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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신년 일출 산행 - 남덕유 -서봉

 

물난리가 나고
바이러스가 난리부르스를 떨더니
갑작스런 한파가 몰아 닥쳤다

 

소변을 보면서 사창리 이기자 추억이 되살아 났다 ··
오줌 한 번 누려면 풀고 채우는데 거짓말 좀 보태서 10 ..
일 주일 내내 제설 작업

3
년 동안 물려버렸던 그 눈이 너무 그리워 눈 오는 겨울이면
소식 없는 겨울여자를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데
기다리던 그녀가 온덴다...

 

기억하지

바람 악사의 처연한 연주에 맞추어 그 녀와 함께 추던 감미로운 설원의 탱고

그리고 캄캄한 하늘 머리 위로 춤추며 쏟아지는 함박눈과 심금을 울리던 황홀한 고독

 

내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갈 길을 잃은 채 강원도 산 골짜기서 고뇌하던 청춘에게
말없이 찾아와 그 차갑고도 치명적인 유혹으로 고독한 영혼을 온통 흔들어 놓던 그녀를

나는 눈이 장하게 오는 날이면 홀로 창가에 앉아 그녀와의 추억을 떠 올리며

한 잔의 술을 마신다.

 

뼈골시리게 추운 날 외곽 동초에서 돌아와
뻬치카에서 우그러진 반합에 끓여낸 그 뜨거운 라면과 한 잔의 소주 의 절미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은 나의 영혼을 흔들어 놓고 말없이 떠나간 그녀의 추억이었고

내가 마시던 맑은 달빛(경월소주)은 중대 막사 신발장에서 꽁꽁 얼었다가 뱃속 까지

짜르르~~ 경련을 일으키며 심야의 오감을 일께우던 낭만과 절대 미각의 진수 였으며

그 라면 냄새는 메마른 강원도에서 청춘의 고뇌와 세월의 바람에 곰삭아 가던

눈물지게 그리운 청춘의 군둥네 였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말 없이 떠난다고 잊을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다.‥
사창리 골짜기 눈동네에 눈이 맞은 이래로 수 십년을 이어온 그 사랑은

한갖 세월의 파도에 쉽사리 휩쓸려 갈 그런 사랑이 아니었다
고혹의 팜므파탈

그녀와 있어 행복한 삶의 행로였고 함께한 해마다의 겨울은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모든 것이 얼어 붙는 차가운 계절은 오히려 따뜻했고

모든 것이 잠드는 겨울은 역설적인 사랑과 모험의 계절이었다.

 

 

 

 

                                                                                                          사진 : 지루박멸 연구소 우쓰라 소장

 

 

 

그녀와의 추억은 너무도 감미롭고 아름다워 난 그 사랑에서 벗어날 수 없고

사무친 그리움이 너무 커서 흰 눈이 장하게 오는 날엔

난 그녀를 만나러 떠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여인이 다시 온다고 했다 ··
하늘 가득 춤추며 내리는 눈이 머리와 어깨 위에 하얗게 쌓이는 날에

사나운 바람에 하얀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사진 : 지루박멸 연구소 우쓰라 소장

 

 

그녀를 위해 아껴두었던 두꺼운 장갑을 꺼내고,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전설 같은 추억들이 안개처럼 퍼지는 그 차가운 밤에

다시 돌아오는 그 사랑에 가슴 설레며 어둠 속으로 떠난다.

동터오는 새해의 아침 고원의 눈 밭에서 천사 같은 미소로 날 기다리는 그녀를

만나러 나는 떠난다..

 

 

 

 

 

영각사 가는 길 ·
9
시에 잠자리에 들었고 두개의 알람은 새벽 두시 반 거의 동시에 울었다 ·
미역국 한 그릇에 밥한공기 비우고 야심한 어둠 속으로 떠난다·‥
(
근데 마눌은 이 미끄러운 겨울 산행에 시방 미역국을 끓여 놓아도 되는겨?”)


냉기가 목을 휘감는데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애마는 출발의 시동을 걸지 못하고 몇 번 콜록이며 기침을 해대다가

제풀에 주저 앉는다 ·
야야 힘내그라
너나 나나 오래된 연식이지만
이 멋진 날에 서로의 사랑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니··?

