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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백두대간

아들과 부르는 노래 9 - 백두대간8구간(안성매표소-동엽령-백암봉-횡경재-못봉-대봉-빼재)

 

 

 

 

새해가 밝았다.

첫 날 직원들과 연천봉에 올랐다.

고사를 올리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2015년 가는 길을 보살펴 주소서

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지켜주시고 가득한 즐거움 속에 살수 있도록 하소서

주위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남게 하소서

저와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한 청양의 해 되게 하소서

 

다시 미지의 한 해가 다가 온다.

나이테 하나 더 긋고 바라보는 새해의 태양은 더 붉고 장엄했다..

처음 살아보는 새 날들, 가장 젊은 나의 날들이 다시 오늘이란 이름으로 다가 온다.

다시 소중한 한 해가 주어졌는데 내년에는 지는 한 해가 아쉽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 보자

 

흘러간 강물에 발을 담글 수 없다

지난 여름 시원한 알탕으로 내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 주었던 대한민국 명산 계곡수는 먼 바다 어디에서

떠돌고 있겠다.

내 인생의 무수한 날들은 강물처럼 흐르고 나는 오늘과 미답의 내일만을 남겨두었다.

어제의 모든 것  지난해 내가 쓴 수 많은 이야기와 내가 그렸던 무수한 그림 중에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한 것들

만 남기고 모두  세월의 강물에 띄워 보낸다.

아쉬움과 미련과 아직 피둥피둥한 욕심 그리고 후회와 아픔까지도….

이제 지난해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모아 추억이란 상자에 보관하고 나는 또 한 장의 흰 도화지와 크레파스를

꺼낸다.

나는 올해라는 깨끗한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

재미난 그림을 그릴까?  멋있는 그림을 그릴까?

남들 보기에 멋진 그림을 그릴까?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까?

 

이제 내 인생의 가을

내 인생의 봄날에는 물론 그렇게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

신록보다 물드는 단풍이 더 아름답고 아침 여명 보다 떨어지는 태양이 더 아름다운 거라고

풋풋하고 싱싱한 꽃들도 아름답지만 고목에 핀 치자 꽃은 더 멀리 향기를 뿌린다고….

능가사 동백아래 누워 있던 붉은 동백 꽃이 아름다웠다.

지는 꽃이 어찌 핀 꽃 만큼 아름답겠냐 만은

꽃잎이 떨어지면서도 향기를 날리는 아름답게 지는 꽃이고 싶다.

이름조차 기억하기 힘든 소박한 풀 꽃이어도 좋다.

지나는 이 눈길 주지 않아도

혼자 조용히 피었다가

바람결에 혼자 배시시 웃기도 하고

제 흥에 겨워 멀러 멀리 까지 고운 향기 날리다

조용히 꽃 잎을 떨구는 그런 풀꽃 이고 싶다.

 

새벽바람이 차도  단풍색 곱고 하늘 드높은 아직은 내인생의 맑은 가을이다.

 

 

 

 

 

 

 

 

 

산 행 일 :  2015 111일 일

산 행 지 :  아들과부르는 노래 9- 백두대간 8구간

    :  안성탐방지원센터-동엽령-백암봉(송계삼거리)-귀봉-횡경재-못봉-월음령-대봉-갈미봉-

빼봉-수봉(빼재-신풍령)

    :  처음출발 때 눈발 능선에서는 춥고 바람 많이 불다.

