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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백두대간

아들과 부르는 노래 14 - 백두대간 제 21구간 (이화령-조령산-신선암봉-깃대봉-조령3관문-고사리)

 

 

 

 

 

 

삶은 하나의 기회이며 아름다움이고 놀이이다. 그것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인생수업 -

 

삶이 갑갑하게 느껴지는 날에는

그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거기 높아 있는 산이 있고  뭉게구름을 스치는 산들바람이 있다.

검은 구름과 폭풍우가 몰려와도 또 어떤가?

아침햇살이 저녁노을로 사그러지듯 어둠 속에 다시 새벽이 밝아오듯

그렇게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이 인생인걸.

어제 봄비가 메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더니 오늘은 봄바람이 부드럽다.

이제 꽃피는 봄이 오려니 가슴마저 두근거리고 산과 하늘이 더 눈부시구나.!

 

친구 !

봄이란 어느 날 문득 가까이 다가와서야 겨우 알아차리고

스치고 훌쩍 지나는 뒤 태에 늘 아쉬워 해야 하는 거라지?

봄이 오는 길목에서는 늘 바쁘거나

수 많은 고민들이 구름처럼 몰려와서 봄일랑 안중에도 없다고 하지 ?

하지만 세월이 훌쩍 지나고 나면

바쁘거나 경황이 없었던 흔적은 아무 곳에도 남아 있지 않다네.

봄은 잃어 버리고 세월만 저만치 가네…..

 

얼마나 많은 우리 인생의 봄날을 잃어 버렸나?

우리 젊은 날에는 봄볕보다 더 따사로운 햇살이 있다고 믿었고

좀더 세상을 살아 보고는

한가하게 봄의 향기에 취할 만큼 인생은 그렇게 목가적이지 않다고

늘 이듬해 봄을 약속하곤 했지?.

 

세월은 늘 화살 같이 빠르고

그렇게 수 많은 봄이 내 곁을 지나가고 난 후에야

봄은 그렇게 오랫동안 내 곁에 머물러 주지 않으리란 걸 알게 되더군

 

우리가 늘 소중하다고 고뇌하는 많은 것들 보다

잊지 않고 찾아와 준 봄이 더 반갑고 소중할 수 있음을

세월이 한참 지난 다음에야 알았네

 

친구!

내가 기다리는 건

갈색의 대지 위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티우는 연록의 희망일세

차디찬 계곡의 얼음장을 깨고 울리는 감미로운 봄의 노래고

어느 초록 섬에서 넘실거리는 흥겨운 바다의 춤이라네

 

친구!  봄이 온다네

눈부신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으로

들썩이는 엉덩이와 싱숭생숭한 가슴으로 그렇게 봄이 온다네

 

 

떠나세 친구 !

세상의 소란과 변화는 잠시 잊어도 좋겠네.

고민과 쓸데없는 걱정 따윈 도시의 창에 그냥 걸어 두고 떠나세 !

어디라도 ! 어디로라도 !

 

 

산 행 일 :  2015322일 일

산 행 지 :  아들과부르는 노래 14- 백두대간 20구간

    :  이화령-조령산-신선암봉-928-깃대봉-조령3관문-고사리

    :  맑고, 다소 차갑지만 산행하기 시원한 바람

    :  12.km (대간거리 8.5km , 접속거리 약 3.5km)

소요시간 :  7시간 소요

    :  귀연산우회 대간꾼들 45           

 

 

시간

경유지

비 고

08:32

이화령 (550m) 출발

 

08:35

첫번째 헬기장

 

08:40

무덤

 

08:45

두번째 헬기장

 

08:57

758봉 세번째 헬기장

 

09;11

이정표(이화령갈림길)

조령산1680m, 이화령1090m

09:12

네번쩨 헬기장

소주1

09:33

조령샘

조령산770m, 이화령2110m, 1관문3530m,

09:47

절골 갈림길 이정표

조령산460m, 이화령2420m, 절골 2700m

09:48

5번째 헬기장

조령산 전위봉

09:57

조령산(1025m)

