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일 : 2015년 9월 25일 금요일
산 행 지 : 아들과부르는 노래 25- 백두대간 8-2구간
코 스 : 안성매표소-동엽령-무룡산-삿갓봉-월성치-토옥동계곡 –양악
날 씨 : 맑고 가끔 흐리다 – 능선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거 리 :
소요시간 : 약 9시간 23분(식사 약 45분)
시간 |
경유지 |
비 고 |
08:03 |
안성매표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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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1 |
칠연폭포갈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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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0 |
이정표 |
동엽령:1.3km, 칠연폭포:1.3km, 탐방지원센터:2.9km |
09:51 |
동엽령(1,320m) |
삿갓골대피소:6.2km, 남덕유:10.5km, 탑방센:4.2km |
10:34 |
이정표 |
무룡산:3km, 삿갓골대피소:5.2km |
10:46 |
이정표 |
남덕유산:9.1km, 향적봉대피소:5.7km |
10:57 |
이정표 |
무룡산:2.1km, 삿갓재대피소:4.2km, 동엽령:2km |
11:53 |
무룡산( 1,429m) |
삿갓대피소:2.1km, 남덕유산:6.4km, 향적봉:8.4km |
12:30 |
목재계단아래 바람약한 조망처 |
라면 끓이려다 물부족으로 보류 |
12;36 |
이정표 |
삿갓대피소:1.4km, 향적봉대피소:9.1km |
13:00 |
삿갓재대피소 |
남덕유:4.3km, 황점:4.2km, 향적봉:10.5km |
13:45 |
식사후 출발 |
약 45분 식사 및 휴식 |
13;59 |
이정표 |
월성재:2.4km, 남덕유산:3.8km, 무룡산:2.6km |
14;07 |
삿갓봉(1418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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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3 |
이정표 |
월성재:1.9km, 삿갓봉;0.3km, 삿갓재대피소:1km |
14:37 |
이정표 |
월성재;1.6km, 남덕유:3.0km, 무룡산:3.4km |
15:00 |
이정표 |
남덕유:2.2km, 동엽령:8.3km |
15:13 |
월성치 |
남덕유:1.4km, 황점:3.81km, 삿갓대피소:2.9km 약20분 휴식 |
15:30 |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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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2 |
이정표 |
정상:3km, 계북면 양악:4km |
17:26 |
하산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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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즐거운 추석!
집에 있으면 걸리적 거리고 아들과 같이 덕유산 땜방길에 오르다.
아직 깨어나지 않는 어둠의 휘장을 걷고 안개 휘몰아가는 대진고속도를 달려 안성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다.
시방타임 오전 8시 03분 날은 청명하고 공기는 상쾌하다.
아무도 없는 새벽 길을 아들과 함께 걸어 오르다. -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익숙한 그 길
아직 가을을 느끼기엔 좀 이른 시기
그래도 길 위에 흩어진 낙엽들이 조금씩 가을 분위기를 잡아 준다.
한참 가물어도 물이 흘러 내리는 계곡
동엽령 600미터 전망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나무 계단 등로를 오르면 능선이 올려다 보인다.
09:50 동엽령 도착
원래는 해돋이 시간에 맞추어서 이 곳에 올라서야 하는데 잠을 못자면 전투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아들녀석 땜시 잘거 다자고 오느라고...
동엽령은 아침 9시 50분 벌써 벌건 대낮이다.
풍경을 감상하고 잠시 좌측 향적봉 쪽 나무 그늘에서 다리쉼을 하고 무룡산을 향해 출발 !
능선 길에는 아무도 없다.
약간 흐린 연무가 흐르는 고원의 풍경을 감상하며 무룡산 가는 길
여긴 완죤 가을 분위기
남덕유로 구비치는 덕유의 능선 길 - 눈 감고도 훤한 친근하고 편안 한 길
잠도 좀 잤겠다. 길도 이젠 편해 졌겠다 아들녀석은 나름 산행을 즐기며 제법 잘 따라오고...
용담 꽃의 아침인사 ! 반가우이.
물들어 가는 덕유능선
성질급한 녀석
지나 온 능선 길 - 완죤 가을 분위기 나네
아들아 오늘은 우리가 덕유 능선 접수다.