   못봉에서 해가 나다가 3 30분 갈미봉을 지나면서 춥고 바람이 거세짐     :  17.7km

소요시간 : 8시간 15(식사 약 15)

    : 귀연산우회 대간꾼들 45 

 

         

 

시간 경유지 비 고
08:38 안성탐방지원센터 출발  
09:10 이정표 동엽령 2km 전방
10:07 동엽령  
11:18 백암봉(송계삼거리) 횡경재 3.2km, 송계사6.2 km ,동엽령2.2km
11:51 귀봉 횡경재 1.7km
12:00~ 중식 15
12:51 횡경재 신풍령7.8km, 송계사3.0km, 백암봉 3.2km
13:36 못봉(1342m) 신풍령6.1km, 횡경재1.7km, 송계삼거리 4.9km
14:52 대봉 신풍령3.6km, 횡경재4.2km, 송계삼거리 7.4km
15:30 갈미봉  
16:22 빼봉 신풍령1.0km, 횡경재6.8km, 송게삼거리11.0km
16:53 수령(빼재,신풍령)  

 

 

새해 들어 첫 백두대간 출정이다.

오늘 백두대간 구간은 안성 탐방지원센터에서 칠연계곡을 따라 동엽령에 올라서 시작한다.

백두대간은 동엽령에서 2.2km 능선을 따라 북진하다가 백암봉(송계삼거리)에서 우측으로 휘어져

무당 신춤 추 듯 널뛰며 수령(빼재,신풍령)으로 흘러간다.

백암봉에서 몇 개의 무명봉과  귀봉을 넘어 송계사 갈림길 횡경재로 떨어졌다가 등로는 다시 못봉으로 숨가쁘게

솟구쳐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더 크고 가파른 낙차 폭을 보이며 월음령으로 한없이 추락한다.

그리고 숨돌릴 틈도 없이 다시 한 걸음 더 큰 보폭으로 대봉으로 올라서며 대간객들의 기초 체력을 점검한다.

일대에 우뚝한 대봉에서는 현저히 지세가 자즈러지는데 갈미봉을 넘어서도 빼봉과 무명봉에서 한바탕 한풀이

춤을 추고 나서야 수령(빼재, 신풍령)으로 내려서서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 한다.

 

오늘 백두대간 8구간의 하이라이트는 동엽령과 백암봉에 이르는 덕유주릉의  환상 설경과 백암봉에서 신풍령으로

흘러가는 다이나믹하고 낙차큰 능선 그리고 못봉과 대봉의 멋진 조망이다.

 

 

동엽령 가는 길

눈발이 날리며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데 기념촬영을 하고 떠난다.

산이 뭐길래 ..  백두대간이 뭐길래

모든 물상이 흰 눈 아래서 겨울잠에 빠져 있고 깨어 있는 건 우리밖에 없다.

골짜기에는 차가운 냉기가 흐르고 있지만 바람은 점점 산의 가슴으로 다가가는 우리를 따라 오지 못하는 사이

몸에서 솟구친 열기가 계곡의 차가운 냉기를 제압해 버렸다.

뒤늦게 버스에서 무언가를 가져오는 통에 출발이 늦어진 아들 녀석을 보니 얼어 죽을 까봐 자켓안에 오리털파카

까지 끼어 입은 채 걷고 있다.

  티 속에 등산 내의 까지 입었잖아?”하고 녀석이 대답한다.

오마이 갓!

눈발이 날리는 계곡 옆길에서 뒤늦게 오리털 파카를 벗는 아들 그리고 기다리는 나

그래서 우린 오늘도 시작부터 꼴찌다.

날이 추우면 카메라 셔터도 눌러지지 않아서 나보다 카메라가 감기 들세라 원색의 카메라 집까지  목에 걸고

뒤뚱거리다 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시작부터 너무 뒤 쳐지는 것 같아 속도를 좀 올릴 생각으로 난 자켓 까지

벗어 버리기로 했다.

초장부터 일행과 너무 떨어질까 봐 곧 뒤 쫓아 갈 요량으로 아들한테는 먼저 가라고 하고 자켓을 벗었다.

초반에 아직 몸이 적응하지 못해서 인지 자켓을 벗고 올라도 마음 같이 속도가 붙지 않는다..

누가 그러는 것처럼 나이는 못 속이는 건가?”