이화령에서 1시간 25분 소요

10:09

조령산 출발

조령산에서 약 12분 휴식

10;12

신선암봉 조망처

 

10:26

이정표

신선암봉1680m,3관문4980m, 이화령2880m

10;56

이정표

신선암봉920m,절골2300m,마당바위2200m,조령산760m

11:18

조망바위

 

11:30

신선암봉(937m)

 

12:10

식사후 출발

 

12;32

이정표

3관문3.4km, 이화령4.9km,조령산2km 신선암봉0.3km

문경새재(꾸쭈리바위 2km)

12:41

바위전망대

대슬랩 위

12:54

조망바위

소나무 포토존

13:08

928

 

13:32

바위봉

나선형,소나무고사목 ,부봉이 거칠 것 없이 조망

13:38

조령산 3.7km 나무이정표

 

13:50

이정표

3관문2.2km,이화령6.1km, 조령산3.1km, 신선암봉1.5km

14:19

봉우리

구조표시 라바49546672 신선암봉 10지점

14:40

깃대봉 갈림길

깃대봉 300m, 3관문1km, 조령산4km

14;44

깃대봉

 

15:07

조령3관문

 

15:32

고사리

7시간

 

 

 

바람은 다소 차갑다.

아침햇살은 싱그러운데 중국에서 건너 온 황사 때문인지 시계가 흐리다.

온 몸으로 느껴지는 봄의 기운이 대한민국 대표 암릉과 멋진 풍경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한다.

 

오늘의 백두대간은 작점고개 이후 문경 이화령 구간 까지는 추후 비상시를 대비해 잠정 유보하고 이화령에서

조령 3관문 까지 진행한다.

 

이화령에서 조령산 까지는 흙 길이지만 500m 이상의 고도차를 가파르게 극복해야 한다.

조령산 너머 전망바위봉 이후 우리는 험준하고 낙차 큰 바위봉과 계곡 안부를 넘나들며 신선암봉과, 928봉 능선

봉우리에서 세시간이 넘도록 숨돌릴 틈 없는 격렬한 재즈 댄스를 치고 나서야 비로소 호흡을 가다듬고 감미로운

봄의 왈츠에 취할 수 있다...

928봉 능선에서 길은 편안한 흙 길로 바뀌어 깃대봉 허리를 휘돌아 조령 3관문으로 내려서서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 한다.

그 곳에서 이동 베이스 캠프가 설치된 고사리 까지는 잘 조성된 흙길을 따라 놀멍쉬멍 40여분 걸린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신선암봉과 928봉으로 이어지는 다이나믹하고 스릴만점인 암릉과 멋들어진 노송들의 조화

그리고 바위봉에서 내려다 본 건강하고 늠름한 조령 산세상

 

조령산 가는 길

이화령에서 시작해서 1시간 30분여 가파를 고도차를 극복하며 748봉과 조령샘을 거쳐야 비로소  도착하는데

헬기장이 다섯 개나 된다.

세상에나 이 멋진 조령산은 헬기 연습장인감?

 

조령샘을 얼마 두지 않은 곳에서 등로는 마루금을 따라가지 않고 산허리를 둘러 간다.

1000고지 아래 샘터에는 맑고 깨끗한 꽤 많은 양의 샘물이 기운차게  용출되고 있었다.

딱히 건강관리 따로 할 것도 없다.

이렇게 하루종일 백두대간의 기를 받으면 막혔던 기혈이 뚫리고 가슴이 후련하게 열린다.

대지의 등뼈에서 솟구치는 차가운 샘물과 하늘 가득 시원한 바람으로 달아 오른 몸을 식히면 오장육보의 진폐는

말끔히 씻겨 나가고 도시의 공해에 지친 소프트웨어는 다시 활력이 충만해 진다..

 

물을 배불리 마시고 마눌이 끓여서 담아 준 보리차 까지 바꾸어 담고 다시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오르려는데

뱃속에서 꿀럭이는 소리가 나서 당최 힘이 든다.