새벽 330분이 도로는 어둠에 잠기고 신호등은 황색 불을 점멸하고 있다.

 

톨게이트 에서 고속도로 통행권을 빼고 나서
애마는 창을 닫으려 하지 않는다.

겨울여자와의 짜릿한 추억을 상기시키며 내게 가슴 시린 사랑을 보여주는 나의 애마!

 

 

 

 

흐미 너 시방 얼어 붙은 거니 ?”
아니면 오늘 맞을 바람 맛 미리 맛보기 ?

언젠가 추운 겨울에도 그렇게 심통을 부린 적이 있어 그 난감한 어깃징을 난 잘 안다.

톨게이트 한 켠에 차를 세우고
왼전히 창문을 내렸다가 왼 손으로 창문 올림 버튼을 누르고 오른손 장력으로 사생결단

창문 유리를 밀어 올리는 나 ··

그려! 니 익살에 내가 땀날 정도로 용 쓰긴 했지만 차가운 네 얼굴에 얼어 붙어 마치 동상

걸린 듯 아프고 아린 내 오른손 손가락들은 워쩌 ?
그래도 고마운 거지··
오뉴월 거적문처럼 운전석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숨막히게 시원한 겨울바람을 맞는

낭만에, 미끄러운 도로를 질주하는 짜릿한 스릴과 서스펜스 넘치는 납량특집은 유보해 주었으니··

 

 

 


63
세의 할배가 내 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나
20
연식의 연륜에 걸맞는 너의 의연한 모습이나 다 도찐개친 이다··
또라이의 겨울여행 ·.!
"
야야 우야튼 난 애마 네가 있어 너무 든든하고 가슴시리다.

정말 제대로 차가운 날이다
난방조차 잘 안 되어 다리쪽으로 온풍을 나누면 자꾸 창에 서리가 끼어서 창 쪽에만 따뜻한 바
람이

나오게 하니 발이 너무 시리다.
등산양발 안에 양말 한 컬레를 더 신고도 발은 목적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깨어질 듯 시려 왔다.

인상랜드에서 기름을 넣는데 손이 주유판에 쩍쩍 들어붙는다 ·
굉장하다·
오늘 제대로 사창리 겨울 맛 한 번 보게 생겼네 “·

그나저나 고속도로를 벗어난 국도가 문제다·

이정도 날씨면 여전히 미끄러운 결빙 구간이 많은 터라 최대한 조심 운전을 해야 한다.

 

투데이스 어넬리시스 인 디테일 ….

오늘의 신년 일출 산행은 안전 운행이 30 %

영각사 주차장에서 남덕유 정상 까지 가는 길이 30%

남덕유 정상에서 서봉 까지 가는 길이 20%

서봉에서 덕유교육원 하산 길이 20%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새벽 네 시가 채 되지 않은 정말 추운 날의 추운 시간
고속도로조차 차량의 통행이 거의 없는데
그 모습이 마치 바이러스가 흽쓸고 지나간 세상에 관한 영화의 한 장면쳐렁 기괴하고 음산하다·
도로의 대부분은 적막과 어둠에 잠겨 있고 맞은편에서 가끔 불빛이 스쳐 지나간다··

"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거 아녀 ?"
그래도 명색이 대진 고속 도로인데

혹시 빙결된 미끄러운 구간을 만날세라 시속 80키로 아래로 운행하는데 가끔 긴 불빛으로
나를 추월해 주는 차량이 반갑고
우람한 체형을 자랑하면서도 나보다 천천히 운행하며 기꺼이 양보의 미덕을 보이는 화물차가

살갑게 느꺼 진다.

 

 

 

세게 틀었다는 난방에도 차안은 훈훈하지 않고 발은 계속 시리다
애마야 . 니가 늙어서 힘이 빠진 거니, 진짜 날씨가 너무 추운거니?”

백전노장 야전 사령관 무릉객 오늘 1500고지에서 제대로 임자 만나네….
"
나 시방 떨고 있니 ?"
"
나 인자 늙어 가는 겨? ,"
설마·!”·

코로나만 아니면 티벳의 눈덮힌 고원에서 어스렁거려야할 군번인데…..

 

그래도 고속도로에서 벗어난 국도가 10키로 남짓이라 다행이다.