날씨가 잔뜩흐려지면서 산 안개 까지 흐르는데 혹시 이녀석이 일행들과 떨어져서 동엽령에서 삿갓봉 방향으로

잘 못가거나 칼바람부는 능선에서 떨고 있을 까봐 동엽령 아래에서 따라 잡으려 했는데 결국 실패하고 동엽령

위에서 간신히 만났다.

아이고 헥헥 !  무릉객살려 !”

 

사위가 트인 능선에서 부는 바람은 대단했다.

눈바람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고 채양이 있는 모자는 혹여 날라 갈세라  한가닥 끈으로 내 목을 부여잡고 태극기

처럼 펄럭 인다.

서둘러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털모자를 바꾸어 쓰고 자켓을 꺼내 입었다.

 

백암봉 가는 길

파란 하늘이 아쉽긴 하지만 예상 이상으로 덕유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음메 기죽어 !”

마치 나 화났으니 성질 돋구지 말라는 듯 근엄한 표정으로 잔뜩 찌푸린 채 돌아 앉으신 덕유 신령님의 서슬 푸른 진노

신령님 통촉하여 주옵소서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

고개를 푹 숙이고 주눅이 들어 잔뜩 웅크린 채 죄인처럼 휘몰아 치는 눈바람 속을 설설 기는 수 밖에

하지만 속으로는  생각보다 훨씬 멋진 눈밭과 모처럼 겨울다운 동장군의 강한 포스에 흥분과 기대가 작렬이다.

신령님이 호통을 치는 중에도 딴짓하기 바쁜 무릉객

가방에서 사진기 꺼내서 사직 찍으랴

다시 얼까 봐 가방에 집어 넣으랴

혹여 수증기라도 찰세라 렌즈 닦으랴

근데 신령님의 진노와 호통 하나하나가 다 작품이 되어 버리니 워쩐데유?

 

넣었다 뺐다 정말 너무 바쁜 건 좋은데 애꿎은 손가락과 아들녀석은 무슨 잘못이냐구?

바람 길에서 자행(?)되는 잦은 반복 작업을 기다리느라 자꾸 가는 길 멈추며 기다려야 하는 아들은 덩달아 신령님

헌테 심하게 혼이 났다.

별 수 있나 다 임자 잘못 만나고  아비 잘 못 만난 탓이지 뭐.

근데 신령님 화나신 그 모습이 더 멋져요 !.”

 

아이고 새벽 5시에 밥 먹고 나서서 너무 설쳤더니 눈치 없는 위장이 허기를 못 참고 눈길에서 날뛰기 시작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말처럼 그 녀석이 날뛰면 말릴 재간이 없어서 망연자실 하던 차에 바람의 형세를 보니 순전히

북쪽에서 불어 오렸다.

우린 적당한 곳에서 능선을 넘어 남쪽 눈밭으로 넘어가니 거긴 그래도 바람 없는 따뜻한 남쪽나라라 우린 그 눈밭에

묻혀서 꿀 호떡을 네 개씩 먹고 초코렛 에너지 바도 두 개씩 먹었다.

그러면서 우린 점점 더 후미로 밀려 났다.

 

백암봉

덕유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쳐야 하는데 모두 눈 속으로 사라지고 우군이 없다.

산신령님은 빨리 안 가고 해찰 한다고 소리소리 지르시고 바닥의 눈을 들어 올려 바람몽둥이로 얼굴을 두드려 패는데…..

근데 신나게 얻어맞고 나서 오히려 속이 후련해지는 이건 뭐지?

신령님! 바닥에서 들어 올려 뿌려주시는 눈보라는 덕유나라 식 새해 축하 세리모니인 감요?”

 

덕유 나라 중심부 , 덕유나라의 수도 백암봉(송계삼거리)에 인적이 뜸하더니 와우드디어 반가운 가딩님이 도착

하여 카메라를 인계하다.  

마치 히말라야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비장함으로  거센 바람에 잘 펴지지도 않는 프랑카드를 펼치고 덕유 신령님께

입성을 고하다.

