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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백두대간

아들과 부르는 노래 21 -백두대간 26구간 (죽령 - 비로봉-늦은맥이재 - 어의곡리)

 

 

 

 

 

 

 

 

 

 

 

 

 

 

 

 

 

 

 

 

 

 

 

 

 

 

 

 

 

 

 

 

 

 

 

 

 

 

 

 

 

 

 

 

 

 

 

 

 

 

 

 

 

 

 

 

 

 

 

 

 

 

 

 

 

 

 

 

 

 

 

 

 

 

 

인생길은 여행길이야

기간이 정해진 짧은 여행 길

무수한 길이 있어도 다 걸어볼 수도 없고

아름다운 풍경조차 다 돌아볼 수 없네

그래도 우린 어디론가 떠나네

누군가에게 진 빚을 모두 청산하고 더 자유로워 질 날을 꿈꾸며

가슴에 간직한 별에 언젠가 다다를 수 있다고 믿으며

 

배낭 하나 메고 훌훌 떠나는 길은 아니야.

먼 길을 걷다 보면

지고 갈 짐은 더 많아지고 어깨는 더 무거워 지네

그리고 더 먼 길을 걸었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우린 끊임없이 어느 작은 지점을 맴돌았고

갈 길은 아직 먼데 벌써 다리만 아프다 하네

 

어느 날 세월이 조용히 말했네

여행을 즐기게 !”

바람인 양 지나가는 우리 인생 길의 끝을 알면서도

욕심과 집착으로 짐을 키우고

삶의 무게에 눌려 무얼 위한 여행인지 조차 잊어버렸네

서산에 석양이 붉게 물드는 어느 가을 날에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다다를 수 없던 별의 아픔으로

조각난 꿈은 빈 수레에 덩그러니 실려 온다네

 

인생길은 산행길이야

힘들여 오르지만 다시 내려와야 하는 길

좋은 길을 찾아 걸어도 어딘가에서는 절벽과 벼랑 앞에 서기도 하고

녹양방초 우거진 길에서 갑작스레 폭우를 만나기도 하네

그래도 우린 그 길을 기쁘게 걸어야 하네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왔고, 그 길에는 아직 기다림이 남아 있다네

저 산 모퉁이를 돌면 그리운 누군가를 만나고

저 봉우리 너머 우리가 찾아 헤매던 파랑새가 만날 수 있는

 

걷다 보니 벌써 이 만큼 걸어왔는데

어느 봉우리에 서면 그 뒤로 다시 봉우리가 솟아오르네

때론 발에 난 상처가 아파서 울고

때론 목구멍에 걸린 가시에 눈물이 나네

어느 막막한 길목에서 목놓아 통곡 하기도 하고

캄캄한 밤에는 희망의 등을 두드리며 새벽을 기다리기도 하고..

 

어느 날 산이 조용히 말했네

천천히 가게

지나온 길의 사랑과 추억도 가슴에 담지 못한 채 또 남은 길을 그렇게 서둘렀네

세월이 더 지나 산을 내려갈 때가 되어서야

우린 산행 길은 풍경과 바람을 즐기며 가야 한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된다네

 

! 우린 너무 늦게 서야 알았네

길은 그렇게 멀지 않고 세월은 생각보다 더 빠르다는 걸

기쁨과 슬픔도 모두 인생의 아름다운 선물 이었다는 걸

파랑새는 늘 우리 가까이에서 날았고

행복은 어떤 길 위에도 뒹굴고 있었다는 걸

 

 

산 행 일 :  2015726일 일요일

산 행 지 :  아들과부르는 노래 22- 백두대간 26구간

    :  죽령-연화봉-비로봉-국망봉-늦은맥이재-율전마을

    :  35도 폭염이나 소백능선에는 태양이 구름사이 들락거리고 시원한 바람

    :  21.2km (접속거리 4.5km)

소요시간 :  8시간 50( 식사 20, 얄탕 30)

         

 

시간

경유지

비 고

08:38

죽령출발

 

09:23

전망데크

 

09:56

2연화봉(1357m)

연화봉2.7km, 죽령탐방지원센터4.2km

10:08

천문대 앞 전망데크

 