아무도 없는 덕유 능선 길
남덕유를 향해 유장하게 굽이쳐가는 덕유 능선 길
여긴 완연한 가을 빛
11:53 야호 ! 드디어 무룡산 정상 도착
놀멍쉬멍 안성 탐방지원센터에서 3시간 50분
사람이 없어도 인증샷은 해야하니..
요산요주님한테 땜빵 인정 받아야 혀!
깜빡 잊었어 . 배를 집어넣고 찍어야 한다는 거
더 가까워진 남덕유 정상
산색 쥑인다. - 덕유 능선은 본격 가을에 물드는 중
우리도 가을에 물들어 가는 중
멋진 덕유능선
아들아 덕유세상이 너무 멋지지 않느냐?
아무도 없는 여긴 나의 영지고 나의 정원이다
가슴으로 사랑한 이 광활한 땅을 모두 남김없이 네게 물려주마.
파도처럼 출렁이며 남덕유로 가는 길
바람도 들이치지 않는 남쪽 사면
이 멋진 풍경의 고원 레스또랑에서 라면 끓일려고 했는데 아뿔사 물이 부족하네...
아쉽지만 풍경만 감상하고 다시 여장을 꾸려 삿갓재 대피소로 출발
13:00 삿갓골 대피소 도착 / 동엽령에서 3시간 9분
난감한 상황 - 물도 안팔고 가물어서 샘물도 안나온다 하고..
볼멘소리로 항의하자 받아 놓았던 마지막 물이라고 2리터 페트병을 건네주는 공원 지킴이 아저씨
"남은 물은 꼭 반납해 주세요" 란 말을 잊지 않으면서...
명절에 집에도 못가고 산을 지키는데 불평하고 항의해서 미안혀요!
여긴 삿갓골 파라다이스
밖은 쇳소리나는 바람소리 그리고 거센 바람빨
바람결이 겨울처럼 뼈속으로 스미진 않지만 막강한 파워에 몸이 밀릴 지경이고 조금만 서있어도
체온이 급강하
비닐을 덧씌운 이 취사장이 5성급 호텔보다 난 더 좋다네...
니덜이 라면 맛을 알어?
이기자 부대 빼치가 라면 이후 젤 맛 있는 라면
이런 라면을 먹어봐야 살맛나는 인생인 게지
아들아 ! 천천히 묵으러 혀 깨물지 말고...
얻어 먹는 라면도 맛있지만 내가 산에서 직접 끓인 라면은 더 맛있다.
라면 세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다.
이렇게 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게임 끝난거야.
잘먹고 잘자고 잘 싸는데 뭔 문제 있것어?
라면을 다 먹을 때 쯤 홀로 산님이 취사장 안으로 들어왔어.
라면 끓일려구 하는데 물좀 있냐구?.
아이구야 , 우리가 라면 3개 끓여 먹구 마시고 해서 300ml 가량 밖에 안 남았어
이 가뭄에 우리가 물을 너무 헤프게 써버린 거지.
그렇다고 길도 많이 남았고 아들넘 있는데 최소한 남긴 식수를 보태 줄수는 없었어
혀서 산님을 데리고 관리공단 지킴이 한테 갔지
남은 300ml 을 반납하면서 라면 끓이고 남은 게 이것 밖에 없는 데 물을 찾는이가 또 있다고 하니
지킴이 아자씨 완죤 패닉 .
웬 물을 그리 많이 썼냐고 ..
"혹시 진짜 마지막 물인거 아녀?"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방대를 놓긴 했는데 너무 미안한 있지.
그 아자씨 라면은 끓여 먹었을랑가 몰라 !
14:07 삿갓봉 도착 / 동엽령에서 4시간 16분
방랑시인의 고독이 드리운 외로운 고봉.
나그네의 발길을 기다리는 외로운 표석하나 쓸쓸하고
그 언저리에는 잊혀진 세월의 미련이 묻어난다.
우리는 잠시 세상을 흐르는 바람일 뿐
무슨 미련과 한탄인들 세상에 남기어 두리……
잠시 길에서 벗어나 홀로 호젓한 너처럼
구중심처 무릉원이 나 혼자라 외로울까?
잔머리도 자주 굴리면 진화한다.
