북 무주 그리고 경북 김천시의 도계이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 쪽으로 후덕한 세 개의 봉우리가 조망된다.

옛 느낌 그대로 남아 있는 넉넉한 그 산

왈칵 반가움이 인다.

반갑다 대덕산아 다시 너를 보는 구나.

 

대덕산

세상에 달관한 여유롭고 넉넉한 풍채

여인의 후덕한 둔부처럼 부드럽고 에로틱한 곡선미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산에 오른다.

가히 덕유산과 견줄 수 있는 큰 산의 넉넉한 풍모를 지니고 있다.

다락산(多樂)이란 옛 이름처럼 바라보는 것만으로  즐겁고 여유로워 지는 산이다.

대덕산에서 바라다 보이는 무주군 무풍면은 속리산 청화산 자락에 위치한 연풍과 경북 소백산 자락 풍기와

더불어 살기좋은 3풍 가운데 하나로 십승지에 해당한다.

복지의 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축복이 내린 땅이라 하여 국난이나 천재지변이 생길 때 마다이주해 온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 한다

그래서 일까 아님 젊은 날 헤어졌던 여인과 다시 만난 반가운 해후의 따듯함 때문일까?

흡사 제주의 오름 같은 삼도봉에서 대덕산에 오르는 길과 그리고 대덕산 정상에서 들뜬 마음이 차분하고

고요해 졌다.

산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오늘 여정이 다소 힘에 부쳐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들 녀석은 그 추운

봉우리 한 켠에 앉아 꾸벅 꾸벅 졸기 까지 했다.

우린 대덕산의 예사롭지 않은 정기를 가슴으로 느끼면서  덕산재를 향해 내려섰다.

 

<대덕산(1290m)>

역사적으로 은신처이자 구원의 땅으로 불린다. 산을 삶터로 사는 사람들에게 의식주를 해경해 주는 산

이었다고 한다.

전북 무주군, 경남 거창군, 경북 김천시 등에 걸쳐 있는 영산이다.

백두대간 등줄기에서 등끝 부분에 우뚝 솟아 있으면서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고 웅장하며 부드럽다.

삼도봉과 수도산, 덕유산, 삼봉산을 보는 조망이 압권이다.

옛 이름은 다락산(多樂山), 다악산(多惡山)으로 불렸으며 선조 31(1598) 정유재란 때 전라병사 이광악이

왜적을 물리쳤고, 영조 4(1728) 이인좌 난 때는 이 고장 의병들이 반란군을 물리쳤는데 고장을 지켜주는

명산으로 웅장한 산세에 비해 계곡이 협소해 중요한 요새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덕산은 투구봉이라고도 불리는데 옛날 도인이 이 산에서 백일기도 후에 공덕을 쌓고 도를 통했다하여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풍수지리에 의하면 운장포호두(橒莊包虎頭) 형상으로 구름 속에 호랑이 머리가 감춰져 있다는 전설 때문인데

이 고장에서 대덕산의 정기를 받아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덕산재 가는 길

삼봉산처럼 화려한 눈밭은 사라졌지만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길은 갈짓자로 급경사를 이루며 산허리를 돌아 내리다가 덕산재를 향해 길게 드러눕는다.

가는 길에 얼음골 약수터에서 목을 축였다.

대덕산의 눈물이 만들어낸 가슴 시린 차가움이 전율처럼 온몸을 타고 흐르며 조금씩 무거워지는 발길에

다시 기운을 불어 넣었다.

석양이 기울면서 조금씩 스산해지는 덕산재의 풍경을 따라 우리의 발길도 빨라졌고 먼 여정의 끝에서

어둠이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린 그렇게 늑대 울음과 함께 덕산재로 내려섰다.

친구들의 반가운 웃음과 김치찌개의 맛있는 냄새가 날리는 덕산재

우리는 그날의 멋진 승리를 자축하며 거대한 덕산재 표석에 앉아 파이팅을 외쳤던 것이다.

 

<덕산재(德山峙 644m)>

경북 김천시 대덕면에서 전부 무주군 무풍면을 잇는 고개. 30번 국도가 지나가는데 삼도봉 터널이 있어

통행량이 적다.

대덕산 아래 덕산 마을에서 따온 지명이며, 일제강점기에는 주치령(走峙嶺)으로 표기되어 있다.

예전에는 덕산재를 주치령 또는 주티령으로 불렀는데 고개에 산적이 자주 출몰하였기 때문이며, 산적이

나타나면 아랫마을로 빨리 달려와야 살 수 있다고 하여 달릴 주()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백두대간덕산재라는 큰 표지석이 있다.

 

 

아들아 오늘 하루 정말 멋지지 않았느냐?

오늘은 백두대간을 시작한 것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

어릴적 네가 읽었던 동화 속의 나라

몽롱한 꿈 속의 세상을 거닐어 보지 않았느냐.

칼바람 소리 가득한 고독한 설산에 올라 가슴이 뜨거워 지는 것을 느끼지 않았느냐?

 

네가 오늘 만난 풍경은 겨울 산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풍경이 아니다.

넌 오늘 자연이 만든 최고의 걸작 중의 하나를 만났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네가 찾아낸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아름다운 풍경

떠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고 꿈꾸는 자만이 만날 수 있는 행운이다.