아들 녀석은 긴 오르막 계단을 만나더니 괴력을 발휘 해 마구 뛰어 오른다.

우린 조령의 거센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두 마리 고기

같은 물에 노는 고기라도 물에 빠진 고기()와 물 빠진 고기()의 극명한 차이다.

나이 탓인가?

오늘 아들녀석의 바이오리듬은 최상이다.

 

조령산

봄날의 시계는 그리 좋지 않다.

파노라마 치는 능선들은 뿌연 연무 속에 검은 그림자로 흘러 간다.

멀리 황악산과 백화산이 뚜렷하고 부봉에서 연결된  주흘산은 기세 좋게  영봉을 솟아 올리고 젖꼭지 같은

주봉을 향해  부드럽게 흐른다.

 

따뜻한 봄 햇살 아래 숙연한 한줄기 바람이 기슴을 여미게 한다.

그 곳에는 더 높은 세상을 가슴에 품으려 했던 한 여인의 이상이 잠들어 있다.

지현옥 !

그녀는 1999 4뤌 꽃다운 40의 나이로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의 품에서 잠든 채 깨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열정을 탐낸 풍요의 여신은 아직 어린 그녀를 먼저 데리고 갔다.

산은 우리를 태어나게 하고 다시 우리를 거두어 들인다. “

이 눈부신 봄날에는 그 경건한 명문조차 마음껏 세상의 기쁨을 가슴을 담지 못한 그녀의 안타까운 삶을

위로하지 못할 듯 하다.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많은 사람들의 바램처럼 그녀의 영혼이 차디찬 히말라야에서 돌아와 조국의

조령산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

 

신선암봉 가는 길

낙엽아래는 아직 빙결된 눈이 남아 질척이고 미끄럽다.

길은 하나고 아직 풀리지 않은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튀어나 온 부지런한 개구리들이 많아서 험한 길에

교행이 쉽지 않다.

 

신선암봉 앞 대슬랩과 절벽 바위로 이어지는 길의 풍광은 장관이었다.

모자를 벗기고 몸을 밀어낼 만큼 바람은 세차게 불었으되 그 숨결은 부드러웠다.

개인적으로 문경과 괴산 인근의 산들을 좋아한다.

그 멋진 암릉들과 우리 할아버지 보다 더 오랜 세월을 담대히 살아 온 멋진 노송들

아름다운 청솔은 바위 난간에 기대어 삶의 기대어 삶이 이래야 함을 묵묵히 깨우쳐 주고 맑은 하늘을 불어가는

바람은 다가 올 봄의 축제가 멀지 않았음을 알린다. 

 

바람 한 줄기, 돌 하나와 소나무 하나 하나가 교훈이고 감동이었다.

자연이 그린 한 폭의 그림 앞에서 탄성이 절로 난다.

움직임이 없는 바위는 스스로 멋진 배경이 되고 소나무는 그 위에서 우아한 기품과 고고함을 잃지 않았다. 

그 능선에서는 사람조차 화사하게 피어난 봄 꽃인 양 스스럼 없이 자연 속에 동화되었다.

당초 하늘재 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조령3관문에서 두 구간으로 나눈 탓에 비교적 여유로운 여정이 되었다.

위험한 암릉산행이었지만 마음과 발길은 가벼웠고 혹여 사고가 날세라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 에도 우린 흠뻑

취했다.

나른한 봄빛에  아름다운 풍경에

우린 조망 좋은 곳이 나타나면 어김 없이 배낭을 내렸다.

 

신선암봉

바위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오르면 신선암봉 이다.

사실 곳곳이 전망대이니 봉우리의 개념이 무색하긴 해도 신선암봉이란 표석에 넓은 반석이 자리한 이곳은 가히

신선들의 놀이터라 할만하다.