고속도로 나들목을 나와 다시 한 번 애마의 얼굴에 손을 부비는 달밤 쌩쑈를 하고 나서

어둠에 잠긴 국도를 따라 영각사로 간다.

 

정확하게 새벽 5시에 도착했다.

딸랑 한 대의 차량만 주차되어 있다.

헐 나보다 더 기가 쎈 놈도 있네 ! ..”

그 뒤에 주차를 해 놓고 출발 준비를 하는데 진짜 너무 춥다.

바람도 강하게 불고 손이 너무 시려서 차안으로 들어와서 등산화를 갈아 신고 스패치를

착용하고 준비를 끝내는데 만 20분이 넘게 걸렸다.

 

웬만한 추위에는 등산복 바지는 한 겹만 입고 위에는 겨울 쉐타에 자켓만 걸치고 산행하는데

오늘 날씨는 클라스가 좀 다르다.

강원도 문막에서 수도관이 얼고 소독설비가 동파되는 한국의 냉장고 사창리의 포스를 느끼고

나서 등산바지 아래 내복을 껴 입고 상의는 가을 쉐타 위에 경량 오리털 파카를 걸치고 그 위에

다시 고어텍스 자켓으로 밀봉했다.

이 정도면 오름 길에서 열이 나면 하나씩 벗어야 할 판이만 일단 살고 봐야지..…

 

이기자 혹한기 훈련을 나가 듯 눈만 내 놓고 방한 중무장을 한 채 떨치고 나서는 길

준비 하는데 지체가 많아서 거의 530경 출발이다.

 

 

 

 

영각사 탐방지원 센터 등산로 입구에는 차가 1대 주차 되어 있고 차단기가 올라 가 있다.

지난 11월 조사장과 새벽 산행 길 풍경과는 딴 판이다.

그 때는 쾌적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경방 통제 기간이라 차단기가 엄중히 내려와 있었고

붉은 전광판에 출입통제의 붉은 대자보가 디스플레이 되고 있었다.

 

그렇지 오늘 같은 날  자신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가보라는 거지? “

바람은 진군의 북소리를 울리고 나는 머리에 불꽁지를 단 채 어느 겨울 시린 백두대간에

오르는 비장함으로 심산의 어둠 속으로 스며 들었다.

 

 

 

 

 

 

 

 

 

남덕유 가는 길

장사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늘 그렇듯이 동행이 없어도 별로 쓸쓸하다거나 외롭지는 않다

구도의 길에 오른 수도승처럼

마음은 오히려 차분해지고 편안 해진다.

.

내 머리 위에서 불 빛은 달무리 인양 둥근 원을 그리고 어둠은 포근하게 나를 감쌌다.

전라도 쪽에 눈이 많이 왔다고 해서 장대한 설국을 기대 했는데 발 목을 채 덮지 못하는

눈 밭이 다소 아쉽다.

 

골짜기에 들어서다 냉기가 확 몰아 치고 여기저기서 찬 바람이 불어 등로를 무작위로

휘젖는다.

양쪽으로 산이 막아선 골짜기에서는 큰 바람은 들이치지 않는데 머리 위에서 흡사 태풍

이라도 지나가는 듯 바람이 천둥소리를 낸다.

늑대울음이나 승냥이 울음을 우는 겨울 바람이 아니다.

저 정도면 사위가 터진 봉우리에는 날아갈 수도 있겠다.

 

다른 곳은 다 괜찮은데 출발하면서부터 시린 손과 발은 계속 아프고 얼얼하다.

그려 손과 발이 맞아야 오늘 제대로 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거지

 

어느 정도 오르다가 땀이 나면 자켓을 하나 벗어야 될 거라 생각했는데 낮은 온도에

바람까지 있어 체감온도는 많이 떨어지고 내 몸이 발산하는 체온과 외부의 냉기가 계속

균형을 깨지 않아서 뺄 것도 보탤 것도 없다.

백두대간 겨울 산행에서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날씨가 진짜 오라지게 추운 건지 이제 내가 늙어가는 건지…..

 

온몸이 바람 구멍은 다 막고 눈만 내놓은 산행이라 바람의 냉기에 눈알이 좀 시린 것

말고는 아주 쾌적한 상황인데 차안에서 내내 얼었던 발은 계속 걸어도 통증과 얼얼함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그래도 워낙 두꺼운 장갑을 낀 덕에 시리고 아리던 손은 따뜻해져서 그나마 다행이다.

