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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양각산 & 한바위

 

 

 

핸펀사진

 

 

 

 

 

 

설날 전야

 

코로나가 우리 삶의 곳곳에 간섭하지 않는 곳이 없더니

급기야 명절과 제사 까지 감나라 대추나라 한다.

절차와 의식을 간소화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가족들이 함께 모여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희망과 우의를 다지는 미풍양속 까지 관여해서 그렇지 않아도 점점 엷어 가는 가족애와

동방예의지국의 좋은 풍습마저 교란시키고 있다.

우야튼 꼴 보기 싫은 코로나와 어쩔 수 없이 함께하는 마지막 설날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는 경건한 새해.

 

제사를 준비하는 전날 아침 뒷동산을 3시간여 산책하고 돌아와 전을 부치고 이것저것

제사준비를 끝내고 점심이 한참 지나서 온 영수와 영화 한 편 때리다.

별 기대 없이 본 무료 영화인데 꽤 재미 있었다.

저녁에는 어머님 모시고 영수 영태와 과메기 안주로 막걸리 한잔 치다..

 

 

설날

 

아침에 조촐한 차례를 모시다.

불콰한 가운데 으레껏 법썩대며 가족들과 보내던 명절 뒷풀이가 사라지니 어딘지

허전하고 흡사 금단현상처럼 공허함이 밀려 온다.

보기드물게 날씨 좋은 날에도 내일 떠난다는 생각에 영화 채널이나 돌리며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내다.

 

저녁 때쯤 후회가 스멀거린다.

내일 시우 때문에 어짜피 좀 일찍 돌아와야 하니 오늘 오후에 출발해서 노고단에서

하룻밤 유하고 내일 새벽에 반야봉 거쳐 뱀사골로 돌아 올 걸

그라믄 멋진 지리산 새벽풍경에다 마음 수행도 겸하고 2시 까지는 돌아 올 수 있었을 텐데….

 

 

 

다음날

 

멀리 가지는 못하니 그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던 양각산 탐사 길에 올랐다.

누군가 때묻지 않은 원시의 오지 산길에 수려한 금강 풍경을 품고 있다고 귀뜸을 해서 

어젠가 한번 가보고자 했던 곳

.

 

새벽 520분에 일어나 제사 탕국으로 배를 채우고 준비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니

6시가 조금 넘었다.

 

판암 톨게이트로 들어가 대진고속도로를 달려 금산 나들목으로 나가면 양각산 들머리

수통대교 까지는 4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참조해서 수통대교 건너서 사당 옆 공터에 차를 주차하다.

일부러 만날 시간을 정한 건 아닌데 동터오는 새벽과의 조우는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어슴프레하던 날은 등산화를 갈아 신고 여장을 다 꾸리고 나자 후렛쉬 없이도 물상의

식별이 가능할 만큼 밝아졌다.

 

 

양각산 가는 길

초행이니 일단은 양각팬션 앞으로 난 포장 임도 길을 따르기로 하다.

혼자라서 적적하다고?

청명한 새벽 공기를 마시고 가는 길에는 늘 기대와 설레임이 함깨 따라 나선다..

GPX 파일을 받아 오긴 했는데 아예 들머리가 잘 못 되었는지 등로를 벗어 났다는 경고

메시지를 계속 발현하다가 제풀에 조용해진다.

그랴 !

넌 가만히 있어도 된다. 내가 알아서 할 끼구먼… “

 

중간에 갈림길이 있긴 한데 양각산은 좌측방향이다.

포장임도는 거의 산등성이 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곳이 개인 소유의 산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깊은 곳 까지 산을 훼손하고

콘크리트를 포장해 놓았으니 금산의 오지란 말이 무색하다.…

멀리 떨어진 외딴 민가의 개가 인적을 기막히게 알아 채고 우렁찬 목청으로 새벽의

적막을 뒤 흔든다.

늘상 빈둥거리다 할 일이 생긴 반가움 때문인지 내가 멀어져가는 데도 녀석은 오랫

동안 짖어 댔다.

계속 떠들면 확~ 고추장 발라 버릴껴!”

 

 

오지의 깊은 산길에 대한 기대가 실망감을 안겨 줄 즈음 임도는 능선 안부에서 반대쪽

으로 넘어 가고 양쪽으로 갈림길이 분기된다.

