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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늦기을의 서정 - 함백산

 

 

 

 

 

 

 

 

 

 

 

 

 

 

 

 

내가 강원도 관문을 지키고 있으니 강원도 산을 가야지ᆢ

 

조사장이 양양 솔비치를 예약해 주었다 ㆍ
내심 삼척 솔비치가 더 좋을 것 같은데 그것도 감지 덕지지ᆢ

함백산 백두대간 길을 염두에 둔 건 마눌 때문이었다ㆍㆍㆍ
고산의 후련한 풍광을 가슴어 담을 수 있으되 크게 힘들지 않은 곳ㆍᆢ
그리고 아들과 멋진 추억이 아직 남아 있는 곳….

 

단풍이 떨어지고 바람에 낙엽이 날려갈 그 곳에는 코트 깃을 세운 가을이 쓸쓸히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1000고지 능선을 걸아 가는 처연한 가을의 뒷모습

그 역설적인 따뜻함과 아름다움은 수 많은 세월에 풍화된 삶의 깊이를 간직하고 있다.


마눌이 처음 문막에서 1박을 하고
아침어 누룽지를 끓여 먹고 8시가 좀 넘어 출발했다ㆍㆍ
156
키로
같은 강원도이지먀 만만치 않은 거리다ㆍㆍ가다가 똥 까지 누고 두문동고개에서 차길

알바까지 두문동재에는 11시에 도착했다ㆍ


허걱 근데 이게 웬일이래ㆍㆍ
햇빛이 따따무레한 차 안에서는 잘 몰랐는데
차 문을 열자 엄청난 냉기가 들어 오고 바람은 쇳소리를 내며 광포한 울음을 울고 있다ᆢ

이게 아닌데ㆍㆍ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모양이다 ᆢ
이쯤되면 마눌과 백두대간 길은 아들과 백두대간의 재판이다 ㆍ

몇 해전 아들에 이어 오늘은 마눌 까지 개고생 시키는거 아녀 ?
갑자기 분위기 싸늘해 지는데 일단 행장보다는 정신 수습이 우선이다..


택시를 부르기 전에 바지를 좀 더 두꺼운 것으로 갈아 입고 ㆍㆍ
방풍자켓을 배낭에 넣었다 ㆍ
추위의 기세에 압도된 마눌은 벌써 눈만 내놓고 완전무장이다ㆍ

정선콜택시 아가씨 두문동재를 잘 모른다 하니 맥이 빠져서 할 말을 잃었다.
찾기 쉬운 지형지물을 애기하라니ㆍ
두문동재 탐방지원 센터와 백두대간 표석을 이야기 해도 잘 모르고 네비에 나오지

않는 단다ㆍ

~~이 처자 정선 처자 맞는가 ?
그람 이 날바람 언덕에서 오떡 하라구 ?

모르면 그냥 두문동재 정상으로 콜 올리고 기사님전화 연결해 달라 했다ㆍㆍ
5
분도 안되어 득달같이 기사님 전화가 왔다ㆍ
아줌마 기사
두문동재 터널 옆길로 빠져서 올라가는 두문동재 정상 등산로 입구에 있다하니
척 알아 먹는다ㆍㆍ
10
분 내에 도착히니 준비하고 계시라고ᆢ

 

아줌마는 배낭도 다 꾸리기 전에 도착했다ㆍ


지난주가 단풍이 절정이었다고ᆢ
요 몇 년은 강원도에도 눈이 많이 오지 않는 다고 한다
강원랜드도 개장은 했는데 예약된 사람에 한해 하루 750 까지만 출입 제한을 하고 있어서

분위기 썰령하다고

탄광 패쇄이후 강원랜드에 의해 지역 경제가 좌지 우지 되는데ㆍㆍ
고한 태백 이쪽의 경제는 이야기 안해도 뻔하다 ㆍ
강원랜드 직원들도 구조조정 되거나 휴직 상태 일거고 강원랜드에 기대어 살아가는

식당과 상가 등 주변상권은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일 터이다.

정선군은 폐광기금과 주식배당금, 지방소득세 상하수도 사용료 모두 합해서 세수입이

무려 430억원이나 줄었다는데 역으로 강원랜드의 위상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도박손님들도 뚝 떨어지고 들고 나는 사람이 가물에 콩나니 다들 힘들 때지만 이젠 부분개장도

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듯 하다..

코로나 이 쬐그만 놈이 겪어 볼수록 정말 만만치 않은 넘이다.

이 지구 위에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건 인간만이 아니다.

조물주가 포기한 고령화와 인구 대책을 눈에 뵈지도 않는 이 것들이 추진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있으니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철저히 방역을 하고 방역에 대한 국민 의식이 철저한 나라는

머지 않아 다시 정상을 되찾게 될 것이다.

 

놀기 좋아하고 흥이 많은 국민성이 어디 가나?

