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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트레킹

몽블랑 트레킹 4일차 - 꽁발호수,몸파브르 언덕

 

 

 

 

 

 

 

 

 

 

 

 

 

 

 

 

 

 

 

 

 

 

 

 

 

 

 

 

 

 

 

 

 

 

 

 

 

 

 

 

 

 

 

 

 

 

 

 

 

 

 

 

 

 

 

 

 

 

 

 

 

 

 

 

 

 

 

 

 

 

 

 

 

 

 

 

 

 

 

 

 

 

 

 

 

 

 

 

 

 

 

 

 

 

 

 

 

 

 

 

 

 

 

 

 

 

 

 

 

 

 

 

 

 

 

 

 

 

 

 

 

 

 

 

 

 

 

 

 

 

 

 

 

 

 

 

 

 

 

 

 

 

 

 

 

 

 

 

 

 

 

 

 

 

 

 

 

 

 

 

 

 

 

 

 

 

 

 

 

 

 

 

 

 

 

 

 

 

 

 

 

 

 

 

 

 

 

 

 

 

 

 

 

 

 

 

 

 

 

 

 

 

 

 

 

 

 

 

 

 

 

 

 

 

 

 

 

 

 

 

 

 

 

 

 

 

 

 

 

 

 

 

 

 

 

 

 

 

 

 

 

 

 

 

 

 

 

 

 

 

 

 

 

 

 

 

 

 

 

 

 

 

 

 

 

 

 

 

 

 

 

 

 

 

 

 

 

 

 

 

 

 

 

 

 

 

 

 

 

 

 

 

 

 

 

 

 

 

 

 

 

 

 

 

 

 

 

 

 

 

 

 

 

 

 

 

 

 

 

 

 

 

 

 

 

 

 

 

 

 

 

 

 

 

청명한 바람과 함께 알프스를 걸으면 한편의 시가 쓰고 싶어 진다.

정말 멋진 시가 나올 것 같다.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맑아지고 영혼이 정화되는….

아 아름다운 세상과 고요한 시간에 고개가 끄덕여 지는 그런 시

하지만 시를 쓰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내가 한 편의 시가 되어버렸으니까 

 

 

 

알프스의 새로운 하루가 다시 밝았다.

오늘은 또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매일 달라지는 알프스의 얼굴에 오늘도 즐거운 기대가 살아 온다

 

오늘의 여정은 샤모니에서 버스를 타고 몽블랑터널을 경유하여 이탈리아 거점마을인 꾸르마이어

(1,226m)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벨베니 계곡으로 야영장을 자나 트레킹 시작점

까지 이동한다.

계곡 옆 길을  따라 1시간여 걸으면 꽁발호수에 도착하고 이후 본격적인 산행에 접어들어 계속 고도를

높여 가며 비에지창고,락세크르이,콜세크르이(1,956m)를 거쳐 메정롯지 에 도착한 다음 고도의 마을인

돌로네를 지나 다시 꾸르마이어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어제의 피로로 인해 꾸르마이어로 가는 길은 내내 비몽사몽이었다.

버스가 터미날에 도착하여 시원한 바깥 공기를 마시고 나서야 조금씩 정신이 수습되었다.

발베니 계곡으로 연결되는 버스가 오려면 20여분 걸린다고 해서 나는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마을

이곳 저곳을 구경했다.

샤모니보다는 좀더 작고 세련미가 떨어지지만 이탈리아 쪽 알프스 여행의 거점마을이다.

 

꽁발호수 가는 길

버스는 거대한 계곡을 거슬러 한참을 올라갔다.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계곡 길을 꽤 많이 올라 갔는데 산자락 깊은 곳에 평평하고 넓은 야영장이 나타난다.

어제의 알프스 그랜드캐년에 이어 계곡 위에 자리잡은 드넓은 분지에서도 3개국을 거치는 알프스의

광활함이 실감이 난다.

트레킹은  야영장을 지나 계곡의 끝머리 버스가 더 이상 오르지 못하는 곳에서 시작한다.

계곡 옆으로 난 비포장 길을 따라 오르는 길이다.

산이 깊어서 인지 들리는 물소리가 우렁차고 흘러내리는 물의 수량이 상당하다.

길섶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많이 피어 있어 가끔 접사로 독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거의 일행의 맨 뒤에

쳐저서 가는 형국이다.

젊은 후미 가이드는 계속 뭉그적거리는 내가 좀 못마땅해도 말은 못하고 사진을 찍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다시 따라오고 했다.


1시간쯤 걸어 그림 같은 꽁발호수에 도착했다.

멀리 보이는 설산의 빙하가 녹아 내린 물이 아름다운 에머랄드 하늘물빛으로 만나는 곳

오름 길 내내 거친 소리로 울어대던 계곡수의 시원(始原)이 되는 꽁발호수는 보라색과 노란색의 꽃을

꽃을 가득 피워내며 심산으로 향하는 순례자의 가슴을 조용히 적셔 주었다.

