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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영월 태화산 & 고씨동굴











































































































































































































귀연이 동석산에 가는데 올 봄에 댕겨와서 또 가기는 그렇구

갈 곳을 물색하다가 변산 쇠뿔바위봉을 낙점했는데 근데 성원이 안되어 취소일보직전이라 부득이

재탐색하여 태화산 가는 금강마차로 갈아 탔다.

 

태화산!

마눌과 백대명산 미답으로 남아 있는 곳

아마도 백대명산 중 내 발길이 닿지 않은 유일한 곳이겠다.

 

시작을 했으니 마무리를 하면 좋으련만

고작 6개를 남겨두고

세월은 거침없이 흘러가고 마눌은 이제 거친 산길에서 내려왔다.

 

영월이면 한국이 대표오지로 그 옛날 권력암투에서 밀려난 벼슬아치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유배의

길을 떠나던 한 많은 땅이다.

에전에는 교통이 좋지 않아 가는데 만 한나절이 너끈히 걸렸는데 이젠 교통이 좋아져서 3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우리는 은둔의 땅에 도착할 수 있다.

아마 그 오지 땅의 상당부분도 수도권 부동산 광풍으로 한 몫 잡은 서울 투기군들 수중에 이미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멀지 않은 날에 불편 했던 그 곳은 말년에 살기 좋은 몇 안 되는 한국의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 될 것이다.

 

 

근데 막상 출발하는 일요일 아침에 난리가 났다.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646분이다.

허걱! 이게 먼 일이래?”

마무리 늦게 잤다기로 서니 646분이 웬 말이고 ?

맞춰 놓은 자명종은 왜 울지 않은 것이여?

 

청사역에서 7시 출발 인데 죽어다 깨나도 갈 수가 없으니 할 수없이 총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죄송합니다.

알람이 울지 않아 지금 일어 났어요.

도저히 시간 내에 갈 수 없으니 다음 번에 가도록 할께요

 

근데 바로 답장이 왔다.

취소가 너무 많아서 상황이 어려우니 택시 타고 나올 수 없느냐고

택시비 까지 준다지만 내가 잘못해 놓고 그 돈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고

우야튼 늦어도 기다린다고 하니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마눌을 채근해서 원두막으로 갔다.

완죤 새벽 쌩쑈   

 

늘 아침 6시 이전에 눈이 떠지는데 어제 티비 영화 창궐을 보느라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영화를 재미 있게 본 터라 잠이 달아난 상태에서 바로 잠자리에 들지 않고 영화 황해도 일부 보다가

1시경에 잠자리에 들어 그 사단이 난 거다.

 

다른 때 같으면 적절하게 잠시간을 조절 했을 텐데 강원도 여행이니 차 안에서 잠을 좀 잘 요량으로 한껏

게으름을 피웠던 거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알람시계도 나랑 같이 잠들었다.

근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알람이 7시에 셋팅이 되어 있었다.

 

~~무릉객 인자 늙는겨?

 

하여간 부리나케 서둘러 목메어 기다리는 차에 오르니 15분 정도 늦었다.

아침에 난리법썩을 떠느라 시장해진 터에 오창에서 된장국 두 그릇을 맛있게 먹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옆사람과 이런저런 얘기까지 나누다 나중에는 잠까지 자면서 영월로 갔다.

 

아는 사람은 두 명

금강산악회장과 대청호 오백리길 동창 공감연구소장

ㅎㅎ 어느 산악회를 다라 가도 아는 사람 한 두명은 꼭 만난다.

날씨는 흐리지만 그다지 추운 편은 아닌데 강원도에 들어서자 제법 쌀쌀해졌다.

 

915분에 들머리에 도착했다.

하산 시간은 330

5시간 15분의 산행시시간이 주어졌다.

 

개념도를 보니 그리 힘든 산은 아닌 듯 하다.

우린 큰골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2.5km 정도 산길을 따라 능선 갈림길에 오르고 그곳에서 주릉

을 따라 600여 미터 더 올라 정상에 도달한다.

