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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정유년 귀연 시산제 (적상산)













































































































































































잠결에 들었지

팔도 산신령님들이 고사상 뒷담화 치는 말씀들

 

적상 산신령이 그랬어

참 황당하고 한심혀서 말이 다 안 나오네

큰병신들이 떼로 설치던 병신년이 바람결에 흩날려 간 것이 언제인데 2월도 다 저물라 하는 날에

인자 느즈막히 인나서  정유년 산산제를 지내겠다고 끼적끼적 올라 온 넘들은 뭐여?.

대전에서온 귀연넘들

낼 모레가 춘삼월 봄이여

양반곰인가 현대곰인가 하는 넘은 도대체 뭐하는 넘이여?

지가 귀연 회장이면 채금감을 가져야지 할 일 다 젖혀놓고 겨울잠만 자면 되냔 말이여?

내가 그냥 깽판 칠라다가 그래도 참았지….

그 넘들이 준비한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별별 술을 다 가져와서 따라주는 대로 마시다가 알딸딸 해져서….

 

 

옆댕이 덕유산 신령님이 말했다.

쓸데 없는 소리 말어

그래도 그 넘들 나름 괜찮은 넘들이여

백두대간에 9정맥 종주 그리고 해외산행 까지….

조선팔도 산이란 산은 죄  빠대고 다녀도 할 건 다 하는 놈들이여

자연을 훼손하거나 거슬리게 소란 떨지도 않고 나름 뒷정리도 잘하고 댕기잖아.

지난 백두대간 때 다른 놈들이 버리고 간 것도 죄 주우면서 댕기는거 봤잖여

 

어제 고삿상 받아 보면 물러?

갸들 음식 싸오는 거 총무가 마트에서 한꺼번에 사오는게 아니여

여러 사람의 소망을 모아 쌓아 올린 소망의 돌탑처럼 한 명 한 명이 십시일반으로 가지고 와서

정성으로 차린 밥상이여

올해는 밥까지 먹다가 입 델 뻔 했잖여

압력밥솥으로 금방 한 줄 모르고 냅다 퍼 먹다가..

천 고지에서 탕국 끓이는 산악회 봤나?

 

그 때 지리 산신령님 하시는 말씀

동동주하고 아로니아 술 맛 쥑이데

떡 하구 전 맛은 또 오떻구?

그거 큰놈하구 단비총무하구 정인이가 싸짊어지구 올라온 거 아녀?

내가 해마다 단비 갸가 가지고 오는 전 얻어 먹을라고 귀연 시산제를 기다리는디 올해는 통 소식이

읍서서 서운했는디 맴이 통했는지 갸들이 온거 아녀?

2월이 다 지나도 소식이 안 왔으면 혈압이 올라가고 콧김이 쪼매 나올 뻔 했제

 

적상 산신령님 다시 말을 끊고 끼어든다.

그나마 그거 얻어 먹은 거 다행인줄 알어

나가 어제 완죤 열받아서 갸들 내 땅에 발도 못붙이게 할려고 했응께..

사실 제사밥 늦게 얻어 먹은 거 다 나 때문이여.

갸들이 지척에 살아도 내 땅에 코빼기도 안 보이드만 내 땅에서 시산제를 지낸다는 전갈을 보내

니 내 을매나 반가웠것어?.

근데 야들이 몇 년 만에 찾아와서는 차를 타고 올라오겠다고 하잖여.

멀쩡한 내 땅에 양수발전소 내고 아스팔트로 덮어버린 것도 속상해 죽것는디 고사를 지낸다는 것

들이 멀쩡한 두 다리 두고 뽀스를 타고 올라와 야?

시방 모시가 중헌디?

내가 배지가 꼴려서 아스팔트 위로 물을 빼서 확 얼려 버렸어

시산제고 나발이고 다 필요 읍다고

 

하여간 갸들 코가 쭉 빠졋을 거이여

요령피다 무거운 짐 바리바리 지고 아스팔트로 올라가느라고

큰놈,단비,학교가자,지나,정인,태산,

그래도 채금감은 있더만

떡은 단비하고 큰놈이 릴레이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정인이 전을 메고

태산은 배 그리고 아로니아 술은 학교가자가 지고 새똥빠지게 올라 왔지

전회장 칸은 맨몸으로도 땀만 뻘뻘 흘리더만

 

그 때 설악 산신령님이 한마디 거드시는데

하여간 심술 하나는 알아 줘야 해.

해마다 고사떡하고 술 한잔 얻어 묵으면 됐지 뭘 그리 따지나?

나보래이.

수년전인가 세월따라 왓다리 갔다리 한던 귀연 친구하나 20미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거 내가 쓰리

쿠션으로 받아 줬잖아.

갸 지금도 산에 잘 다니면서 잘 살고 있다메?.

사람이고 신령이고 오는 게 있으면 당연히 가는 게 있어야지

얻어 묵기만 하고 입 닦으면 쓰나?

