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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설날기념산행-거부기와 덕유산


































































































































































세월은 그냥 무심히 흘러가는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은 건 세월 따라 흘러가는 사람이지

그 세월의 짧은 한 모퉁이를 동행하며 욕심과 집착이 그리 많은가?

다 놓고 가는 것 인줄 알면서도 그렇게 내리지 않고 짊어지기만 하니 힘이 들지

비바람도 눈보라도 훌쩍 지나고 나면 모두 아까운 날들 인데….

 

강물은 그냥 조용히 흘러가는 것이다.

떠들고 아우성치는 건 강물을 타고 흐르는 사람이지

그 짧은 뱃길에 뭔 한숨과 눈물이 그리 많은가?

강물에 몸을 맡기면 편할 텐데 그 나이에도 강물을 거스르려니 힘들지

여울목도 급물살도 훌쩍 지나고 나면 다 적막의 바다 인데

 

세월은, 물은 소리친다.

점점 짧아지는 아름다운 날들을 즐기게

물 따라 흐르며 강둑의 풍경을 즐기게

더 어두워 지지 전에

가슴이 더 메마르기 전에 ….

 

 

삶이란 이렇게 기쁠 수 있다.

만나고 싶은 풍경이 있고

푸른 하늘과 차가운 바람에 공명하는 빈 가슴이 있다.

 

발목 까지 빠지는 눈밭이 아니라 아쉬웠지만

장쾌한 덕유나라엔  살을 에이는 바람과 따뜻한 태양이 공존하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은

멀리 까지 거칠 것 없는 맑은 조망을 열었다.

우린 바람과 눈부신 태양과 함께 인적 없는 그 길을 걸었다.

어느 산 모퉁이 마다에선 오래된 추억들이 손을 흔들었다.

빙결된 나무들은 마치 유리종인듯 뎅리랑 소리를 내며 울었는데 나는 하나도 슬프지 않고 오히려

종달새처럼 즐거웠다.

 

세상에 그 많은 돈들은 무얼 하는데 필요한 것일까?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들은 이렇게도 싼 것인데….

그냥 문을 나서기만 하면 이렇게 쉽게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만날 수가 있는데….

 

 

정호승이 그랬나?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라고 ?

내가 부르니 친구가 왔고

내가 찾아가니 덕유산이 맑은 하늘을 열고 큰 바람으로 소리쳤다.

나 보다 크지 못하는 나무들은 은색의 투명한 장갑을 끼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아무도 없는 눈덮힌 산의 고요와 평화가 내 가슴으로 밀려들고 가슴은 벅찬 감동으로 부풀어 오른다.   

 

무얼 더 바라는가

더 먼 세상의 꿈은 아직 가슴에 가득하고

이렇게 주말을 떠돌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아름다운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음과 먼 길을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나의 교각 같은

두다리가 있는데….

 

초록이 번져가는 산길에서도

아름다운 심산의 화원에서도

녹담만설의 설원에서도

내 가슴은 그렇게 울렁이고 흔들리는데

 

 

다음 추석 때는 어두운 구천동길의 어둠을 열고 무지개 빛 보다 더 고운 아름다운 여명을

만나고 싶다.

거부기 놈이 같이 안 간다 해도 나 혼자라도 훌훌 떠나야지….

 

팔자 좋은 거부기 녀석

나처럼 산에 가자는 친구도 있고

너도 나도 산채로 고려장되어 용도폐기 되는 나이에

짱짱한 현역에 1년 안식년 휴가 까지 받아 팔랑개비처럼

나부끼며 싸돌아 댕기는 팔자 좋은 놈

 

인생을 살면서 오로지 드넓은 망망한 종교의 바다에서 천국을 꿈꾸다

나의 전도로 지상의 천국이 산속 깊은 곳에 있음을 깨우치고 시도 때도 없이

산속을 빠대는 거부기 넘은 신과 산이 함께 내린 넘이다.

형한테 잘해라 이눔아

 

 

 

2017 1 27일 금요일

산 행 지  : 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봉-동엽령 왕복

     : 겁나 맑고 춥다.

소요시간  : 4시간 30 (순수 산행)

     : 고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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