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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Moonlit night)

 

 

 

달밤 Moonlit night

                  아이헨도르프 Eichendorff

 

 

대지와 입 맞추니

It was like heaven

The earth kissed silently.

피어나는 꽃잎 속에 대지가

이제 하늘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That she's in the sheen of

flowers Must dream of him now.

바람은 들판을 가로질러 불고

이삭들은 부드럽게 물결치고

The air went through the fields

The ears swayed gently,

숲은 나직하게 출렁거리고

밤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The woods rustled softly,

The night was so clear.

곧이어 나의 영혼은

넓게 날개를 펼치고

And my soul tensed

Wide her wings

집으로 날아가듯 조용한

시골 들녘으로 날아갔다.

Flew through the quiet lands

As if she were flying home.

 

차를 타고 가다가
달밤이라는 시를 우연히 들었어
그 낭만적인 시어들 몇 구절이 내 마음을 흔들어  마지막 아이헨도르프  라는 이름을

가까스로 기억하고 인터넷 검색하니 그 시가 나오네



아이헨도르프의 서정성 가득한 낭만시 달밤

불세출의 음악가 슈만이 그 시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었다는 …

 

달밤이라는 시를 대하니 내 추억 속의 달들이 휘영청 떠 몰랐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보름달의 풍경은 2002년 백두대간 종주할 때 고랭지 배추 밭의

교교한 달 빛 이었네

안반떼기의 별들은 쏟아져 내릴 것 같다고들 하지만 1000고지 고원의 몽환적인 달빛

그 황홀한 풍경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게 아니야…

이승의 풍경이지만 우리 사는 세상이 아닌 것 같은 형언할 수 없는 그 벅찬  감동 !  

 

그날의 산행기에는 그 느낌을 잡아 두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네

달 빛이 사람을 홀리고 마음을 산란하게 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무채색 음영의

질감으로 그려지는 고원의 구릉지 풍경 위에 드리운 은은한 달 빛이 그렇게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줄 그 날 처음 알았지

 

난 22년 전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던 고원의 감회를 기록하는 난 참 수다스러웠네

 

두 겹 골짜기 사이 가득한 불 빛이 빛나고 있다.

저 멀리는 바다 인 듯 어둠 속에서 한 줄의 불 빛 띠를 두르고

나는 달이 있어 기분 좋은 날  달 빛 가득한  길을 걷는다.

머리에 헤드렌턴을 쓰고 앞으로 전진하면서 달을 찾으려니 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저렇게 달 빛은 교교하게 흐르는데….

그렇게 어둡지 않은 하늘을 두리번 거리다 고개를 활짝 젖히고 내 머리 위 하늘을 보자

거기서 만월을 조금 남겨 둔 훤한 달이 웃고 있다.

숨바꼭질이 재미있기라도 한 듯 …..

 

원근 물상 들이 뚜렷한 명암으로 형체가 구별되고 그 위에 은은한 달 빛이  어둠의 베일을

두르고 다소곳이 앉아 있으니  수묵화의 그윽함처럼 그 풍경 또한 목가적이다.

 

자연이 더 아름답고 자연다웠을 그 옛날에도 달은  친구고 추억이고 사랑이었다.

윤선도는 오우가에서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는 작은 달을 견줄 수 없는 어둠의 빛으로

찬양 했고 그저 말없이 마음이 통하는 친구로 노래했다.

 

해묵은 기억속에 남아 있는 내가 좋아하는 시조 한토막

 

“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희야 박주산채랄 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그저 그림 같은 달 아래 유유자적하고 안빈낙도 하는 선비의 삶이 그려지는 한석봉의

고시조 가락에도 한가로운 자연과 친구와의 만남 사이로 둥근  달이 떠 온다

서양에서도 달빛이 관능과 교태를 자극한다는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황진이는  빈 산에

가득찬 달 빛을 빌어 서경덕을 유혹했다.