더 자연스러워진 자체 인증 샷 !
우리가 지나 온 길...
코 앞으로 다가 선 남덕유와 서봉...
여름과 가을의 교행..
푸른 잎과 붉은 단풍 그리고 길 위에 뒹구는 낙엽
"구르는 낙엽에도 슬픔을 느끼지않을 때 그녀는 숙녀가 되어 있었다."
데크 길에서 구태여 길도 없는 우측 능선을 치고 올라가 바라 본 지나 온 능선 길 -복쪽..
데크 길에서 구태여 길도 없는 우측 능선을 치고 올라가 바라 본 가야 할 능선 길 - 남쪽..
데크 길에서 구태여 길도 없는 우측 능선을 치고 올라가 바라 본 동쪽 사면
데크 방향 줌인..
내려올 때 까지 편하게 휴식 취하는 아들
"넌 아즉 길도 없는 봉우리 올라가 보고 싶지 않지?".
네 빛으로 가슴시린 가을이다.
흘러만 가는 강물 같은 세월이지만
살아 있음으로 얼마나 행복한 가를 더욱더
가슴으로 깊이 느끼며 살아야 겠다 - 용혜원 .
구절초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
아, 생각만해도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벌개미취..
백두대간 단풍객..
15:13 월성치 / 동엽령에서 5시간 22분.
여기 까지 열쓈히 왔으니 푹 쉬고 가야지..
우리가 구태여 금지구역 토옥동 계곡 으로 하산을 결정한 건 택시비 때문이여
황점에서 안성탐방센터 까지 택시비는 5만원 . 토옥동 게곡 양악에서 안성 탐방센터 까지는 1만 오천원
심이 남는데 3.2 km 다리품을 더 팔면 되는 거지
월성치에서 -황점까지는 3.8km, 월성치에서 토옥동 양악 까지는 7km
16:22 정상에서 3km 하산지점
아들녀석 내려오다가 다리를 삐끗해서 아파서 잘 못 걷겠다는 걸 어쩔 도리가 없다고 참고 걸으라고
채근했어...
계곡은 길고 날은 어두워질 것 같아서 알아서 따라오겠거니 하고 먼저와서 이곳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아들이 오지 않았어 .
"핸드폰도 안터지고 난리 났네 !"
온길은 되돌아 가서 계속 소리쳐 부르는데 개울 건너 저편에서 소리가 나는거야.
우짜이런일이?
지금도 불가사이야
사람의 흔적이 별로 없어서 길이 거칠긴 해도 길의 윤곽은 제법 뚜렷한데 어느 곳에서 길을 잘못들어서
건너편 계곡을 헤메고 있었는지....
접질린 다리가 아프고 제법 놀랬을 아들과 계곡에서 쉬어가기로..
싸늘한 날씨지만 수량이 많은 소를 택해 물 속에 뛰어든 무릉객
날은 조금씩 어두워 지고
아들녀석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 추워서 몸서리치다 나의 성화에 겨우 발만 담그고 냉찜질 하다
깊은 숲 어둠이 먼저 깔리는 길을 따라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하산을 서두르다.
빨래 끝 ! 아흐 디롱디리
2015 멋진 중추절의 추억을 아들과 함께 그렇게 갈무리하다..
위험하니 아이들은 따라하지 마세요 -- 금지구역산행
그리고 자연보호...
미안혀유.. 다음부턴 안할께유..
우린 하루종일 미안했다.
근데 택시비 세이브한 돈으로 추부에서 추어탕 먹고 귀가하는데 그게 또 엄청 맛잇는거 있지?
인생별거야 ?
오늘 또 즐거우면 되는 거지
또 한가위가 돌아왔다.
내겐 4일 연휴의 자유와 가장 흥미진진한 여정이 준비되는 시간이다.
3년전엔는 거북이와 계룡산 종주를 했고 제 작년에는 문장대 일출을 만나고 충북알프스 종주를 했다.
지난해에는 백두대간 여정을 앞두고 아들과 민주지산에 올라 백두대간 무사종주를 기원하고 석기봉과
삼도봉을 휘돌아 내렸다.