이후에 능선 갈림길까지 되돌아와 그 곳에서 연결되는 주릉을 따라 내려 5.1km 떨어진 고씨동굴 까지

하산하여 일정을 마무리 된다.

산 골짜기를 따라 능선에 올라 총 8.8km에 달하는 산길을 따라 강으로 내려가는 비교적 단순 명료한

등로.의 모습니다.

민가를 지나 등로 오르는 초입에 얇은 바람막이 마저 벗어버리고 내 평상 겨울산행 복장으로 돌아갔다.

그냥 겨울쉐터 하나에 목도리, 방한모가 전부

이런 날씨 정도면 오름길에서는 얇은 바람막이를 걸쳐도 땀이 나니 좀 싸늘하긴 해도 달랑 쉐터 하나로

산을 휘젓는 편이 통풍이 잘되어 기분이 상쾌해진다..

 

능선에 올라서면 정상이 600미터 남았다는 이정표가 반겨 준다.

고씨동굴 하산길 까지 5.1km 남은 능선 갈림길이다.

정상 까지는 별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평범한 길이 이어지는데 정상을 300~300 미터 남겨 놓은 곳의

겨우살이 군락지가 인상적이다.

 

한 번도 쉬지 않아 정상에는 비교적 빨리 도착했다.

제대로 번듯한 표석이 선 모습과는 달리 우짜 뭔가 좀 부족한 느낌

숨이 턱에 차는 뜨거운 격정도 빠져 있고, 굽어보는 후련한 조망도 없고

뫼꿈이님에게 사위의 파노라마 조망도를 위해 정상 사진을 찍어 보내고 싶어도 표석 외에는 도통

찍을 곳이 없다.

그려 개성시대 아녀?   동석은 그렇게 생겼고 태화는 이렇게 생겼다네….

먼저 도착한 분들께 인증샷을 부탁 하고서 별달리 휴식하지 않고 하산의 길을 잡았다.

좀 일찍 내려가 고씨동굴을 돌아 볼 요량으로….

 

겨울에 잎이 다 떨어져도 나무가 무성한데다 날씨까지 흐린 탓에 시계가 훤히 트이지 않는다.

그나마 중간에 만난 전망대에서 시야가 열리고 비로소 아래를 내려다 볼 수가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다가 길 위 평평한 곳에서 혼자 식사를 했다.

아침에 경황이 없던 탓에 뜨거운 물을 끓여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김치 하나에 굳어버린 차가운 찰밥이지만 그래도 산상만찬 인지라 맛 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귤까지 다섯 개 까먹었다.

별로 추위를 느끼지 않아서 자켓을 걸치지 않고 식사를 했는데 나중에 밥을 다 먹을 때 쯤에는  으실으실

 추워지고 손 까지 많이 시렸다.

하지만 자켓을 걸치거나 두꺼운 장갑으로 갈아 끼지는 않았다.

배를 채우고 났으니 속도를 좀 빨리 하면 다시 몸에 열이 오를 것이다.

 

겨울 산행은 보약 한재를 다려 먹는 것과 진배 없다.

추위에 몸이 저절로 오그라 드는 데 자가 발전으로 몸을 뜨겁게 덥혀서 피돌기를 원할하게 하니

몸에 다시 에너지가 충만해 지는 것이다.

 

사람마다 성격도 다르고 체질도 다르니 운동의 호불호도 다른 게 당연하지만

내 몸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아는 거

내 몸과 마음은 산과 바다를 사랑하고 산과 바다는 내 몸과 마음을 지켜 준다

 

태화산은 수려한 산세나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멋진 조망을 가진 산은 아니다.

1000고지가 넘긴 하지만 산의 형태가 단조롭고 수더분한 편이다.

태화산 주 능선은 하나의 산괴에서 주름진 지능선이 여러 개 갈라져 급강하하는 단순한 산의

형테를 하고 있다.

여러 개의 지릉을 따르는 등산로는 없는 것 같고 주능선 중간 쭘에 봉정사쪽 하산로가 하나 있다.