10;37

이정표

연화봉0.6km, 죽령탐방지원센터6.3km

10;40

소백산 천문대

 

10:47

이정표

연화봉0.3km, 비로봉4.3km, 희방사2.6km, 죽령6.9km

10:53

연화봉 표석(1383m)

10분휴식, 죽령에서 2시간 15

11:05

이정표

연화봉0.1km, 희방사2.5km, 비로봉4.2km

11:38

1연화봉 전망데크

 

11;46

1연화봉(1394m0

20분 중식

연화봉에서 53, 죽령에서 3시간 8

12:06

출발

 

12:36

이정표

비로봉1.5km, 1연화봉1.0km

12:50

이정표

비로봉1.0km, 국망봉4.1km, 연화봉3.3km, 죽령10.5km

12:52

연리목

 

13:09

천동리갈림길 이정표

비로봉0.6km, 천동주차장6.2km, 희방주차장7.4km, 죽령10.7

13;12

주목군락지 관리소

 

13;21

비로봉(1439m)

죽령에서 4시간 43, 1연화봉에서 1시간 15

국망봉3.1km, 어의곡5.1km, 죽령11.5km,

천동6.8km, 희방사6.7km, 연화봉4.3km

13;36

어의곡갈림길 이정표

국망봉2.7km, 어의곡4.7km, 비로봉 0.4km

13:47

이정표

국망봉2.2km, 비로봉0.9km

14:01

이정표

국망봉1.5km, 비로봉1.6km

14;33

초암사갈림길 이정표

국망봉0.3km, 초암사4.1km, 비로봉2.8km

14:42

국방봉 (1429m)

늦은맥이재2.1km, 비로봉3.1km

14:59

이정표

고치령10.2km, 국망봉0.9km

15:02

이정표

늦은맥이재1.0km, 국망봉1.1km, 비로봉 4.4km

15:18

이정표

율정4.5 km, 마당치6.5km, 고치령9km, 국망봉2.1km,

비로봉5.2km

16:51

이정표

율전2.0km, 늦은맥이재2.5km, 국망봉4.8km, 연화봉12km

 

알탕 30

 

17:28

하산완료

늦은맥이재4.5km, 국망봉7km, 비로봉10.2km

 

 

 

금요일, 토요일 강원도와 비가 제법 내리고 나서 다시 폭염이 시작되었다.

2주전 폭우예보로 인해 출정을 유보하고 나서 우린 한달 만에 한여름 불볕 속으로 뛰어 들었다.

보무도 당당히..

 

소백산

오랫동안 멀어 있었다.

그 이름만으로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세월과 세상에 숙성된 중년여인의 후덕함과 풍만한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하는 산 .

몸맵시 날렵한 여인보다 더 아름답고 편안하고 너그럽다.

그리고 후련하다.

 

연화봉 가는 길

올라가는 길의 발걸음이 무겁다.

35도를 넘나드는 여름날이고 길은 오르막인데다 바람은 불어 갈 곳이 없다.

게다가 가장 힘들다는 초반 1시간을 아직 넘기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전망대를 지나고 파란하늘과 천문대가 보이는 곳에서부터 컨디션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시멘트 포장도로와 수시로 사람을 태우고 드나드는 천문대 업무용 RV차량이 거슬리고

부담스럽다.

죽령에서 2연화봉까지 지루한 포장도로 길이다.

2 연화봉에서 산친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길을 가다 보니 천문대 앞으로 앞에 후련한 조망을 열어주는

전망대가 선다.

뭉게구를 흘러가는 파란하늘 아래 아득한 첩첩 산세상은 큰 산에 들었음을 실감케 한고 가야 할 대간길은

북으로 웅장하게 굽이 친다..

벌써 8월을 지척에 두고 있다.

소백의 여름도 이리 아름답다.

꼬리풀,비비추,나리꽃,어수리,산꿩의 다리, 달맞이꽃,이질풀 등등 연화봉 가는 길에는 길섶에서 다투어

피어나는 무수한 야생화들이 우리의 힘겨운 여행길을 위로해 주었다.

천문대에서 물을 보충하고 커다란 표석이 세워져 있는 연화봉에 올랐다.

