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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비와 친구 그리고 노을 길

 

 

 

 

대한민국 기상청 대단하이!

 

회동주일 전에 비가 예보되었는데 매일 조금씩 업데이트 되더니  전국 비로

확산되었다.

다만 오후 2시경부터는 비가 그치는 걸루 나왔지만 날씨는 여전히 흐리다.

 

아마츄어 할배들과 함께 하는 트레킹이라 전국비는 취소해야 마땅하지만 강수량도

적고 오후에는 비가 그치니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하고 건강이 우려되는 친구들은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요즘 기온이 낮아진 데다가 만일 비의 량이 많고 바닷바람이 세차게 들이치면 내륙의

트레킹 보다 훨씬 힘들어질 것이다.

친구들 간의 만남도 좋지만 잘못하면 건강에 독이 될 수도 있는 우리 나이라 조심

스럽긴 하다.

세월이란 넘은 참 빨라서 우리가 깜빡 조는 사이에 잘도 흘러갔다.

다들 경로우대 목전에 있거나 경로우대자에 진입한 할배들 인데 건강 챙긴다고 무리

하게 나대다가 북망산천 가는 길을 재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봄처녀란 게 나긋나긋 하다가도 한 번 토라지면 변덕과 심술이 죽 끓는

듯 해서  그  투정 다 받아주기가  피곤하긴 한데 

그랴도 얼르고 달래서 만나야지.. 그 승깔머리 맘에 안 든다고 같이 승질부리면  어느 날

주둥아리 삐쭉 내밀며 뒤도 안 돌아 보고 냅싸 떠나 버린다.

우짤끼고?  그라믄 세월도, 우리 사는 재미도 그녀 따라 물 건너  갈낀데..

 

노세 노세 !  잚을 때 노세 더 늙어지면 못노나니….

봄처자가 놀자고 대놓고 추파를 던져도 여그저그 삭신이 삐그덕 거려 못 나갈 날도

멀지 않았어

샐죽해져 친바람 씽씽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걷다 보면 기분이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남?.

그래야 또 정분이 나는 거지.

그렇게 그녀의 등을 토닥이다 보면 우수는 낭만이 되고 쓸쓸하고 차가운 바다도

따뜻해 지고..  

 

이제 우리 나이란 사는 게 재미가 있어야지..

우린 행복한 내일을 위해 너무 많은 오늘의 기쁨과 재미를 이월시키지 않았는가?

그거 지금 안 찾으면 자동 소멸이여 !.

나중에는 패스워드도 잊어 먹을걸 ?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떼로하는 날궃이도 재미있다는 걸 오늘 알게 되기를 !

 

보온을 위한 자켓과 뜨거운 물 그리고 우산을 필히 준비하라고 통발을 넣었다.

 

지호와 진호는 애초 개인 사정이 있어 참여하지 못한다고 꼬리말을 달았고 체온

유지에 신경 써야 하는 성환은 다음을 기약해서 참석자는 모두 7

아침 10시에  백사장항에  모이기로 하다.

 

 

울 할배 신경통 보다 못한 대한민국 기상청 이었는데  완전 환골탈퇴여 .

조동아리로 한 몫하는 정치 모리배들 보다 실적과 실증으로 보여 주잖여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 밖을 내다보니 여지 없이 도로는 흥건히 젖어 있고 비는 추실

거리고 있다.

제갈공명 뺨 때리는 기상청 슈퍼 컴퓨터 !

“78 할배들아 오늘 고생 좀 해야 긋네.…”

 

구암역에서 반가운 재회를 하고  아침 든든히 먹고 비장하게 출발하는 길 !

 

코로나가 갈켜 주었지

대한 민국은 결코 작은 땅이 아니여  !

넌 이 땅을 벗어나면 안되고 인적이 드믄 곳에서 놀아야 하고 그 곳에 몸과 마음이

통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는 걸.

갈 데를 몰라서 못 가는 거지 발정난 도그처럼  주주장창 돌아 댕기는 한량들에게

조선 팔도 금수강산은 벗겨도 벗겨도 속살이 또 나오는 양파처럼 갈 데가 많다는 걸..

 

차 타고 고작 2시간 이동하는 데도 그 땅 떵어리 날씨가 변화무쌍하기 짝이 없다네

오늘 봄 처녀 달거리 날인가?