주릉선은 끝자락에 전망대가 하나 있는데 등로는 전망대 전에서 우측으로 능선을 따라 내려 간다.

나는 앞에서 가는 선두팀을 따라 가다 보니 개념도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볼 생각도 못하고 곧장

우측 길로 내려 섰다.

길을 잃은 위험은 별로 없긴 하지만 인적이 없는데다 이정표도 뜸하고 군데 군데 갈림길이 있어서

무심코 가다 보면 엉뚱한 곳으로 내려 갈 수도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가는길 절벽 난간이나 길목을 막아서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가끔 눈길을 끌어 카메라를 꺼내게 했다.

어찌 보면 모든 생명이 잠들어 있는 황량한 대지인데 따뜻한 감성과 충만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 발아래 뜨거운 열망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그냥 산의 적막을 음미하고 조용히 묵상하면서 걷기 좋은 길이다.

등로는 별 특징 없는 평범한 산세를 보이다가 강변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다소 거친 암릉 길로

바뀌고 강을 바라보며 가파르게 내려 앉는다.

 

햇갈릴 만한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고씨동굴 위 전망대에 이르러서야 강의 풍경이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 강변 주차장에 덩그러니 주

차되어 있는 우리의 버스가 보인다.

아이러니 하게도 태화산은 내려서야 비로소 후련한 조망이 펼쳐 지고 제법 목가적인 강의 풍경을

바라 볼 수 있다.

 

하산 시간이 215분 정확히 4시간 걸렸다.

8.8 km 거리를 걸었으니 시간당 평균 2.2km 걸은 셈이다.

1시간 15분이 남았으니 고씨동굴 관람시간은 충분한데 다리를 건너서 매표해서 와야 한단다.

4000원 내고 표를 끊어서 230분부터 관람을 시작해서 동굴을 다 돌아 보고 나오니 36

이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관광센터에 들러 영월 관광에 대한 애기를 잠깐 듣고 관광자료를 챙겨 받

았는데 인근 산 지도가 필요하시냐고 묻는다.

불감청이언 고소원이지요

아니 그게 있는 줄 알았으면 내 어찌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랴

영월 인근의 18개 산지도와 음식점,숙박업소, 시내버스 시간표 까지 수록한 브로슈어 인데 잘 알

려지지 않은 산들까지 모두 망라했으니 여간해서 얻기 힘든 귀한 정보인 셈이다.

안내 아가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서둘러 버스에 도착하니 일찍 온 분들이 일찍부터 뒤풀이 음식을

 먹어서 김치찌게 가 동이 났다.

그래도 총무님이 갈무리 한 찌게 한 그릇을 건네 준다.

택시 까지 타고 나와 준데 대한 나름 고마움의 표시인데

귀한 휴일을 집에서 뭉그적 거리며 보내지 않고 나와서 멋진 하루를 만들 수 있었으니 사실은

내가 더 고맙지러

그 김치 찌게를 안주로 막걸리를 4잔이나 들이켰다.

그 뒤풀이 막걸리 잔에는 정이 담기고 삶의 여유가 담기고 궁극에는 삶의 도가 담겨 있다ㅣ.

 

더 많을 것을 손에 넣고

더 많은 것을 몸에 걸치고

더 많은 것으로 배를 채운 어느 날보다   

그냥 빈 바람을 코에 넣고 막걸리 한 잔 마신 오늘이 더 행복하나니

 

일체유심조라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기 나름인데

아직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거친 산을 웃으며 오를 수 있는 체력이 있고

마음엔 그리움이 남아 있으니

삶이란 여전히  즐거운 여행길 아닌가?.

삶의 최고선은 결국 나의 기쁨과 행복 이려니 …….

 

 

 

산 행 일 : 20191222

산 행 지 : 영동 태화산

산행코스 : 큰골-능선-태화산-고씨동굴

산행거리 : 8.8km

소요시간 : 4시간 / 고씨동굴 관람 약 40

   : 약간 흐리고 쌀쌀하나 산타기 좋음

   ; 금강 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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