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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지리산 종주2016



























































































































































































































산 행 일 :  2016613() ~14()

산 행 지 :  지리산 종주

    :  노고단-반야봉-삼도봉-명선봉-영신봉-칠선봉-연하봉-천왕봉

    :  맑고 부드러운 바람

    :  31km

소요시간 :  18시간 30

    :  홀로

 

         


시간

경유지

비 고

05:49

노고단 산장(6/13)

출발

05:57

노고단

도착

06:10

노고단 출발

 

06:49

돼지령

 

07:09

임걸령

 

07:47

노루목

반야봉:1.0km, 삼도봉:1.0km, 천왕봉:21km, 노고단고개:4.5km

08:00

천왕봉 갈림길

반야봉:0.8km, 천왕봉:20.5km, 노고단고개:4.7km

08:24

반야봉

20분 휴식

09:04

다시 노루목

 

09:15

반야봉 갈림길

천왕봉:20.3km, 반야봉:1.0km, 노고단고개:5.2km

09:22

삼도봉

천왕봉:20.0km, 노고단고개:5.5km

10;22

토끼봉

연하천:3km, 천왕봉:18km, 노고단고개:7.5km

11:43

명선봉

연하천:0.4km, 천왕봉:15.4km, 화개재:3.8km, 노고단고개:10.1km

12:43

연하천대피소

벽소령:3.6km, 천왕봉:15.0km, 화개재:4.2km, 노고단고개:10.5km

13:30

형제봉 바위

 

14:21

벽소령 대피소

 

16:44

칠선봉

 

17;11

이정표

세석대피소:1.4km, 천왕봉:6.5km,벽소령:4.9km

17:41

영신봉

세석대피소:0.6km, 벽소령:5.7km, 연하천:9.3km

17:52

세석대피소

장터목:3km, 벽소령:6.3km,

 

다음날(6/14)

 

04:28

세석대피소출발

 

04:50

촛대봉

장터목대피소:2.7km, 세석:0.7km, 천왕봉:4.4km

06:29

연하봉

장터목대피소:0.8km, 세석:2.6km

06:35

일출봉

 

06:43

장터목산장

천왕봉:1.7km, 세석:3.4km, 백무동:5.8km

06:49

대피소출발

 

07:46

천왕봉

 

08:11

천왕봉출발

 

08:42

다시 장터목

 

10:00

장터목출발

백무동하산

12:35

하산완료

 

 

 

다시 먼 길을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중국에서 돌아온 지 채 한 달이 안되었는데 다시 가슴이 울었습니다.

산신령님이 부르시는 건지 세상에서 빼앗긴 기를 이제 다시 채워야 할 때라고 몸이 말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울릴 때 그 때가 그 곳으로 갈 때입니다.

내게 지리산이란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평화와 안식을 찾아가는 구도와 수행의 여정이었습니다. 


일요일 날 아침에 세석 산장을 예약하고 서대전 발 구례구 새벽 열차를 예매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15일 전 인터넷 예매가 가능한 날에 가족들이나 직원들을 동원하여 여러대의 컴퓨터를

열고 눈을 부릅떠야 간신히 한자리 예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일단 백선(노는 신선)이다 보니 한적한 주중에 떠날 수 있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대피소 숙박에

문제가 없습니다.

마눌은 또 역마살이 도진 남편의 출정에 맞추어 아침부터 백숙을 고았습니다.

친구 종상이 상주 농장에서 잘라 주었던 한 다발의 엄나무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넣어서 끓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천천히  짐을 꾸렸습니다.

등산용 스틱,버너,코펠,캠핑용부스타, 경량오리털파카,바람막이,우비,바지1, 등산용 티셔츠 3, 하의

내의1, 라면 2, 4 , 1끼분, 청림이가 대형 박스로 보내주었던 오징어 어묵 1봉지, 김치와 밑반찬

발포비타민,물통 2. 차곡차곡 넣어보니 40리터 배낭에는 카메라가 들어갈 자리도 없습니다.

이걸 다 지구 지리산 능선을 콧노래를 부르며 갈 수 있을까?”

사실 필수품 빼고는 다 버린 건데 물도 빠진 그 무게에 다리가 다 휘청거릴 지경입니다.


세월이 많이도 흘렀습니다.

14년전 백두대간을 완주했던 21명의 산우들 중 두 번 째 백두대간 역종주에 다시 나선 사람은 단 세

사람 뿐입니다.

기록을 비교해 보면 같은 구간에서 약 1시간 30분 씩 느려졌습니다.

 1년에 10분씩 느려진 셈입니다.

웬만한 사람 허리통 만하던 무릉객의 허벅지도 이젠 많이 가늘어 졌습니다.

마눌은 빵빵하던 히프도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산은 그대로 이고 난 느려졌는데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11 50분에 마눌이 서대전 역에 바래다 주었습니다.

 

12 47분 열차이다 보니 한산한 역 대합실에 혼자 앉았습니다.

으레 하던 일이라 별로 외로움을 느끼지도 않았습니다.

지리산 종주 정도를 같이할 수 있는 친구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봉규는 다시 2막 일자리를 얻어서 출근 중이고 거부기는 지난번 한술 더 떠서 화엄사-대원사 종주를

했습니다.

갈만한 귀연 또래 산친구들은 아직 모두들 출근을 합니다.

나만 팔자가 늘어졌습니다.

그들과는 체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함께 산에서 노래를 부르며 늙어가겠지요.

하지만 지리산 종주는 혼자하고 싶습니다.

예전처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으며 혼자 그 길을 걷고 싶습니다.

허리를 다쳐서 무리한 산행을 하지 못할 때를 빼 놓고 지리산 종주를 하지 않고 보낸 해는 한해도

없는듯 합니다.

정규 등산로는 모두 다 걸었고 지리산 도사이신 산삼해 선배님 덕분에 비등구간도 무던히 빠대고

댕겼습니다.

심지어 지리산 둘레길 까지 모두 다 걸었으니 무릉객의 각별한 지리산 사랑이 그 누구엔들 뒤지겠    

니까?

그러니 지리산 신령님도 무릉객은 알아 보시는 거지요.


지리산은 제 마음의 성지 입니다.

그 곳은 산꾼의 고향이고 어머니 가슴입니다.