 

연화봉

연꽃 봉오리 같아서 연화봉이라는데 그 모습을 가늠하기 어렵다.

2.4km아래 희방사가 위치하고 수철리 희방 주차장 까지는 3.7km 거리로 하산에 1시간 10여분 소요된다.

희방사는 고은사의 말사로 1400년 신라 선덕여왕 때 두운조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계룡산 남매탑처럼 보은에 관한 재미 있는 설화가 전해오는 바로 그 절로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 226

동종과 부도 2개가 있다.

훈민정음과 월인석보가 보관된 절로 유명하였는데 월인석보 판목은 6.25때 불타 없어졌으나 훈민정음

목판본은 잿더미 속에서 온전하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21년 전(1994)  충주호 유람선 화재 전날  3살 먹은 이 녀석 손을 잡고 처음 찾았던 절이다..

지나온 길 멀리 바라다 보이는 관측소와 천문대의 풍경이 알프스 고원처럼 평화롭고 목가적이다.

가야 할 길을 막아선 제 1연화봉은 오락가락 하는 구름에 묻혔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되풀이 한다.

 

비로봉 가는 길

연화봉에서 비로봉 까지는 4.2km 이다.

20여분 울창한 숲 길을 빠져 나가면 헬기장이 나타나고 우뚝한 제1연화봉이 앞을 가로 막아 선다.

계단을 힘들여 올라 제1 연화봉 정상 바로 아래 전망대에서 지나온 소백능선을 바라 본다.

눈이 시린 푸른 빛으로 장엄하게 흘러가는 산등성이와 골짜기에는 산 안개가 흘러 다니고 산의 둥근

가슴골 사이 신비로운 흰 안개가 피어 오른다.

연화봉 정상에서 식사를 하는 일행들과 합류하여 20여분 식사를 했다.

 

잠시 숲길을 지나고 나면 멀리 비로봉 까지 부드럽게 구비치는 소백의 푸른 능선이 한눈에 들어 온다.

늘 가슴에 남아 있는 그리운 풍경 중의 하나였다.

주로 봄이나 겨울에 찾았던 소백산은 그 때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기쁨과 감동으로 맞아 주었었다.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소백은 생명의 푸르름에 휩싸인 채 동화의 나라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옛 친구에게 반가운 미소를 보낸다.

 

세상의 길에는 기쁨으로 인도하는 무수한 문이 있다..

어떤 문을 여느냐는 건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지만 자연으로 난 문을 열지 않고 우린

어디서 위안과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자연으로 난 문을 알고 그 문 뒤에서 서성이는 그리움과 아름다움을 만난 다는 건 정말 가슴 벅찬 기쁨이다.

기꺼이 자연 속의 한 점으로 동화되고 그 광활하고 멋진 대자연 한 가운데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만

으로 삶은 견뎌야 할 그 무엇이 아니라 즐기고 누려야 할 축복 이었다.

 

우리 삶은 존재하거나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살아간다는 궁극은 내면의 울림을 듣는 것이다.

그건 아득한 그리움을 따라가는 것이거나 어쩌면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 과정 같은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은 회색도시에서 기력을 빼앗기지 않고 젊음과 열정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었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난 길과 문에 관한 내 머릿 속의 지도는 늘 샘솟는 감동의 샘물을 찾아가는

내 삶의 보물지도였다.

 

태양은 자주 구름 속에서 졸고 동해 바다를 불어온 바람은 부드럽게 내 목을 휘감는다..

우린 정원처럼 잘 조성된 1000고지 초원의 목가적인 길을 따라 비로봉으로 갔다.

무수한 고추 잠자리는 내 머리 위에서 축하비행으로 아름다운 소백의 여름을 찬양해 마지 않았고 불쑥

나타나는 웅장한 바위와 서로를 부둥켜 안은 나무는 큰 산의 변함없는 오랜 사랑을 전해 주었다.  .

 

비로봉을 600미터 남겨둔 곳에서 천동리 갈림길이 선다.

6.2km아래 단양 천동리 주차장이 있다.

그 곳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몇 분 더 오르면 물을 보충할 수 있는 주목 관리소에 당도한다..