그 때 회장은 아마 꼬치가지고 먹고 사는 강머시기가 했을 것 인디 허구헌 날 뺀돌거리다 회장 맡구

나서 정신차리길래 내가 뒤를 마이 봐줬지.

세월이 꽤 흘렀어

강원장이 그 사건으로 혼비백산해서 회장자리 내놓구 한동안 산에도 잘 안 나오고 혀서 손 한 번 볼까

했는디 요즘은 철이 들었는지 다시 잘 나오데.

허기사 이제 다 늙어서 어디 딴 데 가믄 귀연처럼 대접해주는 데가 어디 있것어?

귀연 후배들이 착한 것이제

 

오대산 신령도 한마디 하신다.

그려 귀연 만한 산악회도 드물지

창립이래 연초 인사는 한번도 거른 적이 읍써

10년이 훌쩍 넘은 비영리산악회가 아무런 잡음 없이 꿋꿋하게 잘 돌아가는 데가 오딧나?

거긴 59년 돼지 들이 현역이고 71년년 돼지들이 영계여

흠이라면 30대 계란은 아얘 없다는 거

30대가 입회하면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똥단지 모시듯 보호할껴.

갸들 그래도 예절 바르고 싸가지가 있어

임자들도 앞으로 갸들은 잘 봐 줘야 해.

지난 해 내 땅에서 길 잃고 헤메던 이선생하고 산미남 내가 찾아서 안전하게 돌려보냈잖아.

산미남 이마에 산스크리트어로 경고문만 새겼지.

산에서는 아무나 따라가지 마라

근데 갸들 그 공도 모르고 어제 안 나왔데.

아즉 정신들 못 차렸어 .

 

이 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속리 산신령님 말을 붙이시며

나도 손 쪼매 볼 넘들이 있어.

나가 작년 타잔파 에너자이저인가 듀라셀인가 정신줄 놓고 형제봉에서 헤메는거 구해 줬잖아.

근데 갸들이 이번에 다른 아들까지 떼로 델구 와서 기특타 혔는데 요것들이 즈덜끼리 샛길로 빠져서

고사 까지 제껴 버렸잖아

그리고 꼬불쳐온 술하고 맛있는 음식 맹글어서  고시레도 한 번 안하고 즈덜끼리 먹기 바쁘던군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 잔뜩 기다리게 하고

이봐 팔도 산신령들

갸들 좀 잘 지켜봐 ! 아주 예의가 없는 녀석들잉께

걸리면 한 번 혼구멍 내주라고

그렇다고 너무 심하게는 다루지 말고

귀연 이니께

전치 3주정도면 되긋지?

팔도산신령님들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신다.  알써!”

 

이 때 무릉객 허리를 분질러 놓았던 군기반장 계룡산신령님 화가난 표정과 격앙된 목소리로 내지른다..

쾌남하고 핼래산도 한바꾸 돌려야되

산꼭대기는 내 친구가 북망산에서 갸 외삼촌을 불렀으니 거기 가볼 수 밖에 없구 갓바위는 이번에

불참했어도 그간 쌓은 공덕이 많이 있어

갓바위 갸는 작년에 아픈다리로 대간팀들 뒤치닥거리 하느라 고생혔고 그 동안 한 번도 큰 행사에

빠진진 적이 없지.

어제도 미안혀서 일 끝나고 음식점 까지 마중 나왔드만

근데 쾌남하고 핼래산은 평소에 산도 쬐끔 타고 앉아서 먹을 줄 알지 도대체 잘하는 게 뭐가 있냐고?

놔먹였더니 아주 간뎅이가 부었어.

내가 시방 별르고 있응께 쪼깨 지둘러봐

 

 

소백산신령님 왈

쪼매 성질 좀 죽여..

무릉객 잡은 지 얼마 된다고 또 난리를 피는거여 ?

사람만 잡는 게 능사가 아니여

한 번씩 주위만 환기시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나서 절딴을 내도 내야쥐.

어짜피 산을 떠날 수는 없을 것이니 지들이 내년 시산제에는 나오것제.

갸들 앞으로 후배들한테 잘 하는가 한 번 지켜 보구 판단하자구

 

아이구 더 들어야 하는데 그 때 정유년 새벽닭이 우는 바람에 잠을 깨어 버렸다.

내가 잠결에 엿들은 산신들의 대화는 행복한 적상주유 후 혼곤히 단잠에 빠진 무릉객의 개꿈일 수도

있겠지만 혹여 천기누설일지도 모른다?

만일 그것이 천기누설이라면 타잔파하구 쾌남님하고 핼래산은 산신령님들한테 찍혔으니 한 해 귀연

에도 잘 나오고 몸가짐도 조신해야 할 것이다.

 

시방 모시가 중헌가?

중한 건 산신령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우리가 산을 대하고 세상을 대하는 마음 일 것이다.

시산제는 산꾼과 산과의 교감이다.

대자연 속 하나의 피조물인 인간이 불멸의 신에게 드리는 경배와 존경이고 종교와 무속을 초월하는

산꾼들의 의식이다..

