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이 새조개를 먹으러 가잖다 ‥
바싸다드만
난 그 이름을 들어왔어도 먹어본 적이 없다 ·
예전에 양표가 남당리에오면 사준다고 했는데
무신 조개 얻어 먹으라꼬 홍성 까지 가누 했다‥
그 때 가야 했던거다 ··
근데 지칠줄 모르는 야생마의 체력으로 거친 세상을 누리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던 내가
한가롭게 바다에서 술 한잔 칠 시간이 어디 있었나 ?
제대로 산세상에 미쳐 있을 때인데
그렇게 이십년의 세월이 바람같이 흘렀던거다 ··
서해 바다에서 점접 귀해진 새조개는 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나는 세월에 광속으로 늙어가고 ·‥
그랴 이나이에 제철 특미를 굳이 못 먹을 일이 있능가 ?
그랴서 마눌한테
좋구레 !
그랴도 밥밦을 하고 머어야지 그냥 먹을 수 있나 ?
그 비싼거 먹어도 위장은 싹 비워내고
마음은 즐겁게 해서 더 맛있게 먹어야지 ·· 했다 ··
늙어도 입맛 인 떨어지면 살맛 나는 거다 ·
원래의 불가사리 먹성에
주린배와 그리고 어디 가도 추억이 살아나는 여행의 즐거움이 있는데
세상의 어떤 음식이 안 맛있고 배길소냐 ?
거기에 봄이 오는 길목이면 미식가들의 인구에 회자되는 새조개고
게다가 고슴도치와 거미까지 먹어본 내가 아직 먹어보지 않은 것이니 ··
모처럼 오서산이나 타고 갑세 !
오랫 옛날 좋친과는 부부동반 산행이었으니 마눌도 가긴 갔었다 ·
하여간 어제 9시 넘어 대전 도착하는 바람에 엄니한테도 못 가고 바로 집으로 갔다 ··
문막 출발 할 때 쯤 전화해보니 테리모와 테리가 벌써 어머니 댁에 도착했다 ·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고 가려다 마땅치 않아
지난번 산행길에 처음 들렸던 방일해장국에서 해장국 한 그릇 씩 먹고 출발했다‥
날씨가 좀 푹해 지더니 미세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
예전에 직원들 인솔해서 간 데를 휴양림으로 착각했다 ·
그러고 보니 대학 친구들도 데리고 갔었다 ··
좋은 친구들과는 구이방면 절에서 올랐는데 산세가 가팔라 여자들이 많이 힘들어 했었다.
회사 작원들과 간 데는 성연마을 이었다.··
휴양림이 오서산 촤단 등산로란 걸 알고 있었지만 성연리로 간다는 풍신이 돈 내는
휴양림으로 온 거다
잠시 홀망치는 바람에 졸지에 가지 않은 코스로 가게 되었다 ··
휴양림 매표소에서 브리핑을 받았다 ·
입장료 없구 주차비 3000원
정상까지 1시간 30분 소요
내려오는데 1시간 ‥
도합 2시간 30분
매표소 전 1키로도 넘는 공터에 주차하는 사람들도 있드만
그랴도 가격 헐하네··
대천에서 가까운 만수산 휴양림은 시설과 산책로가 좋아 친구들과 몇 번 묵었는데
오서산을 끼고있는 이 휴양림이야 말로 바다와 산을 함께 누리는 천하 명당일세 ···
가을에 코로나 잠잠해지면 리기자 친구들 몰고 대하 먹으러 함 와야 긋다·
매표소 아자씨가
정상 너머 내려오는 길은 잘 잦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통산 네번 째 오는데 별일이야 있것어 ?
혹여 길 잃으면 지난 식장산 안방산행에서처럼 마눌 안달복달 할턴테 ·
그람 피곤하쥐 …
오르는 중에 하산하는 산님을 만나 등로의 상태를 물었다 ··
눈은 정상부 능선에서 쌓인게 보이고 오름길에는 별로 없단다 ··
근데 정상부 바람은 장난이 아니고 안개가 자욱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다 ··
오서산의 명성이 능산부의 억새와 바다가 보이는 후련한 조망인데
일단 택일은 잘 못한 거다··
근데 또 어떠랴 ··
미세먼지 딸린 바닷 바람도 코를 뚫어 주고
아무리 자욱한 안개가 깔린다 해도 그 추억의 풍경들은 내 기억 속에서
더 맑은 채색으로 그려질텐데...