산새를 보아하니 여기가 선답자가 말하는 양각산과 한바위로 갈려 나가는 분기점인 모양이다.

좌측 산길로 접어들어 진행하는데 일정한 거리마다 소박한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길을

잘못들 염려는 없다.

 

맑은 아침 길에는 인적도 없고 새들조차 날지 않는다.

또 다른 능선에서 나무 숲 사이로 떠 오르는 태양을 맞았다.

정상 아래 전망 바위에서 바라 본 산세가 범상치 않다.

 

~~  그 위가 바로 양각산

임도에서 분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양각산 정상은 너무 싱겁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정도면 50% 부족인데….

마눌이나 델구오면 왔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오기에는 너무 약한 길…...

허약하다. 오지 양각산 !.

 

 

그래도 아직은 속단하기는 이르다.

건너편 능선의 한바위 길이 남아 있으니….

 

눈부신 태양 빛이 쏟아지는 고원의 용골마루

일찍 도착해서 시간도 많이 남아 도니 그동안 새해 인사 답신을 보내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와 덕담을 보냈다.

양각산 정산의 풍경사진 한 장도 끼워서….

 

 

내려 오는 길에 선답자가 얘기하던 능선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 했다.

어짜피 내가 차를 주차해 놓은 사당 쪽으로 내려가더라도 임도를 따르면한 바위 길이 멀지

않기에 내친 김에 역방향 개척산행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겨울철이라 가지를 털어낸 나무 숲이 능선의 모습을 훤히 드러내니 길을 잃을 위험도 없다

 

하산 길 표지판에 직진으로 봉우리를 넘어가는 산길은 희미한 흔적만 남아 있어 길을 모습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잡목으로 길이 막힌 게 아닌 걸 보면 누군가는 이 길을

이용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산길의 호젓함에 취해 유유자적 흘러가는 길에 전화 기가가 울었다.

조사장 이다.”

 

어제 양성산 산책을 하고 오늘도 몸이 근질근질하긴 한데 미세먼지가 많아 방콕 중이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설 쇠러  강화에도 가지 않은 모양이다.

 

이런 좋은 날에 하릴 없이 방콕하는 건 신성 모독

내 삶에 대한 만행이자 무막지한 테러다.

 

혼자 미답의 산길을 빠대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조사장은 또 오지에서 사고나 실종이

한 걱정이다.

ㅎㅎ 이런 오지 산행의 믿을 만한 동행은 결국 나 밖에 없는 거다.

사실 그게 제일 편하다.

 

비등 하산 길도 한 시간 남짓이면 족하다

길도 희미하고 인적도 없지만 그 고요하고 황홀한 고독이 온통 내 차지이니

임도를 따라 길을 되짚어 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길이다.

 

날 머리는 바로 내 차를 주차해 놓은 상당 코 앞이다.

내려 온 곳은 다시 역으로 진입로가 될 터이니 훗날을 위한 개척 산행은 대 성공이다.

 

바쁘다 바뻐 !”

성공적인 개척산행 이었고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다시 발길을 돌려 임도를 따라 갈림길까지 리바이벌 하다.

보물찾기처럼 한 바위 가는 길을 찾아 내야지

임도 우측 산 길을 오르자 마자 헬기장

등로는 선답자의 설명과 맞아 떨어 진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보고 감각으로 찾아가는 길이다.

능선을 따라 진행하며 봉우리를 몇 개 넘었다.

등로는 제법 뚜렷하긴 하지만 산세의 흐름으로 보아 금강변에서 너무 멀어지니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한바위 길을 놓친 게 내심 아쉽긴 해도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길의 끝이 어디까지

이어지나 보자는 심산으로 계속 진행했는데

돌보지 않아 훼손된 무덤 두 기와 그 우측 방향으로 나부끼는 표지기가 보인다.

선답자가 설명한 그 모습 그대로의 산 길….

~ 이 길이 맞는 개벼..”

이렇게 멀리까지 둘러서 한 바위가 있는 아래 능선으로 연결될지는 짐작도 못했다.

 

한바위로 오르는 벼랑 길에서 햇빛은 활짝 웃고

로프가 달린 벼랑 길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부처손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사진을 염두에 둔 찍사들이 왜 한 바위부터 오르고 나서 양각산 정상에 서라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내 비밀의 정원으로 낙점해도 될 만한 보기드문 빼어난 절경인데

강렬해진 태양 빛이 정면 머리위에서 쏟아지니 역광이라 제대론 된 풍경을 담기가 어렵다.

