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표가 봄방학을 하자 득달 같이 전화를 한 건 순전히 날 생각해서 였다.
자슥 내가 퇴직하고 코가 쭉 빠져서 엎드려 있을까봐....
산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가장 큰 위로는 어디론가 흘훌 떠나 함께 산을 타고 느긋하게 술 한잔 치는
거라고 나름의 생각이었겠다.
젊은 날부터 님당리 대하 축제나 새조개 축제 때면 오라고 전화오고
평소 주말에도 그리 오라던 덕산 온천에도 가지 못하고 결국 난 2달 전에 퇴직하고 말았다.
양표녀석이야 1년에 두 번 대학 친구 모임 때 꼬박꼬박 보았으니
내 바쁜 젊은 날의 주말에 난 친구하고 대하구 새조개구 먹을 새도 없이 그리 바쁘게 살았네...
정작 내가 한가 해지니 둘이 여행을 떠날 수 잇네...
그랴도 술한잔 받아주는 건 그렇다 해도
저도 이것 저것 바쁠텐데 만사 제쳐 놓고 위로 여행 떠나자고 들이대는 것도 양표다운 거다...
행선지와 일정은 전적으로 내게 위임하고
그랴서 내가 너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거지 이눔아..
어딜 갈까 하다가 조금 이르겠지만 내 변산을 돌아봄이 좋을 듯 싶었다.
직소폭포와 내소사는 다녀 왔지만 변산반도 종주는 20년도 넘었고 그 맑고 고요한 세상은 둘만의 호젓한
여행에 안성맞춤 일 것 같았다.
저녁에 격포에서 회 한사라에 술 한잔 치기도 좋고….
대전 까지 날 데리러 온다는 것을 굳이 그럴 필요 없다 하고 난 열차로 김제 까지 갔다.
10시에 양표가 날 픽업하여 변산읍으로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11시 30분에 남여치에 도착 산행을 시작했다.
남녀치—쌍선봉-월명암-직소폭포-관음봉삼거리-관음봉-세봉-내소사 일주문
총 5시간 걸리는 제법 긴 여정이었다.
관음봉 삼거리에서 관음봉에 올랐다가 내소사로 내려가면 시간도 1시간 가량 단축할 수 있고 내소사
경내도 돌아볼 수 있지만 양표 산행력도 짱짱한 편이라 길게 능선을 휘돌았다.
새순이 올라오고 벗꽃이 피는 봄이 가장 멋진 산행코스로 수려한 암릉의 산세를 감상하고 바다를 내려
다 보며 산행할 수 있는 멋진루트이다.
호젓한 산상에 위치한 월명암과 직소폭포를 바라보며 하산하는 길 그리고 관음봉의 조망이 압권이다.
늘 대하는 산이지만 그랴도 친구의 따뜻한 마음과 한께 가는 여행길이니 이보다 더 편한 길이
또 있으랴 ?
"양표야 너는 6년이나 더 일해야 하는 데 좀 지겹겠다."
우리 둘의 길이 그렇게 갈렸네....
넌 학교로 가고, 난 기업으로 가고......
두 달을 백선으로 지나다 보니 네가 부럽기도 하지만 우린 또 그렇게 같으면서도 다른 우리 몫의
삶이 따로 있는게 아닌가?
내게 준비된 또 다른 길이 있을 테지 ...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 까지 잘 살아 온 것처럼 앞으로도 잘 살아 갈 거라는 거
어떤 삶을 살던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열심히 살아갈 거네 .....
내소사 인근에서 막걸리 한잔을 하고 콜택시를 불러 남여치로 회귀하다.
내소사-남여치 : 23,000원 011-673-7091 장원식
기사아저씨 왈 벚꽃 피는 4월 경에 자기에게 전화하면 환상적인 만개 타이밍을 확인해사 이야기해 줄 수
있다고…
봄과 초록의 새싹과 꽃이 조화되는 가장 아름다은 풍경을 볼 수 있단다. 4월말경 친구들과 부부동반하여
가마소와 와룡소의 절경을 보러 가면 좋을 듯하다….
저녁에 모텔에서 샤워하고 술 한잔 치면서 오랜만의 회포를 풀다.
예전 대학시절 설악산 여행 때처럼
다음날 술이 덜 깬 뿌시시한 몰골로 일어나 해장국으로 속을 풀고나서 물빠진 격포 채석강을 돌아 보고
김제역에서 헤어지다.
고맙다 양표야…!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네…
남자하고 둘이 여행한 건 이기자 엄하사와 함께 한 2010 년 명월리 여행 이후 6년 만에 처음이여
2016년 2월 22일~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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