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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좌구 굴욕

 

도시의 선수가 시골 깡패 한테 흠씬 뚜드려 맞은 날

 

겨울이잖아

조사장과 같이 가야할 한 달은 또 그렇게 빨리 돌아 왔구….

제대된 겨울산을 한번 갔다 오고 싶지만 겨울에는 안전에 극도로 민감한 조사장이라

그냥 위험하지 않은 근교산이 좋을 것 같아서

출정지를 고민하다가 좌구산을 낙점했어….

증평의 명산

아니 명산이라기보다 관광 증평을 위해 지자체가 야심차게 투자 하는 곳

조용한 숲속에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고 눈썰매장에 출렁다리 그리고 천문대 까지

위치 해 있는 곳

 

지난해 가을인가 마눌과 함께 등산 갔다가 그 멋진 산책로와 등산로에 매료되었던 곳

근데 그 휴양림을 싸고 휘도는 산세의 등산로가 7~8시간 짜리가 있어서

언젠가 한 번 꼭 가고자 했던 곳 인데  이번 겨울이 좋은 기회가 되었던 거지

 

어머니 댁에서 자고 5시에 일어나  곰국을 데워 먹고 조용히 주섬주섬 여장을 끓이는데
화장실 가려고 나오시다가 또 보신거야

조용히 갈려고 했는데

괜히 또 어머님 잠만 깨운 건 아닌지

 

조사장 집에서 630분에 만나 들머리 율리 휴양촌에 갈 때 까지는 좋았어

시골의 싸늘하면서도 시원한 아침 공기가 코를 확 뚫어 주었고 정신이 번쩍 나게 했지

 

방향은 잘 찾았는데 두런 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선답자의 트랙을 참조해 들머리를 잘못

잡은 걸 알고 다시 클릭 조정을 해서 그 위치에 도착했어

헐 근데 우짜 이런 일이….

도통 덤불이 우거져서 치고 올라갈 수가 없는 상태야..

이 트랙을 올려 놓은 선답자는  길도 없는 비탈을 치고 올라갔다는 건데 우리도 맷돼지 갈이

라도 있겠거니 해서 한참을 올라 갔는데 그 엄청난 경사로의 잡목과 가시덤불을 도저히

헤쳐 나갈 수가 없었어

선답자는 도데체 어느 비탈을 티고 올라 간거야?

 

할 수 없이 회군 !

식전 댓바람부터 스타일 구기는 무릉객…..

그리고 오늘 초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야생의 산길에 착잡한 조사장

지도를 보니 임도를 따라 가다가 등로와 접속하는 구간이 있어서 아까 좀 걸었던 임도를

따라서 한 참 걸어 위쪽 등산로에 접속했어

거리도 길어지고 내가 싫어하는 포장 임도길이라 별루였지만 이 길로 접속하는 게 정석이야

선답자는 완전 멧돼지 수준 이었어 .

조금 더 진행하면서 깨달은 건 여긴 제댜로된 등산로가 있는 게 아니라 꾼들이 어거지

로 환종주 길을 만들어 놓은 거

매니아들 말고는 찾는 일이 없으니 인적 없는 등로는 계속 무성해진 초목에 흔적이 희미해져서

길이라 할 수 없었어

선답자의 트랙을 켜지 않으면 길을 놓치기 일쑤였지

그래도 선답자 트렉으로 없어진 길도 잘 찾아 걸었어

 

다행스럽게 능선 위에서는  낙차는 줄어들고 등로는 조금 편해졌지….

어느 정도 산길의 형태가 잡히고 나자  손이 시리고 날씨가 추워서 자주 트랙을 꺼내보지 않았어

길은 외길이라 방심했던 거지

자작나무 숲을 지나 시야가 뚫리는데 큰 능선의 우리 좌측으로 휘돌아 가는 거야

아무래도 이상해서 트랙을 꺼내보니 아뿔사 우린 안평마을 쪽 지능선으로 열쓈히 치고 온거야

급격한 고도의 하강이 없어서 의심하지 않있지만 임도를 마주한 곳에서 지능선은 수명을 다해 아

래로 급격히 자즈러져 수명을 다하는 거야 

 

우린 할수 없이 봉천 마을로 내려섰고 그곳을 가로질러 다시 능선에 붙었는데 그 알바시간이 40

분쯤 되었던거 가터

 

해발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등산로

오름길이 계속되겟겠지만 동네산 이잖아  ….

