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집
집은 낡아 가고있다 ·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과 함께 살았던 그 집
동네마다 아이들 놀고 떠드는 소리 시끄럽고
구슬치기와 딱지치기에 내 손은 트고 갈라져 성할 날이 없었던 내 어린시절
정원 대보름이면 쥐불놀이하느라 판자 뜯어내는 아이들 지키느라 놀지도 못해
투덜거리고
문밖을 나서면 맑은 물이 흘러 내리던 개천에서 물고기 잡고 멱 감으며 그렇게
하루종일 놀다가 돌아와 다시 동생들하고 놀던...
비좁고 불편했지만 너무 아늑했고
춥고 배고팠던 그날들은 그렇게 따뜻한
가난했지만 행복을 소복히 쌓아두고 살았던 나의 집.
우리의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그 집이 이젠 많이 낡아서 사람들이 살려하지 않는다 ‥
그냥 허물기도 아깝고
사람이 살지 않은 폐가로 방치하기도 아쉽다..
2년치 월세가 다 수리비로 들어가니
세 들어온다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고치는게 경제논리에 맞지 않지만
들어오는 사람이 있건 없건 그냥 고쳐 놓고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다.
·
11시쯤 되니 비가 추실거리고 빗방울은 점점 거세진다 ·
참 황당한 봄이다 ··
코로나가 수그러들 기미도 없고
미세먼지 펄펄 날리더니
2주 연속 주말 비
그리고 다음주부터는 2주 연속 빼먹을 수 없는 친구 아들,딸 결혼식 ··
ㅎㅎ
이쯤 되면 2021년 봄은 다 날라 간 거지
사월 셋째 주에 가족나들이 하고 넷째 주에 사량도 가는 날은
아름다운 봄날이 될까?
머지 않아
콧김 퍽퍽 내 뿜으며 여름 머슴아가 들이닥칠 것이다.
지금의 추세 만으로도
2021년 봄은 수십년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간 봄 중 가장 짧고
감동 없는 최악의 봄으로 기록될 듯싶다.
귀하신 봄
몇 번 씩 통발을 넣어도 만나기 힘든 봄 처녀….
오긴 왔지라 !
근데 뭔일 있는감?
진뜩 찌푸리고 주딩이는 댓발 나와가지고 서리 ….
오기 바쁘게 엉덩짝 들썩이며 떠날 궁리나 하는데..
봄바람이라도 난겨?
코로나에라도 걸린겨?.
이라다 4월의 봄 마저 도매금으로 넘어가면?
만물이 생동하는 오월?
아서라 오월은 이제 계절의여왕이 이니라 여름의 시녀일듯 ··
오월의꽃 라이락도 4월초에 다 피어버리고 ··
메너골드나 금계국, 해바라기 같이 여름 꽃이 필 무렵 이라네 ….
옛정을 생각해 잠깐 들여다 보고 손님처럼 떠나는 그녀
이젠 머잖아 우리 기쁜 젊은 날의 추억마저 까맣게 잊게 되겠군
그 봄을 잊고 살기엔 아직 젊은 나이라
양단간 결론을 내야지
이젠 마음에서 그녀를 그냥 떠내 보내던지
아니면 쫒아가 치맛자락을 붙들고 늘어지던지….
하지만 슬퍼하지 말기를 ··
사랑은 움직이는 거구 쟁취하는 거라네
그녀를 온전히 잃는 슬픔을 감당하기 어렵거든
오지 않는 그녀를 기다리지 말고 찾아 나서야지
이월에 남해의 섬으로 가고
삼윌에는 남도의 들판에서 그녀를 만나고
4월에는 춘천과 강릉 호반을 함께 거닐고
5월에는 덕유와 소백의 산정에서 함께 추억과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거야 ..·
그라다 코로나가 사라지면
그녀를 만나러 중국에도 가고
미국에도 가고 남미에도 가는 거지‥
봄비는 세월의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떠나간 겨울여자의 슬픈 눈물 ··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아름다운 시절의 흐느낌
바람이 흩날리는 꽃 비 사이로 그녀가 떠나 면 너무 오래 그녀의 뒷모습을 기억해야될 것 같아
우린 빗줄기가 굵어지는 계족산 황토 길로 그녀를 만나러 갔다.
여름 비 같이 지가 내리는 길 위에는 인적이 드물고
언제가 절정이었는지도 모르게 벚꽃들은 꽃잎을 반 이상 떨구고
길은 축축히 젖어 들고 있었다.
원래를 다음 주가 피크일거라 예상하고 성박사 딸래미 결혼식에 들렀다가
꽃구경 가려 던차 지난 주 용운동 가로수가 만개해서 이번주가 절정이라 생각했는데
앞뒤 안 돌아 보고 내달리는 봄은 그렇게 빠르더니 이제 우리의 생각마저 추월해
저만치 앞서 간다..
우산을 쓰고 계족산성에 올랐다가 임도삼거리 아래 길로 내려섰다.
반쯤 잎새를 떨군 나무들이 비에 젖는 처연한 모습을 바라보며 황토길을 휘돌아 출발점으로
돌아 오다.
인적없는 산길에서 빗소리와 우리 둘의 발소리로 마음도 차분히 젖어 들었다.
비에 축축히 젖어가는 대지의 모습도 서글픈 뒷모습으로 이별을 고하는 봄의 모습도
살아 가면서 자꾸 잃어 버리고 싶지 않는 참으로 소중한 것들이다.
오늘 비를 맞은 나무와 풀은 내일 더 싱싱하고
비아 함께 생명을 머금는 대지의 기운을 받아낸 우린 비 맞은 풀처럼 시푸루둥둥해 질 것이다.
봄을 기다리지 않고 쫒아가는 우린
우린 세월에 늙어 가지만 마음은 쉽게 늙어가지 않을 것이다.
대전의 맛집 여수 아구찜에서 대구뽈테기탕 한 그릇 비우고 느즈막히 돌아 오다.
4월 3일 토요일 계족산 우중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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