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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트레킹

몽블랑 트레킹 3일차 - 블레방

 

 

 

 

 

 

 

 

 

 

 

 

 

 

 

 

 

 

 

 

 

 

 

 

 

 

 

 

 

 

 

 

 

 

 

 

 

 

 

 

 

 

 

 

 

 

 

 

 

 

 

 

 

 

 

 

 

 

 

 

 

 

 

 

 

 

 

 

 

 

 

 

 

 

 

 

 

 

 

 

 

 

 

 

 

 

 

 

 

 

 

 

 

 

 

 

 

 

 

 

 

 

 

 

 

 

 

 

 

 

 

 

 

 

 

 

 

 

 

 

 

 

 

 

 

 

 

 

 

 

 

 

 

 

 

 

 

 

 

 

 

 

 

 

 

 

 

 

 

 

 

 

 

 

 

 

 

 

 

 

 

 

 

 

 

 

 

 

 

 

 

 

 

 

 

 

 

 

 

 

 

 

 

 

 

 

 

 

 

 

 

 

 

 

 

 

 

 

 

 

 

 

 

 

 

 

 

 

 

 

 

 

 

 

 

 

 

 

 

 

 

 

 

 

 

 

 

 

 

 

 

 

 

 

 

 

 

 

 

 

 

 

 

 

 

 

 

 

 

 

 

 

 

 

 

 

 

 

 

 

아름답고 신나는 세상은 문밖에 있다.

산은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나와 세상을 사랑할 수 있게 하고 나의 영혼이 노래하게 한다.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들의 가치를 깨우쳐 준다.

맛 있는 음식과 맛 있는 술을 마시는 방법을 알려 주고 즐겁게 세상에 취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는 샤모니에 왔다.

나는 알프스에 오르고 또 다른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난다.

나는 다시 돌아갈 것이지만 내가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은 내 가슴에 오랜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무수한 산과 바람과 내게 말 했던 것처럼

알프스가 내게 하는 말 또한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난 큰 산의 교훈을 잊지 않고 산 아래서도 잘 살아갈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에 나서면 늘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기분 좋은 상쾌한 공기가 목을 휘감는다

그리고 조금 더 기다리면 황금색 아침햇살이 양 쪽 설산의 흰 봉우리에 조용히 내려 앉는다.

샤모니는 걸출한 알프스의 협곡 사이로 길게 늘어서 있다.

그 계곡 안에서 보면 알프스 산괴는 서로를 바라보며 팽행선을 긋는 단조로운 형태를 보이지만

정작 성벽 같은 그 산 위에 오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색다른 세상을 열어 놓는다.

실눈을 가늘게 뜨면 푸른 거대한 산괴에 생채기처럼 나 있는 거미줄 같은 등산로를 확인 할 수 있다.

그 어느 곳으로 올라서도 분명 알프스는 지루하지 않은 새로운 얼굴로 우릴 맞아 줄 것이다.

교활한 인간들은 알프스에 숨겨진 비경의 곳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대자연의 소유권을 인간에게

귀속시키려 하고 있다.

덕분에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쉽게 큰 산에 올라 대자연의 교훈을 접하고 자신의 여건에 맞게 알프스가

주는 감동을 누릴 수 있지만 이카루스의 욕망처럼 점점 더 커져가는 탐욕으로 인해 인간은 결국 더

많은 아름다운 것을 잃어야 할 것이다.

자연이 영겁의 세월 동안 이룩해 놓은 것에 인간이 손을 대서 더 낫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세월 속에 조금씩 황폐해질 알프스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대자연의 감동과 사랑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으로 전해지고 알프스가 넉넉한 가슴으로 그 상처를 보듬어 가길 바랄 뿐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브레방이다.

케이블카를 두 번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곳이지만 우리는 프랑프라 (Care de Planpraz 2080m) 까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가고 이후 블레방 까지는 걸어서 올라간다..

숙소 맞은 편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도보로 이동해서 엄청 많은 사람을 실을 수 있는 거대한 케이블카를

타고 우리는 프랑프라까지 순식간에 순간 이동했다.

인간이 가한 상처의 흔적이 선명 한 그 곳은 아름다운 알프스의 중턱에 자리잡고 있지만 주변의 풍광

과는 동 떨어진 삭막하고 살풍경한 모습이다.