그냥 그 길을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살아감이 고요해 집니다.

 

 

열차 안에서

2호차 42호석

월요일인데 구례구가는 완행열차에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지리산으로 가는 밤차에는 저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아저씨들도 많이 보입니다.

3 3분 도착이라 알람을 2 50분에 맞추어 놓고 잠을 청합니다.

깊은 잠이 들기는 어렵지만 선잠이라도  자고 나야 발걸음이 좀더 가벼워 질 것입니다.

역시 무릉객은 잠에 관한 한  고수의 내공을 자랑합니다.

불편한 자리 탓에 이리저리 뒤척이긴  했어도 그 짧은 시간에도 혼곤히 잠들었습니다.

갑자기 소란해진 주위 탓에 설핏 깨었는데 흘러나오는 방송을 들으니 벌써 남원 입니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벗었던 등산화를 고쳐 신는 중에 미안하게 알람이 마구 울었습니다.

 

구례구역에서

열차는 곡성을 거쳐 구례구에 도착했습니다.

밤을 가로지른 기차는 차가운 새벽 공기가 목을 휘감는 프랫폼에 무수한 사람을 토해냅니다.

익숙한 풍경입니다.

건너편에는 불켜진 식당이 있고 구례 터미날로 가는 시내 버스가 붉은 수은등 아래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 꾼을 호객하는 정겨운 목소리도 들립니다.

노고단 까지 인당 만원 !”  (시내버스비:1000원, 터미날-노고단: 4500원)

장터목 산장 까지 가려면 빨리 택시를 타고 노고단에 오르는 게 상책입니다.

여름에는 그래도 낫겠지만 가을이면 해가 빨리 떨어지니 12시간 정도 걸으려면 한시라도 빨리 나서야

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늘 하루를 유했던 장터목대피소 대신 세석에서 하루 잠들 예정입니다.

장터목으로 가는 3.6km 산길 새벽수행은 내일로 넘기는 거지요.

세월에 느려지고 낡아진 만큼 클릭 조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세석 촛대봉 해돋이를 보고 싶은 이유도 있습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는 지리산 천왕봉 해돋이는 백두대간 마지막날부터 시작해서 매 년 갈 때 마다

거의 다 보아 이젠 마치 동네  산 일출 같습니다.

다 지리산 신령님 덕분입니다.

가슴이 울리는 건 산신령님께서 신호를 보내시는 겁니다.

오늘이 길일이다.”

올해는 세석에서 해돋이를 보고 아침 햇살에 빛나는 세석-장터목 산 길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에 담고

싶어졌습니다.

 

택시를 타지 않았습니다.

세석에서 1박이니 다소 여유가 있는 여정인데다 괜스레 어둠 속에 멋진 풍경을 놓고 가기 싫었습니다.

혹시 배가 고파지면 구례 터미날에서 새벽식사를 할 생각이기도 합니다.

버스 속은 금새 저처럼 지리산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터미날에 도착하자 기사 아저씨가 이 차로 다시 노고단 까지 가니 표를 끊어 오라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젊은 남자 한 명이 표를 끊어 주었는데 아무도 없는 매표소 안은 그냥 어둠에 잠겨있습니다.

다만 매표소 앞에 버스표 무인발급기 한대가 놓여 있고 터미날 안쪽 멀리 슈퍼와 식당이 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보내버리더니 무인발급기도 젊은 친구 하나를 보내 버렸습니다.

무인 발급기는 완전 배째라 입니다.

현금은 거부하고 신용카드만 받으면서도 아무런 말도,설명도 없습니다.

지금은 월요일이라 한산하지만  훗날 노령인구가 늘어나  더 많은 젊은 노인들이  위로와  힐링을

위해  지리산에  드나들게 되면 월요일 또한 붐빌지 모르겠습니다.

식사를 할까 했는데 어제 엄나무 백숙을 너무 잘 먹어서 배가 고프질 않았습니다.

어짜피 해뜨는 시간에 맞추려면 산장에서 시간을 좀 보내야 하기에 노고단 산장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기로 했습니다.

 

성삼재

칠흑의 어둠 속에 짐긴 성삼재는 붉은 수은등이 등대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버스는 아무도 없는 성삼재에 우릴 내려 놓고 서둘러 가버렸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온 몸을 감싸자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난 결국 여기 익숙한 어둠 속에 다시 홀로 섰습니다.

또 어머니 가슴에 얼굴을 묻고 목놓아 울다가 그 품에 안겨 잠들기 위해 다시 여기에 왔습니다.

 

노고단 가는 길

그래도 블랙홀 같은 어둠의 진공속으로 가는 길에는 불빛이 하나 둘씩 흔들거립니다.

싸늘한 바람 속에 축축한 숲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어디선가 어둠 속에 향그러운 꽃내음이 묻어 왔습니다.

너무 익숙한 길이라 후렛쉬 불빛이 없다 한들 아무런 문제될 게 없는 그런 길입니다.

헤드렌턴이  망가진 탓에 한 손엔 손전등을 들고 한 손에는 스틱 두 개를 움켜진 불안정한 모습으로

어두운 길을 걸어 갑니다.

어깨에 걸린 짐들의 무게가 무거워 가끔 추임새를 해가며 그렇게 가장 먼저 지리산의 새벽을 깨웠습니다...

 

노고단 산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날이 훤히 밝았습니다.

씩씩하게 산장에 올라 새벽산행을 준비하는 많은 무리들 사이에 끼어 라면을 끓였습니다.

떡을 넣고 김치 까지 넣으니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취사장 안에 등천하고 그 맛 또한 기가 막힙니다.

혼자만의 호사스런 식단입니다.

김치라면으로 속을 풀고 노고단 물을 한 통 받아 노고단에 올랐습니다.

 

노고단      

아침 해가 구름사이로 떴고 노고단에는 산 안개가 바람에 이리저리 날려 다녔습니다.

두 사람의 젊은 친구가 노고단 탑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제 순례의 시작이고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둘 사이 끼어들어 기념사진을 한 장

부탁했습니다.

답답했던 조망이 터지고 코가 뻥 뚫리는 상쾌한 지리산의 새벽 입니다.