.

 

                                                                                                 천제단 야경  -  사진전 입선작

 

떡 가루처럼 실눈이 날렸다.

계곡 중간 경사가 깊어지고 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하고 뜨거운 물 한 잔을 마셨다.

등로는 별로 변화가 없고 쎈 바람이 불어서 가지에 눈은 다 날려 가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눈 발이 조금씩 굵어지고 남자 한 명이 내려 온다.

건장한 젊은이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고 얼얼한 날 바람을 맞아 정신이 반쯤 나가 있다.

 

: 오잉? 벌써 정상 갔다가 내려 오시 나요?

산님 : 도저히 추워서 산행을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정상부에 눈도 너무 많고 바람이 심해서 길을 찾을 못찾겠어요.

~~이런 날씨 홀로 산행에 나선 사람이면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무장공비 수준의

전투력 일텐데….

 

: 어디 까지 가시는 데요?

산님 : 향적봉 까지 종주 하려 왔어요

: 몇 시 부터 올라가셨나요?

산님 : 네시요

나보다 1시간 30분이나 빨래 움직였으니 캄캄만 남덕유 정상의 쎈 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패닉에 빠진 모양이다..

 

: 너무 일찍 시작하셨네요 날이 밝으면 길을 잘 찾을 수 있을 텐데

산님 ; 얼어 죽을 것 같아서 길이 보여도 못 갈거 같아요….

어디까지 가시는 데요?

: 남덕유 에서 서봉으로 갔다가 교육원 쪽으로 하산 하려구요

산님 : 그 쪽 길을 아세요 ?

: 잘 알지요….

 

교육원 쪽 하산은 비등이다.

원래 서봉에서 육십령을 지나는 백두대간 주능선은 그 산세가 유장하고 풍경이 수려하지만

백두대간객들 말고는 별로 왕래가 없다.

교육원 쪽에서 서봉을 오르거나 하산하는 길은 정상루트가 아니라 아는 사람들만 몰래 다니는 길이다.

오늘의 나처럼 영각사에서 출발하면 후련한 조망의 한국 대표 고봉 2개를 아우르고 6시간 정도면

교육원 쪽으로 하산이 가능하다.

교육원 바로 맞은편이 출발지점이니 훌륭한 원점회귀 등산로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온 길을 되돌아가다 보니 엄두가 나지 않는 거다.

 

우리는 인사하고 헤어졌다.

이 겨울에 홀로 덕유 종주길에 올랐으니 대단한 건각이긴 한데 방향을 잘 못 잡았다.

이 쪽에서 진행하면 그 쎈 바람을 계속 안고 가야 가니 힘이 배로 들 터이니….

옛날 고부기하고 겨울 덕유 종주하는데 13시간 걸렸다.

오늘처럼 날씨가 차지 않았지만 바람이 뒤에서 불었으니 그나마 수월한 산행이었다.

 

조금 더 올라 가니 젊은 남녀 두 명이 내려 온다.

흐미 뭔 일이래?

하도 비장한 분위기로 내려와 인사만 건넸는데 눈길은 주지 않고 여자가 예 안녕하세요

라는 대답만 하기에 더 이상 이것저것 물어보지는 못했다.

해돋이를 염두에 두고 출발 했을 텐데 해뜨기도 전에 벌써 내려 오는 걸 보면 이 팀도 중도

포기인데 능선의 날씨가 만만치 않는 모양이다.

 

 

 

 

 

능선에서

능선에 올라서니 붉게 물들어 가는 동편 하늘이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예상대로 엄청난 바람이 불어 가고 여기저기 결빙된 상고대가 아름다운 눈 꽃을 피워 내고 있다..

계단과 바위 위의 쌓였던 눈은 쎈 바람에 죄 날아가 흔적도 없다.

 

 

 

방한모와 두꺼운 목두건으로 바람 샐 틈 없이 귀와 입과 코를 모두 막아 동파를 방지하다 보니

입김이 닿는 곳은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고 그 아랫 쪽은 계속 얼어 들어가 동태처럼 딱딱해졌다.