아들허고 백두대간 하고 있응께 살살좀 패셔유

저 녀석 기죽어서 다음부터 안 간다고 뻐팅기면 제가 여러모로 곤란해져유””

사실 덕유 산신령님과는 각별한 사이다.

가까이 있으니 허구한날 달려가서 고민을 털어 놓은 게 어디 한 두 번 인가?

별 빛을 보고 달빛에 길을 물어 향적봉에 올라 장엄한 덕유 일출을 만나고 동엽령 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덕유

신령님과 둘이 이야기하면서 걸었던 적도 있다.

"아즉 이렇게 짱짱하게 백두대간 길 되짚어 갈 만큼 건강허구 또 별로 가진 것 없어도 똥배에 힘이 들어갈 수 있는 건 그 동안 신령님의 말없는 가르침 덕분 아니것어유?”

 

횡경재 가는길

송계삼거리에서 3.6km에 이르는 멋진 눈 밭이다.

귀봉에서 흰눈을 뒤집어 쓴 채 흘러 가는 능선을 바라본다.

신풍령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을 귀봉에서 처음 만나고 나서 수 많은 사람들과 교행 끝에 기어코  바람 길에 앉아

점심을 먹는 산 친구들을 만났다.

다른 곳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는 체온을 감수하며 시장함과 차가운 언 밥을 함께

나누다.

어린 녀석이 입술이 새파래진 채  취위에 떨며 밥을 먹는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낯도깨비 님이 한마디 한다.

아들아 아버지를 잘 만나야 된단다.허걱!”  그럼  난 어린 아들녀석 아직 여물지도 않은 뼈골을 빼내는 나쁜 아버지?

 

가다 보니 산객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비닐을 뒤집어 쓰고 식사를 한다.

라면 까지 끓이면서

맞아 저거 좋은데….”

근데 갈 길은 바쁘고 속도는 밀리는데 저렇게 풀코스를 챙겨 먹고 뒤따라 갈 뒷심이 없다.

 

횡경재

여기도 해발 1350m

3km 아래  송계사가 위치한다.

딱 한 번 가 본 곳이다.

덕유산 남쪽기슭 수유동 골짜기에 위치하는 송계사는 원효,의상대사가 영취사의 부속암자로 송계암이란 이름으로

창건했다.

임진왜란 때 전소되어 숙종 때 진명이 중건했고 6.25전쟁으로 소실된 것을 1969년 승민 스님이 다시 지었다.

송계사 입구에서 시작되는 계곡은 덕유산 특유의 울창한 수림과 절벽 그리고 계류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데

계곡이 깊어 두문동 계곡이라 불리우며 그 길이는 6km가 이어진다.

매표소에서 송계사 가는 1km 숲속 산책길은 하늘을 찌를 듯한 오래된 전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송계사 대웅전

에서는 북덕유산 수리덤이 정면으로 바라다 보인다.

 

대봉 가는 길

횡경재에서 4.2km  거리인데 이게 만만치 않다.

중간에 못봉과 월음령을 거치는데 그 봉우리와 골짜기의 표고차가 엄청나서 눈길에 체력소모가 상당하다.

그래도 못봉 오름 길은 대봉에 비하면 양반이다..

 

못봉

타잔파들은 횡경재에서 비닐 뒤집어 쓴 채  제대로 자세 잡고 식사를 하더니 횡경재 내림 길 계곡에서 어느새

우리를 뒤따라 잡고 함께 못봉에 올랐다.

그 날 내가 걸었던 그 길이 이렇게 멋진 곳이었구나 .

헬기장인 전위봉과 못봉에서는 어둠 속에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기엔 너무 아까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사방으로 덕유의 장쾌한 능선들이 파노라마 치는 천혜의 조망터다.

신기하게도 못봉에서는 우릴 환영이라도 하는 듯 흐린 구름 밖으로 환한 태양이 몇 번이나 고개를 내밀었다.

