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 같이 아까운 봄날에 전국비란다·
음··!
그렿지않아도 차 떼고 포떼면 남이나지 않는 짧은 봄날도
네다바이 치시겠다는 거지 ?·
그랴도 봄비 긋는 날궃이도 재미가 쏠쏠 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알지
비 오는날 멀리 떠나기는 그렇고 모처럼 엄하사와
근교산 우중산행 한 번 하고 술한잔 칠까 했는데
비오면 위험해서 산 안 탄다고 선을 긋는다 ··
그려 우산 쓰고 산길을 걷는 낭만을 아는 친구란 그리 많지 않고
비오는 날 우산 쓰고 까지 산을 탈 친구는 많지 않겠지 ‥
그럴 수 밖에 없는 드글드글햐 내 욕심 ! ·
그냥 비오는 날 하루쯤은 포기하고 친구와 술이나 한잔 쳐야 하는데 ··
선술집 유리창을 긋는 빗물을 바라보며 삼겹살을 구어대면서 …·
··
산 중독이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먹는 삼겹살은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
내심 더 바랬는지도 모른다 ·
봄비와 함께 가슴 축축한 진한 고독을 느낄 수 있는 혼자 만의 우중산행을 … ···
금요일에 조사장 전화가 왔다 ·
이러저런 이야기로 잡다한 화제를 올리지만 결론은 토요일엔 모하냐는 거
그냥 특별한 계획은 없고 4시간 반 정도 우산 쓰고 근교 산길이라도 걸을 생각이라고 했다. ·
안전지킴이 조사장은 절대 우중산행은 안할 사람이란 걸 익히 알고 있기에
앞뒤 안 재고 생각없이 한 말 인데 ··
근데 갑자기 조사장이 훅 치고 들어 왔다. .
같이 속리산에 가자구… ··
헐~~
이건 시방 무신 상항이여?
조강쇠가 제 1닉네임이면 조속리는 제 2 닉네임이다 ·
조사장이 가장 사랑한다는 산! . 가도 가도 안 질린다는 산 !
근데 나는 사실 속리에 물렸다
계룡이 안방이라면 속리는 건너방이라 너무 많이 가서
방 안에 무슨 그림이 걸려 있고 가재도구가 뭐가 있는지 훤히 다 알고 있는 터라 ……
나는 속리산을 쌩으로 먹고,데쳐먹고,구워멱고, 뽂아 먹고 국까지 끓여 먹었다 ··
그 넖은 속리의 영역을 야지리 빠대고 댕겼다 ··
백두대간에 백대명산에 , 충북 알프스에 ,우복동천 까지 ···
어디 그것 뿐이랴?
지난여름 화양 선유 계곡 산행을 필두로
묘봉 상학봉 추억·산행에
8년만의 가령ㅡ낙영 ㅡ 도명 환종주 까지
이쯤 되면
속리 산신령님이 건방 떤다고 하겠지만 무릉객 또한 속리신선 아녀?··
속리는 눈감고도 훤하고
법주사 쪽으로 올라가 청왕봉 쪽으로 돌아 내려오는 정규 코스는
잘 차려진 음식이긴 한데 간이 심심해서 별로 입맛이 동하지 않는 다는 거
“내일 비가 온다는 디유 ? “
조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안전맨이라
비의 위세를 빌려 완곡하게 거부의 의사를 전달하는데 조사장 왈 ···
“비는 오후 2시경 부터 올 것이니 그 전에 산행을 마칠 수 있습니다. ·”·
띠웅! ! 조사장이 무신 신내림이라도 받은겨?
전국적인 비라메?
전국 구 비면 아침부터 오는거 아녔어??
게다가 나의 약속 없음을 확인한 조사장의 이어지는 한마디가 쐐기를 박는다..
중간에 혹시 비가오면 경업대로 내려오겠지만 안 그러면
“문장대 신선대 찍고 석문지나서 상고암 으로 하산하면 됩니다.
비가· 오기 전에 일찍 하산을 마무리하고 맛있는 것 먹고 빗속을 드라이브해서
컴백홈하면 문제될 게 없지요 !.”…
난 나름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반론을 준비하다가 마지막 “맛 있는 것 먹고 !”라는 말에
꽁지를 내리고 말았다.
난 그 맛 있는 유혹에 넘어가 모처럼 계획한 황홀한 고독을 선뜻 내어 준 것이다.
