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슬픔에 관하여 ….
우리 삶에는 기쁨 뿐이 아니라 한 줌의 슬픔과 눈물 또한 필요하다.
그 서러움의 바다에 잠겨보아야 비로소 행복과 기쁨의 가치를 알게 된다.
어머님 댁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친숙한 아침프로 그램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오랫동안 잊었던 눈물이….
모정의 뱃길
1956년 이야기다 .
여수 앞바다 외딴섬 가장도에 사는 박승이 여사(당시 35세)는 자신의 딸을 여수에 있는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6년간 하루도 빠짐 없이 노를 저어 학교에 보냈다.
파도가 잔잔한 날은 1시간
파도가 거센 날은 1간 30분 노를 저어 딸을 등교 시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시부모와
시할부모를 봉양하며 살림을 하고 밭일을 하다가 다시 딸을 데리러 갔다.
딸은 선착장에서 또 한 시간을 걸어 학교에 갔다.
뱃길 3만 3천리
그리고 6년 후 딸 정숙현을 졸업시키며 장한 어머니 상을 받은 여수 남초등학교 졸업식
장은 눈물의 바다가 되었다고 했다.
거기 바다를 넘어 넘실거리던 또 하나의 감동의 바다가 있었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파도가 거센 날에는 딸은 기절을 하고 배는 표류를 하며 낯선 해변으로
밀려간 적도 많이 있었다고 회상하는 딸은 어머니를 떠 올리며 목이 메었다.
그렇게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속에서 공부한 딸은 어머니의 바램 대로 교사와 되었고
어머니는 딸이 주는 용돈을 아껴 노년을 불우한 이웃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사시다가
그렇게 훌쩍 떠나 가셨다.
그 딸은 이제 76세가 되었고
교직에서 은퇴한 지금도 아머님의 생을 회상하며 노인들을 위해 극장을 빌려 수년 째
노래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 시절 교복을 입고 모정의 노래를 부른다.
무대 위에서 평소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불러달라고 하셨던 그 그 노래를 부르면서
어머니를 생각하고 자신도 어머님의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어루만진다.
그 어머니의 그 딸이다.
교복을 입고 노래하는 76세의 할머니가 여전히 아름다웠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그녀의 눈물이 나의 눈물을 물러내고 그 녀의 마음이 나의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이 메마를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잃어가는 것이 이렇게 축축한 눈물과 감동이 아닐까?
나는 어머니와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며 소리 나지 않는 눈물을 흘렸다.
내 어머니도 그런 삶을 사셨고
내겐 가슴 깨는 슬픔이 아니라 조용히 북바치는 슬픔을 참는 이 시간의 감동이 참으로 소중하다..
나 역시 그렇게 곁에 없는 어머님을 생각하며 눈물이 흘릴 날이 멀지 않았구나.
2021년 1월 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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