날 선 바람은 상처 입은 승냥이 울음소리를 내고 시린 발은 여전히 묵직하다.

그냥 계속 움직이면 좋겠지만 한숨이 절로 나는 풍경들이 끊임 없이 내 발길을 잡아 챈다.

예술과 창작에는 늘 고통이 따르는 법

그 육중한 대포카메라로 찰라의 영상을 기억 하려면 예술가의 인내와 고난 또한 감수 해야 한다.

뜨거운 물도 보온 병을 꺼내 마시려면 힘이 드는데 차가운 물은 마실 엄두도 나지 않지만 마시려해도

꽁꽁 얼어붙어서 마실 수가 없다.

이런 겨울산행에 차라리 눈을 파먹는 게 낫지 찬물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

 

제대로 된 겨울 맛이다.

차디찬 맑은 물로 내 영혼을 씻어 내는 느낌 같은 거

그래도 이정도 추위와 이정도 바람을 맞아봐야 또 정신차리고 한 해를 잘 살아가지

 

 

 

 

 

누군가 그 힘든 길을 굳이 왜 가냐고 물었었다..

아니 하나도 힘들지 않다.

먹고 살라고 하는 일도 아니고 다 나 좋아서 하는 일인데 힘들게 무언가?.

그 것이 사는 재미다.

그 것은 단조로운 내 삶의 창을 열고 맞아 들이는 멋진 변화의 바람이고 닝닝한 삶의 권

태를 한 방에 떨쳐 내는 신나는 모험이다..

 

 

 

갑작스레 눈 앞에 명불허전의 설국이 펼쳐지니 마음이 먼저 분주해지고 추위 따위는 아랑 곳

없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대 자연의 웅대한 파노라마가 눈 앞에 펼쳐지고 나는 오늘도

그 시린 풍경을 마음껏 가슴에 담는다.

 

바람에 몸이 떠밀리는 가운데서도 위험한 바위 봉 사이를 오가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나

 

 

 

그 거친 바람에도 아랑곳 없이 멋진 새해의 태양은 그렇게 장엄하게 떠 올랐다.

새해 벽두 나는 다시 어둠의 문을 열고 새 날의 태양을 가슴에 담았다...

나는 올해도 이렇게 높은 곳에서 신과 소통하고 나의 꿈과 새해의 소망과 말한다.

 

어머니 이하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 모두 잘 되도록 보살펴 주소서

올해도 가고 싶은 데 가고,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는 건강을 허락하시고

몸보다 마음이 먼저 늙어가지 않게 하소서

언제나 필요한 사람으로 남게 하소서

남아 있는 나의 소중한 젊음을 헛되이 보내지 말게 하시고 항상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소서

늘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 인생 길의 풍경을 누리고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올해는 나의 가슴을 흔드는 내 얘기를 더 많이 쓰고 싶다.

더 많은 사랑과 추억을 만들고 대자연의 빛나는 감동과 기쁨을 더 많이 누리고 싶다..

 

 

 

 

 

 

역시 덕유산이다 ….

내 사는 곳 가까이에서 가정 멋진 설국를 만날 수 있는 곳

난 그렇게 웅대한 대자연과 교감하며 가득한 감동으로 별유천지 비인간 속을 거닐었다.

오늘 이 길 위에는 아무도 없다.

얼마나 감동스런 시간이고 얼마나 황홀한 풍경인가?

이 멋진 풍경과 덕유의 축복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

 

 

 

이 길은 순례의 길이다.

그 것은 쉬지 않고 흘러가는 세월에 표하는 나의 경의이고 또 한 해를 열심히 살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새해 첫날 태양과 대지의 기운을 받아 내는 나만의 의식이다.

오래도록 이어 온 내 삶의 방식이고 기쁨과 행복을 불러내는 나만의 주술이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다.

날 것의 원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그 황홀한 고독과 빈 산의 충만함이 삶과 도의 경계를

허물고 난 거칠고 험한 그 길에서 내 영혼의 구성진 노랫 소리를 듣는다..

 

 

 

불세출의 풍경을 대하고 긴장이 완화 되어서 인지 배가 고파 오기 시작했다.

새벽 230분에 식사를 했는데 추위 속의 거친 산행에 시간이 8시가 다 되어 가니 허기가

동할 만도 하다.

