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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봄길따라 물길따라 - 오대산 소금강

 

 

 

사람보다 산이 더 좋더라
그낭 넉넉해서 좋더라
아무말 안해도 답답해 안하고
어떤 말 해도 다들어주고

참 편안한 친구
그리고 속 깊은 친구
세상의 힘든 일 어려운 일 기쁜일 ᆞ슬픈일
모두 가슴에 담고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늘 그곳에서 날 기다리는 친구ᆞ

참 무던하고 좋은 친구
그 품이 넓어서 좋고
그 마음이 넉넉해서 좋고
그 얼굴이 늘 편안해서 난 좋으이 ᆞᆞ

단언컨데
평생지기면서 한번도 마음 상한 적이 없었고
한번도 삶의 고통과 슬픔에 관해 내게 말한 적이 없었지

다만 고통과 힘겨움으로
어떻게 희망을 노래하고

바람같은 자유로움과
구름같은 허허로움로
삶의 기쁨과 감동을 불러 내는 방법을 알려주었지

나의 친구여

좋은 날에야 누군들 희희낙락하지 하지 않겠냐만은

힘든 날이 오면 비로소 바보 같은 나를 알고

좋은 친구를 알아 본다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부끄러워 지는 그날

어리석은 원망과 쓸데없는 번민으로

속절없이 생각의 모래성만 쌓고 허물던 그 날

 

 

나의 불민함을 깨우치고
다시 고요함 속으로 돌아가는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친구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사랑이 내게서 떠나갈 거란

어리석은 생각을 지켜준 것 또한 자네 였군


덕분이네 ᆞ
힘든 시간들 속에서 내 마음이 한 뼘 더 넓어진 것도
내 나이들어도

아이의 호기심과 젎은이의 열정을 잃지 않은 것도
조급하지 않고 이젠 여유롭게 세월에 익어 갈 수 있는 것도





 

 

 

 

모처럼의 홀로산행이다 ᆞ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역설적으로 혼자 산행은 더 힘들어 진다,

가끔은 그리워 진다.

봄이면 어둠의 베일을 걷고 홀로 남으로 떠나던 그 시간들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 나만 데리고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던 그 감미로운 시간들이

 

빵과 우유를 사고
계란과 소세지를 부치고 나서
4
50분에 알람을 맞추고 설레임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5
시간 30분 정도 자고 나서 4시쯤되어 눈이 떠졌다ᆞ

곰국을 끓여 먹고 여장을 준비해서 출발하니 5 40
급할 게 없는 힐링산행이라 서두르지 않았더니 볼일보고 밥먹고,

여장을 준비 한데 1시간 이상이 걸린거다ᆞᆞ

초록의 5울 그리고 황금의 휴일
올해 어린이 날에는 오대산 소금강계곡의 신록이 보고 싶어졌다.

갈 때 마다 넋이 나갔던 소금강의 가을이라 소금강의 초록바다에 물드는 건 또

어떤 기분일까?

얼마나 더 머물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산세를 자랑하는 강원도에

기기 하니 추억에 길을 물어 가고 싶은 곳은 사실 무궁무진하다.


훗날 문막을 떠나면 쉽게 오지 못할 길이라 ᆞᆞ
혼자 허허롭게 만나러가는 소금강 봄놀이다.

15km 풀 종주

동행이 없는 초록바다에서 황홀한 고독과 함께 만날 그리움으로 마음이 먼저

설레이는 길


고속도로 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만났다 ᆞ
노인봉의 해돋이도 마다하고 떠나는 길
충분히 잠을 자고난 뒤의
여유로움으로 그 길을 걷고자 함이라 ᆞᆞ


노인봉에서 여장을 꾸리고 들머리로 들어서는데
근데 이기 무슨일이여 ?
5
15일 까지 산불통제기간 출입금지 ᆞᆞ
단단히 동여맨 출입문이다.

 

~~
그려 이맘 때쯤 국립 공원이면 늘 그렇기는 한데
다른 때와 달리 요즘 강원도의심각한 산불로 단속이 심할 거라
월담을 하긴 하는데 약간 코가 땡긴다..

그랴도 내가 뉘귀여?

무릉도원 출입허가증을 가진 무릉객 아닌가베?

 

국공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멀리 휘돌아 들어 갈텐데

아직 국공은 출근 전이라 날렵하게 목책을 넘어 방대를 놓는다.