 

임걸령 샘물

어두운 하늘 별빛을 타고 내려와 새벽의 풀잎을 적시고 그렇게 밤새 흘러내렸습니다.

내가 늘 지리산 물맛 중 최고라고 하는 그 샘물 입니다.

노고단 물을 모두 마시고 임걸령 차가운 물을 물통 가득 받았습니다.

어두운 골짜기를 지나 능선의 새벽을 연 한 마리 노루는 그렇게 밤새 내린 시린 별의 눈물과 지리산의

이슬을 마셨습니다.

임걸령 샘물은 오랜 세월에도 그 물맛이 변함 없습니다.

무수한 세월의 변화 속에서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것들과의 만남은 늘 감동 입니다.

지리산도  임걸령 물맛도 변함없이 그대로 입니다.

 

노루목

노루처럼 목이 긴 기다림이 머무는 노루목입니다.

반야봉에 오르는 길목인 노루목 바위에서 바라보면 지나 온 능선이 한 눈에 올려다 보입니다.

이정표 아래 배낭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반야봉에 다녀 올 생각입니다,

천왕봉에서도 바라다 보이는 반야봉은 장터목 까지 갈 때면 항상 못 본 채 지나치던 곳입니다.

1km미터 가파른 산길을 올라 다시 되돌아 와야하는 부담 때문 이지요.

200미터 오르면 천왕봉 갈림길이 있는데 그곳에다 배낭을 두고 반야봉에 오르면 되는데  깜빡

잊고 그냥 노루목에 배낭을 벗어 놓았습니다.

 

반야봉

붉은 아침햇살이 쏟아지는 그 길을 올라갑니다.

어느 여름 산우들과 이끼폭포를 보고 올랐던 그 반야봉 입니다.

뭉게구름 핀 하늘로 날아 오르던 무수한 잠자리 떼를 만난 그날.

 

배낭을 놓고 오르는 길이라도 가파른 산길에 땀이 제법 났습니다.

정상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표석 만이 묵묵히 정상을 지키는 봉우리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냥 바위 위에 홀로 걸터 앉아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 보았습니다.

지난 추억이 말을 걸어 오고 무수한 상념들이 구름처럼 피어 납니다.


어제와 오늘의 삶이 많이 달라졌지만 전 여전히 무릉객 입니다.

아쉽긴 해도 후회 없는 날들이었습니다.

이젠 더 소중하고 더 아까운 시간만  남아 있습니다.

오랫동안 눈부신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거기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고봉에서의 묵상과 수행

산이그리는 그림을 감상하고 풍경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20여분은 족히 앉았다가

아쉬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연하천 산장 가는 길

노루목에서 천왕봉 방향으로 700미터 진행하다 보면 반야봉 갈림길에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노루목에서 200미터 오른 지점의 갈림길과 연결되는 등산로 입니다.

반야봉 1km라는 이정표 거리로 보면 노루목에 배낭을 두고 반야봉을 다녀오면 200미터 오른지점 에서 

이 길로 내려오는 것보다  700m를 더 걷게되는 셈입니다.

뭐 그래도 반야봉의 기를 받았으니 아직은 괜찮습니다.

 

노루목에서 1km 거리에 삼도봉이 있습니다.

삼도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유장하게 흐르는 능선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인데 오늘은

무심한 안개만 흐릅니다.

지나온 반야봉도 운무에 가리워다 나타났다를 반복합니다.

절벽난간에 앉아 능선 쪽 조망이 터지기를 기다렸지만 안개가 걷힐 기미가 없어서 그냥 일어

서고 말았습니다.

 

삼도봉에서 800미터 거리에 화개재가 있습니다.

화개재 가는 길은 나무데크가 잘 설치된 내림길이라 길이 편안 합니다.

화개재는 뱀사골로 연결되는 고갯길로 한 켠에 벤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이곳에서 졸음이 쏟아져 한잠을 자고 움직였는데 아주 개운했던 기억이 납니다.

장마가 지난 뱀사골은 여름 최고의 산행코스지요.

노고단에서 이곳 까지 5.5km, 이곳에서 뱀사골 입구가 10km 정도 되니 노고단에서 뱀사골로 연결

하는 산행은  성삼재-노고단 2.5km를 포함하여 18km정도 거리가 되는 셈입니다.

흐드러지게 핀 이름 모를 야생화를 바라보며 화개재 벤치에 앉아 잠시 지난 추억에 젖었습니다.

 

연하천 산장은 화개재에서 4.2km 거리에 있습니다.

1.4km 앞에 있는 토끼봉을 지나고 산장 400미터 전방에 있는 명선봉을 올라야 도착하는 곳입니다.

전체적으로  오름길이다 보니 무거운 배낭 무게 때문에 어깨가 욱신욱신 아파옵니다..

그래도 힘든 여정을 응원해주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청아한 목소리로 새들은 활기차게 인사합니다.

내가 비슷한 흉내를 내며 휘파람을 불면 어김없이 답을 해 주곤 합니다.

흡사 흰 목련 같은 우아한 꽃은 피우는 나무와 라일락 꽃처럼 강한 향기를 지닌 이름 모를 꽃은

시원한 산 공기 속에 기분 좋은 향기를 날려 보내 주었습니다.

바람과 안개의 위로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물러가고 때로는 가까이 다가와 뜨겁게 달아오르는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식혀 주었고

전 그들의 응원 덕분에 다시 활력을 되찾고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연하천 산장

씩씩한 여전사가 활기차게 반겨 줍니다.

아들과 함께 종주하는 아버지도 그 곳에서 식사하고 부부가 함께하는 산님도 잠시 쉬고 있습니다.

누군가 “20분만 일찍 오셨으면 맛있는 삼겹살을 드셨을 텐데…”하고 아쉬워 했습니다.

웬 삼겹살?”

여전사가 얼마나 삼겹살을 많이 가지고 왔는지 산장에서 쉬고 있는 분들이 모두 얻어 먹은 모양입니다.

닦아내는 후리이팬을 보니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나중에는 과일 까지 돌리는데 혼자 왔다는 그 젊은 아줌마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장비와 음식을 지고

다니는 건지?

전 오랜만에 무게를 늘리니 어깨쭉지가 다 쑤시고 허리와 가슴이 눌려 호흡이 곤란할 지경인데 참으로

대단한 체력과 따뜻한 마음씨를 간직한 산객 입니다.