느낌상  좌구산 정상은 얼마남지 않은 거 같았어

가다가 부부 산님을 만났지

좌구산을 물으니

여기서 꽤 멀어서 한참을 가야 한다구……

거리란게 원래 사람에 따라 대중이 없으니 그 분들에겐 먼 거리인가 보다 했지

 

정상등로에 접어들고서부터 길은 좋아졌지만 그 곳에서부터 좌구산 까지는 시종 오르막

정말 가도가도 끝이 없는 오르막 이야

봉우리를 몇 개 넘었는지도 몰라

이제 평지 능선이라고 생각한 봉우리에서 다서 솟구치는 봉우리….

알프스 넘어 또 알프스라고

원래 쳐 맞기 전에는 잘 몰라 

기습적으로 몇 대  맞고 나서 정신이 번쩍 나는 거지...

근데 정말 뭔일이래?

나이 탓에 내가 체력이 저하된 건지   

아니면 좌구산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원래 한가닥하는  산인지…..

아무튼 지난 번 반대편에서 치고 오를 때 하고는 완전 딴판이야

 

조강쇠는 앞서서 치고 나갔고 좌구산을 나타날 기미도 없고

배도 고파서 허기도 밀려오고….

우습게 본 좌구산이  무릉객을 아주 가짢게 내려다 보고 있었지

서울선수가 시골로 원정와서 끊임없는 잽과 잔 펀치를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마지막 레프트훅과 어퍼컷에 완죤 맛탱이기 갔어….

비틀거리리는 그로기 상태

개망신 당한 거지

좌구산 까지가 오늘 등로의 반도 안 되는 거리라 정상에서 점심 요기하고도 족히 4시간은 더 

타야 하는 상황

조사장이 표석 아래서 휴식하고 있는데 조사장도 좌구깡패의 이지메에 혼이 나간 상태

아직 반도 더 가야 하는 기막힌 상황설명을 했더니 오늘은 좌구산에서 하산하고 반대편

능선은 다음에 하자고 하네

 

헐~~ 건너편 올라야 하는 길이 다소 코 땡기기는 했지만 조사장이 그렇게 나올지는 몰랐지….

좌구산에서 내려가서 길을 따라 내려가도 2시간은 더 걸리겠지….

 

일단 우린 등짝에 들러 붙은 배를 채웠어

지난달 뜨거운 전투식량으로 중무장 했던 조사장은 딸랑 초코파이 2개만 가지고 왔어

새벽밥도 챙겨 먹었으니 동네 좌구산을 아주  우습게 본거지

 

사실 오늘같이 추운 날엔 전투식량도 무용지물이야

차가운 산길에서 뜨겁게  뎁히는데 20여분은 족히 소요되고 데피는데 필요한 물무게는

추가로 감당해야 하니…..

그래도 내가 시중호떡을 20개짜리를 사갔으니 다행이었지

우린 뜨거운 물과 호떡 10개에 초코파이 한 개 까지 깡그리 먹고 하산했어

좌구 깡패 혼내주려다가 탄창고 뒤로 끌려가서 먼지지 나게 뚜드려 맞고 코피 줄줄 난거야

그리고 찍소리 못하고 그냥  깨갱깨갱

꽁지 바짝 집어 넣고 말없이 꽁무니를 뺀거지…..

그것도 천문대 쪽 2.7km 산길 까지 유보한 채 지름길로……

다행히 택시는 부르지 않고 길을 따라 율리 휴양촌으로 갈 수 있었어

좌구산에서 두시간 가량 소요

우야튼 목표달성은 하지 못했지만 우린 에정대로 6시간 산을 탄 거야

 

패인 분석 ?

알바로 인한 체력 소모  그리고 속도조절 실패 와 휴식 없는 전진 

 

내려오면서 한쪽 옆구리가 서늘했어

이제 무릉객 시대는 저물어 가는가?

 

서울 선수 두 명이 시골로 원정 갔다가 눈탱이가 밤탱이되고 피 줄줄 흘리다가    

타올 던진 거지..

어디가서 말도 못하지

좌구링에서 졸라 얻어터지고 개쪽  팔구 돌아 왔다고…..

무릉할배 조심하라구 !”

 

방향을 잘못 잡았어

좌구정 방향 산길을 따라 시계반대방향으로 산을 탔어야 훨씬 수월 했는데……

초행길에 선답자 트랙만 믿었다가 큰 코를 다친 거구 …..

 

올 봄에는 나 혼자 가서 복수혈전 하고 와야지

내페이스대로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휴식하면서 

시간이 얼마가 걸리던 제대로 환종주 마무리 하겠어

오늘의 역방향 좌구정에서 천문대-좌구산을 역으로 휘돌아 내리는 코스로….

어이!  좌구 깡패 기다리라구…..

무릉객이 다시 갈 테니…….

그 때 제대로 한 판 붙어 보자구…..

 

                                                     2022115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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