震默大師 偈頌 [진묵대사 게송] !
天衾地席山爲枕[천금지석산위침] : 하늘은 이불삼고 땅으로 자리를 삼으며 산을 베개삼는다.
月燭雲屛海作樽[월촉운병해작준] : 달은 촛불이고 구름은 병풍이며 바다는 술통이라.....
大醉居然仍起舞[대취거연잉기무] : 크게 취해 거연히 일어나 한바탕 신바람 난 춤을 추니
却嫌長袖掛崑崙[각혐장수괘곤륜] : 긴 소매 자락이 곤륜산에 걸리네.....
진묵조사(震默祖師, 1562년 명종 17-1633년 인조 11, 72세)
이름은 일옥(一玉). 만경 불거촌(萬頃 佛居村)에서 태어나 7살 때에 전주 봉서사(鳳棲寺)에 출가하였다.
술을 잘 마시기로 유명하다. 도력이 높아 석가의 소화신(小化身)이라고 불렀다.
일화 하나. 술은 한정없이 마셨으나, 술이라고 하면 마시지 않았고 곡차(穀茶)라고 하면 마셨다.
평소 바다만큼 큰 술잔에 바닷물 만큼 많은 양의 술을 마셨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신통이 자재하고 기억력이 뛰어나 책장에 한번 눈길이 스쳐 지나가면 그냥 모두 기억할 만큼 대단하였다.
서산 대사와 쌍벽을 이룰 만큼 뛰어난 분이지만 산중에서 본분사에만 몰두하고 지낸 까닭에 크게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고 전설상의 인물처럼 되어버렸다. 서산 대사, 사명 대사 등이 임진왜란 당시에 호국승군으로 크게 활동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봉곡 김동준(鳳谷 金東準)과 우의가 깊었다. 머문 곳은 변산 월명암(月明庵), 전주 원등사(遠燈寺), 대원사(大元寺) 등이다.
근년에 1929년 이 순덕화(順德華) 불자가 분묘 주위에 진묵 조사의 조사전을 세우고 비를 세웠다.
어록(語錄)이 있다. 참고 문헌은 동사열전(東師列傳).
회룡포 여행길 작은 절 장안사에 걸려 내 발길을 잡던 시는 진묵대사의 시였다.
가슴에 여운을 남긴 그 시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았다
깨달음을 주는 선시다.
내 사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내 춤추는 데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산중 묘옥의 들창 열어 눈에 보이는 것들이면 내 춤추는데 거리낌 없다네
춤추는데 내 소매가 곤륜산에 걸릴것이 걱정스러운 거 말고는 신경쓸 것도 없다.
부귀 영화에 상관 없이
한 세상 태어나 즐겁게 누리며 살아가는 장부의 거침 없는 기개와 호연지기가 살아 있고
자신의 삶에 자족하는 자만이 다가갈 수 있는 행복의 도를 깨우친다.
이 시에는 살아 가는 걱정과 근심 따위는 도대체 없다.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아둥거리고 더 많이 갖기 위해 버둥거리지 않는다.
대취한 삶이다.
대취란 흠뻑 취한 삶이다.
무엇에 취하는 가?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감동이고 덕이고 도이겠지.
자신일 수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또 다른 그 무엇일 수도 있다.
세월의 창에 걸린 한 폭 아름다운 풍경일 수도 있고
그 아름다움을 앞에 두고 친구와 기울이는 술 잔의 풍류일 수도 있다.
진묵대사 모친에 대한 애틋한 사모시
胎中十月之恩은 何以報也리오 [태중시월지은]은 [하이보야]리오
열달 동안 태중의 은혜를 무엇으로 갚으리오
膝下三年之養을 未能忘矣로소아다 [슬하삼년지양]을 [미능망의]로소이다.
슬하에 삼년동안 길러주신 은혜를 잊을 수 없나이다.
萬歲上에 更加萬歲라도 子之心은 猶爲嫌焉이온데 [만세상]에 [갱가만세]라도 [유위혐언]이온데
만세위에 다시 만세를 더해도 자식의 마음은 부족하온데
百年內에 未萬百年이오니 母之壽가 何其短也오리까 [백년내]에 [미만백년]이오니 [모지수]가 [하기단야]
백년생애에 백년도 채우지 못하였으니 어머니의 수명은 어찌그리 짧은지요
單瓢路上에 行乞一僧은 旣云已矣거니와 [단표로상]에 [행걸일승]은 [기운이의]거니와
홀로 표주박으로 길에서 걸식하는 이 중이야 이미 말 할것도 없겠지만
橫釵閨中에 未婚小妹가 寧不哀哉오니까 [횡채규중]에 [미혼소매]가 [령불애재]오니까
비녀꽂고 아직 혼인하지 못한 누이 동생이 어찌슬프지 않겠습니까
上壇了에 下壇罷이니 僧尋各房이옵고 [상단료]에 [하단파]이니 [승심각방]이옵고
윗단의 불공 마치고 아랫단의 재를 마치니 중들은 각자 방으로 찾아 가네요....
前山疊하고 後山重한데 魂歸何處오니까 [전산첩]하고 [후산중]한데 [혼귀하처]오니까
앞 뒤 첩첩산중에 혼령은 어디로 가시었는지요
嗚呼哀哉로다 [오호애재]로다 !
아 슬프기만 합니다. !
진묵대사가 어머니의 49재를 마치고 올린 제문.
출가한 중이 어머니를 찾는 것이 불가의 도는 아니지만
어머님을 그리는 심정은 차라리 인간적이어서 더 애통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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