히스테리가 장난이 아니고 심사가 뒤틀려 뿔딱지가 단단히 났다. 

바람이 세차게 불다가 비가 오고 터널을 지나면 바가 그치고 햇빛이 나기도 하다가

갑자기 저무는 날처럼 어둑해지더니 해안에 가까이 갈수록 자욱한 안개가 깔려 날이

더 스산해진다.

흐미~

 

그렇게 경향각지의 친구들은 비보라를 튀기며 10시에 백사장 항에 집결했다.

태성과 , 양표 동윤과 반가운 악수를 나누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더 거세지고

빗방울이 굵어진다.

아그야 무서버 !  인자 고마 화 좀 풀어라!”

그 와중에 막퍼주는 횟집관계자들 아무도 일주일 전 내 전화를 받은 적이 없댄다.

아침 10시 경에 우리를 꽃지로 태워주면 거그서 뒤풀이 할거라는

흔쾌히  ok를 외친 사람은 대체 뉘기여?

 

일찍 온 양표는 오후에 거기서 회를 먹을 거라고 얘기하고 음식 준비가 바쁜 와중에

주방에서 뜨거운 물에 꽁꽁 언 막걸리를 녹이고 있는데….

하여간 싸인이 안 맞아서 우리는 꽃지까지 운반 못해주면 다른 곳을 알아본다고 하니

막퍼주는 횟집” 아자씨 아줌씨도 봄처녀처럼 언행이 퉁명스러워 지고 표정이
싸늘해 졌다.

 

좀 떨어진 털보선장 횟집으로 전화를 하니 이따가는 바뻐서 못해도 지금 오시면

가능하니 빨리 오세요!”

 

그랴서 비오는 날 횟집 화장실에서 밀어내기에 여념이 없는 친구들을 채근해서

털보선장 횟집으로 이동하다.

 

털보선장 횟집 주인장은 진짜 고릴라처럼 털이 수북한 털보아자씨다.

아들에게 우리를 데려다 줄 것을 명하면서 내게 묻는데 이런 날씨에 다 걸을 수

있겠어요? “

“of course !”

오지 않았음 몰라도 이왕 왔는데 우짜것슈?

그리고 털보선장님 우리 할배들이 못미더운지 쐐기를 박는데 중간에 전화하셔도

바뻐서 그 때는 데릴러 가지 못해요 !

그럴 일 없어요 !”  

그리고 우리는 심하게 부는 바람을 길 동무 삼아서 그렇게 장하게 내리는 빗 속으로

떠났다.

 

물 때는 밀물이고 바다는 자욱한 안개가 깔려서 묵묵히 비를 긋고 있는 할매바위와

할배비위의 모습이 날씨 탓인지 오늘 따라 좀 쓸쓸해 보인다.

할배와 할매 바위는 빗속을 떠나는 할배들이 더 청승맞아 보일게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안개 속에 밀려오는 방포 다리를 넘어 가는 데 우산이 휘어진다.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방포 언덕을 넘어 얼마간 비 뿌리는 해변을 걸었다.

몇 굽이 산길 언덕을 넘어서면서 도달한 해변의 바람은 생각보다 그리 세차지 않았다.

목덜미를 휘감는 바람결도 그다지 차갑지 않아서 안개에 쌓인 바다를 바라보며 빗 속을

걸으면서 기분도 조금씩 좋아졌다.

우리는 비에도 아랑곳 없이 지난 세월이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해변을 걸었다.

한 시간 남짓 걷고 나서 해변에서 비를 그을 수 있는 멋진 쉘터를 발견했고 우린  그곳

에서 막걸리 한 잔을 치기 위해 여장을 풀었다.

족발과 닭발에 돼지 껍데기 그리고 군계란과 빵과 과일 초컬릿 까지 쏟아져 나오고

청주막걸리증약 막걸리 면천 막걸리 등등 지역이 대표 막걸리가 해변의 즉석 만찬

장에올랐다.

이 맛이여 !

비릿한 바다의 향기를 맞으며 45년 지기들과 나누는 이향의 술 맛!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나 같은 친구여 !