허기를 느끼면 바로 체력이 떨어지는 특이 체질이라 어딘가에서는 요기를 해야 하는데

사방이 휘몰아치는 날 바람이라 당최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기 위해서 또 먹어야 한다.

 

그래도 궁하면 통하는 법이다.

오메가 포인트는 있다.

등잔 빝이 어둡다고 남덕유 정상 바로 아래는 이상하리만큼 바람이 잠잠하다.

사방이 눈 밭이라 앉을 때가 마땅치 않아 길 위에 선 채 작은 빵 5, 계란 하나, 얼어

들어가는 우유 한 팩을 먹고 나니 비로소 허기가 진정되고 살만 해진다.

근데 움직임이 없고 두꺼운 장갑을 자꾸 벗게 되니 손발이 계속 시리다.

 

 

 

 

남덕유 정상

얼어 붙은 표석 외에는 아무도 없다.

광포한 바람은 정말 대단하다!

오늘 덕유의 바람은 그 명성 드 높은 소백의 칼바람 보다 더 쎄다.

지금까지 맞았던 바람 중 가장 가장 강력한 바람이 아닐까?

젊은 친구는 깜깜한 밤에 이 바람을 맞고 한 방에 기가 꺾여 전의를 상실했구나! “.

몸이 바람에 밀려 표석 옆에 서지를 못하겠다.

몸은 계속 날라 갈 듯 떠 밀리고 숨을 쉴 수가 없다.

두건 위로 맞는 바람에도 볼은 얼어 붙는 듯 얼얼하고 얼음 바람에 계속 부딪힌 머리는

그 계속되는 무차별 공격에 어안벙벙, 혼비백산 이다.

 

 

 

거기 오래 있다가는 뼈도 못추릴 것 같아 서둘러 봉우리를 내려 왔다..

아마도 나의 등정 역사상 산 꼭대기에서의 가장 짧은 체공이 아니었을까?

바람이 그리 심하고 새벽에 눈발이 날렸으니 적설의 편차가 심해서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제 작년에 이 길에서 뒤 따라 오던 고부기가 실종 되었다.

그 때도 시도 때도 없이 광풍이 휘몰아 쳐서 땅 위에 눈을 들어 올리던 통에 눈 깜짝 할 순간에

고부기가 사라졌던 것이다.

1시간여 만에 간신히 다시 상봉을 하긴 했지만

먹통이었던 핸펀이 터졌기 망정이지 난감하고 살벌했던 시간이었다.

 

 

 

 

길이야 눈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만큼 훤하지만 바람에 쌓인 적설을 러쎌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랫 쪽에 생각보다 눈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쌓인 눈의 양이 문제라 그 양이 많으면

동행도 없으니 개고생은 예약이다.

바람과 새벽에 다시 내린 눈이 선답자의 발자국을 모두 지웠지만 그래도 길의 자취는   남아 있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바람이 들어 올리는 눈보라를 피해 서둘러 서봉의 길을 잡았다.

 

 

 

 

서봉 가는 길

남덕유에서 서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휘몰아 치는 바람이 정상의 눈을 퍼다가 쟁여

놓는 곳으로 유난히 적설이 많은 지역이다.

별로 눈이 많지 않은 겨울 날에도 이 구간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다.

무릎까지 눈이 빠지지만 어제 몇 명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어 엉뚱한 곳으로

빠질 염려는 없고  러쎌을 해야하는 부담도 없다

 

 

 

덕유나라를 비추는 해는 조금씩 강렬해졌다.

서봉 바로 아래 바람이 잠잠한 눈길에서 마무리 못한 아침식사를 했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데 하도 날씨가 차니 물이 뜨거워도 용기 안에서

금새 식어버려 라면이 푹 익지 않고 국물은 미지근 하다.

산장이 있으면 버너를 가지고 다녀도 좋은데 이런 날 야외에서 물을 끓이는 건 고통의

시간을 늘릴 뿐이다..

제 작년에 고부기 하고 왔을 때는 그래도 날씨가 푹한 편이어서 뜨거운 라면에 커피도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는데 오늘 같은 날은 커피를 타는 것도 힘들어 후식으로

그냥 뜨거운 물만 더 마셨다.

