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타사
가리산을 내려오니 시간 약속이 두시간 반이나 남았다.
여그가 홍천이라 갈 만한데라고는 홍천 은행나무 숲인데
거꾸로 80km를 내려가야 한다
헐~ 가는데만 1시간 30분
철 지난 바닷가처럼 쓸쓸하면서도 감미로운 고독
일부러 맞추기도 힘든데
길 바닥에 은행잎이 뒹구는 황량한 은행 숲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다.
궁하면 통한다고 휴양림을 벗어나 큰 도로로 가는데 마을 어귀에 홍천군 관광지도판이
보인다.
헐~ 누군가 우리 때문에 세워 놓기라도 한 것처럼 홍천의 명소가 일목요연하다..
가까운 공작산의 수타사가 눈에 들어 온다.
공작산도 홍천의 대표산이고 가보지 않은 절이지만 그 이름은 익히 들어 봤다.
“그려 시간도 남으니 절 구경이나 하고 가세…”
난 여행중 절에 들르는 걸 좋아 한다.
전국의 유명 사찰은 거의 다 가보았을 거다.
지리산 대표 절을 차로 둘러 보는데도 꼬박 하루가 걸리는데 정말 마음 가벼워지고
고요해지는 힐링 여행이다.
실상사, 천은사,화엄사, 쌍계사 벽송사 등등…
음정마을에서 시작하면 6시간쯤 걸려 도를 닦는 스님들이 은거하는 지리산 깊은 곳의
7암자를 만날 수 있고
노고단에서 화엄사로 내려가는 길에는 세속에서 놓여 난 맑은 암자 9개가 있는데 금지
구역의 비등을 따라 둘러 보는데 7시간은 족히 걸린다.
대한민국의 웬만한 절은 다 풍수지리의 명당이다.
그 절에 들면 정말로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해 짐을 느낀다.
나는 정말 산에는 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산에서 비박을 하면 으레껏 술 한잔 치는데 그 자연 속의 하룻밤 낭만과 감미로운 고독이
부추키는 술 맛은 그 결이 남다르다.
그래서 어둠 속에 등을 켜고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술이 물인 듯 넘어가 평소보다
과음을 하게 되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면 이상하리 만치 온 몸이 거뜬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산 친구들도 다 그렇다고 동의한다.
정말로 마음이 저절로 고요해지고 정갈해지는 명당의 기운을 명징하게 느꼈던 절은 영주의 부석
사와 오대산 상대암과 적멸보궁 , 봉화의 청량사와 승주의 선암사가 대표적이다.
난 지금도 그 남다른 느낌을 기억한다.
몇 주전 마눌과 같이 갔던 마이산 고금당에서도 그 명당의 기운을 느꼈다.
수타사는 고즈녁하고 소박한 절이었다.
시골 집에 온 절의 아늑한 기운이 몸을 감싸 마음이 편안 해졌다.
아무튼 오늘은 횡재한 날이다.
예정 없이 우연히 오른 가리산의 새벽 산기와 태양의 기를 받고
시간의 막간을 이용해 잠시 들른 수타사에서 부처님의 자비와 평화를 만났다.
봉황문을 거쳐 들어가는데 빛바랜 단풍인 듯 홍화루의 고색 창연한 단청이 참 인상적이다.
다소 싸늘한 한낱 눈부시 햇빛이 쏟아지는 양지바를 툇마루는 오늘 내가 누린 불국이고
이승의 극락이었다.
오랫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오래 앉아 있고 싶었는데 고요한 그 시간이 또 빨리 흘러
일어서야 했다..
원통보전과 지장전에서 삼배를 올렸다.
불교를 믿지 않아도 늘 우리를 위해 치성을 드리는 어머님을 생각해서 절에 가면 부처님께
절을 하는데 자꾸 하다 보니 사이비 신도도 불심이 살아나고 조금은 도에 가까이 가는
느낌이 든다.
오늘 행복한 여행길을 감사드리고 마음 속 미망과 번뇌를 거두셔서 늘 기쁨 속에 살 수
있기를 빌었다.
수타산이 있는 공작산도 꽤 유명한 산에 속하고 수타산 인근에는 생태공원도 있고 산소길
이라는 둘레길도 조성이 되어 있어서 볼거리와 돌아볼 곳이 많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여러모로 호젓하고 고즈녁한 홍천의 산수를 하루종일 누려도 좋겠다.
인제 자작나무 숲
강원도는 다 좋은데 불만중의 하나는 음식 맛이 너무 없다는 거
그랴도 문막에 그런대로 괜찮은 삼겹살집과 순대국밥집, 추어탕 집은 알고 있다.
예전에 이기자 부대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왔던 그 집에서 동생들과 만났다.
위치는 좋은데 음식 맛은 별 특징 없이 그렇고 그런데…
근데 강원도는 다른 곳도 거의 마찬가지다.
우리 형제들은 그래도 강력한 애피타이트를 갖고 댕겨서 별 맛없는 음식도 맛있다고
떠들어 대면서 먹는다.
그러니 식당주인들도 좋아할 수 밖에….
난 간을 보느라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동생들과 매제들은 막국수와 비빔밥을 시켰다.
그리고 공통음식 파전
난 음식을 한 젓가락씩 먹어보고 맛 있는게 있으면 늦게 오는 동생과 함께 먹고 그렇지
않으면 패싱이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게 파전과 막국수는 맛이 별로 였다.
음식 중에 비빔밥과 도토리묵은 별로 조리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재료만 싱싱하고 참기름만 적당히 넣으면 웬만하면 맛이 괜찮다.
