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산행을 셋째주 토요일로 확정했는데 항삭이 딸래미 청첩장이 날라왔다.
아무리 엄중한 코로나 시국이라도 항식이 딸래미 결혼시키는 데 가서 축하해 주어야지…
조사장에게 일정변경을 요청하는데 한 주 앞당겨 둘째 주로 변경하자고 한다.
그 주 약속이 없는 터라 흔쾌히 동의 했는데 갑자기 그 날 산을 타고 망년회를 하잖다.
허걱~~! 웬 역주행?
산행 끝내고 뒤풀이로 술 한잔 치면 될일이지 굳이 시대의 흐름에 안맞게 망년회라는 구석기
시대의 언어를 쓸 필요가 있나?
말인즉슨 전원 레스또랑으로의 동부인 초대 !
코로나 시국이 여전히 엄중하고 한 해 무탈하고 건강한 산행을 이어 갔으니 집에서 맘 편히
술 한잔 치자는 것….
뜻은 고맙지만 조사장 부인의 건강상태는 내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의아해 하는데 그래도
요즘은 상태가 많이 좋아 졌단다.
그렇게 쉽게 차도가 있을 상황이 아닐텐데 무리하는 가 싶어서 그냥 밖에서 같이 만나면
어떠냐고 하니 큰 준비 할 건 없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는 말이 돌아 온다.
우린 어짜피 강력한 에피타이트를 장착하고 있고 빡센 산행하고 나면 맛 있지 않은 음식이
무에게 있냐고…
집사람들 끼리 점심 때 만나 같이 수육이나 준비 하면 그게 바로 진수성찬이 아니겠냐고?
조사장 부인과는 건강이 그래도 괜찮았던 시절 단양 콘도에 묵으면서 같이 여행을 하고
식사를 몇 번 하기도 했지만 5년 전쯤부터 건강이 악화되고 나서는 거의 만나지 못했다.
제천과 단양방면 산행 할 때면 조사장 집에서 합류하여 출정을 하곤 했는데 출발할 때나
돌아 올 때 한 번도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 만큼 상황이 위중했는데 그래도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니 다행이다.
우야튼 좋은 일 아닌가?
1몀 12번 빡센 산행으로 삶에 변화와 모혐을 바람을 몰고 오고 각 지역의 특산 음식이나
같이 좋아하는 보신용 음식을 두루두루 섭렵하면서 삶의 활기를 불어 넣었으니….
그래서 우리는 갈수록 의미심장 해져가는 또 하나의 나이테를 긋고 더 멋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에게 모험과 스릴 가득한 세상을 펼쳐주고 조용히 저물어 가는 2021년을 자축하기로
한 것이다.
근데 내 12월 둘째주 스케줄은 완전 탑 클라스 연예인 수준인데 괜찮을까 몰라 .
이 엄중해지는 코로나 시기에 ……
목요일은 후배가 문막와서 술 한잔 치고 하루 잔다고 하고
금요일은 WOLF (우성의 좋은 옛 친구들)가 거리두기 완화로 2년 만에 저녁식사하기로 한 날
Woosung old lovely friend
근데 그 것도 나 땜시 금요일로 잡은 날
토요일은 조사장과 빡센 7시간 산행에 두주불사 뒤풀이
일요일 점심은 전인회 송년회
전인회도 나 땜시 일요일 날짜를 조정한 거구 일부 연기 주장이 있었지만 회원들의 표결에
붙여 진행을 확정한 날
D-2 DAY 2021년 12월 9일 목요일
근데 일이 좀 꼬였다
점심 때 정부장이 업무차 문막에 왔고 수육에 막국수를 먹었는데 맛이 별로 였다.
맛은 옛날과 같은데 으실한 몸살기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
정부장이 돌아가고 배가 살살 아프고 더부룩하더니 머리까지 지끈 거렸다.
통상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찬 바람 한 번 쐬고 볼일 보고 나면 만사가 오케이 인데 그 날은
별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혹시 코로나 증상 아니여?
저녁에 후배가 왔다
다른 때 같으면 허기가 막 동할 텐데 상태가 그러니 딱히 먹고 싶은 게 없다.