9월 6일날 민주지산, 삼도봉, 석기봉 산신령님에게 아들과 백두대간 종주를 고하고 그 다음주 일요일
14일에 천왕봉- 벽소령의 첫 장정을 시작했다.
한 해가 바람처럼 흘러갔다.
두루마리 화장지 풀리듯 더 빨라진 세월은 벌써 일년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올해는?
아들과 지난 덕유산 구간 땜빵을 하기로 했다.
육십령에서 동엽령 까지 조금은 긴 백두대간 구간을 결행 하기로 한 날 우린 어이없는 알바를 했었고
눈 밭에서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월성치에서 황점으로 서둘러 하산했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길
어짜피 좋은 날 택일 해서 언제든지 걸을 수 있는 가까운 길이라 그 추운 날 야간산행의 무리를 하지
않고 남겨둔 구간이다.
출발 몇 일전부터 물들어가는 덕유능선의 가을이 눈에 어른거리고 멋진 덕유나라의 기대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생각 같아선 덕유 일출까지 욕심내고 싶은데 아들녀석은 산에 가도 제발 잠 좀 자고 가자고 한다.
덕유 안성 칠연계곡을 따라 올라 동엽령과 무룡산 삿갓봉을 거쳐 토옥동 계곡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금지구역인 토옥동 계곡을 날머리로 잡은 것은 순전히 택시비 때문이었다.
황점에서 출발지인 안성매표소 까지 택시를 타면 택시비가 5만원 이다.
하지만 토옥동 계곡에서 안성 매표소 까지는 15,000원 밖에 들지 않는다.
계곡의 길이라 3km 정도 더 길고 통제구역을 위반하는 불법 산행이지만 가을날 좀 더 걷는 것이
무슨 대수일까?
혹여 금지구역 산행이 적발되더라도 한가위인데 공원지킴이 님들도 좀 봐 주지 않을까?
아전인수격인 해석과 못 말리는 자기 합리화는 언제나 내 삶의 동력이다.
난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정확하게 6시에 아들녀석을 깨워 아침밥을 먹었다,
마눌이 싸준 밥과 간식을 챙기고 아들녀석은 조수석에 눕혀서 취침모드로 셋팅완료 후 출발!
안개가 오락가락하는 진한 어둠을 가르고 무주 칠연계곡으로 달려 칠연게곡에 도착하니 시간이 아침
8시가 다 되었다.
동엽령 가는 길
아침햇살이 눈부신 아무도 없는 새벽 산길을 아들과 함께 걸었다.
오르는 길은 아직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좀 이르다.
개울을 흘러 가는 맑은 물소리와 청아한 새 울음 소리가 산중의 아침을 더 맑게 한다.
비무장으로 하산하는 한 젊은 산님을 만났다.
동엽령에서 일출을 보고 하산 하는 길이란다.
동엽령
잠시 맑은 가을의 후련한 조망에 젖는다.
아침 햇살이 벌써 뜨거워 잠시 역방향 나무그늘에서 다리쉼을 하고 호젓하고 목가적인 능선길을
걷는다.
무룡산 가는 길
덕유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그냥 가슴으로 걷는 산이다.
오래 지리산과 덕유산에 들지 않으면 내 가슴이 운다.
내 가슴이 울리는 건 산신령님이 나를 부르는 거다.
그냥 배낭을 둘러메고 떠나면 난 익숙한 그 길에서 또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깜깜한 구천동 계곡 길을 걸어올라 아름다운 향적봉 일출을 만나고 아침능선 길을 따라 영각사
까지 내려서던 그 길은 일년에 한 번씩 홀로 떠나던 순례의 길이었다.
향적봉에서 내달아 온 단풍이 능선을 따라 불처럼 번져간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거리는 아무도 없는 편안한 능선을 걸어가니 기분도 점점 좋아진다.
아들녀석의 컨디션도 펄펄 살아나서 혼자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잰 걸음으로 앞서 가기도 한.
다.
아무도 없는 길에서 난데 없는 미국 젊은이를 만났다.
어디서 오느냐고 물었더니 웬걸 천왕봉에서 온단다.
혹시 한국지명을 잘 몰라서 덕유산을 지리산으로 착각하는가 했더니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설악산
까지 가는 중이란다.
외국인이 물 건너와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것이다.