햇빛의 온기가 전해지고 강한 바람이 들이치지 않으니 그래도 만족스런 전원 식당이다.

 

 

 

나름 분위기 사는 호젓한 식사를 마치고 행장을 수습하고 서봉 계단을 계단을 오르는데

분위기 완전 반전이다.

이제 어려운 구간은 다 지난 셈인데 바람의 기세도 한결 누그러지고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기온도 조금씩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멋진 대자연의 작품을 감상하고 아직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길이 부드럽고 편해지니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서봉 정상

신기하다. 오늘도 이곳은 맑고 고요하다.

음양의 조화인지 아니면 내가 올 때만 그런지 몰라도 겨울 덕유에 들 때 남덕유 정상에서

거센 폭풍이 휘몰아쳐도 서봉 정상은 항상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봉 정상에는 거짓말처럼 바람이 잠잠하고 햇빛도 따사로웠다.

표석도 얼어붙지 않고 뽀송 뽀송하다.

이 정도면 편히 앉아 점심을 먹어도 괜찮을 지경이었다.

 

 

 

 

역시 최고의 조망대다.

내려다 보는 덕유 세상은 언제나 웅장하고 광활하다.

북에서 구비쳐 내려온 백두대간은 남덕유에서 방향을 틀고 서봉을 거쳐 가파르게

고도를 낮추며할미봉으로 진군해 간다.

유장한 산릉들은 덕유의 주릉해서 해일처럼 일어나 방사선으로 소용돌이치며 더

멀리 파도쳐 간다.

여긴 내 생애 숱하게 걸어 올랐던 길이고 내 젊음의 역사와 땀의 의미가 오롯이

새겨져 있는 길이다.

난 이 곳에서 내 젊은 날의 함성과 진군의 북소리를 다시 듣는다.

 

 

 

 

하산 길

남덕유 오름 길과는 완전 극과 극의 길 이었다

서봉을 내려 가면서 적설은 현저하게 줄고 길의 흔적은 뚜렸해졌다.

워낙 광포한 날씨 속에 열어젖힌 새벽의 들창이어서인지

남쪽으로 난 하산 길은 부는 바람 조차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햇볕은 따뜻했다.

.아무도 없는 덕유 나라를 홀로 주유하고 가득한 햇살을 받으며 걸어 내리는 길은

마치 천상의 길을 걷는 듯 들뜨고 즐거웠고 고난의 알프스를 넘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는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했다.

 

 

 

 

내려와 햇빛이 들이치는 차 안에서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영각사를 돌아 보았다.

덕유산 자락 아래 고요한 절

그 옛날 그 절의 처마 아래서 하룻 밤을 유하고 남덕유에 올라 동영령으로 한산했던 그 길이다.

법당에 들려 부처님께 삼배를 올렸다.

늘 가는 길을 지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해마다 내 이름으로 등을 걸어주고 부처님께 기도하시는 어머니가 있어 난 거침없이 대자연의

축복을 마음껏 누리고 산다.

어마어마한 빽 아닌가?

부처님 그리고 팔도 산신령님……

 

 

 

 

 

 

해맞이 설산주유는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무릉객 아직 쌀아 있다 !

추운 날씨였지만 이정도 산 길은 아직 거뜬하다.

2021년 순례의 길 역시 기쁨과 감동의 길이었고 그 길 위에서 난 다시 한 해의 삶을

위한 충만한 의욕과 열정을 돌려 받았다..

대자연이 그린 멋진 그림과 큰 산이 대지의 화폭에 써 내려 간 한 편의 맑은 시는 내

영혼을 정화하고 그 가슴을 흔드는 감동의 여운은 살아감을 좀더 가볍게 해 줄 것이다.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럽지 않는가?

차갑고 서슬 푸르지만 부둥켜 안고 뒹굴면 가슴이 더 따뜻해 지는 그녀가

 

 

 

 

 

산 행 일 : 2021년 1월 9일 토요일

산 행 지 : 남덕유산

산행코스 : 영각사 주차장 – 남덕유 – 서봉 –덕유교육원

소요시간 : 5시간 40분

날 씨 : 맑다 . 춥고 바람 많다.

동 행 : 나홀로

 

 

 

 

                                                                                                2019년 고부기가 찍어준 남덕유 정상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