근데 저 아래 멀리서 달려 오는 이 있다.

뉘기?
"
저 양반 국공 복장은 아닌디 관계자 가터"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 다소 쫄리는 마음으로 속도를 빨리하는데 ᆞᆞ

진고개 고산지대의 초록 평원이 펼쳐지고
넓은 그릉지대의 평화로움이 발길을 잡아챈다ᆞᆞ

이리저리 앵글을 맞취가며 사진을 찍는데 ᆞ

고요한 산의 적막을 흔들며 뒷덜미를 낚아채는 갑작스런 소리

"어디 까지 가세요 ?"

아이구 깜딱이야 !”ᆞᆞ

아까 멀리 주차장에서 달려오던 사람인데

진짜 바람같이 내달아 왔다ᆞᆞ
놀란 눈으로 뒤돌아 비라보는데 다행이 국공도 관계자도 아닌 나와 같은 산꾼이다 ᆞᆞ
인기척을 해야쥐 놀랐잖유!”


노인봉에 올랐다가 소금강 계곡으로 하산한다고 했더니
오대산과 소금강 모두 통제되어 단속이 심할 거란다 ᆞ
"
알지요 !."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니 이 친구 백두대간 객이다ᆞ
토끼띠 올해 60

이 친구도 장부상 노인인디 겁도읍네!”


오늘 진고개-대관령구간 25키로 종주 에정이라고 한다
멀리 에서 금밤 따라 잡은 거 보구
어째 예사롭지 않은 발재간이라 했다
대관령에서진고개 까지 30키로 윈점회귀는 전기자전거로 한단다 ᆞ
대관령에다 전기 자전거를 떨어뜨려 놓고 진고개로 온거라고ᆞ

무식헌 놈 !
이쯤되면 나 보다 한 술 더 뜨는 넘이다.

60에 원점회귀까지 스스로 해결하면서 단지 근육의 힘으로만

백두대간 뽀개기에 나선 정신 나간 넘

그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혔제?

짝짝짝! 철인 노땅에게 박수를!”

노인봉 삼거리까지 같은 길이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걸었다 ᆞ
같은 대간객이고
이야기 중 서로 공통점이 많아서 산에서 노는 것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행이 되고 속도의 타협이 이루어졌다 ᆞ

나는 산길에서 엮인 인연으로 천천히 걸으며 유유자적 하는

홀로산행의 낭만을 잠시 포기하기로 했다

그는 속도를 줄이고 나는 속도를 좀 늘여서
우린 그렇게 함께 빛나는 오대산의 봄 길을 걸었다ᆞ

우린 노인봉 삼거리에서 작별을 했다 ᆞᆞ
그 나이에 기특하지만 난 이제 백두대간에는 미련 없다.

왕복 종주 했고 아들과도 같이 걸었으니 ᆞᆞ
아니 내 젊은 날에도 미련 없다.

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으니…..

 

손바닥 만한 대한민국의 오지를 다 쑤석거리며 다니던 날들
아들과 백두대간
마눌과 백대명산
꿈같이 지나간 한 조각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ᆢ

노인봉 ᆞ
뻑하면 왔는데 마지막이 아들과 대간 길에서 였으니 벌써 6년 전이다 ᆞᆞ
남쪽과 북쪽의 산의 색깔은 왼전히 달랐다 ᆞᆞ


봄은 짧지만 여전히 길었다 ᆞ
4
월 첫주 월출산에서 피어나던 진달래는

이제 5월의 노인봉에서 피어나고 있다 ᆞ
5
월의 라일락이 4월이면 향기를 뿜어대는 성급한 봄이 여기서는 유유자적이다.

계곡 내림길에서는 연다래가 피어나고 철쭉이 꽃봉오리를 머금었다 ᆞᆞ

언초록의 신록은 꽃보다 아름답다더니 황홀한 숲길이다ᆞᆞ
거기다가 공단 측에서 나 말고는 모든 사람의 발길 까지 다 묶어 버렸으니

그 감칠맛나는 고독의 깊은 맛을 어디에 비할소냐?