오후에 비가 안 오는 걸 알았으면 좀더 그럴듯한 홀산 계획을 세울 수도 있었겠지만.
흐린 봄날에 속리산 리바이벌하고 친구와 식사 한 번 해도 좋지 않은가 ? ··
사실 조사장과의 동행은 여로모로 좋은 점도 많다.
새벽에 나대는 동색의 스타일인데다가 교통편, 먹는 것 모두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내 페이스에 맞는 제법 뻐근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사실 오후에 오는 비라도 멀리 가기는 어렵고 또 산악회 후배와 술 약속이 있으니
다음날 약속을 강제하지 않으면 새벽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
하여간 조사장과는 새벽 5시 30분 문의 도화리 조사장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
술은 대전에서 별능선과 학교가자외 함께 맥즈 2잔에 소주 한병 반쯤 마셨다.·
이 친구들은 아직 돈버는 선배 베꺼 먹을 줄도 모른다 ·
중간에 화장실 간다던 학교가자가 계산을 다 하고 들어왔다 ··
집에서 자고 4시 10분에 기상했다 ·
아침 똥누고
뜨거운 물 끓이고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출발해서 조사장집에는 5시 37분에
도착했다 ··
6시 20분 속리산 베이스 캠프에 도착 여장을 수습하고 6시 15분 경 속리의 가슴으로 출발하다 ·
잔뜩 흐린 날
목에 감기는 싸늘한 냉기는 예상을 넘어서 흡사 겨울처럼 몸을 웅크리게 한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가는 속리 베이스 캠프 ·
겨우내 애지중지했던 목도리와 방한모도 벗어 던지고
어짜피 벗을 자켓까지 미리 벗었는데 추워와 한기가 제법 오래 까지 따라왔다 ·
속세에서 멀리 떨어진 신선하고 청명한 공기
어제 오랫 만에 마신 술과 충분히 자지 못해 좀 무거운 머리 워로 불어가는
날선 차가운 바람의 냉기가 온 몸을 파고 들고 또 막힌 코를 뻥 뚫어 주는 통에
정신이 번쩍나고 걸으면서 기분이 점점 더 좋아졌다 ·
인적 없는 새벽 길은 호젓하다 ·
흐린 새벽 사이로 작은 손을 흔드는 봄의 새싹들과 몽우리진 꽃들이 반가운
비오기 전 속리의 아침···
야자나무 융단이 깔린 세조길을 마치 세조처럼 거침없이 걸었다 ··
세심정과 복천암을 지나 중간정도 올랐을 때
츄리닝에 레깅스를 입은 건강미 넘치는 40대쯤 보이는 중년 아줌마 둘이
바람처럼 내려와 우리 곁을 지난다 ··
인사를 주고받긴 했는데 마치 평지 산책을 하는 듯한 경쾌한 몸놀림이 눈길을 끈다..·
휜칠한 키에 운동선수 같은 몸매, 그리고 건강미 넘치는 탱탱한 허벅지 ··
근데 물 한 병 들지 않는 비무장이다 ·
문장대에서 내려오는 듯 한데 그 거친 길을 리듬을 타듯 가볍게 미끄러져 내러간다 ··
헐 ··
초절정 고수들이네 ‥
속리사랑 조사장이 신선대 쥔장한데 귀동냥한 바에 따르면 문장대와 천왕봉만 1000번
2000번 오른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내가 늘 속리산 지킴이라고 놀리지만 자기는 이빨도 안났다고··
한우물을 파야 물이 나올 확률이 높겠지만
도 닦는 것도 아니고 똑 같은 산을 계속 오르는 건 정말 재미 없을 것 같은데… ·‥.
사람들 성향이란 그렇게 다 가지가지고 결국 제 리듬과 장단에 맞춰 살아가는 거지
늘 그렇듯이 내 앞에서 산행하는 조사장을 뒤에서 따라 갔다 ··
오히려 산타기 좋은 날씨고 요즘 명봉산 자락에서 틈틈히 운동한 터라 ··
가파른 길이 그리 힘들지는 않다 ··
조용한 속리의 새벽 풍경을 카며라에 담으면서도 일정거리를 유지했고
까딱 고개에서는 3명의 선답자도 추월했다 ··
무휴등정이다 ·
조사장 따라 한번도 쉬지 않고 문장대 까지 올랐다 ·
둘다 이 정도면 아직 짱짱한겨 ? ··
그렇게 정상에 도착 했는데
웬걸 비는 무신 비 !
