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라
부모님에게서 배워라
부모님은 나를 위해 그렇게 희생하고 사랑하셨지만
나는 그 사랑을 당연하게 받기만 했다는 걸
아들보다는 당신을 더 사랑했어야 했다는 걸
아들보다 나를 더 사랑해야 한다는 걸
대통령에게 배워라
세상을 바꾸는 것은 스스로를 바꾸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이란 걸
울화통이 터져도 바위에서 뛰어내리지 않아야 한다는 걸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때론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체하고
분노는 가슴으로 삭혀야 한다는 걸
어제 죽은 부자에게 배워라
그렇게 모질게 모은 재산이고 그렇게 끝도 없던 욕심인데
정거장을 통째로 사도 저승길 차표는 환불이 안 된다는 걸
다리심 짱짱할 때 싸돌아 다니고 입맛 펄펄 살 때 맛난 것 먹어야 한다는 걸
춤은 추고 싶을 때 추고 노래는 부르고 싶을 때 불러야 한다는 걸
아이에게 배워라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소리 내 울어야 세상살이 편안해지고
세상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더 아름답게 보인다는 걸
내일 일은 오늘 싸들고 고민하지 말고 오늘 신나게 뛰어 놀아야 한다는 걸
삶은 전쟁터가 아니라 놀이터라는 걸
산에게 배워라
침묵이 더 큰 웅변이고 더 큰 울림이 될 수 있음을 …
바람이 나무를 흔들고 숲은 소리 내어 울어도 난 흔들리지 않고
난 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정상에 오르면 다시 내려 와야 하고 가을이 오면 가슴을 텅 비워야 한다는 것을…
세월에게 배워라
속좁은 옹알이는 그만두고 좀더 둥글어 져야 한다는 것
주름살과 새치가 늘어도 마음은 늙지 말아야 한다는 것
쉬지 않고 묵묵히 걸어야 하지만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해야 한다는 걸
하지만 단 한번 뿐인 여행 길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걸
산 행 일 : 2015년 8월 23일 일
산 행 지 : 백두대간 28구간
코 스 : 도래기재- 옥돌봉-박달령-선달산-갈곶산-마구령
날 씨 : 무덥고 가끔 바람
거 리 : 약 18.47 km (접속거리 마구령-임곡리 3.2km/ 총 21.7km)
소요시간 : 약 7시간 (식사 약 20분)
동 행 : 귀연산우회 대간꾼들 38명
시간 |
경유지 |
비 고 |
08:54 |
도래기재 출발 |
|
09:26 |
이정표 |
옥돌봉 1.3km, 도래기재 1.4km |
09:59 |
옥돌봉 (1,076m) |
약 15분 휴식 |
10:09 |
문수지맥 분기점 |
|
10:50 |
박달령 |
|
12:35 |
선달산 가는길 식사 |
약 20분 |
13:13 |
선달산 (1,236m) |
|
13:28 |
늦은목이 (800m) |
|
13:51 |
갈곶산 (966m) |
|
15:39 |
마구령 |
|
이동 거리가 늘어나서 출발시간이 새벽 4시로 당겨졌다.
앞으로 설악권을 위해서는 출발 시간은 계속 앞 댕겨야 할 것인데 여기서 시간을 더 빨리 해야 한다면
차라리 무박산행이 속편 할 것이다.
아침에 출발은 일찍 했는데 이른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을 찾지 못해서 시간 낭비가 많았다.
집행부 역시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겠지만 어렵더라도 일정을 오차 없이 연결해야 새벽잠을 설치고
참석한 많은 대원들의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우린 새벽 셋에 눈 비비고 일어나서 흔들이는 버스 안에서 잠시 조는 사이 버스는 여러 지역을
헤맸고 마침내 오전 약수터 슈퍼에서 정차했다.
스물 댓개 라면을 주문해 놓았는데 급한 마음은 아랑곳 없이 라면은 오래도록 끓지 않았다.
라면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약수터에 올라 약수맛을 보았는데 그 쇠물맛의 강도가 오색약수나 울릉도
도동약수 보다 훨씬 강해서 혹여 내 뱃속이 녹슬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지경이었다.