가파른 하강 후에 물소리가 들려 왔고

나는 물보다 느리게 아무도 없는 그 길을 걸어 내렸다 ᆞ

15
키로에 이르는 긴 산행 거리이고 계곡은 10키로 정도지만
아침 일찍 출발했으니 시간에 구애 받을 필요도 없다 ᆞᆞ

오늘은 이곳이 무릉도원이고 신선의 땅이다 ᆞᆞ
나는 영혼의 자유를 누리며 아름다운 세상을 방황하는 무릉객이다.


계곡물과 새들은 나를 위해 노래하고
꽃들은 나를 위해 피고 그 향기를 날린다ᆞᆞ

임제 선사가 한 말이 떠 올랐다..

물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다.” 라는 그 말

이 멋진 봄 길을 걷는 것이 기적이고 감동이다

 

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건

나는 나를 사랑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사랑하고

내 가슴은 아직 뜨겁고 나의 두다리는 튼튼하다는 거 .


계곡의 아침은 눈부시게 푸르고 바람은 시원하다
마치 피어나는 대지의 기운이 내 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발길은 가볍고 가슴은 기쁨으로 차 올랐다 ᆞᆞ

수려한 계곡을 이모저모 뜯어 보며 내려가는데
얼마 내려가지 않아 어이없는 욕심과 객기가 발동한다ᆞ
피어나는 대지의 봄기운에 더해

한국 대표 청정 계곡의 아침 기운 까지 받고 싶다는 ᆞᆞ

그런 즉흥적인 충동으로 2월의 지리산 백무동계곡에서 알탕하다가
죽다 살았었고

눈부신 햇빛의 마법에 홀려 겁없이 안나푸르나 계곡에 뛰어들 뻔 했다.

가까스로 욕망을 자제하긴 했지만 아마 사람들의 눈이 없었고
우리 일행만 있었다면 난 그 성수에 몸을 담갔을 것이다ᆞ
그래도 살아 있었을 거구

안나푸르나 여신의 눈물로 목욕재개 했다는 자부심은 멋진 추억으로

남아 있었겠지

오대산의 새벽 기운을 담아 흐르는 계곡의 청수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 뼈골까지 스미는 차가움이 내 정신과 몸에 대자연의 강렬한 파동을 전한다.

몸을 오래 담그고 있을 수가 없다.,

물 밖을 들락거리며 세 번 몸을 담그었다 나와서 몸을 닦고 옷을 입었다.

영혼까지 맑게 씻기우고 세속이 모두 탈취된 그 투명한 세례로 난 소금강

나홀로 신선으로 입적하다...

 

구름 위의 산책

아이타나 산체스 지온의 젊은 날의 풋풋한 모습이 새로운 느낌과 감동으로

다가온 것처럼

추억이 많은 계곡은 생기와 기쁨에 넘치는 얼굴로 내게 말을 걸어 왔다.

 

내 젊은 날 땀으로 찾았던 아름다운 세상의 보물들은 거기 그대로 남아 있고

시간 속에 날렸던 웃음과 무수한 기쁨들 내 가슴 속에서 잠자고 있다.

그리고 그 곳으로 가는 보물지도는 내 머리 속에 있다.

 

한 줄기 세월의 바람이 어느 날 가슴을 흔들면 그 그리움을 견딜 수 없어 난

떠날 수 밖에 없다.

내 마음이 더 울지 않는 그 날이 잰 걸음으로 다가 오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

지금은 내 마음이 울고 나는 늘 어디론가 떠나는 꿈을 꾸고 있으니....

그 수많은 추억 그리고 대자연의 교훈과 영감으로 그 날에도 난 씩씩하게 잘 살아갈 거다.

 

추억을 따라 가는 그 길은 엊그제 같아도 대부분 5년은 훌쩍 넘어가고 어떤 길은

10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지난날의 감회에 젖을 수 있다.

~ 삶이란 얼마나 짧은 것이지……

가지 않은 길도 또 많지만 감동과 추억 없는 삶이란 얼마나 쓸쓸할 것인지…..

 

내 몸에서도 초록 물이 뚝뚝 떨어졌다.

맑아 지고 깊어지는 길이다.

행복이란 이렇게 참으로 단순 하기도 하다.

필요한 것이라고는 빈 마음과 나와 이토록 푸르고 시린 자연

 

느리게 느리게 물처럼 흘러가자고 했지만

소금강의 계곡물은 갈수기에도 수량이 넘쳐나 물소리는 계속 커지고

속도는 점점 빨라 졌다.’’