내일은 유성데서 돼지고기 덧살구이에 소주 한 잔
모레는 조사장과 빡센 산행 그리고 두주불사 대주
일요일은 염소탕집에서 수육과 전골로 낯 술…
어쩔것이여
빈틈없는 어마무시한 먹방 스케쥴이다.
…..
다른 때 같으면 정작 생일상과 잔칫상을 연거푸 받은 것과 진배 없는데
전례없이 소화기 계통에 고장증상이 나타나고 있으니 에정된 먹방이 부담스러진다.
헐 ~ 내 사전에 이런 날도 다 있구나 !
후배에게 삼겹살 빼고 먹고 싶은 것 말하라 했는데 술 한잔 치고 얘기나 나누면
족하지 아무거나 괜찮다고 해서 내장 뽂음을 먹자고 했다.
삼겹살 빼고 문막에서 제법 맛 있는 건 그 것 밖에 없다.
집에 차를 파킹하고 회포 길을 잡는데 가는 길 염소탕집이 있었다..
나도 거기 있는 줄 몰랐는데 후배가 염소탕집 간판을 보더니 그걸 먹으러 가잖다.
녀석 그래도 몸에 좋은 건 알아 가지고……
일요일 염소고기 약속이 있지만 그래도 우짜랴 ….
모처럼 만난 후배가 염소탕이 먹고 싶다는데…...
그렇게 술판은 벌어졌고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후배의 인생상담 얘기를 들어 주고 주절이 주절이 훈수를
두다 보니 소주 4병에 전골 2인분 그리고 수육 무침 까지 먹고 밥 까지 뽂아 먹었다.
4살이나 젊은 녀석이 나 보다 먹는 게 영 시원찮다..
소화 불량 상태인 나보다도…..
“ 무릉객 슬럼프를 회복하고 되살아 난겨?”
술 집에서 늦게 돌아와 내가 자는 잠 때를 놓치고 나서 좁은 방에서 녀석과 같이 자려니
그렇지 않아도 별로 좋지 않은 컨디션에, 안 좋은 속에 과식 까지 한 터라 많이 뒤척이다
잠들었다.
D-1 DAY 2021년 12월 10일 금요일
새벽에 속이 불편해서 깨어 났는데 화장실에서 설사를 좍좍 해댔다.
“흐미 단단히 고장난 모양일시….”
어제 점심에 먹은 음식이 잘 못 되었는데 술을 퍼붓고 기름진 음식을 마구 먹어 댔으니 상황이
안 좋아 진 거다.
속도 안 좋은데 머리도 지끈 거리고 무겁다.
다시 설핏 설잠을 들었다가 여섯시에 일어나 시금치 국을 끓여 후배와 같이 먹고 회사에
출근해서 잠시 이야기 나누다 보냈다.
내일 토요일은어머니께는 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시간이 되면 잠시 들르려
했는데 문막에서 일찍 출발했어도 고속도로가 많이 막혀 약속 시간 20분전에 wolf 모임에
겨우 도착했다.
내일이 조사장과 출정이고 어제 전작이 있어서 술은 자제하고 맥주만 두 잔 마셨다.
평상시 같지 않게 몸을 사리는 날 보고 다들 한 마디씩 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강쇠와
7시간 산행인데다 컨디션 까지 난조니 부담 스러울 수밖에… ….
근데 오랜 만에 맛보는 덧살이 또 움츠려든 미각을 자극해서 또 많이 먹었다.
먹성이야 어느 모임에서나 인구에 회자될 만한 주목의 대상이니 다 그려려니 하는데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나 웃고 떠들며 먹다 보니 컨디션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D-DAY 2021년 12월 11일 토요일
4시간도 채 자지 않고 출정에 계속되는 연회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금요일 저녁에 마눌이 카레를 해 놓았으니 새벽에 먹고 가라 했는데 입맛이 동하지 않아
뜨거운 물에 밥을 말아서 김치와 먹고 출정이다.
이틀 째 잠도 설치고 맥아리가 없는 컨디션 난조 속에 조강쇠와 함께가는 거친 여정이다..