나중에 따로 알아보니 이 오전 약수는 조선 제9대 성종(1469 ~ 1494)때 발견되었고 이듬해 가장 물맛이
좋은 약수를 뽑는 대회에서 전국 최고의 약수로 뽑혔다고 한다.
이 오전 약수는 탄산성분이 많아 톡쏘는 맛이 강하고 마그네슘, 칼슘, 철의 성분을 많이 함유하여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히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옛날 한센병 환자들이 약수를 먹고 몸을 씻고 나서 이 지역에 있는 쑥으로 피부에 뜸을 뜨고 달여먹고 하여
병을 고쳤다고 하는데 그런 연유로 이곳에 위치한 마을 이름도 쑥밭이라는 뜻의 애전이라 불린다고 한다.
어쨌든 우린 그 곳에서 1시간 가량 여유롭게(?) 소요하며 푹 퍼진 맛있는 라면에 밥까지 말아 먹고 느긋하게
출발했다.
옥돌봉 가는 길
8시 55분에 우리는 도래기재를 차고 올랐다.
표고차 500미터의 옥돌봉은 줄기차게 올라야 한다.
약 40여분 경사로를 올라서서 철쭉 군락지를 만나고 나서도 등로는 계속 오름길이다.
서강쇠(서서서)님의 발길이 평소 같지 않게 많이 밀린다.
힘든 표정이 역력한 걸 보니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이제 시작인데 그의 흔들림이 걱정스럽다.
나무 숲이 울창하여 그늘은 빽빽하나 길이 가파르고 바람은 불지 않아서 초장부터 땀이 많이 흐른다.
가는 길 나무 등걸에 나무 이름표가 붙어 있어서 나무 이름 공부가 많이 된다.
지난 번에 이어 계속되는 조망 없는 길에서 길섶에 피어난 특이한 버섯들이 눈에 들어오고 자연스레
나무 이름에도 눈길이 간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한다.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이다.
풀 밭에 가보라 얼마나 많은 세 잎 클로버가 피어나 있는지 …
우린 한 장의 네 잎 클로버를 찾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세 잎 클로버를 짓밟았는가?
우리가 찾아내지 못했다고 불평한 행복은 도처에 널려 있다.
단조로운 숲 길에도 ..
어둠이 밀려오는 들녘에도….
소박하고 작은 행복들에게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우린 더 세월에 익어가야 한다..
산꼭대기가 싸리버섯을 한 웅큼 따는 걸 보고 앞서간 대원 들이 싸리버섯과 또 다른 식용버섯을 채취
해서 길 위에 놓아 두었다.
옥돌봉 (1,076m)
높이 1,076m의 옥돌봉은 환인이 순회한 곳이라 한다.
환인께서 천지순회를 하다가 이른 곳은 옥이 안난 곳이 없고 선경(仙景)이 아닌 곳이 없었다는 전설에
따라 옥돌봉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전해진다..
이 산 정상에는 흰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 빛이 예천까지 빛났다 하여 예천 바위로도 알려져 있고 이
봉우리에는 550년 되는 철쭉이 자생한다고 한다.
옥돌봉 정상석 앞은 헬기장이다.
뒤늦게 옥돌봉에 올라와서 대원들과 합류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옥돌봉 아래 약 300미터 지점 문수지맥 분기삼거리에서 문수지맥이 분기한다.
문수지맥은 백두대간 옥돌봉에서 시작하여 주실령을 넘고 경상북도 예천의 회룡포가 있는 비룡산에서
맥을 다하는 114Km의 긴 산줄기이다.
문수지맥과 백두대간 산줄기 사이에 경상북도 예천, 영주, 봉화가 터를 잡고 있다.
박달령 가는 길
춘양목으로 유명한 봉화지역이다.
멋진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훤칠한 키와 수려한 용모로 존재를 부각시킨다.
춘양목은 겉껍질이 붉은빛이 돌아 적송이라고도 부르는 육송인데, 춘양목이라는 이름은 집산지인
춘양의 지명을 딴 것이다.
