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먼저 만나는 곳
삼천포 섬 수우도를 계획했는데
배편이 줄어둘어 당일 나들이가 불가능하다.
구례에 가기로 했다 ·
굳이 산을 타지 않아도 구례의 봄을 만나는 데는 하루 가지고 부족하다 ··
봄이 오는 들판에 서면 통절해진다 ·
마음껏 누릴 나의 봄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
영고성쇠와 생로병사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비켜갈 수 없는 운명이고
삶 따라 같이 흘러 드는 대 자연의 섭리이거늘.
제 살점 하나 제 정신 한 올씩 떼어 세상 사는 사는 삯으로 내어 주다가
“오거라” 하면
육신은 훌훌 벗어 강물에 던지고 정신 줄은 바람에 훨훨 날려 보내고
구천의 강을 건너야 하는 거
모진 인연과, 질긴 욕심과 아쉬운 미련도 훌훌 털어야 하는 거
오늘도 변함없이 잘 살고 있지만
가야 할 그 시간은 알 수도 없고
우린 끊임 없이 세월의 바람에 풍화되고 마모되는 중이다.
축제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근데 봄이 저렇게 춤추며 걸어와도
마음이 동하지 않거나
몸이 따라 주지 않으면 파티는 끝났다고 봐야지.
그 짧은 봄을 방해하는 건
또 얼마나 많은가 ?
코로나에
황사에
애경사에
늘 우리가 입버릇 만드는 실체없는 공사다망에 …..
그려 이 속도로 가면 공사다망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네……
소로가 그랬지 .
“봄과 아침에 공명하지 않으면 우리의 젊은 날은 이미 지나간 것이다. “
봄에도 엉덩이가 들썩이지 많고
눈부신 들판을 걷고 싶지 않다면 인자 늙어가는 것이여
그래도 봄이 오는 들판은 걸어야 도시에서 메마른 가슴이 물기를 머금고
피어나는 대지의 기운을 받아야 또 씩씩하게 잘 살아갈 수 있지
좋은 친구들과 7년전 에 걸었던 지리산 둘레길
구룡폭포 환종주 구간을 걷고 산수유 마을과 몇 군데 명소를 돌아보기로 했다 ·
자동차 기름이 별로 없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잊어먹고 휴게소를 지나치다 보니 기름이 간당거린다 ‥
ㅎ ㅓ ㄹ~
호남고속도로에서 조금 더 가면 휴게소가 있는데 완주분기점에서 남원 순천 쪽으로
접어들다보니 관촌휴게소가 표시되는데 내 기억에 미심쩍은 구석이 있어 .. .
뒷골이 땡기는 상태에서 최대한 저속으로 기름 소모를 줄이며 도착했는데
아뿔사 예상대로 거긴 임시 휴게소라 편의점하나와 화장실 밖에 없다..
·
급유등을 벌써 들어왔고 계기는 0 아래로 떨어졌다
남은 주행거리는 19km
나가야하는 오수 ic는 21 km남았고 그 이전 임실 lc를 나가도 주유소 까지 얼마 걸릴지
몰라 보험사에 비상 급유를 요청하다
덕분에 한시간 가량 허비하고 12시가 다되어 지리산 둘레길 시작점 주천 안내센터에 도착했다 ··
점심 때가 되었으니 잔치국수 한 그릇씩 먹고 출발하다 ··
지리산 둘레길은 2013년 내가 귀연 화장을 맡을 때 야심차게 진행 했던 프로젝트 였다 ··
첫 출정의 날 순 백의 흰눈이 대지를 하얗게 덮어 흡사 동화속의 나라로 들어가는
설레임으로 그 길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
그 후 귀연의 지리산 둘레길은 가슴 따뜻한 수많은 추억과 의미심장한 울림을 남긴 채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던 것이다.
대전 산악회 최초로 지리산 둘레길 완주의 쾌거를 기록하면서….
엊그제 같은 그 세월이 벌써 8년이다.
그 다음해 좋은친구들과 그 구간 과 연계된 구룡폭포 순환코스를 다시 걸었었다 ·
구룡폭포 가는 길
버스정류장 옆길 천변을 따라 진행하는데
둘레길 이정표가 워낙 잘되어 있어 길을 놓칠 염려가 없다 ·
기억에 남아 있는 1구간은 가장 둘레길 다운 모습을 한 편안한 길과
솔 숲길이 인상적인 길이다.·
하늘은 드맑고 미세 먼지도 깨끗한 청명한 날이다 ‥
한국의 허파 지리산의 상쾌한 공기와 감미로운 봄의 향기가
기분을 절로 좋게하는 날 ·
참 다행이다 ··
또다시 훌쩍 우리 결을 지나갈
봄날의 산수유와 그 향기를 잃지 않았으니 ···
그리고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화창한 봄날
봄이 오는 남도의 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갈을 수 있으니···
마눌은 폭포 말고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
허기시 엊그제 같은 그 날 위로 7년의 세월이 퇴적되었다.