막국수와 파전은 들어가는 재료와 배합비 그리고 음식 솜씨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동생들은 좋아라 잘 먹지만 이 정도면 굶주렸다가 삼겹살 맛 있게 먹는 게 낫다.
희수부가 좀 늦게 와서 비빔밥과 도토리묵 한나 더 시키고 나는 땡
그래도 제일 맛 있는 것은 곰취 막걸리
시원한 곰취막걸리와 옥수수 막걸리 네 잔이나 들이키고 막국수 몇 젓가락 그리고 남긴
파전을 안주로 먹다 보니 애초 예상과 다르게 잡다한 것으로 가득한 내 배가 빵실하다.
엊그제 같은데 여기 온지도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나?
친구는 부인을 바꾸었고 내 퇴직 기념 여행길에 포항까지 따라왔던 김천 영수는 애들
잘 키워 시집 장가 다 보내고 공무원 연금 받아 살만해지니 덜컥 병에 걸려 외부 출입도
못하고 있다.
세월은 이래저래 어깃장을 마이 놓는다.
코로나 때문에 칩거하던 노땅들은 오히려 코로나 위험은 더 위중해 졌는데 정부가 거리
두기 완화 하자 모임이 봇물 터지고 돌아보아야 할 세상의 길이 많은데 오미크론이란
새로운 넘이 또 나타나 그렇지 않아도 짧은 인생의 안 다리를 잡고 늘어진다.
돈은 있으되 쓸 데가 없다.
마음은 있으되 발이 묶이니 갈 수가 없다.
칩거가 버릇이 되면 마음도 앉아서 늙어 버려 떠날 수 있는 날이 와도 가슴이 울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국내에서라도 열심히 돌아 댕겨야지
코로나가 떼로 못 다니게 하면 둘이 댕기거나 혼자 댕기더라도…..
우야튼 나는 좋네
일만하다 해외 산도 못 가고 좋은 시절 다 흘러가면 또 일을 하네 마네 갈등이 생길텐데
코로나가 내 역마살을 잠재워 아무 생각없이 문막에서 도를 닦고 강원도 수문장으로 살아감을
만족케하고 있으니…..
.
추석 명절 휴양림 회동 후에 형제들은 다시 모여 코에 강원도 바람을 불어 넣고
즐겁게 자작나무 숲을 산책했다.
우리는 해가 서산으로 뉘엇뉘엇 넘어갈 때쯤 즐거운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이동했다.
오색그린야드 콘도에서
한 번도 가 본 사람이 없어서 호텔이믄 준비해 간 음식물 취사 못할까바 걱정하고
또 도착한 주차장이 공장 우범지대 같아 더 걱정 했는데
콘도는 호텔 옆에 따로 있고 우리는 미로찾기 하듯 어렵게 방을 찾아 입실하고 보니
여기가 멋진 신세계네….
오색그린 야드
오색 그린야드 콘도 짱이여
도패밀리 적성에 딱 맞는 …
일단 거실 무지 넓고 방 세개에 중앙난방 빵빵하고 이불도 충분
옥에 티라면 화장실 하나
강적 테리부가 있으니 옥에 티가 아니라 옥에 기스라고 할 수 있지만
서로서로 조절을 잘해가며 슬기롭게 대체하면 될 일…
넓고 깨끗한 거실에서 연기 피우고 고기를 굽자니 영 걱스러웠는데
당국자 방에 몇 명이 들어가던 안에서 불쑈를 하던 생쑈를 하던 아무 관심없음
게다가 삼겹살 구이 신무기가 등장하여 연기도 최소화~~
얼리어답터 연우부의 잔머리…….
삼위일체
준비해 온 삼겹살 고기질도 좋고
각자 준비해 온 장비도 훌륭하고
적당한 운동에 강력한 패밀리 에피타이트로 때 아닌 벼메뚜기들의 급습으로
오색그린벌은 완전 비상사태…
아침에 끓여먹을 김치 찌게용 삼겹살도 남기지 않고 5근의 삼겹살을 아작내다.
3kg
인당 평균 400g 씩 먹고 200그램으로 김치찌개를 끓인다는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 뿐인가?
라면 4개 끼리 먹고 귤 한 박스도 다 먹어 치웠다.
이쯤 되면 인간 불가사리들 …
콘도 접시 까지 안 씹어 먹은 게 다행이여….
그리고 피해갈 수 없는 패밀리 혈투
오늘 가리산과 태양의 기를 듬뿍 받은 나나 태형네가 판을 싹쓰리 할 줄 알았는데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에도 연우부가 판을 휩쓸다.
반짝 사그러 지는 운빨이 아니라 요즘 성적이 너무 좋아!
수입이 없다고 작심하고 전문서적을 탐독해서 생활비 챙기는 건지
금사라기 집 두 채 접수한 운빨이 계속 뻣치고 있는 건지….
이쯤되면 공짜로 콘도를 제공하는 건 고의적인 하우스 오픈의 저의가 아난가?
변함없이 큰소리 팡팡 희수부가 계속되는 굴욕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전과 다르게 저조한 은비부는 패밀리 배틀대금 수금으로 간신히 방까이 …
그리고 동해의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
20121년 11월 27일
'도패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 도패밀리 춘계 야유회 - 1일차 적벽강 차박 (0) | 2022.04.25 |
---|---|
도패밀리 오색모임 3일차 - 하조대,정동진 (0) | 2021.12.10 |
도패밀리 오색모임 1일차 - 소금산 "나오라쇼" (0) | 2021.12.09 |
패밀리 차박 (0) | 2021.06.10 |
도패밀리 21 춘계 야유회 (0) | 2021.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