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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보길도













































































             

 

                           정 호 숭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섬은 고요함으로의 초대

느림과 나른한 몽상

그림 같은 섬 길에 자유를 서명하고

푸른 바다와 하늘에 사랑을 낙관(落款)한다.

 

섬에서는 늘 생각이 단순해 진다.

우리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것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

우리가 꿈꾸는 것들

그런 상념들이 파도처럼 조용히 밀려왔다 밀려 간다.

 

우리가 충혈된 두 눈으로 쫓았던 세상의 일들이 무상해 지고

이젠 돌아보아야 할 것들이 뚜렷해진다.

더 기다릴 수 있고

흔쾌히 포기할 수 있고

잃는 것에 대한 상심과 얻고자 하는 것의 집착도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곳에서는 도시에서 잃어버린 많은 것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림 같은 바다와 나뭇잎을 살랑거리는 바람의 노래와 애절한 자유

그리고 껄떡이는 미각 까지….


내가 취하는 건 술만이 아니다.

내가 취하는 건

하늘과 바다와 바람과 시

그리고 오랜만의 자유와 바다에 떠도는 봄의 향기
























































































































































 


잘 기억나지 않는다.

보길도에 머물렀던 그 날이

아직 어렸던 아이들을 데리고 강진 문화유적지를 돌아보고 완도에서 하루 묵고 보길도에 들어갔었다.

하늘도 땅도 맑은 시절

차로 보길도 이곳 저곳을 돌아 보고 땅끝으로 배를 타고 넘어 가면서 언젠가 다시 돌아와 신 길을

걷겠노라 했는데 다시 돌아오는데 25년이 넘게 걸렀다.

 

그 동안 아이는 자라 어미가 되고 난 할아버지가 되었고 까마귀 똥 파헤치듯 파헤쳐진 삼천리 금수강산

하늘에는 시도 때도 없이 미세먼지가 날리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또 세월은 묵묵히 흘러갈 것이고

또 그 만큼의 세월이 지나면 난 배를 타고 섬을 건너는 것조차 힘에 부칠지 모른다.

 

선배가 그랬지

60넘으면 70은 아우토반이라고..

세월이란 넘이 무서운 건

전력질주는 하지 않는데 도통 멈출줄을 모른다는 거

살아서 꿈틀거리지 않으면 사람을 아주 개무시 한다는 거

이빨을 흔들고 , 머리털을 뭉텅 뭉텅 뽑아 버리고 , 애간장을 녹이다가  

그라다 찍히면 한 방에 흑 보내 버린 다는 거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더 늙어지면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이젠 어깨도 가벼워지고 아직 도가니도 싱싱하니

맑은 정신과 가벼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는 일만 남았지?

세월이란 넘이 얕잡아 보고  심통을 부리기 전에…..

 

두고 가기는 아까운 풍경들

순순히 늙어가기 가기엔 너무 억울한 남은 시간들

 

사람은 원래 한 쪽 날개를 가지고 태어난다지

고난과 역경의 산을 수 없이 넘어가고 세월의 거친 파도를 무수히 넘나들고 나서야

세상과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되고 

그 때쯤 되어야 비로소 한 쪽 날개가 나와서 훨훨 날아갈 수 있다지?

 

즐거운 날이었어

새벽 240분에 나와서 왕복 9시간쯤 차 타고

2시간쯤 배타고

1시간쯤 윤선도 유적지를  돌아보고

4시간쯤 산 타고

2시간쯤 신나게 때려 먹고

1030분에 집에 도착

 

그래도 다행이지

세월은 세상은 많이 탁해졌어도

무릉객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 게 없으니….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욕심도

튼튼한 두 다리도

등짝 1/2 만 붙이면 쉽게 잠들 수 있는 내공도….

지질 줄 모르는 위대한 에피타이트도

 

그려 정말 내가 소질 있고 적성에 딱 맞는 건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구경하고, 맛 있는 거 먹는 거….

 

헬레산 짱돌 쉐프를 위시한 갖은 음식을 준비해 온 산우들 땜시 너무 잘 먹었네….

 

내가 먹은 거?

올갱이국

오리로스

두룹

옷순

오가피순

머위나물

돌나물

 

돼지고기 편육

전복회, 전복 삶은 거

광어회

해물라면

 

소주,맥주,막걸리,복분자주,아로니아주

 

 

행복한 삶의 비밀은

어느 누구도 영원히 사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거.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은 신이 아니라 나라는 걸 아는 거

많은 것을 갖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는 거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거

- 삶에 , 세월에, 욕심에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거

 -시간, 자연 ,좋은 친구


그리고 가끔 오랜 추억여행을 떠나는 거 

나를 돌아보고 ,시간을 돌아보고, 지나 온 어느 길모퉁이에 걸어 놓은 설레임과 기쁨을

다시 만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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