창궐하는 해외 코로나로 인해 국내여행의 수요가 더 늘어 국내 관광은 다시 부활의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도박이란 원래 벗어나기 힘든 치명적인 중독 아닌개벼?…..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만항재에 도착했다

두문동재에서 만항재 택시비는 2 800원 현금을 주니 800 원을 깎아 주었다ㆍㆍ
아줌마 기사는 만항재 표석을 잠시 보여주고 등산로 들머리에 우릴 내려 주었다 ᆢ
다음해 봄에는 두문동재에서 삼수령 피재 까지 산길을 걸어야 하는데 친절한 아줌씨

명함이라도 받아 놓을 걸 잘못했다.

중간 상인을 배제한 운송비 직거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인데….…..

 

1000고지 만항재 단풍은 절정을 지나 이제 막 늦가을 낙엽을 바람에 날리고 있다ㆍㆍ
함백샤 정상까지는 2.7km
1
시간정도 걸릴 듯하다ㆍㆍ

햇살이 따사로와졌고 두문동재외 같은 광포한 바람은 불지 않았다ᆢ
12
시가 다되어
중간에 잠시 휴식하면서 요기를 했다ㆍ

연세 지긋해 보이는 노부부를 만났다ㆍ
함백을 시린 풍경을알고 있는 모양이다ㆍ
어디까지 가시냐고 물으니 두문동재 까지 간단다ㆍ
~~
백발이 성성하고 세월의 연륜이 가득한 얼굴인데ㆍㆍ
함백은 그리도 매혹적인 그리움 이었나 보다ㆍ

우리를 스쳐가시더니 넓은 혈기장 표석아래 바람을 피하며 요기를 하고 계신다ㆍ
아까 우리가 요기를 한 곳은 바람도 들이치지 않는 따뜻한 곳이었는데 그 쪽에서 하시지ㆍㆍ

인사를 나누고 먼저 길을 재촉했다ㆍㆍ

장쾌하고 후련한 함백세상
잘살고 있는 거다 ㆍ
다시 여기 서서 삶의 즐거운 노래를 부르고 있음은ㆍᆢ

소크라테스가 그랬다.

지신을 빼고 우린 다른 곳 어디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가?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이 다 마음에 들어 있는데

새상에서 어지러워진 내 마음을 어디에서 다시 평화로워 질 수 있는가?

 

함백의 정상에서 내러다 본 풍경 하나로도 삶이란 행복한 여행 길이다.

아름다운 세상은 문 밖에 있다

우린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이란 여행을 즐기고 있지만 자신이 영혼을 노래하게 할

그 무엇은 빨리 찾아낼수록 좋을 것이다.

 

가는 길 경사가 조금씩 가파라 가면서 땀이나고 찬 바람이 시원해질 즈음에
자켓을 벗어 버리고 얇은 바람막이를 걸치다가 그것마저 벗어 버렸다ㆍ

숨막히게 아름답고 처연했던 함백 !

가을과 겨울이 함께 교행하던 그 아름다운 잔상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음에도
고독 속으로 침잠하는 함백의 늦가을 여정 또한 그렇게 황홀했다ㆍ

물 맑고 산 좋은 강원도는 한결 같은 모습으로 우릴 맞이하지만 세월과 계절은 그 위에

늘 변화와 새로움을 더하고 세상의 욕심을 비워 낸 마음은 그 풍경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그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ㆍ
하지만 거기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만났다ㆍ

깊어가는 가을과
눈 닿는 곳까지 막힘없이 펼쳐지는 후련한 풍경

어디론가 말없이 흘러가는 능선과
내 마음이 닿지 못한 먼 곳에서 불어와

어지러운 가슴을 텅 비우고 가는 맑은 바람

잠드는 계절의 꼬리를 잡고 아직 지어지지 않은 내 발자국을 따라가는 시간 여행 길에서
따뜻한 상념들이 구름처럼 피어난다 ㆍ

지나간 사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오고
오래된 표석과 나무 등걸에 걸려 있는 추억들은
낙엽처럼 빛 바랬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빛깔로 손을 흔들었다.
다시 만난 많은 것들이 가슴을 뜨겁게 하고 또 먹먹하게 했다.

내가 찾은 추억의 가을은 시드는 것 조차 이렇게 아름다웠다.

 

이제는 그렇게 살다 가는 거다.

하고 싶은 것 열심히 하고, 먹고 싶은 것 맛 있게 먹고 ,가고 싶은 데 열심히 가야

경황없고,경우 없는 세월이 이제 그만 들어 오너라할 때 후회스럽지 않지

 

 

황량하지만 따뜻한 함백처럼 내 인생의 가을도 그렇게 아름답게 물들어 가고 있다.

 

다음에는 눈 덮힌 함백의 고원 길을 걸어 가고 싶은데….

자고 나면 일어나 눈을 치워야 했던 군대시절처럼 우린 어느 겨울에 그 장엄한

폭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시린 겨울 날에

고랭지 채소 밭의 쏟아질 것 같은 별들과 휘영청 밝은 달빛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은대봉을 오르기 전에 노부부는 다리쉼을 하는 우리를 따라 잡았다.