어둠의 들창을 열고 승냥이 울음을 내는 칼바람을 맞으며 고산 설능을 올랐기에 만날 수 있었던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오늘 가장 중요한 대자연의 교훈은 바로 그것이다.

이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떠나야 하는 것처럼 네가 앞으로 무언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한다.

열심히 길을 가다 보면 언젠가 멋진 풍경이 이렇게 네게 말을 걸고 네 마음을 흔드는 것처럼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그 기회란 놈이 네 앞에서 웃음을 흘리고 앞머리를 흩날릴 것이다.

넌 아느냐 기회란 놈은 늘 앞머리에 숱이 많지만 뒷머리에는 숱이 없다는 걸

지금 떠나지 않고 지금 준비하지 않는 자는 늘 번쩍이는 기회의 뒤통수만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가슴을 흔드는 풍경은 수 많은 아침을 깨우고 나서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먼저 내려온 동료들은 추운 날에도 아랑곳 않고 낡은 페가에서 정말 맛 있는 김치찌개를 끓여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가는 덕산재의 모퉁이에  돼지 쫄따기 김치찌개 냄새가 등천한다. 

수 많은 친구들이 먹을 동안 오랫동안 끓은 찌게의 깊은 국물 맛에 마지막에 더 넣은 김치와 돼지고기의 맛이

더해지고 거기에 산 친구들이 정이 듬뿍 담겨 있으니 그 맛을 어느 산해진미에 비할 수 있으랴?

겨울의 초입에서 멋진 동화나라의 풍경을 만나고 거친 길의 시장함 후에 걸인의 입맛으로 황제의 성찬에 초대

되어 친구들과 아들과 한 잔의 술을 나눈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에 가장 맛있는 식사 그리고 좋은 산 친구들

살아감이 이만하면 되지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이렇게 늙어 간다면 굳이 늙는 걸 한탄할 일이 무에 있으랴?

 

아름다운 동화나라의 여운과 한잔 술이 취기가 마치 꿈길에서 막 내려선 듯 몽롱하게 하고 봄인양 마음을

들뜨게 한다.

여전히 구름을 타고 둥둥 떠가는 오늘은 내가 신선이다.

덕산재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난 산우들이 따라 준 한잔 술과 사람 사는 정에 취해서 알딸딸한

채 여기가 속리인가 속세인가 당최 헷갈려하며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초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적설

 

 

봉산리 갈림길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설산의 웅자 - 삼봉산 가는 길

 

 

 

 

 

흰 눈꽃이 피어 있는 삼봉산 봉우리

 

 

호절골재에서 바라본 삼봉산 우측 석불바위 지대가 - 장군바위와 칼바위 아래 용바위 샘이 있다.

 

 

 

 

 

 

 

 

 

 

 

 

 

 

 

 

 

 

 

 

 

 

금봉암 갈림길

 

 

 

 

 

 

 

 

 

 

 

 

 

 

 

 

 

 

 

 

 

 

 

 

 

 

 

 

 

 

 

 

 

 

 

 

 

 

 

 

 

 

 

 

 

 

 

삼봉산 두번 째 봉우리 에서 바라 본 지나온 삼봉산 봉우리

 

 

 

 

 

 

지나 온 삼봉산 봉우리

 

 

삼봉산 능선 좌측 길 풍경

 

 

 

 

 

 

 

 

 

 

 

 

 

 

 

 

 

 

 

 

 

 

 

 

 

 

 

 

 

 

 

 

삼봉산 마지막 봉우리에서 바라 본 지나 온 능선길

 

 

마지막 봉우리에서 바라 본 초점산(삼도봉)과 대덕산

 

 

 

삼봉산 마지막 봉우리에서 계속 이어지는 능선 길 - 백두대간이 아님 

 

 

삼도봉 마지막 봉우리에서 바라 본 북쪽 풍경

 

 

 

 

 

 

소사고개로 내려가는 가파른 비탈 길

 

 

 

 

거의 바닥까지 내려와 되돌아 본 삼봉산 풍경

 

 

소사고개 가는 길 - 초점산과 삼봉산

 

 

 

 

 

 

소사고개

 

 

 

 

소사고개에서 삼도봉 들머리

 

 

 

 

 

 

 

 

 

 

 

 

 

 

 

 

삼도봉 오름길에 보이는 대덕산

 

 

 

 

 

 

삼도봉 오름길에 되돌아 본 삼봉산 

 

 

 

삼도봉에서 가는 길 국사봉 갈림길에서 드러누은 알티엔

 

 

 

 

 

 

 

 

호흡조절 중인 알티엔

 

 

 

 

 

 

 

 

 

멀리 가야산 배경으로 한 컷

 

 

 

삼도봉 조망 -우측

 

 

삼도봉 내림길에 바라 본 대덕산

 

 

육감적인 대덕산 세 봉우리

 

 

 

 

내려 온 삼도봉 능선 길

 

 

 

 

 

 

 

 

대덕산 2봉우리를 향하여

 

 

 

되돌아 본 지나온 길 풍경     

 

 

 

 

 

 

 

 

 

 

 

 

 

 

 

 

 

 

 

 

 

 

 

 

드디어 대덕산    

 

 

대덕산에서 졸고 있는  알티엔      

 

 

 

 

 

 

 

 

 

 

 

 

내려 가는 길  얼음골 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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