 

비로봉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곳에서 비로소 낯익은 거대한 비로봉 입상 표석을 만난다.

다시 이곳에 왔구나!

산행의 피로는 머리를 풀고 훨훨 하늘로 오르고 가슴엔 초록 빛 맑은 기쁨이 고인다.

우린 소백나라의 중심에서 지나 온 길의 감회에 젖고 다시 가야 할 길의 기대에 부풀었다.

 

아들아 정말 멋지지 않느냐?

이곳이 대한민국의 대표 산줄기 중 하나인 소백산 능선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훗날 네가 산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날 아름다운 철쭉의 화원을 보러 봄에 다시 와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세상이 가끔 답답하거나 가슴에 알지 못할 분노와 화가 쌓일 때 이 소백의 용골마루에 서서 볼기가

떨어져 나갈 만큼 차가운 소백의 바람을 맞아야 한다.

산은 스스로 소리내는 법이 없고 바람은 스스로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실의와 좌절 그리고 아무도 너의 편이 없는 것 같은 막막함 속에 던져 질 때 이 넉넉하고 아름다운 산이

있다는 걸 꼭 잊지 말아라.”

 

소백산은 1987 18번 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비로란 말은 원래 비로자나의 준말로 산스크리트어 vairocana를 음역한 것으로 신광,지광의 빛이 온 우주를

비추는 것을 의미한다.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비로자나불이 깨달음 순간의 부처로 의미한다는데 여긴 깨달음의 봉우리 인지도 모른다

 

인생이 별거야?

행복이 별거야?

그거 어떤 하루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웅장한 고원의 푸른 초원에서 쓰나미 처럼 밀려 오기도 하고 소박한

야생화의 수줍은 미소에서 잔잔하게 전해지기도 하는 거지

친구가 따라주는 한 잔의 차가운 맥주에도 넘칠 수 있는 거구 땀 쭉 빼고 계곡 수에 풍덩 뛰어들면 오르

가즘처럼 짜릿하게 온몸을 휘감아 오기도 하는 거지

그것은 세상의 모든 높은 산이 설파하는 인생의 교훈이었고 내가 오래 전에 깨우친 삶의 비밀이었다.

 

비로봉 뒤의 표석에는 한 수의 시가 적혀 있다.

 

태백산 이어진 소백산

백리에 구불구불 구름사이 솟았네

뚜렷이 동남의 경계를 그어

하늘땅이 만든 형국 억척 일세

 

45년에 걸쳐 세종,문종,단종,세조,,예종,성종의 여섯 임금 모시고 육조판서를 지낸 위대한 조선의 학자

서거정 할아버지께서 쓰신 것이다.

대자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된 소백 마루에 서서 산과 구름과 바람의 조화 속에서 한 수의 시를 읊는 선조의

 감동이 가슴으로 전해져 왔다..

 

국망봉 가는 길

온갖 야생화가 만발한 천상의 화원을 걸어가니 흥이 절로 난다.

가다가 고원의 바람 길에서 유유자적한  A팀 산우들을 만나 술 한잔 얻어 마셨다.

세상을 좀더 여유롭게 즐기는 그들은 삼가리에서 비로봉으로 올라 어의곡리로 하산할 예정이다.

 

난 소백의 능선 풍경에 넋이 나간 모양이다.

너무 많은 야생화가 산상 초원에 다투어 피어나고 있음은 보았지만 왜솜다리 군락도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애고 아까워라!”

 

한참 숲길을 돌아 나오니 초암사 갈림길이 서고 길은 다시 목장의 초원같이 부드러운 능선을 완만하게 올라

국망봉으로 간다.

초암사는 절을 짓기 위해 명당을 찾던 의상대사가 임시 거처로 초막을 세웠던 곳이다..

의상대사는 결국 명당터를 찾아내어 부석사를 지었고 초막을 세운 곳에 절을 지어 초암사라 불렀다. 

주요문화재로는  3층석탑(도유형문화재 제126)와 동부도(도유형문화재 제128), 서부도(도유형문화재

129)가 있다.

 

초암사로 내려서는 계곡의 이름이 죽계계곡이다.

