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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 길

 

회남 벚꽃 길 - 봄은 벚꽃 길 보다 더 길어

 

 

봄이 짧다구?

그 꼬리를 잡고 올라와 봤능가?

3월에 구례 상위 마을의 산수유 꽃 그늘을 거닐고

광양으로 넘어가 매화가 흐드러진 산자락을 넘어

남해의 섬으로 가면

맑은 해풍과 파도에 씻기운 해벽에 초록이 번져가는데

산자락에는 진달래와 산자고가 수줍게 피어나고

들판에는 유채가 한창이지 아마

 

뭍으로 오르는 봄의 꼬리를 잡고 남해 다랭이 마을에 들러보게

나른한 봄 햇살이 쏟아지는 개나리 담벽을 지나

바다가 보이는 청보리밭 정자에서 막걸리 한 잔 걸치면

아는가?

봄처녀가 수줍게 자네 가슴으로 뛰어든다는 걸

 

4월 초에는 섬진강변 물길을 따라 거닐며 버들강아지와 노닐다가

10리 벚꽃 길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 속을 걸어 보게나

쌍계사 툇마루에 앉아 잘 덖은 녹차 한 잔 마시며 찬찬히 생각해보게

세월에 잃어 버린 것들과 아직 가슴에 남은 그리움에 관하여...

그리고 들어 보시게

수 없이 지나간 짧은 봄이 다시 돌아와 내게 무슨 말을 하는지

 

2012년 십리 벚꽃 길에서 끄적인 봄의 넉두리가 있었지

 

 

 

십리 벚꽃 길

                                                무릉객

 

하동 가기 전

쌍계사

회색 도시에 웅크리기엔 너무 아까운 봄날

그 옛날의 푸른 하늘과

한꺼번에 터져버린 하얀 꽃의 전설이 기억 나더군

 

섬진강 가는 내내 가슴이 울렁였어

봄은 강변 허리춤에 꽃 띠를 두르고

그렇게 푸름으로 강둑을 기어 다녔지

세월은 많이도 흘렀군

수면에 반사되는 봄 빛이 눈부셔

잠시 눈을 감은 사이

 

 

무작정이란

참으로 낭만적인 어휘

봄이기에 용인될 수 있는 감상과

그리고 의도되지 않은 달콤한 방황

 

 

서둘러 떠난 청춘처럼

짧은 봄날처럼

떨어지는 꽃잎도 아름다운 거야

너무 빨리 져서 채 떨어지지 않은 아쉬움과 미련마저

아름다운 거야

 

 

봄은 짧아서 아름답고

벚 꽃은 짧은 봄날의 가지에 잠시 머문 봄바람이라 더 아름다운 거야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여린 봄날 애처러운 나비의 날개짓이

너무 가볍고 경쾌해서 더 서럽고 아름답듯이

다시 돌아 오지 않는 여행 길이라 더 아쉽고 아름다운 거

 

벚 꽃이 피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벚꽃이 바람에 지는 것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

 

잠시 머무르다 세월에 떠 가는 것들이 아름다운 거야

화사한 꽃 잎이 불러내주는

돌아 갈 수 없는 날의 추억이 있어서

꿈처럼 그리운 상념이 있어서

그래서 벚꽃이 더 아름다운 거야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다시 만개한 벚 꽃 길을 걸었어

봄바람이 꽃비처럼 벚꽃을 흩날리고

아득한 기억 위에 쌓인 먼지를 날려 주었어

떨어지는 꽃잎 사이로

지천명 황혼도 청춘처럼 아름다울 수 있음을

봄날은 괜히 헤픈 웃음과 부푼 가슴으로 말해 주더군

 

 

그런 시가 있었지

 

바람 불어와 꽃잎 날리면

꽃향기 내게 날아오네

꽃 향기 내게 하는 말

나 당신 사랑해요

 

벚꽃이 그냥 피어나서 아름답듯이

벚꽃이 바람에 흘날려서 아름답듯이

우리 생도 강물처럼 흘러서 아름다운 거야

벚꽃 같이 짧은 인생이라 아름다운 거야

 

 

쌍계사 벚꽃이 지면 대청호로 오게나

거기 세상에서 제일 긴 벚꽃 길이 있다네

짧은 봄은 그 길 만큼 길고

벛꽃은 호수를 바라보며 해픈 웃음을 날리고

봄은 히히덕거리며 다시 엉덩이를 들썩이는 바깥아감

떠들썩한 꽃길을 지나 섬 같이 조용한 호숫가를 거닐어 보게나

 

 

세상에서 제일 긴 벚꽃 길이라는데

난 대청호 500리길을 걷느라 그 길을 안방처럼 지나 다녔는데

정작 벚꽃 흐드러지는 사월에는 늘 멀리 남도로 떠나 있었지….

엊그제 월출에서 돌아와 내 봄의 갈증은 다 해갈되었는데

아직 이프로 부족한 마눌이 대청호 드라이브나 하자고 해서 아침 일찍 길을 떠나다.

바깥아감에서 남대문 공원까지 꽃 길을 드라이브 하고 돌아와

그렇게 꽃 길을 걷고 조용한 호숫가를 거닐었다.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리고 들어오는 차들이 오도 가도 못할 때 쯤

우린 슬며시 집으로 돌아 온다.

 

 

2 22410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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