오늘의 코스는 근교 황산벌 종주
금남정맥의 일부 구간
향적산 일부구간 말고는 근교의 미답 구간이다.
근교의 빡센 구간에 속한다.
어젠가 홀로 가던지 조사장과 가려 했던 곳인데 겨울철이고 망년회 까지 예정되어 있으니 오
늘이 길일인 셈이다.
대전 걷기 꾼들의 몇 년 전 종주 기록이 8시간 20분 이었다.
조강쇠하고는 7시간 정도면 될 듯한데 아마도 오늘은 힘든 산행이 될 듯 하다. …
도로에는 온통 안개다.
오늘은 전국적인 미세먼지 까지 심한 날이라 야외활동이 오히려 건강에 좋지 못할 수 있지만
그건 이론 일 뿐 몸과 마음이 느끼는 건강의 감도는 또 다른 법이다,
조사장과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가는 중에 계속해서 하품이나고 졸음이 밀려 왔다.
조사장과는 제대로 못 자고 출정한 날이 태반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오늘은 정말 여느
때와 다르게 몸 상태가 영 시원찮다.
청송약수에 도착해서 새벽공기를 머리가 좀 맑아 진다.
다행이 등로는 완만한 야산의 오름길이라 크게 무리가 되지 않았지만 가볍게 치고 나가는
조사장에 비해 발걸음이 다소 무거웠다.
그래도 몸살기가 있을까바 걱정했는데 쌀쌀한 새벽공기에도 그다지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속병이나 술병은 산행을 힘들게 하지마 빡센 산행을 한 번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자리를 찾아 간다.
5km 향적산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조사장은 날라 갈 거구 난 평소 페이스보다
밀릴 것이니 땀이 많은 조사장은 향적산 정상에서 제법 오래 추위에 떨어야 할 것이다.
알아서 하겠지….
향적산 가는 길은 나중에 마눌과 같이 와도 좋은 부드러운 길이었다.
중간에 가다가 능선으로 올라 붙어 정맥길 날등을 따라 향적산으로 가야 조망도 있고
길도 다이나믹한데 오늘 컨디션이 별로고 또 자욱한 안개로 시계도 조망도 없어서
그냥 좋은 길을 따라가게 냅싸 두었다.
일부러 얇은 가을 쉐터를 입고 자켓을 걸쳤는데 다행이 중간에 열기가 올라 땀이
차서 파카를 벗어 던졌다.
한결 가벼워지고 속도도 빨라지긴 했는데 옷이 얇으니 어깨가 시리다.
오늘은 날씨도 제법 쌀쌀하고 컨디션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니 좀 두꺼운 겨울쉐타가
좋을 뻔 했다.
하여간 조사장은 운해가 넘실거리는 그림 같은 향적봉 정상에서 오래 기다렸다.
대행이 정상에 바람은 불지 않아서 최악은 면했지만 움직임 없이 땀 찬 옷으로 받아내는
싸늘한 공기는 그 서슬이 예사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5키로 남짓 산행 거리를 20여분 가까이 기다렸다니 평상시 두 배 이상 긴 시간이고
그렇게 거칠지 않은 등로 임을 감안하면 좀 의아해 했을 법하다.
멋지다 ! 향적산..
사방에서 하얀 구름이 넘실거린다.
이런 날도 있다.
미세먼지에 흐린 날에 기대치 않은 날에 선계를 거니는 듯 몽환적인 풍경 속에 내가 떠 있다.
나는 사방을 휘돌아 가며 사진을 찍어 댔다.
그리고 주섬주섬 여장을 꾸리려는 조사장을 채근해서 기념촬영을 하고 뜨거운 물을 달래서
정상커피를 한 잔 마셨다.
조사장이야 식사하고 나서 마실 생각이지만 정상주는 못 마셔도 정상 커피는 한 잔 해야지.
청송약수에서 국사봉 까지가 5km
국사봉에서 황산성 까지가 8.7km
황산성에서 황산성 주차장을 연산향교 까지 거리를 2km 정도 잡으면 16km 정도 긴거리다.