누구한테 얘기를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지도를 봐가며 혼자 열씸히 종주 중이다.
잠은 어디서 자냐고 물었더니 내려가서 민박을 하면서 계속 걷는단다.
세상에나! 백두대간 연결종주를 하는 외국인이 있다.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주다 악수까지 하고 헤어졌지만 한참을 지나서야 연락처나 받아둘 걸 하는
뒤늦은 후회가 든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저런 열정적인 젊은 외국인을 친구로 두고 인터넷 대화를 하면 나름 재미
있을 것이다.
그리고 훗날 세계여행을 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일었다.
그 이후로 두어 명의 산님 밖에 만나지 못했다.
이 드넓은 고산 능선을 마치 나의 정원인 냥 호젓하게 걷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하랴?
맑을 가을 속을 배회하는 기쁨이 수 많은 사람이 보낸 어떤 즐거운 하루와 그 어느 기쁨보다 못하다
할 수 있을 것인가?
무룡산
빨간 열매가 알알히 맺힌 나무들이 반겨주는 봉우리에 도착했다.
일대에 걸출한 무룡산이다.
아무도 없어서 우린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궁즉통이라고
푸랑카드를 들어 줄 사람이 없어서 한 쪽 끝을 잡고 한 쪽 끝을 무룡산 표성에 돌로 고정했다.
“별일이야 이 넓은 덕유나라를 지나는 사람이 없어 별 걸 다 해보네…
아들아 오늘 정말 재미 있지 않느냐?””
삿갓골 대피소 가는 길
해발이 높은 덕유산 이라 단풍이 붉게 물들어 간다.
여름과 가을의 교행하는 길목
골짜기는 아직 여름의 푸르름을 보듬으려 애쓰고 가을 빛으로 물들어 가는 능선은 홀가분하게 많은
걸 내려 놓고 계절의 명상에 빠져 있다.
삿갓골 대피소 가는 길 계단에서 바라 본 기골이 장대한 능선의 위용은 언제 보아도 후련하다.
능선은 넓게 출렁이며 멀리 보이는 남덕유와 서봉을 향해 큰 파도를 일으키며 진군하고 우린 그위에서
신나는 파도타기를 즐긴다..
남으로 흘러가는 능선의 동쪽사면은 능선의 싸늘한 바람이 들이치지 않았다..
다소 평평한 곳에서 라면을 끓이려 자리를 잡았는데 물이 좀 부족해서 우린 다시 주섬주섬 여장을
꾸려서 삿갓골 대피소로 내려갔다.
라면을 두 개만 끓이면 식수를 감안해도 가능한데 밥도 안 가져 왔으니 세개는 먹어야 하니 할 수 없다..
삿갓골 대피소
삿갓골 대피소에는 공단직원 1명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물을 사려 했더니 물이 한 통도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내려가서 물을 떠오려 했더니 샘물도 말라서 물이 안 나온단다.
웬일이래?
대피소에 물이 없으면 대피소 식수공금을 감안해서 산행하는 산객들은 어떻게 하라구?
볼멘소리로 항의를 했더니 지킴이 아저씨 받아놓은 물이라고 하면서 2리터 물통을 건네준다.
진짜 물이 없으니 다음사람을 위해 꼭 남겨 달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바람은 세찬 목청으로 웽웽거리며 울고 우리는 아무도 없는 산장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
아들녀석 얼굴에는 급 화색이 돌고
라면의 향기와 버너의 열기에 취사장은 금새 훈훈해졌다.
마치 우리는 오늘 산행이 다 마무리 하기라도 한 것처럼 편안하고 여유로운 기분으로 취사와 식사를
즐겼다.
우리의 식수는 남겨둔 채 라면 끓이고 마시고 하다 보니 300ml나 채 남았을까?
너무 적은 수량을 남긴 탓에 출발준비를 하면서도 가져다 주기 민망하다는 생각을 하고 았는데 홀로
산님 한 분이 취사장 문을 열고 들어선다.
“ 혹시 물 남은 것 있으세요?”
“일 나버렸다.”
“아들아 우린 너무 많은 물을 탕진해버렸다. 이런 지독한 가뭄에…”.
할 수 없이 산님을 데리고 공원지킴이님한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거의 뒤로 자빠진다.