하도 산을 잘 타서 나이를 물어 보니 할머니 나이가 74

대한민국 산은 안 가본 곳이 없고 몇 년 전에 안나푸르나도 댕겨 왔다고

그냥 힘들다고 집에서 쉬게 되면 마음이 먼저 늙고 몸이 점점 쇠약해 져서 열심히

돌아 다닌다고

 

대단한 분들이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부부가 함께 1000고지 산릉을 누비며 구성진 삶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니….

할머니는 열심히 앞서서 가고 할아버지는 묵묵히 뒤를 따르며 후미를 보살핀다.

산과 사람이 그리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이었다.

그건 산에서 만난 또 한 명의 고수이고 진정 우리가 닮아 가고 싶은 삶의 모습이었다.

 

무릉객

건강수명 목표를 10년 더 늘려야 긋다.

80세까지 가고 싶은 산 어디든지 가는 거다.

 

이 대목에서는 서산대사의 시비를 한 번 읊어야 한다.

 

죽는 다는게 무언가?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거지.

 

살아 있는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있는 證票 아니던가

 

그러다 한 순간.瞬間 들여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거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거 버릴 줄 모르면

 

그게 바로 저승가는 것인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도

 

이것도 내것! 저것도 내것!

 

모두 내것인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가는데는 티끌하나

못가지고 가는 법이라니

 

쓸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게 왠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것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밭에 자네 추억 씨앗뿌려

사람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天國>이 따로 없네

극락<極樂>이 따로 없네

 

生이란 한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뜬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自體)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生)죽고(死) 오고(來)감(往)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가지 계획 만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를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푸른 하늘과 맑은 바람

건강한 육체와 아름다운 가을에 공명할 수 있는 가슴 하나로도 감사하고 행복해야 할

지금이 어쩌면 봄 보다 더 아름다운 계절 인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에게는 소유나 권력이나 명에로 얻을 수 없는, 그 동안 눈길이 머물지 않았던

더 넓은 세상이 필요한 게 아닌가?

누려야 할건 늙어가는 여유와 자유이고 다시 찾아야 하는 건 드 드넓은 세상에 숨어 있는

살아가는 날의 설레임과 감동이다.

 

 

 

추억의 은대봉

가을이 농익어 가던 날에 뿔뿔히 흩어졌던 산우들과 만나 기념촬영을 했던 곳이다.

함백의 정상이 얼어붙은 그 날은 단풍 빛이 유난히 고왔던 아름다운 가을날이었다.

 

마지막 은대봉에서 마눌은 들마루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잠시 다리쉼을 했다.

아쉬운 산길의 마무리….

은대봉에서 내려가며 바라보는 함백 세상은 후련하고도 장쾌하다.

금대봉을 지나 쑤아밭령 비단봉으로 춤추며 내려가는 황금 단풍 능선 길은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가을 이었다.

탐미의 안목에 관한 한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무릉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기히

대한민국 최고의 비단길이 아니겠는가?.

 

푸근한 낙엽 빛으로 늦가을 서정을 펄펄 날리던 함백 고원 길은 그리 힘들지 않게 애마가

기다리는 두문동 고개를 열어 주었다.

4시간 30분 만이었다.

길 건너에 앉아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노부부는 반갑게 우릴 맞아 주었다.

태백에서 하루를 유하고 내일 다시 금대봉을 넘어 검룡소로 내려 간단다.

내일 길은 완전 룰루랄라 라고 하시는데

저 연세에도 사는게 저리 신나고 즐거울 수 있구나

4인용 승용차면 태백 까지 모셔다 드리고 가련만 바람 길에 아쉬운 작별을 하고 우린 그렇게

양양의 길을 잡았다.

일찍 산행을 마무리하고 무릉계곡이나 추암에 들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거리도 멀고

해도 짧아져서 숙소로 이동하기에 바빴다.

괜찮다.

나는 아직 젊고 내 여행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아는 데는 지식과 상식, 그리고 지혜가 있다.

지식과 상식은 배워서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깨달음을 통해서만 얻는다.

얼마전 유명을 달리한 생각 중독자 이건희 회장의 말이다.

 

차가운 바람에도 가슴을 따뜻해지는 여행길이 있다….

그걸 깨닫는 것 수 많은 경험과 지혜에서 비롯될 것이다.

우리가 많은 세월을 보내면서 세상의 풍파에 깊어지듯이 수 많은 여행을 하다 보면 궁극의

여행 귀착지는 내면으로 이어진다.

여행의 진수는 마음 여행이다.

그래서 우리는 젊음을 잃어가도 한 뼘 마음의 지평을 더 넓히고 키우면서 여전히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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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행 일 : 20201023

여 행 지 : 함백산

: 만항재 =함백산 두문동제

: 양양 솔비치

소요시간 : 4시간 30

: 맑고 시원한 바람

: ; 마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