오늘 벽소령 까지만 가서 자고 모레는 또 장터목에서 잔다고 합니다.

지리산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여전사 입니다.

연하천 산장에서 빵과 오뎅국으로 식사를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다음 벽소령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벽소령 산장 가는 길

날씨는 무더워졌지만 숲 속은 여전히 찬 바람이 지나다녀 시원했습니다

충분히 휴식했어도 가파른 오름 길에는 땀이 흐르고 언제 쉬었냐는 듯 배낭은 더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그러다 능선 위에 오르면 강한 햇빛 아래서도 시원한 바람이 대차게 불어 주었습니다.

가야 할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멀리 그 능선의 오목한 안부에 벽소령 산장이 보이는 바위봉에

도착했습니다.

연하천 벽소룡 사이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입니다.

잠시 그곳에서 굽이치는 능선과 웅장한 지리세상을 바라 보았습니다..

바위봉에서 조금 내려가면 절벽 같은 형제봉 바위를 만나게 되는데 그 위에서 맞는 바람과 풍경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바위를 올라 갈 수 없는 바위봉으로 생각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홀로 종주 때 두 번 인가 올랐습니다. (따라하지 마세요!)

오늘도 옛 생각이 나서 배낭을 내리고 올라 가는데 왼편 바위 봉에 오르고서는 오른 쪽 큰 바위봉에

오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 옛날이여!”

무릉객도 이제 한풀  꺾였습니다.

 

벽소령 대피소

달빛에 비친 산하의 풍경이 아름답다던 벽소령 대피소에서는 한 낱의 태양이 뜨거웠습니다.

어느해  지리산 종주 중에 폭우를 만나 음정으로 하산 길을 잡았던 그 벽소령 입니다.

연하천에서 먼저 출발했던 아버지와 아들은 막 산장을 떠나는 참이었습니다.

햇빛에 노출되었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가는 벤치에 앉아서 잠시 다리쉼을 했습니다.

물은 좀 남긴 했지만 이젠 본격적으로 무더워 질 것 같아서 한참을 내려가서 물을 한 통 받아왔습니다.

벽소령 물도 마셔야지요

 

세석 가는 길

6.6km라는 팻말이 야속했습니다.

갈 길은 아직 먼데 태양은 본격적으로 열기를 쏟아내고 어깨와 등은 아파옵니다.

꾸리는 가방이 가벼워야 인생이란 여행이 즐거워 지듯이 배낭이 가벼워야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지요.

심산의 가슴으로 가는 순례의 여행길에 너무 욕심이 과했나 봅니다.

아니 세월에 낡아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제와 항변인지도 모릅니다.

욕심을 내려 놓는다고 하면서도 다시 도지는 사나운 욕심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산 언저리를 돌며 많은 수양과 내공을 쌓았다고 하면서도 어느 인생의 길목에서 또 흔들리고 마는

나를 봅니다.

지금도 헛웃음이 납니다.

몸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데 비가 쏟아지는 4,500고지의 사진을 찍을 거라고 끝까지 한 손으로

우산을 받쳐들고 목에 카메라를 걸고 올랐습니다.

다른 사람들 다 돌아갔는데 가이드도 내팽개치고 독주하는 젊은 친구 뒤를 따랐습니다.

몸이 신호를 보냅니다.

이제 고마 내려 놓으라고

마음을 내리고 좀더 가벼워 지기 위해 떠난 여행길에 전 먹는 기쁨을 놓지 않으려 순례의 기쁨과     

마음의 고요를 놓아 버렸습니다.

다음에는 무게를 줄여서 더 가볍게 능선 길을 걸어 가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고요함 속에서 더 홀가분한 발걸음으로 심산 주유의 기쁨을 누리겠습니다.

 

벽소령에서 2.4km 거리에 선비샘이 있습니다.

리듬을 타고 분출하는 오랜 유래의 지리산 샘물입니다..

벽소령물이 반쯤 남았는데 마저 다 마셔 버리고 선비샘의 물을 받았습니다.


길 위에서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선비샘을 지나고부터 안개가 자주 밀려들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주었습니다.

오름 길에 힘들어도 배낭을 내리고 앉으면 금새 땀이 마르고 몸이 서늘해  졌습니다.

배낭의 무게는 세석산장이 가까워 질수록 더 어깨를 짓눌러 왔지만 바람 좋은 곳에서는 적당히 쉬면서

페이스를 조절했습니다.

가끔 배가 고프면 빵을 먹고 수시로 지리산의 샘물을 마셨습니다.

백두대간 종주 때 아들과 다리쉼을 했던 통나무 벤치에서 누웠다가 피곤이 밀려와서 잠시 선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움직여도 세석고원이 계속되는 오름 길 끝머리 영신봉 아래 자리 잡고 있는 터라 남은

여정이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길의 풍경이 단조로워 지고 조망이 트인 곳이 별로 없긴 해도 피로가 누적되어 길 위의 풍경에 무심해

졌습니다.

그래도 이름 모를 무수한 흰 꽃들은 안개 속에서 변함없이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연하천에서 먼저 떠났던 아버지와 아들을 만났습니다.

먼 거리에 아들은 아버지 보다 많이 지쳐 보입니다.

산이 하는 말을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아버지의 욕심을 저는 압니다.

아버지와 아들로 만나 이렇게 먼 길을 함께 걷는 것 만으로 전생의 채무 관계는 현생에서 많이 청산되고

조정이 되겠지요

고생스러워도 말없이 가슴으로 느끼는 것들이 훗날 가슴 따뜻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내라고 하고 먼저 출발을 했습니다.


자욱한 안개 속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가는 칠선봉 위 바위 봉에 올라 배낭을 내렸습니다.

바위에 걸터앉아 바람과 안개가 보여주는 멋진 퍼포먼스를 핑계로 제법 오래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랫동안 앉아 있었더니 추월했던 아버지와 아들도 올라왔습니다.

힘들어도 싹싹하게 아버지를 따라나선 녀석은 내 아들처럼 착한 녀석입니다.

 

우린 삶의 새로운 의미와 기쁨을 위해 기꺼이 힘겨운 고통을 감내 합니다.