그 많은 물을 다 썼나고?
맹세코 우린 라면을 끓이고 마시기만 했지 식수를 보충하진 않았다.
사실 라면국물이 남아 좀 버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식수용으로 최소한 남긴 우리 물은 내어 줄 수도 없는 노릇.
엄청 미안해도 그리고 우리가 거기서 얼쩡거려도 해결해 줄 일이 없어서 우린 그냥 조용히 방대를 놓았다.
“미안혀유!”
삿갓봉
월성치에서 오름길을 올라서면 삿갓봉이 선다.
고원의 쓸쓸한 봉우리
이 곳에 오르면 늘 아무도 없었다.
방랑시인의 고독이 드리운 외로운 고봉.
나그네의 발길을 기다리는 외로운 표석하나 쓸쓸하고
그 언저리에는 잊혀진 세월의 미련이 묻어난다.
우리는 잠시 세상을 흐르는 바람일 뿐
무슨 미련과 한탄인들 세상에 남기어 두리……
잠시 길에서 벗어나 홀로 호젓한 너처럼
구중심처 무릉원”이 나 혼자라 외로울까?
어느 가을날
처음 칠흑의 구천동 길을 올라 새벽의 빗장을 열어 아름다운 덕유의 새벽과 멋진 일출을 만나던
날
방랑시인처럼 홀로 남덕유로 흘러 가던 그 날 이 고봉에서 남긴 감회이다.
월성치 가는 길
삿갓봉에서 1시간 남짓 걸린다.
아름다운 덕유의 단풍에 거나하게 취했다.
도도한 가을의 취흥 때문인지 멋진 풍경 때문인지 걷는 중에도 기대와 흥분이 펄펄 살아난다..
어릴적 멋모르고 아빠가 좋아서 따라 다니는 꼬맹이 아들이 아니라 철들고 아빠와 기꺼이 동행 해주는
아들녀석이 있어서 더 기분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나무데크가 있는 곳에서 아들을 남겨 둔 채 그예 옆 봉우리에 올랐다.
오랜 경험으로 비등로 능선 봉우리는 대부분 멋진 풍광을 유보한다.
세속의 가치보다 한 단계 높은 그 어떤 것들이 이 고원에는 존재한다.
아무련 결핍이 느껴지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충만함
바라보는 것 만으로 가슴이 후련해지고 밀폐되었던 나의 사고와 사상은 시공의 벽을 가볍게 뛰어
넘어 가을의 낭만 속을 자유롭게 활공한다.
가을빛에 물들어 가는 덕유 백두대간은 아름다운 매혹이다.
기꺼이 그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한 점으로 동화되는 사람들
나와 아들 또한 이 길에서 가을을 붉게 물들이는 또 한 그루의 단풍나무였다.
월성치
이젠 내려갈 일만 남았다.
현재시간 세시 13분
토옥동계곡은 초행이지만 7km라 하더라도 내림길이라 두 시간 남짓이면 될 것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갈 수 있으니 우린 푹 쉬고 내려가기로 했다.
아들과 함께 월성치 나무아래 누워 빈둥거리며 상념에 잠긴다.
무수한 날 이 길을 오가면서 황점과 토옥동 계곡으로는 한 번도 하산한 적이 없었다.
지난 번 육십령 동엽령 구간 출정을 하면서 먼 거리 만만치 않은 시간 소요를 예상하여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가다가 엉뚱한 곳에서 헛발질을 했다.
도저히 길을 잘 못들 수 없는 곳에서의 대형알바로 우린 졸지에 후미로 밀려났고 아들의 체력소모
때문에 결국 우린 그 간극을 줄이지 못하고 월성치에서 황점으로 내려섰던 것이다.
전설처럼 기억될 그날의 처절하고 치열한 전투의 승리를 포기하는 대신 우린 아름다운 덕유의 가을을
가슴에 담고 황점과 토옥동으로 새로운 길을 열었다.
좀더 여유롭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
이 모든 것이 물 흐르는 듯한 순리이고 덕유 산신령님의 배려일 것이다.
오랜 날을 자연과 더불어 살아 가면서 내가 느낀 것은 대자연 속의 주유란 그 시간과 풍경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즐기느냐의 문제이지 어떻게 싸우는가 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토옥동 하산
등로가 뚜렷하지 않고 돌이 많아 발이 불편하다.