이젠 한바위와 양각산 정상을 연결하는 산 길이 머리 속에 뚜렷이 그려지니

다음 번에는 오늘 하산길을 따라 새벽에 한 바위에 올라 멋진 금강의 풍경을 담고

양각산으로 이동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내가 싫어하는 포장 임도는 걷지 않아도 된다.

인적이 없는 오지 길을 따라 훌륭한 원점회귀 실크로드가 완성되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혼자 마음껏 금강의 절경을 감상했다.

무릉이 어디메뇨?

신선이 따로 있더냐?

마음에 가득 기쁨이 차오르는 여기가 무릉도원이고 그 기쁨 위에 걸터앉은 내가 신선이지…..

 

날씨는 봄날처럼 화창해서 햇빛 아래서는 너무 더워서 작은 나무 그늘아래

간이 의자를 내어 놓고 홀로 성찬을 즐긴다.

같은 음식 맛이 이렇게 다르거늘

음식을 타박하고 입맛을 탓하는 건 새장에 갇힌 탓이지 음식 탓도 입맛 탓도 아니로세….

한 잔의 술이 빠져도 뭐 그리 서운할 것도 없다.

 

 

제사 음식인 전과 산적을 한 팩 가득 싸 왔는데 거의 다 먹고

분위기 짱 죽이는 전원 까페에서 후식으로 맛 깔 나는 커피까지 여유롭게 한잔 마셨다.

드리고 바위에 기대어 몽롱한 봄날을 미리 즐기다.

 

바위에 앉아 시 한수 읇는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현시   

 


대주* (술잔을 앞에 놓고)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운들 무엇하리
부싯돌 번쩍하듯
찰나에 사는 몸
부귀빈천  주어진대로
즐겁거늘
입 벌려  웃지않는 자는
바보로다.

.

하산 길은 일사천리였다.

약간 방향이 어긋나 산 길을 한 바퀴 돌았지만 30~40분 이면 하산이 족한 길이다.

덕분에 한바위로 연결되는 주변 산세와 길이 훤히 눈에 들어왔다.

 

실크 루트는 양각산 팬션 위 갈림길에서 우측 길을 따라 한 바위에 오르고 그곳에서 고도를

높여가며 능선을 따라 임도 갈림길 까지 진행한다..

그리고 임도 맞은 편 산길로 들어서면 적재 적소에 설치 된 작은 이정표들이 양각산 가는

길을 잘 인도 할 것이다.

양각산 정상에서 고독하고 유장한 금산의 산세에 젖고 잠시 길을 되짚다가 갈림길에서

계곡 하산 길을 버리고 흘러가는 능선을 따라 가다 보면 출발지로 내려서게 될 것이다.

다만 동행과 같이 갈 때는 여름은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희미한 길에 덤불이 막아 서면 이래저래 고생도 많이 하고 길을 찾기도 쉽지 않을 터이니…..

 

 

하산 후 한적한 적벽강을 홀로 거닐다가 귀로에 오르다.

그 곳에서 한 바위가 곧 바로 올려다 보인다.

언제 시간이 되면 적벽강에서 한바위로 직접 오르는 길을 개척해 보아야겠다.

아침  620분 경에 시작하여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니 6시간 이상 산길을

빠댄 날이다.

그래서 멀리 떠나지 못한 아쉬움은 머리를 풀고 봄날 같은 겨울 하늘로 훨훨 날라가고

뿌듯한 여행길의 들뜬 기쁨은 흥얼거리는 콧노래에 실어 그 파동과 여운을 먼 우주까지

날려 보냈다..

 

 

산 행 일 : 2021213일 토요일

산 행 지 : 금산 양각산

산행코스 : 수통대교 건너 사당 양각산팬션-임도- 양각산정상 –469-삼각점-사당-임도고개-

441-445한바위-양각산팬션 사당

소요시간 : 4시간 30분 예상

   : 봄날 같이 화창함

   : 나 홀로

 

 

 

 

 

 

향후 구성 루트

사당 양각산 팬션 갈림길 우측 한바위 - 445-441- 임도고개 양각산정상-469-삼각점

-      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