그 멋진 조망과 수려한 산세로 볼 때 어딘가 산중 깊은 곳에 아름다운 연꽃이 피는 연못이 있을 법도 하다.

어느 날 덕유산신령님이 안개 속에서 홀연히 그 길을 열어 주시지 않을까?

아서라 무릉객

산신령이 그 날의 어둠 속에서 이 멋진 풍경까지 꺼내 보여 주셨는데 뭘 더 바라나?….

 

월음령

못봉에서 월음령은 하염없이 내려간다.

보름달이 뜨면 평소 움푹 들어간 곳이라 양 쪽의 걸출한 산 그림자로 그늘지는 월음령에 휘영청 밝은 달빛이 쏟아

진다고 하여 월음령 혹은 달음령으로 불린 곳인데 하염없이 내려 가면서도 앞쪽에 벽처럼 버티고 선 큰 산의 위세에

간담이 서늘해 진다.

또 얼마나 올라 칠려고 이러는 것이여?”

다른 때 보다 더 힘들어 하는 아들녀석이 걱정스러워 진다.

대봉 오름 길은 월음령에서 내리 꽂은 것보다 한참을 더 올라 서야 한다.

예전 눈에 뵈는 것이 없이 진군해 가면서 어둠 속에서 힘들었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이래서 힘들 수 밖에 없었구나

 

이건 13년 전 그날이 기록이다.

인간의 한계는 어디인가?

끊임 없이 한계의 문턱을 시험하는 것이 사람들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신풍령에서 육십령 구간의 산행코스는 산행이 마무리된 다음에야 상당히 무모한 산행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두 구간을 의욕으로 싸잡은  장장 15시간의 긴 산행코스

날씨가 도와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훨씬 강도가 높았던 후반부의  체력소모

많은 인내와 노력을 요구하는 백두대간 산행이지만 이번 구간에서는 좀더 여유를 가지고 만나야 할 백두대간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중부지방에 200mm가 넘는 폭우에 대한 일기예보가 떠들썩하고 남부지방에도 80mm이상의 전국적인 비가 예상

되는 가운데 가장 어려운 구간을 우중산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강한 부담감으로 자리한다.

출정을 포기하고 추석연휴를 이용하여 구간을 두 번으로 나누어 혼자 종주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그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어차피 나와 있는 결론 아닌가?

 

토요일 11시에 대전 톨게이트를 출발하여 채 잠이 들기도 전인 밤 12 30분에 이동 베이스캠프는 신풍령에 도착

하고 말았다.

눈도 붙이지 못하고  칠흑의 밤을 움직여 가는 산행이다.

잠 안자고 오르는 가파른 등산로에서 바라보는 하늘엔 다행이 별이 반짝인다.

지난 주 소백산 종주가 있었고 평소엔 두 번 정도 아침에 1시간 정도씩 걸은 것 말고는 별다른 운동량이 없었는데

처음부터 다리에 뻐근함을 느낀다.

30분 정도 오르니 횡경재삼거리 6.8km , 송계삼거리 11km의 이정표가 나온다.

송계삼거리가 아마도 향적봉 갈림길을 의미하는 모양인데 오르막으로 11km면 상당한 거리로 그 때까지도 날이

새기는 어려울 듯 싶다.

결국 덕유의 주능에 들기 까지는 우리는 아무런 풍광도 만나지 못하고 어둠 속에 행진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비가 걱정이 되어 가끔씩 하늘을 올려다 본다.

칠흑의 밤에  대간의 흐름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뒷사람의  불꽁무니만 쫒아 가기 바쁜데 가파르게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하염없이 계속된다.

그래도 가끔은 한 번 씩 불어 주는 산 바람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 숱한 오르막을 올라  숲을 헤치고 능선을 휘돌아  갑자기 어둠 속에서 가리 것 없이 맞닿아 버린 하늘

대봉이다.