사방이 막힘없이 거칠 것 없는 바람이 불어가는 천혜의 망루에서는 920봉 능선과 부봉이 한 걸음 더 가까이

바라다 보이고 지나 온 능선 길이 한 눈에 조망된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이루어 낸 삶의 성취가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주듯이 아름다운 추억이란 우리가 흘린 땀과

고통을 등에 업고 나서야 더 화려하고 선명한 색채로 갈무리 되는 법이다.

다이나믹한 산세의 기복과 변화무쌍한 풍경 구비구비를 떠돌며 우리가 내쉬는 한숨과 탄성이 우리 구성진 삶의

노랫가락이 되고 우리가 흘린 땀과 고통은 흥겨운 삶의 어깨 춤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과 힘겨움의 기억은 훨훨 머리를 풀고 날아가고 추억의 샘터에는 맑고 아름다운 샘물이 고인다.

고인 샘물이 투명하고 깊은 만큼 우리 인생을 깊어지고 맑아질 것이다. .

 

새벽 5시에 아침을 먹고 나선 터라 11시가 넘자 허기가 동했다.

신선암봉은 넓은 평반이긴 해도 바람이 많이 불고 사람의 왕래가 잦아서 식사를 할 수 가 없다.

사진을 찍고 풍경을 감상하는 중에 일행들은 모두 떠나 버렸다.

다시 일행을 따라 발길을 재촉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암릉 아래 두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평평한 장소를 발견하고

우린 먼저 배낭을 내렸다.

바람이 들이치지 않으면서 양지바르고 풍경 좋은 멋진 전원 레스또랑 이었다.

 

깃대봉 가는 길

등로는 가파르게 신선암봉을 내려와 장성 같은 바위 능선 길을 따라 바위에서 청솔이 어깨춤을 추는 928봉 능선

으로 이어진다.

내가 그 옛날 사량도에서 진즉 알아 보았지만 아들 녀석은 완전 암릉 체질이다.

웬만한 나무와 바위는 다 올라 보고 가파른 계단 길도 뛰어서 올라 간다.

낙차 큰 오르내림 길이 힘들 만도 한데 점점 더 활기가 넘치더니 급기야 928봉 암릉 까지 마구 뛰어 올라 간다.

 

누군가 그랬다.

이젠 무릉객님이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라 아들이 무릉객님을 모시고 다니는 거라고…”

백두대간이 중반전에 접어들면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별다른 불평 없이 백두대간 길을 잘 따라 나서고 이젠 관록이 붙어 제법 백두대간 여정을 즐길 줄도 아는 듯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오늘 남다른 활력으로 암릉을 즐기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한결 마음이 뿌듯해 진다.

하지만 명색이 백두대간인데 앞으로 남은 어느 한 구간도 녹록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대로 몸이 만들고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누려야 할 무수한 자연의 기쁨을 고통에게 내주어야 할 것이다.

젊으니 적응이 빠르기도 하겠지만 이것 저것 바쁜 청춘이라, 평소 지속적인 운동을 하지도 못한 채 백두대간에

올라야 하니 체력 유지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아들이 백두대간 길의 고통과 힘겨움에 함몰되지 않고 오늘처럼 즐기면서 그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참으로 불쌍하다.

고등교육을 받아본들 고부가가치 직업은 커녕 당장 먹고 살 직업이 없다.

글로벌 경쟁이다, 자동화다, 변화의 물결이다 변명 하지만 제대로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조국은 정작  준비된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

아무도 기울어 물이 들어오는 배에서 나가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운 배를 다시 제자리를 세우려는 사람도 없다.  

취업도, 결혼도, 노후도 알아서 하고  죽든지 살든지 다 니들이 알아서 해라 !”

 

강박관념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을 맘 편히 쉬게 하지 않는다.

봄처럼 훌쩍 지나갈 짧고 아까운 청춘은 그늘진 도서관에서 시들어 가고 꿈과 이상은 현실의 벽에서 너무도

막막해진다.