 

 

몸파브르 언덕 가는 길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오름길 내내 구름을 걸고 있는 거인의 이빨 (Dente del Gigande 4,040m)과 몽블랑 산군의 거대하고

날카로운 첨봉들을 코 앞에 두고 간다.

프랑스 쪽의 분위기와는 달리 야성적이고 거친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온갖 꽃들이 다 피어나는 초원

구릉지대와 어울려 신비롭고 웅장한 알프스 루트의 진수를 보여준다.

 

볼 것이 너무 많은 길

산도 보고, 계곡의 꽃들도 보고 사람들도 보아야 하는 길

빙하가 녹아 흐르는 계곡에서는 물통을 채우고

바람이 좋은 언덕에서는 다리쉼을하며  알프스가 그리는 멋진 그림을 감상하고

꽃이 흐드러진 초원의 꽃밭이나 구름을 걸고 있는 장대한 침봉 앞에서는 내 남은 생의 가장 젊은

날의 멋진 초상을 남긴다.

영원히 남이 있는 것과 바람처럼 스쳐지나는 것들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멋진 그림

 

 

살아가는 어느 날 먹먹한 그리움이 도지는 날이 있었다.

그리움이 사무친 가슴이 우는 건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는 거다.

 

그 길을 걸으며 알프스가 나를 다시 부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이 부르고 설악산이 부르면 그냥 달려가면 되는데

알프스가 다시 나를 부르면 그 때는 어쩌지?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지금까지 내 가슴을 흔들었던  멋진 풍경들

내 머릿 속에서 꿈꾸고 그렸던 수많은 풍경들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더 앞질러 가는 그 풍경 앞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한탄이 아니라 눈부신 오늘을 붙잡고 누리는 것

 

 

그 것이 내일에게  보내는 최대의 경의고 사랑이다.    

세월에 지친 가슴이 더 이상 울지 않는 그 날

나를 부르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할  그날에 대한.

 

 

 

경사가 깊어 힘이 들어도 그 힘겨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고도를 높일 때 마다 터지는 신음과 탄식은 여정의 힘겨움으로 인한 거친 호흡이 아니었다.

그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과 조우하면서 본능적으로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나 온 격정과

감각의 어휘였다.

깊고 위엄 있는 베니 골짜기

장성 같은 바위산에서 쏟아져 내리는 알프스의 눈물은 광활한 초원과 골짜기 곳곳을 적시며 세상의

아름다운 꽃들은 모두 그 곳에서 피워내고 있었다.

우리도 그 장엄한 언덕에 핀 한 송이 꽃이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울려 한바탕 신나는 삶의 춤을 추는 곳

그 곳이 불면의 밤을 건너고 이역만리를 날아와 운명처럼 만난 알프스였다.

 

그건 내 인생의 여행길에서 선택한 또 하나의 탁월한 여정 이었다.

하마터면 못보고 지나쳐버렸을 풍경

하마터면 만나보지 못하고 보내버렸을 내 몫의 감동. ….

내 삶의 또 다른 변곡점에서 조용히 가슴을 흔들고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남아 있을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몽블랑과 거인의 이빨이 둥실 떠오른 몸파브르 언덕에서 오래 쉬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우린

초록이 어우려진 웅장한 산사면 길을 따라 메종롯지로 이동했다.

몽블랑 첨봉들을 눈 높이에서 바라보고 깊은 샤모니 골짜기 굽어보는 장엄한 풍경이  계속 이어지는

길이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가장 아늑한 곳임에 의심할 바 없는 메종롯지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는 평화로운

산자럭 분지에 그림처럼 앉아 있었다.

한 낯의 뜨거운 태양이 원색의 파라솔 위에서 졸고 시원한 바람이 쉴새 없이 지나가는 그 산장은 소고기

스테이크가 유명하다는데 나는 13번방 친구들과 차가운 맥주 한잔을 마시며 오랫동안 알프스의 한가로운

여유와 나른한 휴식에 젖었다.

모처럼 여유로운 알프스의 공기를 즐기고 나서 우리는 하산의 길을 잡았고 고산마을 돌로네를 거쳐 아침에

출발했던 이탈리아의 작은마을 꾸르마이어로 돌아왔다.

연일 계속되는 피곤한 여정이었지만 늘 샘솟듯 솟아나는 알프스의 새로운 풍경과 알프스의 자유로운 공기에

취해 힘든 줄 모르는 즐거운 여정이었다.

 

 

세상은 넓고 돌아 볼 아름다운 풍경은 많은데 

세월은 속절없이 빠르고 사람은 쉬 늙어간다.

고무탄내 나게 돌아다녔어도 부처님 손바닥이었고

먼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술 몇 잔 치지 않았는데 인생의 가을은 깊어만 간다.

아직 갈 길을 먼데 벌써 목이 메이고 다리는 아파오니 어허 내 시린 삶이여

 

 

 

알프스 큰 산의 기가 나를 세월에 지치지 않게 하기를

나의 이상이 몸보다 먼저 늙어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