이렇게 술잔을 나누기 위해 우린 멀리서 달려오고  파도는 어제부터 그렇게  소리쳐

울었나 보다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며 오랜 세월을 흘러 보낸 우린 어느 날 비 뿌리는 해변에서 만나

함께 축축히 젖어 들었고 해변의 파도소리 들으며 우수와 낭만을 탄 술잔의 순배를

돌렸던 것이다.

 

우짤라고 그랴

두어 시간 더 가믄 펄떡이는 횟감을 안주로 술 한잔 제대로 쳐야 하는데 여그서 위장을

다 채워 버리면 오늘 짜구나지 않컷어?

 

항식은 어제 여행갔다가 술 두병 이나 먹고 집에 귀가 하는 바람에 부인이 오늘은 술 자제

하라고 아침에 전화까지 주었는데도 아랑곳 없이 오늘 또 많이 마셨다.

“진짜 우짤라고 그랴!”

마눌 말 잘 들어야지 노후가 편안해 지는 거여!”

막걸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비는 보란 듯이 그쳤다.

정말 귀신 잡을 기상청 ! 시간 까지 거의 맞추어 버리네 ….

 

멋진 반전이었다.

비 그치고 안개가 걷히고 바람마저 부드러워졌다.

야 이 가시내야 이제 화 좀 풀었나?”

 

비는 방포 해변에서 그치고 이후의 밧개 두여-안면-기지포-삼봉-백사장으로 이어지는

해변 길은 가히 코리아 실크로드였다.

 

안개가 걷힌 바다와 바람은 후련하고

맑게 씻기운 솔 숲은 싱그럽다

미세 먼지 없는 시원한 공기가 코를 뻥 뚫어 주었고

마음은  옛 친구들과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젊어진 기분이다.

 

아름답고 기분 좋은 길

태고의 역사가 숨쉬고 있는 그 길을 만남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가 함께 걸었으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 ?

 

아는가?

태안 해상 국립공원은 우리가 처음 만난 197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 ?

태안 (BIG COMFORT) 란 지명의 유래는 코리아 역사적으로 큰 재난이 없고  기후가

온화하고 물산이 풍부해서 살기 좋은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 

내륙으로 따지만 십승지에 해당하는 풍수의 길지 

마음 푸근하고 즐거웠던 여행에 태안의 좋은 기운도 한 몫 했을듯 ....

 

걱정과 우려 속에서 진행한 5시간여 노을 길 트레킹은 즐겁게 끝이 났다.

다들 잘 살아 왔지만 또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아 있다.

이젠 바쁜 세월에 방기한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친구들을 돌아 보며 살 때도 되었다.

넘치던 샘물 같은 우리 젊은 시간도 그리 빨리 흘러간 것처럼 남은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갈

것이다.

두 발과 싱싱한 미각으로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은 생각 보다 더 짧을 것이라...

 

럭셔리한 털보네 아자씨 선상 횟집은 분위기 쥑이고 펄펄 뛰는 회 맛이 그만인 대신 횟 값은 

비쌌다.

덕하가 나오지 못하면서도 친구들 식사를 한턱 내려는 전화가 있었지만 친구들은 다음 번

참석할 때나 한 번 쏘라고 키핑했고 합천의 부농 양표는 이문은 별로 안 남았지만 만석지기

농사를 성공한 기념으로 화장실 가는 길에 횟값과 술값을 다 계산해 버렸다.

만나면 다들 왜 돈 못내서 안달이여?

서로 밥값을 내려는 친구들이 많으니 이 또한 40년 지기들의 따뜻한 마음이고 넘치는

정이 아닌가?

우리 모임의 회장 전환은 이번여행에서도 친구들을 위해 차량을 제공해 주었고 세시간 밖에

잠자지 못하고 나온 종경은 나 술 마시라고 돌아 가는 길 운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여행은 언제나처럼 즐거웠고 귀가 중 항식이 사준 커피 한 잔은 달달하고 

부드러웠던  여행의 멋진 피날레 였다. 

 

 

여 행 일 :  2023429일 토요일

여 행 지 :  태안 안면 일원 노을길 5코스

   : 꽃지 방포-밧개-두여 기지포 삼봉 백사장

소요시간 : 4시간 30

   : 비 오고 흐림

   : 동윤,양표,전환,종경,태성,항식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