난 물과 같이 가는 걸 포기하고 물은 먼저 보내고 한껏 게으름을 피우며

그 길을 걸어 내렸다.

계곡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 곳에서는 내려가 찬찬히 둘러보기도 하고

물가에 앉아 짐시 두서 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마음을 맡기기도 했다.

 

누군가 산책을 산책이라고 했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책

발이 읽고 , 눈으로 듣고 ,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길은 길을 따라 자연경을 읽는 거라고 했다,

 

바람도 잔잔해지고 햇빛은 강해졌다.

내려갈수록 계곡은 더욱 우렁차고 초록빛은 더 짙어 지는데

물길 따라 절경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낯익은 반가움으로 손을 흔드는 인적없는 백운대와 만물상도 지났다.

혼자 절경을 대하는 건 아무도 없는 지리산 천왕봉과 남덕유산처럼 감동이었다.

 

휘적거리면 내려가는데 작은 대피소가 눈에 들어 왔다..

폐가처럼 낡은 건물

길 쪽을 막아 놓아 아무 생각없이 뒤 쪽으로 돌아 나가는데

내가 대피소 데크를 밟는 소리에 갑자기 안에서 사람이 튀어 나온다.

애고 깜짝이야!”

자연은 말 없이 고요한데 오늘 나를 놀래키는 사람이 많기도 하다.

흐미 국공일세!

짧은 순간 뇌리를 스치며 대뇌피질을 후려치는 생각

무조건 오리발 이여!”

 

아이구 사람이 계셨네요

몰래 갈라구 했더니….

 

험악한 인상의 국공님의 근엄한 목소리.

지금 어디서 오시는 겁니까?”

소금강 입구에서 올라 왔는데유..”

뻔뻔스러운 무릉객 말에 이게 무신 소리냐는 황당한 표정이 역력한 감시인

아니 내가 문을 열어 놓고 안에 있었는데 어떻게 아래쪽에서 올라 왔다는 말이얘요?

그래도 초지일관 흔들림 없는 무릉객

산전수전 공중전에 위장침투와 대테러전에도 능한 무릉객 아닌감?

안 보실 때 살짝 넘어 갈라구 했는데 그노무 소리가 나는 바람에 틀렸네유

올라 가믄 안되겠지요?”

계속 어이없는 표정의 국공님이다.

 

국공님인들 왜 모를까?

길은 막아서 통행을 못하게 해 놓았고

문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앞 쪽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해도

열린문과 나무데크 난간에는 끈을 묶어 놓아서 아래 쪽에서 들키지 않고

넘어 들어 올 수가 없다.

근데 뒤쪽에서 온 게 확실한 불한당 같은 넘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하며

능청을 떠는 거다.

우리 국공님 인상이 펴질 기미가 읍따.

 

우짤겨 내 입으로 노인봉에서 왔다고 자백하는 순간 난 산불방지 기간

통제구역 무단 침임자가 되고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 거다.

 

내가 우기면 국공님 대처할 방법이 없다.

과태료는 고사하고 볼 수 없었던 나를 못보고 통과시킨 건 근무 태만에 인 거다.

이쯤 되면 갑과 을이 완전 바뀌는 거다.

CCTV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시 금지구역으로 돌아가라 할 수도 없고

할 수 없던지 나중에는 나가가시라며 끈을 풀어 준다,

 

백운대와 만물상을 앞에 두고도 못가니 참 아깝내요

수고 하세요

무릉객 이쯤되면 64년 묵은 능구렁이 맞다. “

내가 그랬잫아 !

난 세상의 무릉도원 출입허가증을 가지고 있는 무릉객 이라고

 

 

바로 코앞이 구룡 폭포 였다.

거기까지가 산불통제 개방구간 이었다

난 이제 여유로운 마음으로 구룡폭포를 돌아 보고 3km의 남은 구간을

유유자적 하며 내려 갔다

가다가 바람좋고 그늘 좋은 풍경처 반석 위에 누웠다.

세월아 네월아 ~~~

무릉객의 스탈이 완전히 뒤바뀐 반전의 산행이다.

내가 오늘 소금강의 신선인데

황후장상이 부러우랴? 만석지기가 부러우랴?

 

 

최고의 노래

웬더베리

 

모든 노래 중에서

최고의 노래는

고요 속에서 들리는

새소리

하지만 먼저

그 고요를 들어야 한다.