사방이 터진 곳에서 맞이하는 그 시원한 바람

희끄므레한 하늘 빛 아래 점점의 불 빛

그리고   첩첩 능선의 실루엣들

별은 하늘에 반짝이고 능선을 불어 내리는 산바람은 이슬 내리는 풀잎을 흔들어 놓는다.

어둠의 베일에 쌓인  산야가 아름다울 수 있음은 백두대간을 휘영청 밝힌 달빛 산행에서 이미 알아버렸다.

비가 온다 던 오늘 저렇게 총총한 별 빛 아래 이토록 가슴까지 시원한 바람과 은은한 별빛 산하의 풍광을 대하니

수면부족도 아랑곳 없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월음령을 지나니 어느덧 서쪽에 가느다란 달이 떴다.

누군가 아현달이라고 했다.

 

경사도가 부쩍 심해진 길을 따라 땀을 흘리다 보니 03 25분 지봉 안부에 도착했다.

오수자굴이 2km거리에 위치한다.

이름이 지봉(못봉)이라는 우측 봉우리에 달이 걸렸다.

지봉에 걸린 달

바람이 일렁이는 날 가느다란 달과 별 빛을 받으며 만들어 가는 서정적인 산행길이다

 

 

대봉

절벽 난간을 따라 러셀도 충분히 되지 않은 눈길을 오른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여기가 어둠 속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았던 그 대봉이다.

지나 온 길을 따라 못봉에서 월음령으로 내려서는 절벽 같은 산세가 장엄하고 멀리 덕유능선이 유장하게 흘러

가는 곳

이선생과, 한림정 회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둠 속을 묵묵히 걸었던 횡경재-신풍령 그 길을 13년 지난 오늘에야 다시 걸었다.

백두대간이 끝난 날부터 언젠가 어둠 속에 남겨 두었던 그 길을 다시 찾겠노라고 다짐했었던 그 길

아들까지 데리고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면서 희미한 추억들이 손을 흔드는 이 멋진 풍경을 밝은 태양 아래 대하니

어찌 감개무량하지 않으랴?

 

인생 별거냐?

세상 속에서 열심히 통행세 내면서 살다가 답답해지면 어디론가 한번씩 훌쩍 떠나면 되지

목로주점에서 삶을 노래하던 이연실처럼

월급 타서 배낭사고 적금타면 고글사서 산으로 가자

삶이 다 그렇지

가슴에서 뜨거운 게 울컥 울컥 올라 오는 거 한번씩 느끼면 다시 살아갈 희망과 의욕이 부푸는 거지

살 만한 세상이라고….

온통 아름다운 감동으로 뒤 덮여 있는 우리 산하

떠날 준비만 되어 있다면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눈이 시린 풍경들

그 멋진 세상 한 번 씩 가슴에 담고 고산 준령에 올라 발 아래 세상 내려 놓으면

산과 바람이 이야기 하지

인생 정말 별거 아니야

 

 

수령 가는 길

대봉에서 내려다 보면 갈미봉 넘으면  백두대간은 성질 좀 죽일 것 같아 보인다..

아들은 힘들어 하면서도 말 없이 잘 따라 온다.

갈미봉 코앞에서 처음 배낭을 내리고  아들에게 초코에너지바 하나를 건네주고 잠시 호흡조절을 했는데 얕보았던

오름 길도 만만치 않았다..

그날 밤길에 놓쳤던 표석도 밝은 대낮 역방향에서는 쉽게 눈에 띄었다.

갈미봉을 지나 급경사 로프지대가 나타난다.

이제 제대로 고도를 낮추는 모양이군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한 아들녀석에게 힘을 준답시고 갈미봉 넘으면 빼봉이라는 봉우리 하나 넘어 빼재에 도착할

거라고 했다.

얼마간 진행하니 정말로 만만치 않은 뼈 있는 봉우리가 불쑥 솟아 오른다.

뼈대 있는 백두대간 가문이라 다르긴 다르다.

그래도 이젠 마지막 이니까 우린 점점 거세지는 찬바람도 아랑곳 하지 않고 씩씩하게 올랐다.