이렇게 건강하게 드넓은 대자연의 감동과 기쁨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또 한 해의 무사산행과

아름다운 여정을 기원하는 경건한 자리다.

오래 산에 다니면 세상의 이치에 도에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 같은 것이 온다.

그리고 가끔은 나를 보호하는 신과의 동행을 느끼지 않는가?

 

우린 몸에 쌓인 세상의 화기와 독기를 거친 호흡과 땀을 내어 놓고 산은 후련한 풍경과 시원한

바람으로 세상의 시름을 걷어 간다.

아파 본 사람이 건강한 몸의 축복을 알 듯이 산길을 오래 걸어본 사람이 산이 주는 삶의 축복을 안다.

얼마나 아낌없이 돌려주는 산이고 자연인가?

세상의 번잡과 소음이 사라진 고요한 산 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마음에서 무언가 비워지고 또 채

진다.

우린 산과 자연이 주는 평화와 기쁨을 단지 겸허한 마음으로 누리면 되는 것이다.

 

대자연에 경배하라.

대자연의 기쁨과 평화가 햇살처럼 그대 가슴으로 번져갈 것이다.

귀연과 함께 오래 자연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14년 무사고의 귀연의 힘과 저력을 알 것이다.



산 행 일 : 2017 2 26

산 행 지 : 적상산

산행코스 : 치목마을-송대폭포-안국사-향로봉-안렴대-적상산성-장도바위-서창마을

산행거리 : 8.6km

산행시간 : 5시간 30

    : 맑고 쾌청한 봄날

    : 귀연 산우회 41


오늘은 참으로 소중한 날이고 의미 있는 날이다.

어제 날도 화창했지만 오늘은 바람까지 잠들어 막바지 겨울의 문턱에서 만난 멋진 봄날 이었다.

 

어허 이라다 정말 양다리 걸치는 거 아녀?

겨울 여자한테 아즉 이별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녀를 끌어 안고 눈밭을 둘글어 보지도 못했는데

무슨 사랑이 이러니?

봄 처녀가 벌써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저만치 걸어가면 난 워쩔것이여?

 

늙어가는 귀연이 회춘하는 모양이다.

요 몇 년간 만선으로 츨항하는 귀연시산호를 처음 보았다.

올해는 기대되는 멋진 한 해가 될 것 같다.

 

적상산은 몇 년 전에 본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았다.

다시 보는 전혀 새로운 영화

그때는 속편을 보지도 못하고 완죤 졸았었나 보다..

적상산하면 너무 싱거운 산

장도바위와 성터로 이어지는 서창마을 등로만 있는 줄 알았다.

치목마을은 비단길이었다.

더 길어도 힘들지 않고 풍경도 수려한 고산 허리를 부드럽게 휘감아 도는 길

처음 본 송대 폭포와 계곡의 모습은 인상적이었고 안렴대의 조망은 후련했다..

어쩌면 외로움의 허기를 달래기 좋은 길인지도 모른다.

새상에서 잃어버린 황홀한 고독과 외로움을 찾기 좋은 길

치목마을을 올라 송대 폭포와 계곡을 돌아 보고 눈이 푹푹 쌓이는 날 혼자 걸어 보고 싶은 길이다.

 

고사떡 먹고 수육먹고

압력밥먹고 탕국먹고

동동주마시고 아로니아 술 마시고

또 전으로 안주하고

내려와서 닭도리탕 먹고 쏘맥으로 입가심하고….

2월이 저무는 날에 그만하믄 됐지 멀 더 바래나?

 

결국 노는 게 남는 거다.

올해는 괜찮을 것이니 마음 껏 싸돌아 다녀라.

떠나는 계절이 아쉽지만 다시 좋은 계절이 돌아 온다.

벌써 봄처녀가 눈웃음치며 교태를 날리니 다시 역마살이 달뜰 것이다.

거기다가 성대한 고삿상으로 팔도 산신령님들을 기쁘게 해드렸겠다.

무릉도원 무사출입증 귀연 표찰을 달고 다니는데 모시가 문젤껴?….

 

 

카르페디엠!

사람들은 너무 번잡하고 소란스런 세상에서 길을 잃고 마음을 잃었다.

오늘을 사는 사람에게 부족한 건 일용할 양식과 한 잔의 술이 아니다.

영혼의 자유와 마음의 평화는 자연으로 난 길 위에서 되 찾을 수 있다.

 

살다 보면 따뜻한 봄날에도 황사 뿌리고 봄비가 내린다.

당신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봄이 몇 날이나 남았고 천 고지의 기쁨을 누리며 신께 경배할 수 있는

날이 몇 날이나 남았나?

시간은 항상 우리의 생각을 앞지른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서 우리는 좋은 친구와 세상의 따뜻한 사랑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집 나간 귀연인이여 모든걸 용서할 테니 귀연으로 돌아오라

젊은피들이여 새에, 바람에, 세월에 물으라? 지금은 무슨 시간이냐고?

그러면 모든  날아가는 것, 지나가는 것 흘러가는 것들은 대답 하리라

지금은 귀연과 함께 떠날 시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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