인간이 사막화 시킨 황폐한 그 땅을 지나야 비로소 브레방 가는 산 길로 접어들 수 있다. .

오늘 구간은 눈이 녹지 않은 지역을 횡단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젠이 필요하다고 했다.

~ 명산트레킹 사장이나 용피리님은  아이젠은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케이블카 승강장 바로 위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제법 이른 시간임에도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은 활공장을 달려나가 하늘로 솟아 오르고 있다.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에서 알프스를 굽어보는 대가는 16만원 이다.

워낙 출중한 알프스 풍광이다 보니 하늘에서 알프스를 굽어보는 그 30분 간의 금액이 별로 비씨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하늘을 날면서 세상을 굽어보는 것이나 내가 마천루에 서서 바라보는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건 인생에서 늘 마주하는 사소한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우린 어떤 선택에서도 얻는 것이 있고 또 잃는 것이 있다. 

하늘을 나르는 스릴과 서스펜스를 경험하려면 느리게 걸으면서 바라보는 알프스을 풍경을 포기해야

할 것이고 어쩌면 분위기 좋은 노천카페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의 낭만까지 자제해야 할 수도 있다.

 

Col du Brevent  가는 길은 바위벽을 두른 첨봉들을 앞에 두고 산허라를 휘감으며 고도를 높여가는 길이다.

봉우리를 휘감은 구름들은 가끔 바람을 타고 내려와 길 위에서 춤을 추었다.

난 그들의 몰고오는 가득한 신비와 미지의 설레임을 안다.

수 많은 여행길에서 만난 운무는 베일에 싸인 아름다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신의 전령이었다.

춤추는 구름을 타고 고도를 높여 가면서 바라보는 새로운 세상의 풍경에 또 속절없이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흰 눈이 덮힌 전망대에 서면 몽블랑의 그랜드캐년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내 젊은 날에 미국의 어느 전망대와 나르는 경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았던 광활한 황토 빛 불모의 땅  .

하지만 그건 별 감흥이 일지 않는 벽에 걸린 풍경화 같은 것이었다.

조물주의 역작아란 그 곳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만지고 느끼기에는 너무 황량하고 광대했다.

 

소망의 탑이 있는 설산의 언덕 너머에서 그랜드캐년처럼 장대한 또 다른 알프스가 펼쳐졌다.

누군가는 비교할 수 없는 광대무변을 폄하했지만 그랜드캐년과 비슷한 이미지와 인상을 간직한

푸르스름한 빛의 광활한 세상이 거기 있었다.

 

역시 그랜드 캐년이 내려다 보이는 그 곳 언덕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

그 눈을 밟으며 브레방 가는 길은 태양의 열기로 조금씩 녹아 내리는 눈 때문에 위험했다.

혹시l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가속도가 붙어서 계곡 아래까지 한 없이 엉덩이 봅슬레이를 탈지도

모른다.

원품보존을은 힘들어지고 물품회수에도 시간은 꽤 걸릴 것이다.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위험한 길

신은 인간의 오만을 겸손으로 바꾸어 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

산은 많이 베풀고 오래 참지만 가끔 기고만장한 인간에게 그곳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우리는 사진 찍는 것도 자제하면서 천천히 위험구간을 통과 했고 이후 브레방 까지는 광활한

그랜드 캐년을 굽어보는 바위 사막 지대가 이어졌다.

황량한 바위 사막을 지나고 힘겹게 바위 절벽을 오르고야 우리는 앞자락에 흰 눈과 구름을

이고서 있는 몽블랑산괴를 마주하고 뒤로는 끝 닿는 멀리까지 시야가 달려가는 장대한 그랜드

캐년이 한 눈에 펼쳐지는 신들의 땅에 도착했다.

그 곳이 바위 벽 위에 초록분지로 이루어진 알프스의 절경의 잔수 브레방이다.

 

예상할 수 없고 그 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이라 벅차 오르는 감동을 주체하기 어렵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바라보며 감탄하고 스쳐지나갈 그 찰라의 아름다운 영상을 붙잡아

두려고 연신 카메라 셧터를 누르는 것 뿐….

 

점입가경인 무릉도원에서 살판난 무릉객

멋진 풍경 앞에[서 그렇지 않아도 아드레날린과 엔트로핀이 마구 분출되는데  점심식사를 하면서

반주까지 한 잔 곁들였으니  천방지축 나대는 행태가 가히 가관이다

그라다 알프스 산신령님께 혼구멍 한 번 나지!”