 

1969년인가 암스트롱이 달에 도착한 후 계수나무와 옥토끼가 죽고 달에 대한 꿈도 사라졌

지만 그래도 달에는 추억과 그리움이 산다 .

 

그날이 대보름인 줄 모르고  쥐불놀이 할 때면 유난히 밝았던 달

어릴 적 내 그림자를 쫓던 달

만남의 주변을 서성이던 낭만적인 달 빛

그리고 이별하고 돌아오는 창가를 말없이 따르던 달

바람 없는 날의  가을바다에 조용히 드리운 달 빛

폭우가 스쳐간 설악동 계곡의 달 빛 드리운 계곡의 물보라

그리고 백두대간 빈 산을 메운  가득한 그리움  

 

모두가 아름다운 상념들이다.

 

철탑언덕에 올랐다.

골짜기 불 빛이 발아래서 빛나고 달 빛 쏟아지는 언덕에서 바다쪽을 바라보니

분이 좋다

거센 바람도 달 빛 아래 잠자는 날 

포근한 만 추의 서정이 달 빛에 날린다.

 

 

어린 시절의 달밤의 주억도 너무도 많다.

어릴적 개불이 쥐불이의 추억
우리집  판자를 뜯어가던 놈들들 땜시  노심초사 하면서도
마음은  개불이 쥐불이 하는 친구들 한테 가 있어  달은 뒷전이었던   대보름날.
개천에서  횃불 들고  밤고기 잡이에 나서면  웃으며 내려 보던 보름달
시골  뒷산에서  보름달 빛에 기대어  내려다 보던  그 고요하고  아늑하던 고향 풍경

 

군대 시절의 달밤의 추억은 또 각별했다.

달밤의 화악산 수색 정찰과 매복

혼자 동초를 서던 날에 집 떠나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시들어가는 청춘의 수심을

위로하고 더 깊은 고독과 낭만을 만나게 해 주었던 그 달 빛

 지금도 내 콧날이 시큰한 달 빛이고 참으로 그리운 전우들이다.

그래도 그 때 전우들 두 명은 함께 어깨 동무하며 인생 후반부 삶을 노래하고

가끔 술 한잔 치면서 풍류와 여행을 누리며 살아가니 내가 추억 부자고 친구 부자 아닐런가 ?

 

그리고 그 후로도 내 만남과 이별의 길목에서 서성이던 서로 다른 감정의 달빛들이

있었지 …

그래 ! 우리 이제 그만 늙어가자. !

아니 늙어도 그 날의 달 빛과 그 달빛이 비추었던 우리 아름다운 추억은 잊지 말자!

.

 

오늘은 정월 대보름 이고

시의 몇 귀절이 달밤의 감성을 흔들어 오래된 1000고지 고랭지 채소밭의 낭만을

소환했다.

내 인생의 강물은 도도히 흘러갔지만 어느 여울목에 걸터 앉았던 세월과 그 삶의

이정목에 걸려 있는 추억들이 메말라 가는 가슴에 감상의 단비를 뿌린다.

난 아직 그 달밤의 서정을 잃지 않았고 달 빛은 여전히 내게 가슴 뭉클한 그 날을

돌려준다.

고래!  삶은 여전히 아름다운 여행길이야...

 

아무리 체력이 넘쳐나도 메마른 가슴이 다시 젖을 수 없다면  

삶에서 감동과 우수가 떠나도 아파할 수 없는 가슴이라면

걸어가는 길 위에는 자욱한 먼지가 펄펄 날리고

살아 있는 나는 죽어가는 것이고 살아가는 나는 애써 살아내는 것일 뿐 ….

 

내년에는 미루지 말고 달빛 따라 추억 여행을 떠나야 겠네…  

그날의 친구들도 만나고 세월에 잃어 바린 달 빛 풍경도 다시 만나고…..

 

                                             달님   그대 늙지 않은 내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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