춘양목은 다른 지역의 육송과는 달리 곧게 자라는 데다가 껍질이 얇고 결이 곱고 부드럽다.
또한 켠 뒤에도 크게 굽거나 트지 않으며, 켜면 그냥 하얗게 보이기 쉬운 다른 지역의 육송과는 달리
붉은빛 또는 보랏빛을 띤다. 그리고 벌레가 먹거나 썩지 않으며, 대패질을 해놓으면 윤기가 자르르 돈다
– 네이버 백과
안타까운 일이다.
이 멋진 소나무들은 너무도 많은 수난을 겪었다.
험한 고갯길에 달구지로 실어낼 수 밖에 없었던 그 옛날에는 아무리 베어내도 간벌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어서 춘양목 군락은 건강하게 보존되었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춘양면에 수십개의 제제소가 들어
서서 조직적인 벌채를 자행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소중한 산림자원은 황폐해 졌다.
군데 군데 춘양목이 많이 눈에 뛰긴 하지만 신갈나무 숲이 많이 나타나서 의아했는데 도중 표지판에
안타까운 사연이 적혀 있다.
1980년대 까지는 춘양목 군락이 대세였는데 솔잎혹파리 해충의 피해로 소나무 군락이 쇠퇴하고 활엽수
군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박달령은 문수지백 분기점에서 2.8km로 약 40여분 걸린다.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다소 길이 편안해 진다.
박달령
넓은 임도 한 켠에 산신각과 이정목이 서 있다.
옥돌봉 까지가 3km이고 가야할 선달산은 5km 거리에 있다.
이 고갯길은 예전에 경북 봉화와 강원도 영월을 잇는 큰 고개로 보부상들의 주요 이동로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소형 차량들은 이동이 가능한 널찍한 임도가 가로지르고 있다.
북쪽 강원도 방향 임도의 끝은 오늘 산행 들머리인 도래기재로 이어지고 남쪽 봉화 방향은 오전약수터와
주실령을 잇는 915번 지방도로에 연결된다..
2km 아래에 아침에 들렀던 오전약수터가 위치한다.
탈출로는 양방향 임도보다는 봉화 물야면 오전약수터로 바로 내려가는 산길이 더 가깝다.
선달산 가는 길
1000고지 가까운 박달령이라 1236m 선달산 까지는 그리 표고차가 크지않아 가파른 비탈길은 아니라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 길이다.
선달산 3.6km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대원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별로 허기가 동하지 않아서 우리는 좀더 진행하다가 먹기로 했다.
우리는 12시 30분쯤 되어 나타난 벤치에서 둘만 호젓하게 식사를 했다.
시종 햇빛에 노출되는 일은 없지만 바람이 없어 후덥지근한 데다가 조망도 전혀 없는 다소 지루한 길을
걸어간다..
그래도 눈길을 끄는 건 건 숲 길에서 자주 나타나는 잘 생긴 소나무나 참나무 그리고 길섶에 핀 야생화
들이다.
아마도 가을에 이 길을 걷는다면 그 길의 부드러움과 시원한 가을바람을 찬양해 마지 않을 것이다.
날고 기어도 부처님 손바닥이다.
아무리 컨디션이 좋고 의기양양 하게 길을 나서더라도 바람도 귀양 보낸 찌는 무더위가 시종 동행을
자청하면 혓바닥이 턱에 닿아야 하고 시베리아 북풍한설이 몰아쳐 오면 온 몸을 칭칭 동여매야 한다.
인류의 비극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거부하고 자연을 지배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될 것이다.
문명을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강을 막고 산을 허무는 그 무모한 도전은 자연의 가혹한 응징과 보복에
직면할 거이다.
당돌한 원숭이들의 웃픈 이야기..
고작 100년을 못살다 가는 인간의 신을 흉내 내려 한다.
그 원대한 이상은 한줄기 찬바람에 힘없이 날리어 갈 한여름 매미의 울음소리처럼 안스럽다.
찰라의 시공을 가르는 한 마리 나비
광대무변의 자연 속으로 날아들어 짧은 시간에 그 아깝고 경이로운 여행을 마무리해야 하는
그 작은 날개 짓은 가냘프고 짧아서 아름다울 뿐이다..