비 대신 햇님이 구름사이로 능청 맞은 웃음으로 반긴다..
ㅎㅎ
속리 산신령님 그래도 모처럼 온 무릉객이 반가우신 모양
문장대
기다리던 조사장과 논스톱으로 문장대에 올랐는데 악명 높은 문장대의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가드 레일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추풍 낙엽처럼 속리 계곡으로
날려 갔을 것이다.
또 여기 섰다 .
여기서 해돋이를 본 게 몇 번이고
세속에서 놓여 난 이곳의 날 바람에 복잡한 세상의 미망과 욕심을 날린 게 또 몇 번인가?
내가 흘린 땀 방울의 의미는 메아리처럼 기쁨으로 내게 다시 돌아 오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소리는 아직 허공을 맴돌고 있는 이 곳.
이 장한 바람 맛이야 말로 진정한 살 맛이 아닌가?
인생 후반부 우리가 매기는 가치의 기준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가가 아니라
얼마나 자유롭고,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는가?
얼마나 높은 곳 까지 올라 갔는 가가 아니라 ?
거기서 내려온 지금도 사는 게 재미 있는가?
남들 눈에 보이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지금 내 영혼이 줌추고 노래하고 있는가?
그 차갑고도 후련한 바람은 그랴도 봄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조사장과는 늘 새벽 산행이라 함께 찍은 사진이 없는데 오늘 따라 뒤 따라 오른 산님이 있어
몸을 가누기 힘든 바람 속에서도 기념촬영을 했다.
속리 신령님 바람을 시켜 카메라 가방과 카메라 덮개를 나꿔 채 가셨다..
“헐~~ 모하실려구?”
다 떨어졌으니 하나 사라시는 거지
속리산 산상의 기념품가게나 음식점은 모두 철거 될거라는데 신선대 휴게소는 계속 유지될 듯 하다.
오늘 같이 차가운 날은 산꾼들이 들러 몸을 녹이고 뜨거운 차 한잔 마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쉼터다..
신선대에서 속리를 오가는 절세 신공들에 관한 무용담을 다시 들었고
아까 지나친 고강한 무공의 여전사들 역시 일대에 명성이 자자한 고수들이었다..
우리는 아늑하고 편안한 가운데 다리쉼을 하면서 가져간 간식과 뜨거운 당귀차 한잔을 마시고
하산이 길을 잡았다.
컵라면도 팔긴 하지만 내려가서 맛 있는 거 먹어야지….
신선대를 거쳐 능선을 크게 돌아 내릴 때 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야음과 우천을 틈탄 과감한 기습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주차한 위치로 돌아와 식당으로 이동하려는 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헐 ~~ 완죤 컴퓨터 산행이네…
조사장은 치밀한 준비와 분석에 의거한 과학산행의 개가 임을 역설한다.
어쨌든 비가 예정된 날이 속리산행은 제법 뻐근한 운동량과 함께 6시간여 산행을 가볍게(?)
마무리 했다.
조사장은 속리 관광지역 일대에는 먹을 만한 곳이 없다고 골프친구들과 자주 간다는 규모 있는
음식점으로 안내 했다.
봄비가 추실거리는 가운데 피어나는 봄 꽃에 둘러쌓인 멋드러진 음식점의 분위기도 그렇거니와
거친 산행 후의 배고픔이 몰아대는 불을 안 가리는 걸인의 입맛이 있으니 한잔의 반주와
맛깔스런 능이 버섯전골은 입에 쩍쩍 다라 붙었다.
전광석화 지나 가는 봄에 어울리는 전격 기습 산행은 그렇게 대미의 화룡점정을 찍었던 것이다.
산 행 일 : 2021년 3월 27일 토요일
산 행 지 : 속리산 일원
산행코스 : 매표소-세심정-문장대-신선대 – 석문-상고암-세심정-주차장
산행시간 : 약 6시간
날 씨 : 흐리고 1시부터 비
동 행 : 조사장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의 남덕유 (0) | 2021.06.10 |
---|---|
패밀리 차박 공지 (0) | 2021.06.04 |
봄이 오는 고원길 (흰대미산-양각산-수도산) (0) | 2021.03.12 |
미륵산 - 역사의 향기를 따라가는 힐링 산행 (0) | 2021.03.05 |
호남의 그림 같은 산 - 오봉산 (0) | 2021.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