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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대둔산 -오랜 친구들과 깊어가는 가을 속을 거닐다.

 점심은 태성이 쏘다   - 정성이 가득한  태성 부인표 오가피 주먹밥

 

 

 

 

 

 

 

세월이 많이 흘렀다.

느리게 가는 시간이 조용하면서도 잔혹한 포식자가 되어 많은 것을 먹어 치우고

또한 많은 것을 변화 시켰다.

머리카락이 하나 둘 세월의 바람에 날리고

빛나던 홍조와 팽팽했던 얼굴은 세월의 풍파에 닳아 거칠어지고 쭈글 거린다.

스산한 가을 바람에 메마른 잎새가 떨어져 나가 듯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나니

이젠 그 시간이란 놈이 허구헌 날 같이 놀자고 바지 가랑이 잡고 늘어진다.

 

난 녀석의 속셈을 다 안다.

그렇게 친한 척하며 하릴없이 같이 빌빌대며 세월 죽이다가

조금씩 조금씩 목을 조르고

어느 날 갑자기 큰 기술 걸어 한 방에 보내는 거지

 

그냥 니 하던 대로 하세요 !”

나 너랑 노닥거릴 시간 읍따…”

 

녀석의 페이스에 말려 들지 마라

세상에는 늘 노이즈가 가득한 법이고

꽃이 진다고 나무가 죽는 것은 아니니…..

 

무수한 세월의 비바람에 씻겼으니 풍화되고 낡아가는 것이고

오래 사용했으니 고장 나는 데가 하나씩 생기는 게 당연한 게지

젊을 때 신나게 일했으니 늙어서 놀멍 쉬멍 살아 가는 게 마땅한 거지

 

살아감은 물이 흘러가고 구름이 피어나듯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이고

늙어 더 가벼워지고 둥글어 지다가

어짜피 찬 바람 한번 불며 훅하고 사라질 인생인데

천만년 살 것처럼 욕심부리지 말고

걱정하고 후회하다가 남은 아까운 인생 마저 다 날려버리지 마라

 

다만 꿈틀거리고 움직여라.

그리고 살아 있음에 기뻐하라 !

무릇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뜨거워야 하고 행복해야 하는 법이니...

 

가고 싶은 데 있으면 가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먹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면서 그렇게 살아야지 

 

저 녀석 허구헌 날 저렇게 치근덕 거리는데

시간이 을매나 많이 남아있겠나

그 동안 바쁘다고 하지 못했던 것들

그 동안 바쁘다고 돌보지 못했던 사람들

지금도 묵묵히 네 곁을 지키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너의 사랑을 보여줄 시간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네

살며, 사랑하며, 누리기에도 너무 아까운 시간만 거기 남아 있네..

 

 

 

잘 살아가는 친구들

다들 시간을 비웃고 세월을 물살을 거스르는 짱짱한 친구들이다.

계절이 바뀔 때면 어김 없이 만난 우리는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여윈 날에 다시 만났다.

전환,종경,태성,양표,,동윤 그리고 나

 

이젠 머리카락 듬성듬성하고

얼굴도 쭈글거리지만

다들 평안하고 넉넉한 얼굴의 친구들

 

옛 모습을 기억하지만 늙어가는 얼굴도 그리 볼썽 사납지는 않다.

세월 풍화되고 햇빛에 바래서 쭈글거리는 얼굴들은 이젠 산을 닮아 가고 세상을

달관한 부처님을 닮아 간다.

그려 낡은 골동품이 더 멋스럽고 비싼 법이여 !

 

그렇게 우린 약속대로 대둔산 청림골 식당에서 만났다.

홀에는 차가 한 데 떡 허니 주차 되어 있고 책장에는 그 엤날 엘피판 레코드가

빽빽히 차 있는 ...

그 옛날 쌍팔년 커피집 분위기에서 만나는 옛친구들  

 

홀 안은 능이 버섯 전골 끓는 냄새로 가득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다녀간 곳이라고 해서 인터넷에서 찍었는데

들어오는 음식 하나 하나가 정갈하고  그 향과 맛에 깊이가 있다.

식전 댓바람부터 대짜배기 막걸리 두 통을 비웠다.

생각 같아서는 막걸리를 줄이고 음식을 더 먹고 싶은데

양표 때문에 그것도 어렵다.

“’양표야 너는 왜 나만 가지고 그래?”

 

그려 술이 그냥 술이냐?

다 정이고 마음이지….