이후 황산성 가는 불어가는 바람에 흩날리는 운무가 변화무쌍한 풍경을 열어주는 장성 길이었다.
컨디션은 조금씩 회복되어 갔다.
저녁 식사겸 주연을 일찍 벌일 것 같아서 조사장에게 11시쯤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시간 맞춰
가는 길에 전원 레스또랑을 오픈하라고 했는데
조사장은 너무 좋은 장소를 찾으려 한 나머지 한참을 더 진행하여 함지봉 못미쳐 12시가
넘어 비탈 길에 자리를 잡고 전투식량을 끓이고 있었다.
처음 시도하는 자체 발열 즉석 포장도시락 덮밥이다.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한 박스를 구입해서 집에서 테스트 시식하고 오늘 2개를 가져왔다고 했다.
먹는 물을 내 포장지 덮밥에 붓고 아무 물이나 외포장치 발열체에 붓고 지퍼를 닫은 다음
10분을 기다리면 뜨겨운 비빕밥이 완성
그 곳에 기름과 소스를 넣고 비벼 먹으면 된다.
내건 음식에 부은 물의 양이 좀 부족했고 발열 시간이 짧았던지 밥이 푹 익지는 않았다.
맛이 썩 좋은 건 아니지만 산상에서 버너없이 뜨거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산상 식탁에 부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다.
앞으로는 조사장이 점심까지 쏘게 생겼네….
우리는 느긋하게 산상만찬을 즐기고 황산성을 향해 진군을 게속 했다.
향적산에서 황산성으로 이어지는 8.7km 능선의 날등은 제법 길게 느껴졌다.
우리는 산행 통산 6시간을 넘겨 황산성 주차장에 내려섰다.
그곳에서 길이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아 연산택시 기사를 호출하고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데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뿔싸 길을 잘 못 들었다.
야기를 하면서도 선답자의 맵을 보면서 진행했고 중간에 트럭운전사에게 길도 물어보았는데
어느결에 지나친 것이다.
알바 약 1.5km
길을 되짚어 올라 오는데 택시기사가 벌써 연산향교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곧 가겠다고 하고 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빨리해서 선답자의 맵 갈림길 위치에 와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연산향교는 산비탈 아래 빤히 보이는데 길이 없다.
나중에 생각하니 선답자 역시 길을 찾지 못해 근거리 비탈로 치고 내려간 것이다.
우리는 아까 모퉁이의 트럭기사에게 길을 다시 물어 황산성 주차장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
을 따라 연산향교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찌뿌둥한 컨디션과 불편한 뱃속, 그리고 방전된 체력은 꽤 거친 산행 후에
다시 리셋되고 리프레쉬 되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산이 내게 주는 건 삶의 즐거움 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신탄진에서 사우나를 하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채 마눌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거친 산의 시장함과 송년의 들뜬 분위기로 우리는 막걸리와 맥주 소주를 섭렵하며 돼지고기
수육 만찬을 즐겼다.
오랜만의 부부회동과 수 많은 추억을 뒤로하고 이별을 고하는 즐거웠던 한해를 자축하면서 ….
탈이 난 몸 상황을 감안 조심하긴 했지만 남들 눈에는 전혀 자제하지 않는 것처럼
많이 먹고 마셨다.
아듀 2021
우린 새해에도 새로운 계획으로 멋진 인생 여행을 계속해 갈 것이다.
좋은 친구와 늘 가슴을 부풀게 했던 올해의 여정이 있어
멋지게 써내려 갈 2022년 새로운 모험의 역사가 기대된다.
산 행 일 : 2021년 12월 11일 토요일
산 행 지 : 황산벌 종주
산행코스 : 청송약수-장군봉-향적산(국사봉) –함지봉-깃대봉-황산성-연산향교
경유지별 시간
07:40 : 청송약수 출발
09:10 : 향적산
12:20 : 함지봉
12:50 : 황산성
14:00 : 연산향교
산행거리 : 16km
산행소요 : 6시간 20분 (약 20분 알바)
날 씨 : 흐리고 쌀쌀 , 미세먼지
동 행 : 조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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