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돌아 볼 수 있는 여행은 가치가 있다.
떠나기 전에 많이 주저하고 갈등하지만 세상의 여행은 다 좋은 거다.
당장은 들어간 비용과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겠지만 멀리 떠나면 만나는 것이 너무 많다.
잃어버린 시간을 만나고…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회색 도시에서 잃어버린 감동과 감탄사를 되찾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삶에서 빠진 것과
세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빼앗기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게 된다.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날은
날카로운 이성과 냉철한 판단으로 삶을 통제할 때가 아니라
메마른 감성이 다시 깨어나 딱딱한 가슴을 다시 부드러워지는 날
추억의 창가에 그리움이 비처럼 들이치는 날 ....
그래서 여행은 열심히 살아 온 자신에게 주기 가장 좋은 선물이다,.
아래에서는 늘 보이지 않고
고원에 올라서야 신비의 구름아래 멀리 보일락 말락했던 신령스런 흰 봉우리 몽블랑
우린 케이블카를 한 번 갈아타고 나서 몽블랑이 마치 동네 언덕 같이 보이는 에귀디미디
전망대에 올랐다
가슴을 흔드는 멋진 풍경은 두발이 튼튼한 자
가슴이 뜨거운 자의 몫이어야 한다고 늘 소리 높여 왔지만
살다 보니 거친 땀과 호흡으로 밟고 올라선 정상이 아닌 곳에서도
혈관이 팽창하고 내 가슴이 벌렁벌렁 해질 때가 있다..
케이블카는 자연에 가하는 인간의 지속적인 테러고
높은 산의 전망대란 인간이 대자연의 가슴팍에 꽂은 날카로운 비수라 떠들던 내가
오늘은 침묵했다.
장가계와 황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몸을 엄습하는 싸늘한 공기
주위를 압도하는 설릉과 설벽의 파노라마 …
아름다운 알프스
그리고 위엄 있는 몽블랑 !
햇빛에 녹는 눈발처럼 사라질 한 마리 나비가 영겁의 세월을 이어 온 불멸의 깊은 침묵을 바라본다.
여긴 인간들에게 들켜버린 신들의 세상이다.
역시 나는 무릉객 이다!
나는 알프스에 왔고
그 바람과 그 햇빛과 그 가슴에서 피어난 수많은 생명과 사랑을 만났다.
태고적부터 거기 있었던 만년설과 빙하를 만났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몽블랑을 만났다.
내가 선택한 것이 한 줌 꽃가루가 아니고 , 한 대롱의 꿀이 아니고
잠시 머무는 세상에서 잠들지 않는 아름다움의 진수, 가슴을 울리는 장엄한 감동이었다..
마치 우연과 같은 필연의 만남
오늘 이렇게 신들의 땅을 바라보며 경배와 감사를 표한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다.
나는 알프스의 중심에 서서 두 팔을 높이 들었다.
발정난 숫캐처럼 전망대 여기저기를 뛰어 다녔다.
예술성이 넘친다는 프랑스 넘들…
내가 보기엔 에투알 개선문보다 에펠탑보다 더 예술성 있는 건축불이 이 에귀디미디 전망대다.
몽블랑 옆 바위 봉우리 안을 뚫어서 굴을 만들고 그 바위 꼭대기로 올라가 태고의 장엄한 세상을
마주하게 했다..
신은 몽블랑을 만들고 탁월한 예술가인 그들은 그 신의 세상을 엿 볼수 있는 멋진 사다리를
만들었다.
신들의 분기탱천한 노여움에도 꿈쩍하지 않는 튼튼한 인간의 성채 에귀디미디
신의 정원을 엿보는 고원의 회랑!
그거야말로 삶의 진실과 잃어버린 자신과 대면케하는 인간의 걸작이자,예술성의 궁극이었다.
몽블랑의 파노라마를 조망 후 우리는 케이블카로 다시 쁘랑드레귀역으로 이동했고 2시간 30분여
또 다른 풍경을 산길을 걸었다.
우리가 걸었던 반대편 설능을 바라보며 깊은 샤모니 골짜기를 내려다 보며 걷는 길
엄청난 너덜 바위지대의 퇴폐적인 풍경은 장관 이었다.
파란하늘과 신비한 구름을 머리에 걸고 있는 웅장한 첨봉들 그리고 노란색 무늬가 가득한 수 많은
구들장 바위들….
마치 폐허가 된 신전처럼 황량한 그곳은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내 가슴을 흔들었다.
몽땅베르(1913m) 가는 길은 빙하가 휩쓸려간 거대한 계곡과 마테호른과 아이거의 북벽과 함께
알프스의 3대 북벽이라 불리는 그랑드조라드를 바라보며 걷는다.
신이 버린 땅일지도 모른다.
제 무게를 못 견딘 빙하게 흽쓸려 내려가고 다시 겨울에 쌓인 눈들이 그 거대한 통로를 따라 흽
쓸려 내려가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몽땅베르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하다가 급조된 철 계단을 따라 계곡아래 얼음동굴로 내려갔다.
"그래 ! 신들은 그 땅을 버렸고 타고난 에술가들은 다시 신의 유기물로 예술작품을 완성했다. "
진노한 신이 계곡의 빙하를 허물고 그들은 산허리의 거대한 빙하의 잔해 속에 구멍을 뚫어 굴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곳으로 가는 어설픈 길을 만들어 또 많은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댄다.
“신의 노여움에 얼음 굴이 녹으면 또 녹지 않은 다른 곳을 택해서 뚫으면 되는 거야 !”
포기할 줄 모르는 인간에게 오만정이 떨어졌겠지만
어쨌든 신들은 알프스의 빙하가 모두 녹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자신들의 땅에 침범한 인간들이 눈꼴시어도 세상 어디에 또 이런 아름다운 신들의 거처를
마련할 수 있을까?
아니 설령 그런 곳을 찾는다 해도 100년도 못사는 인간들이 또 그들의 세상을 찾아 벌떼처럼 달려
드는 것을 막아낼 수 있을까?
알프스는 어쩔 수 없이 체념한 신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땅이다.
신의 걸작 알프스로 인해 배불리 살아가는 넘들
빙하 녹은 물을 팔아 돈을 벌고
아름다운 곳까지 데리고 가는 입장료에 통행료에, 숙박비에 식대에 …..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더 좋고
광나지 않은 내 인생이 더 소중한 법이라지만
자금성과 만리장성에는 미동 않던 내가 장가계와 황산보고는 중국이 부러웠고
알프스는 보는 날부터 내내 부러웠다.
그 시원한 바람과 물
그리고 그렇게 당당한 설산과 아름다운 고원
지나고 나면 바람처럼 날려 가는 것은 숱한 평범한 날이다.
위대한 자연은 우리의 영혼을 흔들어 깨운다.
혼탁한 세상을 벗어나 자신 안의 신을 만날 수 있는 곳
세상의 분노와 비탄과 함께 살 수 없는 감동이 바람에 몰려 다니는 곳
알프스 !
오늘 내가 마주한 풍경은 오래도록 내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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