서어나무 쉼터 개미정자를 따라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태양빛이 강렬해져서 좀 두꺼운 산행복장 때문에 땀이 나기 시작 했는데
숲 속으로 들어서자 서늘해지고 미세먼지도 없는 상쾌한 지리산의 공기가
코끝을 뻥 뚫어 준다.
사랑의 약속 연리목도 더 건강하고
지리산 소나무는 더 푸른데
아직은 아니라고 강변해도
우린 인자 세윌에 조금씩 늙어가고 낡아 가는 거여 ··
그래서 더 아까운 세월이고 놓치지 않고 누려야할 이름다운 봄날이지 ··
구롱정을 지나 구롱사와 구룡폭포 갈림길 계단에는
출입통제를 알리는 경고문에 밧줄과 테이프가 어지럽게 쳐져 있다·
사이를 비집고 조금 내려가서 확인하니 철계단이고 나무 옥책 이고 모두 파손되어
길이 끊어져 있다. ·
그 계곡의 낙차외 깊이를 알고 있고
지난 여름 장장 10여일 이상 비가 온 걸 알고 있으니
계곡의 상태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
아직까지 손쓰지 못하는 걸 보면 폭우의 상처가 생각보다 심각한 거다 ·
그 황폐한 모습을 보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고
나 혼자라면 상관 없는데 마눌을 데리고 가기는 좀 위험할 것 같은데
무단출입시 과태료 부과의 대자보마저 바람 길에 펄럭이고 있다.
들레길 주천센터에 전화하니 아까 만났던 아자씨가 전화를 받는데
그곳은 관리공단 소관이라고 지리산 지역분소 전화를 알러준다 ·
지리산 지역분소 지킴이님 전화 받자 마자 하시는 말씀
“ 지난 여름 수해로 완전 파손되어서 길이 다 끊어지고
낙석의 워험이 있어 절대 그 길로 내려가시면 안됩니다.!”
그럼 난 주천에 차를 두고 왔는데 오똑하냐구요 ?
“다시 돌아가는 게 제일 좋습니다.!”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지킴이한테 볼멘 소리를 해도
그건 사실 내 사정이다.
그 분은 매뉴얼대로 얘기하는 것 일 뿐
다시 온 길을 되 돌아가는 건 엄두가 나지 않고 리바이벌은 내 스탈이 아니라서
앞 쪽으로 난 소로길을 물으니 그건 둘레길 측 소관이라고
헐~~
이 분들 참 핑퐁이 심허네!
무엇을 탓하랴?
그들이 발로 뛰어야할 공무원도 아니고
그 일이 그들의 관리범위를 벗어나 있는데다 그 일대에 살지 않으니 걸어 본 적이 없으면
소로길을 모르는 것도 당연한데 난 시방 왜 괜히 심통이 나는 겨?.
내 앞으로 나 있는 소로 길은 지리산 둘레길 소관도 아니고
국립공원 관리공단 소관도 아니다.
지금 그건 무릉객 소관이다.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우짤것이여?”
방향과 느낌으로 보아 주천으로 연결된 길 같긴 한데 ….
계속 지킴이를 물고 늘어지며 소로 길의 동의를 강요하는 무릉객!
그리고 계속 치고 들어오는 내 질문에 곤혹스러하는 우리의 지킴이
“정말 확실히는 모르겠고요
주천으로 연결되는 길은 맞는건 같은데
온 길 되돌아 가는 게 제일 안전하고 좋을 것 같아요.
계곡은 절대 내려가시면 안되구요.”
그렇지 않아도 벌금형에 계곡행의 전의는 상실했는데 재차 쐐기를 박아 버리니
뾰족한 수가 없다..
“계곡행을 그냥 강행하다가 사고나면 옴팡 내 책임이 되는 거여 …….”
나는 알았다고 대답하고 가지않은 소로 길을 잡는데
모처럼 지리산 힐링에 만족해 하던 마눌의 표정은 굳어지고 근심의 먹구름이
잔뜩 몰려 든다.
