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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달마산 명상 주유











































































































































내리 3일 술,,

메뚜기도 한 철 이라고 이 때나 되야 나의 주가도 반짝 올라가는데

튕길 수도 없다.

직장 후배가 술 산다면 네 알았습니다하고 나가야 다음에 또 전화라도 하지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힘빠지고 늙어가는 것들이 주딩이로만 양기가 올라서

서로 제 말만 하려는 통에 그거 장단 맞춰주는 것도 피곤하다.

말 많은 저 넘들은 평소 필경 말 할 사람이 별로 없는 것들인 게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 못해 죽은 귀신이라도 씌인 것처럼 저렇게 생결단하듯 필사적일 수가

있느냐는 말이다.

허기사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정말 재미 없는 얘기를 그렇게 장황하게 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얘기를 맞장구치면서 끝가지 들어주는 것도….….

 

그려! 속이 차야 비로소 입이 무거워 지는 거지

무수한 사람들의 뒤통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벽돌로 내리치는 신()이 그렇게 떠들더냐?

수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교훈을 설파하는 산()이 그렇게 수다스럽더냐?

 

어제는 송년회를 했다.

허전함을 달래려고 다들 모여서 그렇게 떠드는데 근데 왜 더 허하고 쓸쓸해지는 거냐?

~~ 이젠 그 나물에 그 밥 그만 먹고 싶다.

의미없이 떠들고 술 마시고  2차가고

내 삶의 소중한 한 귀 퉁이가 아프게 허물어 지는데

1년동안 같이 울고 웃던 그녀가 떠난다는데

어떻게 맨 정신으로 그 녀를 보낼 수가 있느냐 만은

그 만큼 세월에 곰삭고 익어 갔으면

메마른 가슴 촉촉해지고 훈훈 해지는  

소박한 자리일망정 그렇게 세련되고 낭만적인 송년회 좀 만들면 어디가 덧나냐? 이 화상들아!

 

세월은 신형 로켓 엔진을 장착해서 벌써 그녀를 보 낼 때가 되얐어 !

띠동갑이라 우짜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았지

한 때는 죽고 못사는 것처럼 끼고 뒹굴었는데

살만 뒤룩뒤룩 찐 채 떠나는 그녀가 남긴 선물이라고는 용두사미에  속빈강정 

다시 만날 새로운 걸!   경자 한테는 이런 선물 받고 싶다.

만사형통 !!  운수대통!!

 

 

니덜이 달마가 동 쪽으로 간 이유를 알어?

니덜이 무릉객이 달마산에 간 이유를 아냐고?

 

그냥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리움이지

도시의 네온싸인 속에서 한 잔의 술로만 채울 수 없는 마음의 갈증….

 

이 맘 때면 남도의 차가운 해풍과 후련한 조망이 그리워 진다..

도시에서 어수선해진 마음을 추스리고 답답한 무언가를 내려 놓기에  남도의  바닷가 산 만 한게

어디 있나?..

 

남도의 세찬 바닷바람에 날려 버릴 게 많다네.

지나간 해의 후회와, 미련

그리고 어리석은 생각들

 

진정 한 해가 평화롭지 못했다면 단지 무언가를 비워내고 버리지 못했음이다.

원래 마음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것인데

세상이 세뇌하는 그릇된 가치에 함몰되고

세속의 욕심과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해 혼란스러운 것일 뿐….

 

어제 흐리더니 오늘은 화창한 태양이 눈부시게 남해바다에 쏟아지고 결이 차갑지 않는 바람이 불어

산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달마산에는 두 번 왔었는데 애석하게도 6년 전에 산 친구들과 돌아 본 기억 밖에 남아 있지 않다.

3월의 풍경이나 12월의 풍경이나 비슷한데 12월의 하늘이 더 푸르고 조망이 좋다.

 

걷기란 동적인 명상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걸으면 마음 속이 차분히 정리되고 이러 저러한 좋은 생각들이 스스로

떠 올라 온다.

하물며 하늘이 이리 푸르고 길의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운 데야 더 무슨 말이 필요 할까?

거기에다 산모퉁이 여기저기에 걸어 둔 추억도 많다.

그래서 술 자리가 많은 주라면 더 멀리 떠나야 한다.

흔들리는 차의 진동을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해서 피로를 풀고

뒤죽박죽 뒤엉킨 답답한 생각들을 걸으면서 차분히 정리하고 나서

막걸리 한 잔으로 해장하면 술 취한 머리는 다시 맑아지고 남도의 평화가 가슴으로 밀려드는 거지

 

우리는 꽈배기 뒤틀리 듯 암릉 사이 곡예를 하는 길을 따라 도솔암으로 간다.

아인슈타인 같이 머리가 좋지 않아서 다행이다.

6년 이란 세월이 길의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어서 마치 새로운 길을 걷는 듯한 새 기분인데 도솔암을

보자 비로서 옛 기억이 떠 오르고 친구를 만난 반가움이 왈칵 밀려 온다.

 

 

불국 중심에 수미산이 있다 했다.

그 수미산 꼭대기에서 달구지로 한나절 거리에 오욕에서 벗어나 지족과 복락을 누릴 수

있는 불국정토 도솔천이 있다.

 

세사의 시름과 미망에서 놓여나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봄 바람을 목에 두르고 휘적이며 걸 아가다

문득 마주했던 도솔암  

그 날 무수한 바위들은 도열한 채 내 마음의 불국으로 가는 길을 인도하였고 병풍바위를 두르고  

조용히 절벽 난간에 앉아 있던 도솔암은 마치 수미산 인 듯,  도솔천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듯 부처님의

자비가 날리는 바람 길에서 그렇게 신비로웠다.