 

아무튼 텅텅 비었던 빈 위장은 한 시간도 채 안되어 입추의 여지가 없어졌다.

기름은 만 땅 채웠으니 밥값은 해야는데

근데 밥값은 양표가 냈다.

지난 번 딸래미 시집 보낼 때 마음써 준 친구들 대접을 빙자한 업을 털어낸

홀가분함을  자축하는 마음으로 ... 

그려 벤츠턱은 천태산에서 받아 묵었고

딸래미 출가 턱은 오늘 받았으니

이제 교감 턱만 남았네….

 

제대로 된 단풍은 한 주쯤 앞 당겨야 했다.

입구에는 아직 단풍이 남아 있었지만 산 위의 나무들은 마른 잎새까지 바람에 죄 날리고

숲은 탈색된 갈색의 빛으로 계절 속에 잠들어 간다.

 

우린 그렇게 오랜 친구들과 함께 옛 이야기 나누며 우리의 역사 보다 더 오랜 숲 길을 걸었다.

햇빛은 구름 밖을 들락거리고 날씨는 그리 차지 않았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조용한 숲 길 위에는

낙엽 밟는 소리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가는 길 내내 늦가을의 서정이 펄펄 바람에 날렸다....

 

우리 사는 가까이에 있는 산 길이라 그리 서두를 이유도 없어서

우린 전망 좋은 바위에서 여유롭게 술 한잔 치기도하고 대둔산 자락을 지나가는

가을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유유자적하게 그 길을 걸었다.

.

담대한 노송들은 절벽난간에서도 여전히 푸른 모습으로 그 기픔을 잃지 않고

세월에 낡아간 친구들도 여전히 푸루딩딩한 채 그 장엄한 풍경과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휘돌며 솟구치는 바위들이 태고의 역사를 증거하고 파노라마 치는 장대한 풍경들이

대둔나라 위용을 거침 없이 드러내는 길

 

우린 그 길을 따라 마천대에 올랐다.

 

다 좋은 날이다.

바람도 좋고

풍경도 좋고

오랜 삶의 역사가 반갑게 손을 흔드는 오늘은……

 

옥에 티?

내가 친구들 고생 좀 시켰지….

수락 능선을 탄다 풍신이 계곡으로 내려서서 ….

가파른 그 길을 다시 되돌라 올라가자는 말을 차마 못하고

그 흔적 없는 벼랑길을 걷고 수려한 수락 능선의 풍경을 보여주지 못했네

 

이해들 하시게

늙어감이 여유롭기는 해도

가끔 사람을 홀망치게 하고, 방심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기도 하는 법이니….

 

일정이 바쁜 태성은 먼저 돌아가고

우린 대전으로 돌아와 온천장에서 목욕을 하고 탄방동 청해어가로 갔다.

양표가 한정식 먹지 말고 회나 먹자고 빡빡 우겨서….

 

근데 비싼 저녁은 종경이가 쐈어

거친 운동의 허기가 부르는 산해진미와

뿌듯한 성취감과 좋은 친구들과의 어울림이 불러내는 엄청난 주량 까지….

양표가 아침먹자마자 후다닥 화장실 가면서 계산한 이유가 있었어….

하여간 덕분에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돌아와 연수원 관리소장의 빽으로 호텔처럼

깨끗하고 편안한 연수원에서 쾌적한 하루를 보냈네

친구들을 위한 종경의 완전 풀코스 접대

고마우이

 

다음날 아침 복어해장국은 충남대 인문대 학장님이 쏘았어

헐 ~~~

다들 마구 쏘아 제키는 분위가라 공금으로 지출한 사우나비를 걷을 수도 없고

나도 쏜다고 할 수 밖에….

하여간 나와 동윤이는 입만 가지고서

우리 사는 세상 아름다운 비경 돌아보며 운동하고, 목욕하고, 호텔에서 잠자고 아침 해장국

까지 잘 얻어 먹으면서 12일 즐거운 여행 보내고 돌아 왔네

 

만나서 반가웠네 친구들

다들 잘 지내고 새해 1월에는 바빠서 못 본 친구도 모두 다시 만나세

지호는 빨리 털고 일어나 다시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네

 

산행일 : 2020년 11월 7일 토요일

산행지 : 대둔산

코   스 : 수락계곡 - 수락재 - 허둔동(서각봉)- 마천대 - 수락계곡

동   행 :  전환, 종경, 태성, 양표,동윤

날   씨 :  흐리고 맑고  바람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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