산다는 건 세상에서 조금씩 가슴이 허물어 지고 상처 입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린 그 좌절과 고통 속에서 성장하고 성숙해 갑니다.

우린 세월이 간다고 늙어 가는 것이 아닙니다.

가슴에서 별이 사라지고 우리가 더 이상 새로운 풍경과 이상을 꿈꾸지 않을 때 그 때 우린 늙어 갈

것입니다.

아직도 세상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주문과 비방을 손에 넣지 못했다면 세월보다 먼저 늙어

가겠지요

몸은 낡아가도 언제나 새로운 세상의 기쁨을 만날 수 있다면 우린 여전히 젊은이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깔딱 고개처럼 영신봉 올라 치는 계단이 압권입니다.

세석을 지키는 마지막 관문으로 신선의 나라에 들기 위한 경건한 통과의례입니다.

그 명성을 익히 알기에 중간 벤취에서 잠시 쉬어가며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계단 주변에서도 활짝 피어난 꽃들이 힘든 여정에 기분 좋은 향기를 날려주고 안개는 수시로 덮쳐와

목과 팔뚝을 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자욱한 안개의 군무 사이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바위 봉은 장관 이었습니다.

어느 날 불현듯 날아든 한철 나비가 수 억년을 깊이의 역사를 내려다 봅니다.

안개가 내어주지 않는 그 깊이처럼 그저 장엄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충만한 기쁨이 가슴을

벅차게 하는 그런 시간 입니다,

 

 

세석 대피소

솜처럼 지쳤지만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장터목 까지 갈 체력도 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세시쯤 도착해서 책이나 좀 읽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렸더니 웬걸 시간은 벌써 6시가 다 되어

갑니다..

그 전엔 여기서 두어 시간 더 걸어 장터목 산장 까지 갔었지요….

그 멋진 길이 늘 인고의 막바지 여행길이 되곤 했지만 오늘은 세석에서 배낭을 내립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일단 배가 고파서 취사장 밖 야외식당에서 천천히 식사준비를 합니다.

금방이라도 어둠이 내리누를 것 같이 안개 흐르는 산장엔 조용한 휴식과 평화가 머물고 있습니다.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임이 정지되니 갑자기 추위가 엄습해와서 땀이 밴 반팔 티셔츠를 벗고 긴팔 상의와 가지고 온

오리털 파카를 걸쳤습니다.

미역국을 끓이고 마눌이 한끼용으로는 너무 많이 넣어준 밥을 모두 집어 넣고 다시 끓였습니다.

시장이 반찬이지요

흡사 꿀꿀이 죽 같은 그 소박한 식단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한끼 식사의 소중함 그리고 물론 저는 아니지만 우리가 도시에서 잃어버린 입맛을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우린 한 번씩 산 길을 걸어야 합니다.

가지고 간 김치와 함께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면서 국물조차 남기지 않고 다 먹어 버렸습니다.

배가 불러오니 이제 살만 합니다.

장비를 정리하고 대피소에 입실을 했습니다.

2 64번 침상

담요 한 장과 혹시 몰라 초코파이 2개를 샀습니다.

(담요 한장 2000, 초코파이 하나 500원)

오리털 파카를 가져 왔으니 덮을 담요는 필요 없습니다.

지상에서 우린 뒷맛이 다소 불쾌하기도하고 피곤하기도 한 쾌락을 위해 많은 돈을 쓰기도 하지만

천국 가까이에서 하룻밤을 자는데 돈은 별로 들 일이 없습니다.

 

배낭과 침구를 정리하고 다시 밖으로 나와 마눌에게 전화했습니다.

무사히 도착했다고….

그리곤 양치를 하고 나서 바로 자리에 들었습니다.

과도한 하중으로 어깨가 너무 아프고 허리도 쑤셨습니다.

낡은 기계에 과부하가 걸린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자리에 누은 사람은 그 넓은 산장 안에 나와 다른 한 사람 밖에 없었는데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지리산의 추억을 꿈에서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 어머니 품에 안긴 아기로 돌아가 편히 잠들어버렸습니다.

아무런 꿈도 꾸지 못하고 흐르는 시간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하룻밤이 지났습니다.  



다음날

단잠에 빠져 있는데 어디선가 알람이 울었습니다.

누가 멀리서 투덜거리며 비아냥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지가지 한다.!”

어둠 속에서 전자시계를 보았습니다.

싸구려 시계지만 시간은 정확합니다.

언젠가 어느 산 위 샘터에 풀어 놓고 내려와  2km를 되 올라가 찾아 온 나름 소중한 시계입니다.

새벽 4 !

촛대봉 일출을 보기 위해 30분은 더 자도 되는데 할 수 없습니다.

지리산 신령님이 빨리 일어나라고 부리신 성화이실 테니….

 

행장을 수습하고 홀로 어둠 속으로 떠났습니다.

먼 곳에서 마주 달려오는 새벽을 알기에 어둠은 두려움이 아니라 나를 둘러 싼 황홀한 고독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주었지만 바람막이를 걸치지 않고도 그리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고원엔 안개가 이리저리 흩날려 다니고 하늘엔 별이 모두 가리웠습니다.

 

신기하게도 어깨도 허리도 아프지 않습니다.

무게가 줄어든 것도 없는데 성삼재 출발할 때 보다 발걸음이 더 가뿐해졌습니다.

또 다시 확인하는 지리산의 마술 입니다.

촛대봉 오르는 길에 천왕봉 쪽 동편하늘에 맑은 여명이 솟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지리산 신령님은 오늘 촛대봉 첫 출정에 일출을 허락해 주실 모양입니다.

짙어지는 무지개 빛 여명과 함께 다시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촛대봉

아무도 없는 촛대봉에 홀로 도착했습니다.

혼자 촛대봉의 푸른새벽과 무지개빛 여명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날이 밝아 지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올라 옵니다.

오늘 일출은 따 놓은 당상이고 더 멋진 풍경을 위해 촛대봉 나무 울타리를 넘었습니다.

촛대봉 너머에 푸른 새벽의 바다가 넘실거리고 심해의 바위들은 침묵과 묵상으로 맑은 세석의 아침을

열었습니다.

처음으로 대하는 세석 고원의 아름다운 새벽 풍경 입니다.