숲 속으로 드리우는 오후의 그늘에 마음이 급해져서 인지 내 발걸음이 많이 빨랐던 모양이다.
평소 평탄한 내림 길은 나보다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아들녀석이라 몇 번 앞서 기다리다가 아들녀석에게
왜 그리 늦는가 물어보니 아빠가 내려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한다.
그래도 능선 종주 때와는 달리 사뭇 힘들어 하는 모습이라 “너답지 않게 너무 느리다.”고 하니 “아빠를 따라
잡으려다 발을 삐긋 했어요” 한다.
“우짜 이런일이?”
순간적으로 큰일이다 싶었는데 그래도 걸을 수 있는 걸 보면 촤악의 상황은 아닌 모양이다.
아직 4km 남은 상태라 걱정이 되어서 조금 더 내려가서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금지구역이라 달리 방도가 없으니 아파도 참고 내려가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괜히 부담스러울 것 같아
하산 속도를 조금 늦추어 천천히 앞서 걸어 갔다.
3km 이정표 아래 먼저 도착하여 아들을 기다리는데 10분을 기다려도 아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휴식하고 나서 옆으로 샐만한 갈림 길이 별달리 없었는데….…
“혹시 발목이 아파 주저앉은 것 아녀?”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다.
나는 다시 개울을 건너 길을 거슬러 올라 가며 아들을 부르는데 한참을 오르자 계곡 반대편에서
소리가 난다.
“흐미 이녀석 어디에서 길을 잘 못 든 것이여?”.
내 소리를 듣고 반대편 숲을 헤짚고 아들 녀석이 나타났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발도 아픈 녀석이 길도 없는 험한 계곡을 헤멨으니 내심 상당히 당황했을 터라
녀석의 표정이 완전 굳어져 있었다.
우린 좀더 내려가서 계곡 물이 많이 고여 있는 소에서 발을 담그기로 했다.
해는 덕유 능성이로 넘어 갔는지 울창한 숲은 어둑하고 날씨는 싸늘했다.
땀은 이미 다 날라갔지만 깨끗하고 맑은 소를 보니 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나는 소스라치게 차가운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알탕도 이젠 경지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견딜 수 없는 차가움으로 물밖으로 뛰쳐나와야 하지만 얼음 같은 물 속에 오래 몸을 담그면
몸에서 열기가 난다.
물에 손을 담그기만 하고도 놀랐던 아들녀석은 차가운 날씨에도 물 속에 뛰어드는 날 보고 몸서리를 쳤다.
어영부영 손만 씻고 말려는 아들녀석에게 빨리 등산화를 풀고 발을 담그라고 성화를했고 녀석은 발도
제대로 진득이 못 담구고 들었다 놨다 했다.
어쨌든 우린 덕유의 세례를 받고 막힌 혈이 뚫린 듯 더욱 기가 충만해지고 비 맞은 배추처럼 싱싱해졌다.
아들도 차가운 물에 담그니 발이 훨씬 편해졌다고 했다
우린 더 맑아진 정신과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긴 계곡길을 따라 양악으로 흘러 들었고 남겨둔 숙제는
참고문헌까지 섭렵하며 말끔히 해결했다.
택시는 날머리 송어장까지 바람 같이 달려와 주었고 우린 아직 어두워지지 않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다시 안성 탐방센터로 돌아 갔다.
추석전날이라 집에 가면 맛 잇는 음식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겠지만 우린 추부 둥그나무 집으로 가서
추어탕 한 그릇씩 비워냈다.
가을이 능선을 따라 줄달음 치는 조용한 덕유 세상의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던처럼 그 아름다움 속을
배회한 나른한 여정은 한 그릇의 소박한 추어탕에도 미각의 생명을 불어 넣는다.
그래서 산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모처럼 높이 날아오른 작은 새가 바라 본 경이로운 세상의 감동을 잊을 수 없어서 …
햇빛에 맑게 빛나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눈부신 아침이슬의 아름다운 잔상을 잊을 수 없어서…
그 소박한 음식이 불러내는 특별한 미각의 기쁨을 잊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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