 

살아 보니 인생이란 참 별게 아닌데

난 아들이 암벽도 타보고 여행도 다녀보면서 진정 자신을 인생을 노래하게 할 그 무엇인가를 젊은 나이에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변해버린 세상에서 청춘에 들뜨고 캠퍼스의 낭만에 취할 수 있는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긴 어렵겠지만 흙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바위 위에서 삶을 노래하는 저 어린 소나무처럼 세상에 주눅들지 않고 늘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령산에서 3.07km되는 지점에 고색창연한 나무 이정표가 서 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2시간 50분 걸렸다.

1시간에 1km 정도 밖에 못 걸은 셈이니 그 기록으로 가히 조령 백두대간의 험준함을 가늠할 수 있겠다.

 

암릉길은 신선암봉에서 1.5km 진행한  2관문 갈림길에서 마무리 된다.

길은 여유로워 졌다.

가다가 낯도깨비님의 쉬고 있는 풍경 좋은 바위 조망터에서 다시 배낭을 내리고 음식을 나누었다.

푸른 소나무 군락 건너로 부봉이 멋드러진 자태를 드러내고 우측으로 주흘산 능선이 훌쩍 눈 앞으로 다가 온

곳이었다.

.

깃대봉 (835m)

백두대간은 깃대봉 허리를 휘돌아 지나 간다.

언제 또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깃대봉 갈림 길에 배낭을 내려 놓고 300미터 정상에 올랐다 가지니 오늘  조령의 기운을 받아 갈수록  쌩쌩해

지는 아들녀석은 두말 않고 흔쾌히 따라 나섰다. .

남서면 암벽이 치마와 같은 모양으로 넓게 펴져 있어 치마바위봉이라고도 부르는 깃대봉은 멀리서 뾰족하게

솟아 보여 깃대봉이라  불린다.

소나무 사이로 기운찬  928능선이 바라다 보이는 가파른 길을 단숨에 뛰어 올라 우리는 깃대봉에서 두팔을 높이 올렸다.

 

하산길

깃대봉 에서 조령3관문 까지는 20분 남짓 걸린다.

이 일대가 삼국시대에 전술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수비의 관문이었던 것처럼 대간을 움직여 가는 중에 허물어진

성터가 군데군데 눈에 뛴다.

성벽을 호령하던 그 숱한 군사들은 한줌의 흙으로 돌아 갔고  허물어진 성벽의 흔적 만이 그 시절을 증거하고 있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는가?

자연 속에서 인간은 언제나 스쳐가는 객일 뿐이다.

 

아들한테 깃대봉에서 조령 까지는 내리막 길만 있다고 장담 했는데  길은 슬며시 언덕 하나를 넘어 가파르게 내려

가더니 마술처럼 넓은 터에 산신각과 조령 3관문을 펼쳐 놓았다..

조령 3관문은 1관문인 주흘관과 2관문인 조곡관과 더불어 영남지방에서 서울로 통하는 문경새재의 관문으로 교통

및 군사상의 요지로 그 이름이 높았다.

1920년대 들어서서 옛 새재 남서쪽으로 이화령이 뚫리면서 길로서 구실을 잃고 관광지가 되었다.

문경새재란 이름은 산들이 높고 험준하여 새도 날아가기 힘든 곳이라 이 이름이 붙여졌다는 유래가 있고 억새가

많은 곳 혹은 새로 닦은 길이란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란 설도 전해 온다.

 

임진왜란 당시 부산포로 상륙하여 파죽지세로 치달아 오르던 왜군을 저지하기 위해 급파된 신립장군은 험준한

새재 협곡에 진을 치고 싸우자는 부하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쳤다.

오호애재라 !

패전과 패장의 한은 탄금대를 떠돌고 있지만 문경새재에는 진한 역사의 후회와 아쉬움이 서려 있다.

 

조금은 아쉽고 싱거운 마무리였지만. 느림의 미학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이 절로 한숨을 짓게 하던 여유로운

백두대간 길이었다.

활력소님을 비롯한 귀연의 맹장들에게는 다소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곳에서 다시 가파른 암릉길을 올라 5시간

산을 더 타야 한다면 모처럼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바위 길의 기쁨은 머리를 풀고 훨훨 날아갈 것이다.