마눌 : “지리산이 워디라고 길도 모르면서 산속으로 들어가냐고요 ?”
나: 여긴 지리산이 아니라 지리산 자락이여 ··
내 계산은 그랬다.
적당히 길을 따라 가다 계곡으로 치고 내려가는 거다
초반부 계곡 낙차가 크니 중간 정도로 내러서면 그래도 길은 갈 만할 것이다.
근데 얼마 가지 않다가 길이 두 갈래로 갈라 진다.
얼핏 보니 계곡 쪽 길은 급하게 하강하는 길인데 길의 흔적이 희미한데다
수해의 흔적또한 역력하다.
개다가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비등이라 낙차도 크고 훼손이 심해
더 위험할 것 같아 우측 산 길을 따르기로 했다.
근데 길이 선 허리를 따라 가는 게 아니라 계속 오름길로 이어진다.
계곡에서 점점 멀어 지고 있다.
마눌은 길을 잃으면 낭패니 위험해도 그냥 구룡 폭포 쪽 길로 내려가자고 하고….
나는 계속 “못 먹어도 고!”를 외쳤다.
오랜 산행 감각으로 보면 주천 쪽으로 연결되는 길이 맞을 것 같다.
혹여 주천 길에서 벗어난다 해도 길은 어딘가 아래 마을 쪽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설령 그 곳이 엉뚱한 곳이라도 마을사람들에게 콜택시를 불러 달라면 된다.
한 참을 진행하다 보니 주변 소나무의 모습이 낯 익은 충경이다.
흐미 ~~ 여기가 거그여!
그 길은 우리가 지나 왔던 둘레길의 중간으로 연결되었다.
사랑나무가 있던 그 쪽
그래도 고집을 부려서 포장도로를 걸어 되돌아 가는 수모(?)를 면하고 새로운
실크로드를 개척했다.
오랜 시간을 산에서 보냈던 경험과 숱한 날 자연이 일깨워 준 탁월한 감각 덕분이다.
오늘의 해프닝으로 나중에 다시 오면 보수된 구룡폭포 환종주 시간을 단축헤서
구레의 산수유와 명승지를 돌아볼 시간이 좀더 여유로워 질 것이다..
그리고 이건 정말 사실이다..
이젠 무릉객이 그 일대 지리는 둘레길 지킴이나 국공보다 더 잘 안다.
몇 군데 돌아 볼 곳을 염두에 두고 왔지만 고속도로에서 지체하고, 구룡폭포로
회군으로 안한 시간 소요가 많았던 탓에 일정이 여유가 별로 없다.
다른 곳들은 생략하고 산수유군락지만 돌아 보기로 했다.
시목이 있는 계척 마을
그리고 산수유 마을로 유명한 상위마을과 반곡마을
그나마 카메라의 눈이 었어서 저물어가는 시간에도 산수유가 지천인 구례의
낭만적인 황혼을 누리고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우리는 캄캄해진 연후에야 지리산 온천 부근에 있는 산하가든에서 능이버섯 전골로
늦은 식사를 하고 귀향이 길을 잡았다..
낯선 여행길에 이정도 일정과, 이정도 맛이면 대 성공이다.
전라도에서는 굳이 식당을 고르려 애쓸 필요가 없다.
왠만한 식당이 다 기본은 한다.
전라도에서 음식 맛을 내지 못하는 식당은 점빵문 닫아야 한다.
그냥 대충 사람이 많은 집으로 들어가면 ok이다.
경상도나 강원도는 좀 알아 보고 가는 게 좋다.
가급적 깨끗한 곳으로 들어가고
전라도 비하면 그 맛이 천지 차이라 솜씨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음식들을 시키는 게 상책이다.
그래도 거한 운동 후의 배고픔 있고 늘 비장의 입맛은 갖고 다니니
무얼 먹은 들 맛이 없을 리 있겠는가?
게다가 미세먼지 하나 없는 이런 멋진 봄날의 여행이었는데…..
2021년 3월 13일 토요일
구례 관광 명소
산수유 마을
계척 마을, 상위마을, 반곡마을, 현천마을
절 기타 명소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사성암
운조루, 예술인 마을
자연경관 명소
천개의 향나무 숲, 섬진강 대나무 숲 , 산수유 자연휴양림 ,수락폭포
지리산 둘레길 시작 : https://m.blog.daum.net/goslow/17939860?category=635572
지리산 둘레길 끝 : https://m.blog.daum.net/goslow/17940123?category=635572
친구들과 구례여행 : https://m.blog.daum.net/goslow/17939899?category=635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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