잔머리 굴리지 마라 !
괜히 덤비지 마라 !
우린 자연에 순응하고 적응하고 그 속에서 삶의 기쁨을 누려야 하는 자연의 피조물일 뿐이다.
배낭이 척척해져서 불통에 물이 쏟아졌나 했더니 아뿔싸 물을 담아 통째로 얼렸던 알루미늄 물통이
갈라져서 그 틈새로 물이 새어 나온 것이었다.
비싸게 주고 산 것인데 뚜껑을 열고 얼리면 된다고 해서 그랬더니 아랫 밑둥에 균열이 가 버린 것이다.
아까운 얼음물을 다 새어 나가게 하고서 뒤늦게 수통을 거꾸로 매달아 물이 아래로 고이게 만든 채
길을 걸어 간다.
숲도 힘없이 나뭇잎을 늘이고 무더위에 지쳐 있다.
물이 부족하면 나도 무더위에 지칠까봐 물이 더 새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간다.
선달산(1,236m)
선달산 (1,236m) 보다도 10m 더 높은 1246봉을 지나 얼마 가지 않아 거대한 선달산 표석이 수림 이
사라진 공터에 홀연히 나타났다.
강원도 영월군과 경북봉화군과 영주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태백산의 끝이자 소백산이 시작되는 산이다.
13년전 그날에 어둠 사이로 스며드는 여명의 붉은 기운울 아쉬워 하며 지나쳤던 그 선달산은 내리쬐는
뙤약볕을 그대로 맞으며 아무런 조망도 없는 곳에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숲이 사라지자 뜨거운 태양이 위력이 실감난다.
큰 나무들이 사라졌지만 주변의 관목과 잡풀로 조망도 가리웠다.
우린 표석에서 지나는 길손을 기다려 기념사진을 찍고 나무 그늘에 숨어 더위를 식혔다.
신선이 노닌다는 백두대간 제 38경이란 그 이름이 무색한 실망스런 선달산과의 재회였다.
선달산 아래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일단의 무리들을 만났는데 그 아래 선달산 이정목이 서고 갈림길이
나타난다.
등로의 크기도 비슷하고 리본도 양쪽에 달려서 다소 헷갈린다.
우측 길은 어래산으로 이어지는 외씨버선 길이고 대간 길을 직진으로 내려 간다..
이 어래산 능선의 오른쪽은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이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용운사에서 늦은목이로 올라서서 김삿갓문학관으로 이어지는 이 외씨버선 길을
꼭 걸어 보고 싶다.
선달산은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과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및 영주시 부석면에 걸쳐 있는 높이
1,236m의 산봉우리로 미묘하고 아름다운 계곡을 사방에 품은 채 우아한 산세와 풍부한 식생을 자랑한다
선달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가 봉황산을 빚고 그 품안에 천혜의 명당 부석사를 보듬과 있다.
아마도 A팀주으이 일부가 이곳에서 능선을 따라 봉황산으로 내려서면서 제법 험한 산세로 많은
고생을 했던 모양이다.
늦은목이 (800m)
선달산에서 늦은목이 까지는 1.8km의 가파른 내리막 구간이다.
늦은목이에 있는 개념도에는 어래산과 삼도봉을 지나 김삿갓문학관으로 이어지는 14.5 km의 외씨버선
길이 잘 그려져 있다..
이 삼도봉이 강원도 영월과 충북의 단양 경북의 영주를 가르는 경계에 해당한다.
늦은목이에서 남대리로 이어지는 계곡길은 소백산자락길 중 9자락 방물길이다.
대간산객들 탈출로로 유용한 봉화 방향 생달리 용운사까지 0.9Km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이곳이 13년전 대차게 알바를 했던 그 곳이다.
이제 보니 아마 그 때 선달산 쪽으로 가지 않고 무심코 생달마을 쪽으로 하산 했던 것 같다.
갈곳산 (966m)
늦은목이에서 완만한 오름길로 1km 전방에 있다.