 

오늘

무언가를 내려 놓기 좋은 날이다.

세상에서 쌓인 삶의 찌꺼기

그리고 답답한 가슴들

 

무언가로 다시 채우기에 좋은 날이다.

맑은 하늘과 후련한 바다

부드럽고 투명한 바람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과 다가올 새해의 희망

 

한 마리 독수리 되어 장쾌한 달마능선을 비행하면서 인간세상을 내려다 본다.

쪽빛 바다와 푸른 하늘은 동색으로 동화되고 푸릇한 보리밭과 그 언저리 작은 마을은 서로 어우러져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내려다 보는 후련한 조망은 기억에 아직 남아 있어도 깎아 지른 기암 암봉들은 구면이 아닌 것 같

같은데 여기저기 비등로를 기웃거리며 출중한 남도의 풍광을 굽어 보니 한숨이 절로 나고 또 속절

없이 가슴은 부풀어 오른다.

 

눈 아래 펼쳐지는 광활한 땅들이 인간의 땅이고

여긴 신들의 영토다

잠드는 계절의 낭만을 아는 자, 가슴의 울림을 따라 기꺼이 속세를 떠날 수 있는 자만이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는 곳

 

날이 너무 좋아 다도해의 섬들이 다 보인다.

신지도, 청산도 , 노화도, 보길도,  진도  땅끝

흰빛으로 달려가는 완도대교 넘어 상왕봉이 우뚝하고 바다를 양쪽에 두고 남도를 가로지르는 달마산

능선 곳곳에는 다시 봄이 오기라도 하는 듯 축제처럼 들떠 있다.

그래!  만나고 싶었던 게 바로 이런 풍경이었어! “

 

 

달마봉이 다가 가면서 절벽 길은 더 험해지는데 가보지 않은 샛길을 따라 더 높은 곳을 올라 갈 때마다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의 풍경이 발 아래 펼쳐 졌다.  

언젠가 걸었던 옛 기억은 머리를 풀고 바람에 훨훨 날아 갔다.

늘 그러하듯이 손바닥 만한 땅떵어리의 수려한 풍경들은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그리고 우리의

마음에 따라 시시각각 서로 다른 얼굴을 한 채 우리를 맞이하기에 우리는 마치 새 길인 듯 그 길 위에서

또 다시 살아가는 날의 기쁨에 젖는다.

 

지난 번 청백에서 영남알프스 비박종주를 함께했던 뫼오름님을 만났고 지난 설악 비등에서는 은발님을

처음 만났다.

지난 주에는 응봉산에서 낙남정맥 동기 뫼꿈이님을 만나고 무이산을 같이 다녀왔던 풍암님을 만났다.

오늘은 몽블랑의 멋진 시간을 함계 했던 유리겔라 님을 만나고 이순을 넘긴 나이에도 명산을 순례하며

유트브활동을 하고 계시다는 김배규님을 만나 점심을 함께 나누었다..

 

모두들 옛날 같으면 벌써 구들장 지고 누워 있거나 구부정한 허리로 지팡이 짚고 다닐 나이인데

나 보다 더 출중한 체력으로 거친 산을 종횡하면서 즐겁게 살아간다.

 

영생의 비밀은 아니라 해도 건강의 해답은 자연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허구헌날 오르고 올라 더 깊어지고

허구헌날 더 멀리 걸어 넓어지고

허구헌날 더 많이 내려 가벼워지니

그렇게 건강들 하신 게지

 

늙어가도 마음은 더 맑고 지유로워서 몸도 건강도 그 마음을 따라 오는 것이어늘 

인간 세상에 천국과 지옥이 이미 다 내려와 있는데 신선과 범인의 경계가 또 어디 있을 손가?

 

달마산을 휘돌아 내려와 미황사에 들렸다.

그 때나 지금이나 경내에 들어서자 마음의 고요와 평화가 더 깊어지니 풍수의 무뢰한인 내가

보기에도 이 곳은   명당임에 틀림없다..

달마산을 등지고 조용히 내려다 보고 있는 이 부처님 집은…..

 

대웅전에 들러 엎드려 삼배를 올리고 조용히 하산의 길을 잡는다.

 

달마산을 휘돌아 내려 오징어 무침 안주로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입에 쩍쩍 달라 붙는다.

그래서 세상 사는 재미란 돈과도 별로 상관이 없는 것이여

이 술 맛이 단란주점에서 터뜨리는 값비싼 수소폭탄과 원자폭탄 보다 더 나으이

 

세상 사는 게 시들한가?

그렇게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으니 오늘일랑 좀 팔팔하게 살아보세

우리가 슬퍼해야 할 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가난한 우리의 마음이고

감동 없이 지나가는 소중한 우리의 가장 젊은 날이고

더 이상 울지 않는 가슴이지  

 

일체유심조라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은 멀리 있지도 않고  또 비싸지도 않다네

하지만 아름다운 세상은 문 밖에 있고

거기에서는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라 맑은 공기가 다 공짜이고

하루 25천원내고 두 끼 밥에, 술에

그리고 눈이 시린 멋진 멋진 풍경과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으니….

 

 

산 행 일 : 2019128일 일요일

산 행 지 : 달마산

산행코스 : 마봉리 -도솔봉-도솔암-떡봉 달마봉-미황사

산행거리 : 약 9km

소요시간 : 4시간 20

   : 맑음

   : 청백산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