또 하나의 멋진 풍경 앞에서 속절없이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금지된 신선의 땅에 내밀하게 다가가는

흥분과 태고의 장엄함으로 신비롭게 깨어나는 그 멋진 풍경이 오늘도 여지없이 제 가슴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돌아 보면 무지개 빛 여명은 더 선명하고 촛대봉은 아득합니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바위가 끝난 곳

그 곳에서 가슴 속까지 후련해지는 바람을 맞으며 드넓은 세석 고원을 바라보다가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수 많은 변수의 조합으로 조금 전에 지나쳤던 같은 장소에서의 풍경조차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온 길을 되짚어 가는 길도 그렇게 황홀했고 고원의 새벽공기는 맑고 신선했습니다.

 

~  어찌 이런일이….

정말 짧은 시간 이었습니다.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으리라 던 100 %의 확신은 단지 찰라의 시간에 여지 없이 허물어졌습니다.

다시 촛대봉에 다가섰을 때 거짓말처럼 안개가 몰려왔고 순식간에 천왕봉과 무지개 빛 여명을 뒤덮어

버렸습니다.

아이고 산신령님 통촉하여 주옵소서!”

마치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셨다는 듯이 산신령님은 천왕봉과 촛대봉을 모두 안개로 덮어 버렸습니다.

신령님왈 무릉객 잘봤냐?  ! 오늘은 여기 까지…”

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 한 번 더 오라시니 그럴 수 밖에

아니 앞으로도 70살 까지는 계속 올팅께 상관 없지라!.

 

장터목 가는 길

세석 대피소에서 촛대봉 까지는 700m, 촛대봉에서 장터목 까지는 2.7km 입니다.

한무리의 사진을 찍어 주고 지리산의 가장 아름다운 길 중의 하나라는 장터목 길을 걸어 갑니다.

늘 석양을 등지며 걷던 이 길을 오늘 처음 아침에 걸어 갑니다.

오락가락 하는 안개 속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홀연히 맑은 능선이 드러나고 밝은 태양이 봉우리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지나 온 촛대봉은 여전히 안개에 쌓여 있지만 붉은 햇살에 깨어난 가슴은 지리산 새벽 길을 장식하는

아름다움을 그 어느 하나라도 놓칠세라 오감의 문을 활짝 열렸습니다.

새들은 노래하고 바람은 부드럽습니다.

맑은 공기 속에는 짙은 숲의 향기와 꽃 내음이 살아 옵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출렁이는 수림의 바다 입니다.

늘 공식처럼 그러하지만 신기한 일입니다.

어제 지리의 품에 잠들어 내내 기를 받았고 오늘 눈부신 태양의 붉은 축복을 온 몸으로 받으니 기운이

펄펄 살아났습니다.

옅은 새벽안개 초록의 능선에 일렁이고 황금햇살은 지리세상 멀리까지 퍼저 나가는 그 길은 꿈 길인 듯

몽롱합니다. 사위가 조망되는 곳에서는 황금 햇살을 걸고 있는 아름다운 지리산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숱하게 걸었던 길이지만 아침에 만난 그 풍경의 느낌과 감동은 각별했습니다.

느리게 걸었습니다.

황금 빛 아침햇살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코를 뻥 뚫리게 하는 상쾌한 고원의 공기는 천천히 누려야할

지리산의 선물이었습니다.

천왕봉 쪽에서 움직여 오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천왕봉에서는 멋진 일출을 보았다 합니다.

괜찮습니다.

전 제 인생에서 셀 수도 없이 천왕봉 일출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참으로 아름다운 촛대봉의 새벽을 보았습니다.

 

걷지 않고 문장과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대문호들의 말이 실감이 납니다.

명상과 사색 없이 자신과 대면할 수 없고 무언가에 흔들리는 가슴이 없이 기쁨과 사랑에 다가 갈 수

없습니다.

걸은 만큼 마음이 넓어지고 높이 오른 만큼 생각이 깊어 집니다.

무릉객 ! 아직 늙지 않았습니다.

기꺼이 무거운 등짐을 지고 새벽의 들창을 열 수 있으니

변함없이 이 멋진 능선 위에서 구성진 영혼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사실 너무도 간단 합니다.

단지 떠나기만 하면 모든 건 지리산 신령님이 다 알아서 해주십니다.

단지 그 멋진 풍경 속을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요.

그러면 무언가 가슴에서 비워지고 또 채워 집니다.

 


장터목 대피소

아직 태양의 붉은 빛이 살아 있는 산장에 도착 했습니다.

아직 6 43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아침을 지으러 취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취사장은 안은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전 배낭을 취사장 한 켠에 놓고 스틱과 카메라만 가지고 천왕봉으로 출발했습니다.

제석봉 고사목에 걸린 아름다운 아침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초입에서 두어 사람을 만나고 눈부신 황금빛 햇살이 쏟아지는 고원에는 저 말고 아무도 없습니다.

예상이 맞았습니다.

장터목에서 하루를 유하고 일출을 보러 올랐던 사람들은 모두 하산하여 목적지로 흩어지고 저처럼

세석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아침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겁니다.

중산리에서 일출 시간에 맞추어 올라온 사람들도 모두 내려 갔을 터이고 일출을 포기한 사람들이

천왕봉에 도착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좀 이릅니다.

 

황금 햇살이 드리운 황금의 시간대에 그 길을 걸어갑니다.

이 드넓은 아름다운 고원이 저만을 위한 정원 입니다.

 

그 멋진 감동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냥 가슴이 무언가 북 바쳐 올랐습니다.

감사 합니다. 지리산 신령님 !”

늘 이 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해마다 한 번씩 태양의 붉은 광휘를 한 몸에 받으며 내려오던 길 입니다.

오늘과는 다른 일정이었지요.

노고단의 새벽을 열고 12시간쯤 그 거친 길을 걸어 장터목에 도착해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어둠 속에 이 길을 올라 천왕봉 일출을 마주하고 황금 햇살이 쏟아지는 아침을

걸어 내렸습니다. 무언가 가슴에서 쏟아낼 것이 많은 다른 일출객들과 함께

 

느리게 걸어 올랐는데 제석봉을 지나서 부부산님을 만났습니다.