 

바위 장성에서 날뛰며 사진을 찍다가 기어코 스텝이 꼬여 절벽 아래로 떨어질 뻔 했다.

고산 님은 내가 떨어지는 줄 알고 간이 쪼그라들었다고 했고 어드벤쳐님은 달려와 큰 일 날 뻔 했다고

어깨며 팔이며 주물러 주었다..

정작 튕겨져 나간 나만 별로 놀라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취한 모양이다.

술 한잔에 취할 내가 아니고 보면 나는 알프스에 그리고 그 곳을 불어가는 자유로운 바람에 흠뻑

취한 모양이다.

눈꼴이 좀 시긴 하셨겠지만 그래도 알프스 산신령님 심기를 건드린 건 아닌 모양이다.

 

설산을 마주한 블레방 바위벽에서 내 마음에 평화가 밀려왔다.

장대한 풍경 앞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신의 존재가 느껴졌다.

알프스도 나와 연결되어 있다.

알프스에서 나는 신을 보고 신은 나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 본다

인생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 다음 벨라차 산장( Refuge de Bel Lachat 2,136m)d로 이동 했다.

코 앞에 흰 몽블랑 산괴가 보이는 곳이다.

그 곳에는 수 많은 트레커들이 붐비고 있었다.

우리는 그 곳에서 충분히 휴식하고 하산의 길을 잡았다.

내려가는 길이 2시간 반쯤 걸린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카로 내려 간다고 한다.

여자들 중에서는 미세스 오카리나만 트레킹 대열에 참석했다.

우리 13번벙은 전원이 트레킹으로 하산이다..

 

걷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그런 길이었다.

웅대한 알프스를 감상하며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가는 길이다.

샤운드 오브 뮤직과 송오브 노르웨이의 감동이 살아나는 듯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대형화폭에 파노라마치는 알프스의 위용은 장대 했다.

 

고도는 쉽사리 낮아지지 않았다.

지그재그로 이러지는 길 하나 하나를 계단으로 치환한다고 해도 수백 계단은 족히 넘길 수 있는

알프스는 가히 수직거벽의 성채였다.’

그늘에서 휴식하던 중년의 여자와 함께 내려오게 되었는데 홀로 세계일주를 하는 중이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머물다가 이번에 유럽을 돌아보고 있는데 몽블랑은 4일 째라고 한다.

중국에서 가장 멋진 곳은 계림보다 양수오라고 했다.

내일쯤 샤모니를 떠나 3대미봉을 돌아 볼거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에 따라 당초 버스로 마테호른이 보이는 스위스 체르마트 전망대 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가는 버스편이 없어서 열차로 갈 예정이라고 한다..

열차를 두 번 갈아타고 약 세시간 쯤 이면 갈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여행방식은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해당지역에 대해 충분히 사전조사를 하고나서  자신에 맞는

일정과 동선을 짜고 그 동선에 맞게 숙소를 미리 예약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여자 혼자 그 먼 여행길을 떨치고 나설 수 있다니 참으로

대단한 베짱의 여인이다.

 

2/3 정도 내림길을 내려와 휴식하는 중에 뚜르르 몽블랑에 나선 인상 좋은 40대 초반 정도의 젊은 덴마크 부부를 만났다.

모두가 한국사람인데 일행 중 한 명을 노스코리안이라고 소개했더니 농담임을 눈치 챘는지 자기는

김정은과 북한 사람을 싫어한다고 하면서 DMZ에 대해서 물어 봤다.

 

모처럼 해외 여행을 하다 보니 귓가에 맴도는 옛날 노랫가락이 하나 있다.

난 참 바보처럼 사는 군요!”

흐흐 그래도 프랑스 이렇게 늦게라도 프랑스 샤모니에 와서 공짜 애비앙이라도 배불리 마시니

망정이지…..

오늘 저녁 메뉴를 알아보니 시금치 국이라고 해서 어제 걷은 돈으로 슈퍼에 가서 소고기 3kg와 맥주를

사서 돌아왔는데 양념 돼지고기가 날로 나왔다.

그래도 우리는 맥주를 더 사오고 이웃집 방까지 초대헤서 그 많은 소고기를 모두 구워 먹고 돼지고기까지

 반절이나 구어 먹으면서 코리아 스타일로 늦게까지 샤모니의 낭만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