느긋한 여유와 나른한 권태가 더 어울리던  화창하고 눈부신 봄 날이었다.

 

13년 전 산우들과 앉아서 사진을 찍던 성벽 위에 아들을 올리고 사진을 찍었다.

빛 바랜 사진과 그 속의 청년들이 오랜 세월을 말해주지만 지나고 나니 그 세월은 눈 깜빡할 시간 이었다.

지나간 날은 늘 아름답다.

오늘이 모여 희망의 내일이 만들어 지기에 모두들 오늘을 이야기 하지만 지나온 추억이 있어 오늘 우리는 다시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다.

가슴 어딘가에 시리게 남아 있는 지난 그 시간의 기쁨과 행복이 다시 기꺼이 새벽을 열고 여행을 계속하게 한다.

기억한다.

그 때 우리가 얼마나 멋지고 싱싱했는지….

 

그날 나는 글의 말미를 이렇게 적어 놓았다.

 

928봉 부터 조령산 까지는 눈부신 풍광과 암릉미가 함께하는 환상적인 등산 코스이다.

누군가 오랜시간 공들여 정교하게 빚어 놓은 조각품의 전시장인 듯 날카로운 굴곡과 암봉이 조화로운 능선은

보이는 곳곳이 지루하지 않은 다양한 변화로 가득하다

백두대간 28경에 속하는 조령산 능선을 바라보며 강원도의 대간 못지않은 웅장한 건강미와 조화 로운 암봉의

모습에 압도 되었다.

숱하게 산을 쏘다녔어도 아직 이런 미답의 절경이 남아 있었다니….

이 절정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오늘은 행운이 가득한 날이다.

 

참으로 대단한 능선 이었다.

누군들 그 빼어난 풍광을 절경이라 칭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눈이 오는 겨울엔 등산이 힘들겠지만 흰 눈을 이고 선  암봉과 노송의 모습은 장관일게다.

백두대간 완주가 끝나면 대간의 잊지 못할 눈부신 풍광들을 다시 찾아 그 절절한 감동을  더듬어 가야겠다.

 

백두대간 이후 그 길을 2번 이나 다녀오고 부봉 능선도 2 번이나 넘었다.

그 동안 세월은 쉬지 않고 흘렀고 초딩 아들을 대학생으로 키웠다.

나는 오늘 아들과 같이 다시 그 길을 걸었다.

 

감동적인 대간 주유의  여운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로 내려와 산우들과 막걸리 한 잔을 걸치니 세상이 다 내

가슴으로 들어온다.

 

 

 

 

 

첫 번째 헬기장 - 이화령에서 3분 소요 

 

 

 

 

무덤  -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벌써 자켓을 벗는 사람들 있음 

 

 

 

두번째 헬기장

 

 

 

728봉 - 세번째 헬기장 도착

아까워라 - 봉우리마다 온통 헬기장을 만들어 놓았음

 

 

 

가야할 조령산

 

 

이화령 갈림길 -이화령에서 오르는 길이 2군데였음 

 

 

 

네번 째 헬기장 -누군가 뒷사람을 위해 소주 한 병 놓고 간 듯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나 조령샘 가는 길을 마루금을 따라 가지 않고 산 허리를 휘돌아 간다.

 

 

이런 풍경을 지나고...

 

 

이런 삶도 있어 -치열하고 그리고 절실하게  

 

 

산비탈 돌아 가는 길을 잘 정비 해 놓았음

 

 

 

 

조령샘에서 목을 축이고 - 보리차를 버리고 물을 갈다.

 

 

 

오늘 컨디션이 최상인 듯한 알티엔 - 계단만 만나면 마구 뛰어 올라 간다.

그래 너는 점점 왕성해지고 애비는 쇠잔해지고....

 

 

 

 

 

5번째 헬기장

 

 

 

아직 녹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눈 - 북사면 비탈은 길이 질고 녹지 않은 눈이 군데 군데 남아 있다.