 

 

내 삶의 여백에 그리는 그림은 잘 그리던 못 그리던 내 맘대로 그린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림 빨이 좋던 마음에 들지 않던 상관이 없다.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고

내가 좋아 내 멋에 내 신명에 그리는 그림이다.

 

풍경 좋은 평반에 잠시 배나을 내라고 아얘 드러 누웠다.

바람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잠시 졸기도 하고 ,

건너오는 상념에 올라타기도 하고 그냥 물끄러미 물을 바라보며 멍때리기도 하면서

1시간 가까이 머물다 어기적 거리며 여장을 수습했다.

이제 볼 만한 것을 다 보았겠거니 했는데 그 아래에도

눈길을 끄는 절경이 많다..

율곡이 극찬에 마지 않았던 식당암

학이 노릴었다는 학유대

 

식당암은 단박에 기억이 난다.

오랜 옛날 홀로 소금강을 걸어 내리며 감탄사를 연발하던 때

마지막 짜릿한 감동의 크라이막스를 장식해 주었던 푸른 물길 옆에 펼쳐진 그 거대한 바위

벌써 몇 번을 흘러내렸던 길이고 6년전 가을날에 만났던 풀경들이니

모습을 대하면 어김없이 구면의 반가움이 살아난다.

 

가는 길에 스치는 또 하나의 생각

이제 가면 또 언제 올까?

 

국공님과 만담도 나누고

불세출의 풍경이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태앙아래 별유천지를 유람하느라 몸도 마음도 더워 졌으니

소금강과 마지막 고별인사는 나누고 가야지

 

사람의 왕래가 심하다 한들 그 계곡 중에 내 한 몸 가릴데가 없으랴?

등로에서 은폐 엄폐된 계곡으로 내려가 나뭇군처럼 훌훌 옷을 벗고 다시

계꼭으로 뛰어 들었는데 그 물이 이제 아침처럼 차지 않아 오래 물 속에

머물며 청수의 세례를 받았다.

 

다시 의관을 정제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길을 잡는데 거기가

소금강 압구 무릉계더라

굳이 찾아간 것도 아닌데 무릉객이 탈속을 위해 선계의 마지막 경계에서

소금강에 노닐던 신선의 표식을 지웠으니 그곳이 바로 무릉계 였더라.

 

 

오대의 넓은 가슴에서 보낸 하루

내 맘도 그 만큼 넓어 지고 깊어 졌을까?

 

소크라테스가 그랬다.

행복을 자기 자신 이외의 것에서 발견하려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라고

 

내가 무얼 해야 행복해진다는 걸

나 말고 누가 더 잘 알고 있을까?

 

그 나이에도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 하나 행복을 부르는 주문하나 가지고 있지 않다면

세상을 헛 산 것이제…..

 

그렇게 혼자만의 명상 여행은 잔잔한 기쁨과 충만한 행복감으로 끝이 났다.

난 계곡의 편의점에서 주인장에게 4만원을 주고 진 고개 까지 배송을 부탁했다.

통행세가 아까우면 나도 아침에 만난 그 친구처럼 전기자전거 1대 사야지

 

몇시간 걸리는 길이냐고 묻지 마라

소금강에서 시간은 별 의미가 없으니 ….

소금강에서 시간은 얼마든지 죽죽 잡아 늘리 수 있다,

6시간쯤 걸릴 길을 8시간이나 세월아 네월아 하며 흘러 내렸다.

 

무릉객의 드글드글한 욕심

소금강 계곡에 두 번 자맥질 한 것도 모자라 돌아 오는 길에 원주 온천에 들러 뜨신 물에

사우나 까지 하고 돌아오니 6시가 훌쩍 넘어 가더라.

여유롭게 막걸리 한 잔으로 오늘의 기막힌 여정을 자축하려 했는데 내가 집에 안 내려 간 걸

아는 김기사와 천기사가 소주한 잔 하자고 해서 오늘 뒤풀이는 천기사표 삼겹살이다.

 

 

아 근데 난 왜 글케 술 사준다는 사람이 많다냐 ?

내가 없어 보이나?

내가 산다고 해도 막무가내 뿌리치고 돈을 내는 사람이 그리 많으니 ……


 

 

202255일 수요일 어린이날 휴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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