옛날 계곡의 절경에 심취한 퇴계 이황선생이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노랫소리 같다 하여 계곡구비구비

마다 걸 맞는 이름을 지어주며 죽계구곡이라 불렀다 한다.

국망봉 가는 길은 봄날 연분홍 치맛폭이 휘날리는 고운 철쭉화원이 되는데 오늘은 수 많은 비비추가 아름

다운 고원을 장식하고 있다. .  

 

국망봉

나라를 바라보는 산!

비운의 마의태자가 경주 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뿌렸던 망국의 비통함이 떠도는 산 봉우리이다.

천년의 왕국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세속의 영화는 한갖 뜬구름 같이 흩어져 갔다.  

아픈 세월과 함께 무너져 내린 작은 가슴을 위로한 건 수줍게 피어나던 연분홍 철쭉이었을 것이다.

비수처럼 가슴을 찔러 그 아픈 상처를 도려내 준 것은 살을 에는 소백의 칼바람이었을 것이다.

조선 최고의 풍수가 남사고가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 했듯이 무수한 사람들이 이 드넓은 산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었을 것이고 그 곳에서 무뎌진 시심을 깨우고 상처 난 가슴에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늦은 맥이 가는 길

국망봉에서 상월봉을 지나 늦은맥이로 가는 길에도 비비추는 푸른 초원을 보라색으로 수놓으며 무리지어

피어난다.

내 삶의 여정에서 무수한 아름다운 풍경들이 손을 흔들었고 그건 또다시 그리움으로 내 마음을 흔들었다.

세상의 넓고 깊은 곳에서 아름다운 꽃들과 멋진 풍경들은 누군가 찾아 주건 찾아 주지 않건 저마다의 색깔과

목청으로 아름다운 삶을 노래한다.

내가 어떤 꽃과 어떤 풍경에게 말을 걸지 않고서도 세월은 여전히 빨리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내가 오늘처럼 바람 부드러운 날 그 곳에 서 있어야 꽃들이 내게 말을 걸고 내게 다가와 기쁨과

감동을 전해 줄 것이다.

아직은 방황을 끝낼 때가 아니다.

내 가슴에서 사무치는 깊은 고독의 방은 혼자 만의 나를 위해 늘 비워져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가는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감의 두려움이란 점점 줄어드는 삶의 날이 아니라 어쩌면 그리움에 대한 열정이 떠나 가는데

대한 견딜 수 없는 황폐함 일지도 모른다.

 

하산 길

늦은맥이에서 율전마을 가는 길은 발이 편치 않은 너덜 길이다.

한참을 내려가니 조금씩 물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 결엔가 계곡의 물길은 아우성을 내며 노도와

같이  흘러 내린다.

어느 겨울 비로봉을 오르던 바로 그 길이었는데 그 땐 눈 덮히고 얼어붙은 계곡이라 그 당당한 위세를

가늠할 수 없었다.  

우린 얼마 전 내린 비로 인해 더욱 풍부해진 수량으로 거침없이 흘러가는 그 맑은 소에 뛰어 들었다.

아들 녀석은 그 차가움에 온 몸이 마비된다고 앓는 소리를 해대면서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떨고이빨을

부다닥 거렸다..

우린 그렇게 청정 계곡수의 세속의 진페와 찌꺼기들을 모두 씻어냈고, 더위에 흐물거리던 우리의 영혼에

차가운 물벼락을 내리쳐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계류가 기암을 벼리 듯

연륜과 그 세월이 가져다 주는 지혜가 거친 날을 세우고 있는 삶의 모서리를 둥글게 한다.

우린 그렇게 산과 자연을 닮아 간다.

짧은 우리 인생을 더 함축하고 싶어 난 아들까지 데리고 산으로 가는지 모르겠다.

 

살아 있음의 감동과 깨어 있음의 축복을 절절히 느낀 오늘!

내가 보낸 오늘 하루가 어느 훌륭하신 누군가의 화려한 하루에 못 미친다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어느 화려한 문 뒤에 있었던 기쁨과 행복보다 못하다 할 수 있을까?

 

다행이다

내 가슴속에서 세상을 향한 뜨거운 갈망이 남아 있어서

내겐 아직 그리움이 남아 있어서

 

자연!

그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