 

 

 

야호 드디어 조령산에 도착 - 이화령에서 1시간 25분 소요

 

 

 

 

 

조령산 조망 - 멀리 좌측 가장 높은 봉우리가 백화산 좌측 아래 황악산, 백화산 아래가 평천지

                 우측으로 사다리재와 곰틀봉도 보인다.

 

조령산 조망 2  -좌측 멀리 신선암봉 과 부봉 능선이 보인다. 

 

 

 

안나푸르나에서 돌아오지 못한 고 지현옥 묘소 - 엄홍길과 등정 중 사고

 

 

 

 

히말라야 거봉을 향했던 뜨거운 가슴은 여기 주흘산을 바라보며 쓸쓸히 잠들어 있다.

 

 

조령산을 내려 가는 길 - 바야흐로 인구에 회자되던 암봉들의 위용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내림길 전망바위봉에서 가야할 암릉을 배경으로 아들과 화이팅 !

 

 

가야할 길이 뚜렷이 조망된다.

세개의 낙차큰 봉우리를 지나 신선암봉이 우뚝하고 우측에 몇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928의 웅자가 보인다.

그 뒤편 중간의 허연 바위사면이 깃대봉이고 그 뒤로 다음구간에 가야할 신선봉과 마패봉이 눈에 들어 온다.

저 멀리 있는 깃대봉을 보라 ! 

조금 성급한 감이 있는 해빙기의 이 길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이번 구간에서 계단길을 내려 갈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네..

 

 

마당바위 갈림길... 이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암릉길을 향해 간다.

 

 

 

 

이녀석 몸은 가벼워서 밧줄이나 암릉에는 최적화 되었는데 주위험 감지력과 주의력이 다소 산만하고

반사신경이 빠를지 못한 것이 걱정된다.

그렇다고 오늘 같은 여건에서 편자를 채우자니 그것도 무리... 

 

 

가는 길 계곡사이로 바라다 보이는 좌측 부봉능선과 우측 주흘산

 

 

 

 

앞쪽 신선암봉을 향해 굽이치는 능선의 모습이 뚜렷이 내려다 보인다.

 

 

조심 조심 ! 

 

 

아들녀석 보다는 이제 서서히 몸이 굳어가는 나를 더 걱정해야 할 판

 

 

좌측 부봉 능선을 따라 주흘산 영봉과 우측으로 조금 뾰족한 꼭지모양의 주흘산 주봉

주흘산에는 네개의 봉우리 이름이 있는데 그 중 영봉이 가장 높다. 

주봉(主峰 1075m), 영봉(靈峰 1106,  관봉(冠峰 1030m), 부봉6봉(釜) 으로 주인주 우뚝할흘 (主屹山)의

산이름에서 같이 일대에 우뚝하다.    

 

 

 

 

 

 

 

지나온 조령산과 전망바위봉

 

 

 

 

 

 

 

 

 

좌측으로 내려다 보이는 연풍면

 

 

 

 

대슬랩  - 몸이 밀릴 것 같이 세찬 바람이 부는데 바람결은 그다지 차갑지 않다. 

 

 

이 바위 암릉에서 의 조망은 너무 멋지다.

먼저간 산우들이 오래 머무르고 있어서 함께 풍경을 즐기고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하다 

우측 928봉 뒤로 부봉이 보인다.

 

 

 

 

 

 

 

 

 

지나온 길이 한눈에 들어 온다.

뒷편 조령산과 우뚝한 전망 바위 봉 그리고 파도치듯 흘러 내리는 능선의 봉우리들..

 

 

전망바위에 모인 일행들만 모두 모여 한 컷

 

 

928봉과 부봉을 배경으로 아들과...

 

 

 

 

                                   드디어 신선암봉에 도착!

                                  

 

움직이면 괜찮은데 능선에는 바람이 강해서 서 있으면 춥다.

바위 암릉이라 여럿이 모여서 식사할 만한 적당한 장소가 없어서 모두들 다시 진행하는 분위기  

 

 

 

움직이면 괜찮은데 능선에는 바람이 강해서 서 있으면 춥다.