어디서 잤는데 지금 시간에 올라가는지 물으니 장터목에서 잤다고 합니다.

중산리로 넘어 갈 예정인데 왕봉으로 연결되는 이 길과 제석봉의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카메라에

담으러 해돋이는 포기하고 천천히 올라간다고 합니다.

사진 찍기 가장 좋은 일조량의 시간대에 맞추어서

그분들은 나보다 훨씬 더 느리게 걸어 올랐습니다.

 

천왕봉

!

천왕봉엔 아무도 없습니다.

무수한 구름과 안개가 피어나면서 맑은 햇빛에 드러난 천왕봉에는 낯익은 표석 만이 조용히 앉아서

저를 기다렸습니다.

숱한 날 천왕봉에 올랐어도 아무도 없는 정상은 처음 입니다.

내 인생의 변곡점에서 말없이 나를 지켜보고 내 등을 토닥여 주던 산

그 가슴에 얼굴을 묻고 목놓아 울고 나면 후련해져서 난 다시 의욕에 충만한 채 세상으로 돌아

갔습니다.

나는 천천히 우주의 중심으로 걸어 가  다시 표석 앞에 섰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받은 그 어떤 감동이 이보다 더 클 수 있고 세상의 어떤 빛나는 교훈이 이보다 더

값질 수 있겠습니까?

옴파로스!”

여긴 늘 내 마음의 성지이고 세상의 중심이었습니다.

평화와 감동이 펄펄 날리는 곳

나는 그 세상의 중심에서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산을 한껏 욕심내다가 40대 초반에서야 오늘 내려 갈 백무동 길을 따라 천왕봉에 올랐었습니다.

산에서 단련된 전성기의 체력이기도 했지만 그 길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지요.

그 때도 지금처럼 혼자만의 여행길이었습니다.

천왕봉 표석을 처음으로 대하던 그 순간 벅찬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성스럽고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된 채 부여 잡았던 그 표석이 내 삶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우린 고통의 끝에서 희망과 기쁨을 만납니다.

오래 산길을 걸으며 산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고 바람이 전하는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산길을 오가며 오랜 세월을 보내다 보면 거친 길의 고통과 길 위에서 만나는 거센 폭풍우가

기쁨을 부르는 주술이 됩니다.

오래 살아보니 세상에서 전적으로 잃기만 하는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마음만 잃지 않으면 잃을 것도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내가 걷는 길이 모두 소중하고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지리산은 늘 내게 말했습니다.

카르페디엠!

파랑새를 만나려면 오늘 떠나라

행복해지려면 지금 노래하고 춤추라

네가 사는 오늘이 감사하고 기뻐해야 할 가장 소중한 날이다. 


사진을 찍어 줄 사람이 없어서 아까 만났던 부부산님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20분 정도 홀로 정상에서

변화무쌍한 지리산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두분 산님도 대전에서 오신 분이었습니다.

서로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두 분은 천왕봉에서 한 시간쯤 머물다 내려간다 합니다.

당연히 행복한 시간이겠지만

행복한 하루 되세요!” 덕담을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다시 장터목

천천히 그 길을 다시 걸어 내려왔습니다.

산이 그린 멋진 그림이 가슴을 흔들어 마치 새로운 길인 듯 지루하지 않게 그 길을 걸었습니다.

대피소로 돌아와 취사장엔 제 배낭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라면을 끓여서 전망 좋은 야외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그것으로 모자라 다시 오뎅을 넣어서 끓였습니다.


 

백무동 하산길

식사를 천천히 마치고 백무동 하산 길을 잡았습니다.

태양 빛은 강렬했지만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숲 속은 시원했습니다.

내려가다가 나처럼 세석에서 유했다는 부부산님을 만났습니다.

퇴직한 후 부부가 두루두루 산을 다니는데 이번 지리산 산행길이 너무 좋았다고 했습니다.

가장 오래도록 가까이에서 함께할 사람과 그 멋진 풍경을 함께 나누었으니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가장 좋은 날들도 빨리 지나갈 겁니다.

이제 그 나이면  거친 산의 아름다움을 누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요.

그 동안 누리지 않았다고 기회를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또 바짓가랑이를 잡아 당기는 다른 것들에

정신이 팔리다 보면 세월은 다시 저 만큼 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좋은 것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할 때입니다. 

 

장터목 산장에서 1.5km 정도 내려오면 이정표가 하나 서고 우측으로 휘어지는 등로 좌측 편에

멋드러진 소나무 군락과 바위가 있습니다.

늘 그 곳 바위에 올라 앞을 막이선 지리산 능선과 내려 온 장터봉 능선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태양은 조금 씩 뜨거워지고 고도가 낮아지면서 바람은 조금씩 약해집니다.

참샘까지 내려오면 이제 장터목에서 내려온 길 보다 남아 있는 길이 더 짧아 집니다.

고도가 급격히 낮아 지니 발에 피로도가 더 높아지기도 하구요

이 갈수기에도 참샘의 물은 힘차게 흘러 나옵니다.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날 때 까지 물을 마시고 집에 집에 가는 길에도 먹을 요량으로 물통 두 개

를 모두 채웠습니다.

아마 어제와 오늘처럼 결렬한 운동을 한 후에 지리산 여기 저기에서 솟구치는 그 차갑고 맑은

생수를 한달 쯤 마시면 그냥 신선으로 입적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몸의 노폐물은 깨끗이 걸러지고 세상에서 허물어졌던 몸의 균형과 생체리듬은 완벽하게 회복될 것입니다.

하동바위를 지나서 계곡을 찬찬히 살피면서 내려갔습니다.

장터목에서 하산할 사람들은 거의 하산을 했고 내가 추월한 부부산님은 아직 한참이나 더 있어야

내려올 것입니다.

오르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또 올라오기에는 어중간 시간이니 지금이 골든타임 입니다.

순례 길의 마지막 마무리 의식을 위해 조용히 한적한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아무도 없는 계곡의 푸른 소에 뛰어 들었습니다.

이틀 동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내부 청소는 모두 끝내고 이제 땀으로 배출된 노폐물로 얼룩진

하드웨어를 씻어낼 차례입니다.

계곡 수 세례를 예상하고 가속을 했고 내 뻔한 수를 다 알고 계시는 신령님께서 바람마저 거둬들

였습니다..