표석도 없이 이정표 중간에 누군가 갈곶산이라 휘갈겨 쓴 초라한 모습이다.
오늘의 등로에서 선달산 다음으로 유일하게 이름이 붙여진 봉우리인데 푸대접이 이만저만 아니다.
갈곶산에서 백두대간은 오른쪽으로 휘어서 진행된다..
이정표 뒤쪽의 길을 따라 가면 봉황산 부석사로 이어지는데 5km에 2시간 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마구령 가는 길
갈곶산에서 마구령 가는 길은 4.9km 이다
아주 가끔 나뭇잎 사이로 부석면 일대가 내려다 보이긴 해도 조망이 없는 단조로운 길이다.
나무터널의 무더위 중에도 어느 길목에서는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주었다.
드문드문 불어주는 바람이 반가워서 시원한 골바람이 불어 오르는 길목에서는 어김없이 배낭을 내리고
바람의 축복을 편안하게 받았다.
버섯과 나무와 야생화를 보면서 때론 아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린 그 길을 걸었다.
1058봉을 넘자 마구령 가까이에서 헬기장이 나타나고 우린 넓고 눈에 익은 마구령으로 내려섰다.
마구령
한 켠에는 먼저 온 산우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린 함께 멋진 포즈로 기념촬영을 했다.
10,000원 밖에 하지 않는 콜택시를 부를까 하다가 산우들이 모두 그냥 내려가는 분위기라 같이 내려
가기로 했다.
이젠 내려가서 시원하게 알탕하고 오리구이를 안주삼아 목젖이 얼얼한 맥주 한잔 할 일만 남았으니
지난 번 트럭을 타고 올라 온 이 길을 느긋하게 걸어내려도 좋다는 마음이었다.
"살려주세요 !"
우린 내리막에서 뒷걸음 치고 내려 가는데 일행 중 연화님이 고개를 내려가는 차에게 불쌍한 표정으로
애원하는 통에 봉고아저씨가 갓길에 차를 세워 주었다.
“아이구 근데 이게 웬일이여 ! “
우리는 땀냄새 팍팍 풍기고 먼지 풀풀 날리면서 염치 불구하고 차 안으로 끈적이는 몸뎅이들을 구겨
넣었는데 오호 통재라 동작이 좀 굼떴던 요주님만 타질 못했다.
안에서 아무리 다시 구겨 볼라구 애를 써도 요주님의 육중한 연면적이 나오질 않아서 우리는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한 채 홀로 마구령에 남기고 환속하고 말았다.
우린 지난 번 트럭을 타고 올라 왔던 마구령을 오늘은 봉고차를 타고 내려 왔다.
중간에 걸어 내리는 한림정 회장과 산우들을 보기 좋게 따돌리면서…
모처럼 횡재한 아들녀석도 희희락락한 표정이다.
이전 예전에 집에 가는 길에 우마차를 얻어 타고 가는 기쁨 같은 것이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깨닫지 못하는 작고 사소한 것들의 고마움을 알아가는 것이 자연 속의 여행 길이었다.
걷는 만큼 기분이 좋아지고 피곤한 여행의 끝에서 기쁨과 희열이 밀려 온다.
무더운 길목에서 불어주는 산바람이 고맙고 길섶에서 손을 흔드는 이름 모를 꽃들이 이쁘다
이동 베이스 캠프의 안락함도 오르가즘 같은 한자의 짜릿한 맥주도 허기가 불러내는 소박한 식단이 입에
쩍쩍 달라 붙는 맛도 모두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우린 자연속에서 더 진솔해지고 둥글어 진다.
술 한잔 따라 주는 친구의 따뜻한 정도 고맙고 그냥 쫄쫄거리며 간신히 머리 감고 등목할 정도로 흘러내리는
마구령 마른 물도 고맙다.
자연으로 난 길에 행복의 문이 있다.
오늘 내가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쌓여 틀림없이 탄탄한 행복의 성을 쌓게 될 것이다.
그 행복의 기초는 사랑이었다.
나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
행복을 불러내는 주술은 일단 떠나는 거다.
어디라도 어디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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