근데 나는 아침을 새벽 5시에 먹어서 배가 한참 고프다.

그리고 오늘은 식당에서 뒤풀이가 있는데 시간이 좀 빠를 터이니 늦은 점심을 봄철 미각에 별로 도움이 안될 듯.

신선암봉 조금지나서 비탈 사면에 2인용 레스또랑 발견.

아들과 둘만 예약하고 만찬을 즐기다.

 

 

 

따뜻한 햇살 , 멋진 풍경 - 환상의 전원 가든

 

 

 

 

식사 후 지나 온 능선을 배경으로 한 컷

 

 

 

 

다시 신선암봉을 내려서 휘적휘적 걸어가는 길.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산님들이 많아 교행이 쉽지는 않다. 

 

 

 

되돌아 본 신선암봉

 

 

다시 봉우리를 올라 가면서...

 

 

 

 

 

 

 

바위 위에 핀 소나무

 

 

 

신선암봉에서 바라 보았을 때 봉우리 중턱 몇몇이 모여 식사하던 바위와 소나무

 

 

 

 

 

도열한 928봉과 연결된 봉우리들

 

 

 

첫번 째 암봉 난간에 먼저 올라섰던 산우들

알티엔은 먼저 뛰어갔다. 

 

 

 

 

봉우리에서 내려다 본 계곡 풍경

 

신선암봉과 928봉으로 연결되는 능선들

 

 

 

지나온 길 다보인다. 조령산과 조령산 앞 전망바위 봉 

 

 

암릉 포토 존에서

 

 

 

 

 

 

 

 

                                   순탄하게 가기는 어려운 길

 

 

 

 

 

 

 

 

아정작 928봉은 나무팻말 한에 경치도 별루

 

 

불쑥 가까워진 부봉

 

 

 

앞에 있는 봉우리를 가기 위해 우회로를 버리고 암벽을 올라 간다.

나선형 소나무 고사목과 멋진 조망이 일품이다..

 

 

 

 

얘걔 - 조령산에서 엄청 온 것 같은데 겨우 3km

암릉길의 위력이다   - 조령산에서 식사시간 제외 2시간 50분 소요

 

 

 

 

 

풀경이 좋은 곳에서 낯도깨비님이 쉬고 있어서 함께 과일을 나누며 휴식

-가딩님 크로바님 일행들 합류하고 산우들 속속 지나가다.   

 

 

 

코 앞으로 바라다 보이는 부봉

 

 

 

 

 

 

 

깃대봉 가는 길에 - 지나온 능선길 돌아보다.

조령산,전망바위봉 그리고 울퉁불퉁한 928봉 능선

 

 

 

 

깃대봉 갈림길 - 아들과 배낭을 뫃고 깃대봉에 다녀오다.

300미터 - 왕복 약 15분 소요

 

 

깃대봉 오름길에 바라본 928봉 능선

 

 

깃대봉에서 아들과...

 

 

 

깃대봉 내림길에 바라 본 928봉 능선

 

이제 내려갈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

조령3관문은 마지만 동산을 하나 더 넘어야...

 

 

 

 

 

조령에 산신각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긴 여행은 아니었으되 꽤나 다이나믹한 여정의 멋진 마무리

구간을 반으로 나누었던 집행부의 결정은 적절했음

이곳에서 다시 길을 올라 마패봉과 탄항산을 거쳐 하늘재 까지 5시간을 더 타라 했으면 

포기할 사람이 많았을 듯   

 

 

오늘 가장 멋진 플레이를 보엿던 알티엔의 여유

 

 

 

 

 

 

 

 

 

 

 

 

 

 

고사리 입구 식당에서 김치찌개 뒷풀이 - 근데 우리가 끓여 먹던 것보다 훨 맛없다.   

 

 

 

 

 

오는 길에 청산님의 소개로 수옥정과 수옥폭포에 드르다.

 

 

 

 

 

그리고 마애불도 둘러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