그 순정하고 맑은 차가움이 전율처럼 온몸으로 휘감고  청수의 냉기가 뼈에 사무쳐 전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그렇게 백무동 신선이 되었습니다.

아흐 ….!”

무릉이 어드메뇨? 나는 예간 하노라!”

날파리들이 무릉개의  알몸을 구경하려 잔뜩 몰려 들었지만 그것에 개의치 않고 세 번이나 물속에

몸을 담구었습니다.

이 맛이지요.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이 의식으로 저는 여름 지리산의 순례의 대단원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단 이틀간의 진한 카타르시스가 올해도 건강한 여름을 인증해 줄 것입니다.

지리산이 말했습니다.

여름은 견디는게 아니라 즐기는 거라고….

옷을 갈아 입는 대신 계곡 물에 빨아서 짜 입고 백무동 주차장쯤 내려서면 깨끗이 마르는 것도 변함

없는 지리산의 여름 입니다.

 

목욕을 하느라 함양 가는 12 30분 버스는 간발의 차이로 놓쳤습니다.

괜찮습니다.

매표소 그늘 의자에 걸터 앉아 아주 느긋하고 여유롭게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음미합니다

아침을 느즈막히 먹은 탓에 별로 허기를 느끼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함양에 나가 소내장탕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3 5분 함양발 대전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피곤하니 버스에서 잠자는 것도 좋지만 차창밖으로 한적한 시골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근데 오늘은 책을 한 권 가져왔습니다.

일찍 도착한 세석대피소에서 심심할 것 같아 읽을 거리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으로 배낭무게만 늘렸습니다.

주제파악도 못하고 말이지요.

그러니 아까워서 그냥 가져갈 수 있나요?

졸음을 참으며 반쯤 읽고 다음날 모두 읽었습니다.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세계 명작에 심취했던 날들에도 읽지 못했던 얇은 소설이라 손이 갔습니다.

자신의 수용소 경험에서 우러난 자전적 소설이지만 제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자유를 구속당하고 너무도 오랜 세월을 오직 살아남기 위해 견디고 먹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상에 만들어진 처절한 지옥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고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던 사람들과

평화롭게 천수를 누리던 많은 사람들도 모두 사라져 갔습니다.

얼마일지 모르지만 제게 주어진 제 인생 최대의 자유는 누군가는 하루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소중한 날들임에 틀림없습니다.

내가 일상적으로 투정하며 먹는 음식은 어느 시대 누군가는 특별한 날에도 먹을 수 없는 제왕의

성찬 입니다.

살아 있음은 기적이고 건강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은 삶의 축복입니다..  

수용소에서 살고 병원에서도 살아가는데 자유로운 우린 웃으며 춤추며 살아야지요.

 

오늘 하루 그에게는 아주 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절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버늘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 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이렇게 슈호프는 형기가 시작되어 끝나는 날까지 무려 10년을 그러니까 날수로 계산하면 삼천육백

오십삼일을 보냈다. 사흘을 더 수용소에서 보낸 것은 그 사이 윤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오늘 하루는 멋진 날이었습니다.

그 깊은 지리산의 가슴에서 깨어났습니다.

아직 어둠에 쌓인 고원에서 새벽의 들창을 열고 몽환의 안개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여명을 바라

보았습니다.

힘차게 떠오르는 새날의 축복을 가슴에 안았습니다.

황금 햇살이 쏟아지는 새벽 길을 걸으며 산과 나 자신과 무수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천왕봉 정상에서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감동에 젖었습니다. .

지리산의 눈물과 이슬이 내린 맑은 물을 마시고 그 속에 몸을 던져, 도시에서 쌓인 화기와 독기를 모두

씻어냈습니다.

답답한 것들을 훌훌 털어내고 가슴엔 맑은 기쁨만 담았습니다.

지리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등을 토닥여 주었습니다.


                                                                                        무릉객의 하루



이반 데니소비치는 암울한 감옥 속에서 행복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많은 것을 갖고도 마음은 스스로 가난한 방에 가두어 버립니다. 

사람들은 손에 행복의 열쇠를 쥐고도 두려움에 그 문을 열지 않습니다..

영생을 꿈꾸는 허망한 날개짓과 만족을 모르는 욕심 때문에 자유의 역설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스스로의 인생에 걸린 시간과 행복 그리고 삶과 죽음에 얽힌 함수를 풀 수 있는 건 자신 뿐입니다. 


 

100년도 못사는 인생

찬바람 한 번 휙 불고 지나가면 등이 휘고 다리가 꺾이고 아름다운 기억마저 훨훨 날아갈 나약한

인간입니다.

봄처럼  짧은 인생길 입니다.

이 바람에 날려야 할 건 이 나이에도 덕지덕지 따라 붙는 욕심뿐만이 아닙니다.

광대무변의 대자연 속에 날아든 한철 나비가 영생의 기준으로 삶을 대하는 그 어리석은 미망도 이젠

내려야 할 때입니다.

독서와 명상의 즐거움 속을 오락가락하며 나는 다시 세상을 마주할 용기와 의욕에 충만한 채  씩씩하게 

도시의 숲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지리산 순례는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인생이란 기쁨과 슬픔이 한데 뒤엉켜 흘러가는 강이라 해도 지리산은 한결 같은 감동의 산 입니다.

그 산 구비구비와 계곡 서리서리 마다 저의 젊은 날의 추억이 걸려 있습니다.

그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 고통과 아픔은 지리산 바람에 모두 훨훨 날아가고 맑은 고요만 마음에

고입니다.

그래서 지리산을 잊을 수 없습니다.

숱한 날 바뀌지 않는 저의 생활 방식입니다.

언제 산신령님이 이제 고마 오라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10년은 거뜬하다고 얘기하겠습니다.

하루 종주가 힘들면 지리산에서 이틀을 머물겠습니다.

그것도 힘들면 거림에서 올라와 세석에서 하루를 유하고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에 서겠습니다.

그것도 힘들면  중산리에서 하루를 유하고 천왕봉에 올라 하늘 높이 떠오른 태양이라도 마주하겠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간결함과 충만함

내게  삶의 기쁨과 행복을 누릴 멋진 비법을 전수해 준  지리산에 경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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