그리고 표지판을 확인하고 바람이 애둘러 가는 곳에서 잠시 휴식하고 다시 마지막 내림 길을 잡았다.

오잉?

지친 나그네의 길을 가로막는 봉우리가 또 하나 있다.

불길한 생각이 스치면서도 산허리를 휘돌아 빼재로 내려서려니 했는데 아뿔사 녹아 내린 어지러운 눈의 발자국은

분명 산의 정 중앙으로 넘어 간다.

그 길을 걸었으되 나 역시 아들 녀석처럼 그 길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다.

 

흐미! 지친다 지쳐!” 그 길을 넘으며 이젠 내가 지쳐버릴 지경이다.

급기야 아들녀석 농인지 진담인지

아빠 제가 너무 힘들어서 앞으로 계속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겠어요!” 한다.

그냥 못들은 척 개무시하고 침묵으로 쌩까는 아빠! ㅋㅋ  

고작한다는 말  “이제 거의 다 왔어 !

 

백두대간 갈전곡봉의 추억이 살아 났다.

봉우리 넘어 다시 솟아 오르던 귀신 같은 봉우리들

아들한테도 이래저래 체면이 서지 않고 더 이상 할말을 잃어 우린 순례자처럼 옷깃을 여미며 묵묵히 형극의 길을

걸었다.

우린 그러고도 세개의 잔 봉우리를 넘어서야 빼재 통신탑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언덕 길에서 갓바위님과 한라산님과 합류했다.

아들을 너무 고생시켜서 슬금슬금 아들녀석 눈치를 살피는데 눈치 없는 한라산님 하시는 말씀

너 이렇게 추운데 왜 이 고생 하냐?”네 인생 네가 사는 거여.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버지 하란 대로 다 따라 하냐.”산은 나이 들어서 타면 되니까 하구 싶은 것 하고 이 참에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오를 내려가서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고  아빠한테 네 의사를 분명히 밝혀!”

아이고 뭔 말 이래?

영화 플래툰에서 주인공 크리스가 그랬지 ?

적은 항상 내부에 있었다….

 

아들아

아빠는 현수막도 만들어 동네방네 떠들어 놓았구

너 등산장비 갖춰주느라 투자한 돈이 얼마인지 아느냐?

그건 그렇다 치고 이렇게 백두대간 길을 너 없이 아빠가 노구를 이끌고 혼자 타려면 얼마나 힘들고 심심하것냐?

그리고 남자가 칼을 뺏으면 고구마라도 잘라야 하고 남자가 결심을 하고 약속을 했으면 끝장을 봐야 하는 거지

결국 가치의 문제가 아니겠느냐?

휴일에 친구들과 술 마시거나 커피 마시거나 드러누워 티브이 채널을 돌리는 것이 백두대간 길을 걸으며 우리

산하와 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보다 더 가치 있고 소중할 수 있느냐?

책상머리에 앉아 졸리는 눈으로 책과 씨름하는 시간이 눈밭을 빠대며 차가운 점심을 먹는 것 보다 네 인생에

유익할 거라고 단정할 수 있겠니?

 

맏는다. 아들!

오늘 비록 힘들었지만 내일 다시 힘을 내서 씩씩하게 가던 길을 다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동엽령 계단이 다 없어졌어유 ! 

 

 

살벌해지는 바람소리 - 칼바람 동엽령에 올라서기 전에 옷매무새 점검   

 

 

 

 

동엽령에서 아들을 찾다.산우들이 사라질세라 파카도 못입고 동엽령에서 기념촬영.