걷는 걸음마다 내가 걸어 놓은 젊은 날의 추억과 기쁨이 반색을 하고 버선발로 뛰어나올 턴데 ··
하여간 바위길을 따라 좀 올라가니 월정사가 선다
그냥 아담한 절
나무둥치에 달아맨 법문의 경구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
웓정사를 지나 등로는 넖어지고 가파른 경사를 따라 진행하다가 임도에 연결된다 ··
임도에서 4륜 구동은 월정사로 내려설 수 있다
제법거친 비탈길을 치고 올랐는데 그 거친 산중 절 한켠에 차가 있어 깜짝 놀랐다 ·
임도에서 부터 길은 본격적으로 가파라지는데
해가 간헐적으로 구름 속을 들락날락 하더니 갑지기 우리는 자욱한 안개 속으로 들어섰다 ··
완전표변한 날씨다 ·
가파른 등로는 질척 거리고 고도가 높아 지면서 날선 바람이 휘몰아 친다 ··
그래도 전망바위에서 불어가는 바람은 정말 후련했다·
안개가 바람에 걷히는 잠깐의 틈을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다보니 체온이 급강하 한다 ··
예전에는 약한 체력으로도 100대명산에 공룡능선 까지 탔었는데
오름길에서 마눌의 속도는 많이 느려졌다 ·
우환을 겪으면서 세월 속에 체력은 많이 약화되었다·
그래도 조사장 와이프에 비하면 양반이지 ·
힘들다고 주저 앉지 않으면 된다 ··
산을 내려오거나 걷기를 포기 하지 않으면 길은 있고 또 희망은 있다 ·
3~4시간 이라도 자연속에 소요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 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즐거움을 잃지 않고 남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다 ·
전망바위여서 정상은 그리 멀지 않았지만 등로는 가팔랐고
안개를 몰고다니는 거친바람은 시종 쇳소리·를 내며 따라 붙었다 ·
광란의 바람
우야튼 탑이 있는 능선에 서자 몸을 떠미는 바람이 진짜 장난이 이니다 ··
괜히 맞짱 뜨려다가 큰코 다칠 것 같아 부랴부랴 오리털 참바를 꺼내 입었다 ·
정상은 300미터 거리 !
일산에서 혼자 왔다는 씩씩한 아가씨 한테 사진 부탁해서 인증샷을 했다.·
ㅎㅎ 대단한 아가씨
좀 추워 보이는 가벼운 행장으로 혼자 여행의 멋을 누리는 그 표정과 어투에서
내 젊은 날의 기쁨과 행복이 묻어 닌다 ··
여자임에도
벌써 저 나이부터 모험심이 충만하니 앞으로 얼마나 즐거운 인생을 살아갈까 ?
정상에서 갈림길 가는 중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뜨거운 커피를 한잔 마시고
간단히 요기까지 하고 하산의 길을 잡는다 ·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 ?
내려가는 길은 완전 눈이 덮힌 빙판길
그리고 낙차는 가파르다·
일헐수가 ‥·
회군할까도 생각 했지만
능선의 어마무시한 바람을 다시 헤치고 가서 그 가파른 길로 다시 하산하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아서 *고우*를 외쳤는데 ...·
낙치는 크고 미끄러운 길을 끝날 기미가 없다.
마눌의 주늑든 공포와 후들거리는 다리로 당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헐~~ 괜히 차에다 아이젠 빼 놓구 와서 이게 무신 망신 이래?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지리라 생각한 눈은 길 위에서 끝없이 이어졌다
겁에 질린 마눌은 왼전 거북이 걸음을 저리 가라··
내가 지지대를 잡거나 중심을 잡고 내 발을 내어주면 그걸 버팀목으로
해서 내려오는 더딘 게걸음 행보를 계속했다·
이 추세라면 내려가서 점심을 먹는 게 아니라 저녁을 먹어야 할 판 !
근데 걱정했던 마눌은 멀쩡하고 마눌을 챙기다가 애꿏은 나만 공중부양 ···
누굴 탓하랴!
초짜 마눌이 놓고가도 될 것 같다는 통에 아이젠을 차에 놓고 온 다 내 잘 못이지 ·
우릴 추월해 내려가는 아자씨는
이 능선길 꽤 긴데 우짤라고 아이젠도 없이 왔슈 ··
오월까정은 갖고 댕겨야지 ··
하며 위로는 못할망정 겁을 잔뜩 주고는 쏜살같이 내려간다·
이쪽 등로가 북쪽사면을 바라보고 있어 유독 눈이 많았다 ··
등로 곳곳에 불규칙하게 눈이 많이 쌓인 것을 볼 때
바람 또한 엄청나게 부는 곳이다 ·
그래도 길은 조금씩 좋아졌고
이정표가 나타나면서 마늘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 갔다 ··
극강의 공포에 사로잡혀 시종 앓는 소리를 하는 마눌 때문에
정신이 사나웠던 산행이 었다
하지만 우수도 지났는데 언제 까지 눈 길이 계속 될 수 있으랴?
아랫 쪽 임도를 향해 남쪽으로 꺾이면서 눈은 시나브로 사라지고
등로는 편안해졌다 ·
2시간 30분 산행코스라던 휴양림 오서산을 우린 세시간 반이나 걸려 하산했고 ··
차가운 날씨에 심신의 소모가 많았던 탓에
제철 해물 새조개는 미각의 신세계를 열어 주었다. ·
멋진 오서산의 조망을 누리진 못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산행이었다 ··
2월 26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