 

 

 

 

 

 

 

 

 

 

 

 

 

 

 

 

 

 

 

 

 

 

 

 

 

 

 

 

 

 

 

 

 

 

 

 

 

 

 

 

 

 

 

 

 

 

 

 

 

 

 

 

 

 

 

 

 

 

 

 

 

 

 

 

 

 

 

 

진짜 바람다운 바람이 전하는 찐한 사랑

 

 

 

 

 

 

 

 

 

 

 

 

 

 

 

 

 

 

 

 

 

 

 

 

 

 

 

 

 

 

 

 

귀봉 오름길에 벌써  힘들어하는 RTN

 

 

 

 

 

 

 

 

 

 

바람길에 펼친 얼음식단

 

 

부럽당!

 

 

고독을 질겅질겅 씹는 한 사나이

 

 

횡경재 가는 길 - 녹슨나무

 

 

 

 

잠시 등로 밖 바위에 올라 가야 할 능선 조망  

 

 

 

사람들이 붐비는  횡경재 - 송계사 갈림길 

 

 

 

 

 

 

 

 

 

 

못봉 전위봉을 향해 올라가는 능선 길 - 이정표가 파묻힐 정도의 상당한 적설 

 

 

 

 

 

 

 

 

헬기장인 전위봉에서 바라 본 못봉 

 

못봉 전위봉에서 바라본 덕유 주능선  / 귀봉-백암봉-중봉-향적봉

 

 

좌로부터 귀봉-백암봉 -중봉  -향적봉

 

 

카메라를 약간 우측으로 이동  / 확연히 보이는 백암봉 -중봉- 향적봉 -설천봉

 

 

 

 

어쭈구리 !  다시  정신을 수습한 알티엔

 

 

 

 

 

 

 

 

 

 

 

 

급경사로 월음령을 내려가는 중에 본 절벽 같은 산설마 바닥 까지 내려 갔다가  저 산을  오르는 건 아니겠지?   

 

 

하염없이 떨어져서 도착한 월음령 - 반대로 오를려면 애좀 먹어야 할 듯  

 

 

대봉은 2단계로 치고 오르지 - 일단계 오름길

 

 

상당한 적설

 

앞에 보이는 못봉에서 월음령으로 가파르게  내려서서 러셀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절벽난간을 타고 오르는 길 

 

 

 

 

 

 

 

                            알티엔 대봉 아래서 드러눕다.    아빠 배째요 배!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야호 드디어 대봉이다!

 

 

완죤 눈이 돌아간 알티엔

 

 

 

 

 

 

여전히 눈이 돌아간 채 -- 그래도 장하다.

 

 

다 온것 같은 느낌으로 내려다 본 갈미봉대봉 까지 올랐는데 저정도 봉우리야 ...! 

 

 

어라 ! 뒤늦게 나타난 A팀 한라산님

 

 

머나먼 갈미봉 - 예전에 어둠속에 놓쳤던 갈미봉인데 역방향에서는 잘 보인다. 

 

 

갈미봉 지나 급경사 로프지대 위에 있는 소나무

 

 

 

 

빼봉 도착  - 빼봉 삼각점 안내판

 

 

 

 

그리고도 멀고먼 신풍령 - 힘빠져서 더이상 사진 못찍고  ... 

 

 

이런 풍경을 지나고

 

 

철탑을 돌아 

 

 

 

목적지 수령에 도착

 

갓바위님과 한라산님과 후미 산삼해님과 이선생님을 기다리다 알티엔 얼어죽을 것 같아먼저 이동 베이스를 향해 출발하다.터널 까지 오름길이 아스팔트 인데 눈이 다 녹아 있어서 아이젠을 벗고 가다가  터널을 지나니완전 빙판 - 제설을 포기한 상태 , 쌓인 눈이 완전 얼어서 차량 통행 완전 불가빙판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알티엔 30센티 공중부양 후 나동그라 지다.다행히 골절상은 면했지만 - 오늘은 이래저래 알티엔 수난의 날  

 

 

 

 

그리고 뜨거운 뒤풀이...써니님 단비님, 상아님,요주님 활력소님  모두 고맙습니다.특히 활력소님 짱!덕분에 꽁공럴었던 몸이 속 까지 후련히 풀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