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장 핸펀사진
갑자기 여름이 깊어졌다
이추세면 올여름 7월과 8월을 넘기는게 만만치 않아 보인다.
난 그래도 냉방이 빵빵하게 나오는 사무실에서 있으면 되지만 현장 직원들은 힘든
여름이 될 것 같다.
새벽형인간 조사장과의 출정은 문제될게 없다.
내가 친구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맞출 수 있으니.
불볓 더위를 의식해서 동막골에서 5시에 출발하자는데
당근 노프러브럼!
“불감청이언 고소원이지…”
대전에 늦게 도착해서 씻고 여장을 준비한 다음 새벽4시에 알람 셋팅 !
10시 20분에 ZZZ
3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볼일 보고 시간이 좀여유가 있어 다리 운동까지 하고 조사장 집으로 가다.
4시 50분 조사장집 도착
5시 출발.
그야 말로 책봇이 진행하는 AI 일정진행이다.
작금의 침체 일로의 대한민국 경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조사장 사업은
호황이란다.
선제적인 구조조정도 한데다 정유회사 일감이 줄어드는 자리를 화학 회사들이 채워준다고…
롯데케미칼 인도네이시아 공장 납품건도 잘 진행되고 있고.
역시 능력도 능력이지만 사업운까지 따라 주니 태풍의 눈 속에서 쾌적한 항해를
즐기는 격이다 .
우야튼 좋은 일이다.
1시간이 금새 지나고 운흥리 주차장에 6시도착하다.
그동안 산객들이 많아 졌는지 마을 앞 길 건너에 3년 전에 없던 주차장이 2개나 생겼다.
대형과 소형.
이른 아침이라 양쪽 주차장 모두 텅텅비어 있다.
여장을 수습하여 출발하다.
조사장과 3년전 9월에 왔던 길이다.
리바이벌은 거의 없는데 그 때 안개 속에 모든 조망이 묻혀버려 다시 온다고 했던 곳이고
멀리가기엔 너무 무더운 폭염이다.
상학봉과 묘봉이야 그야말로 입맛대로 신선처럼 노닐던 곳이다.
충북 알프스 긴 능선을 따라 혼자 오기도 하고 친구와 둘이도 오고 몽블랑 산친구들과도
오고 산악회와 떼로도 왔다.
때묻지 않은 거친 산세와 한숨이 절로나는 비경탓이다.
데크가 설치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말그대로 속세에서 멀리 떨어진 참으로 다이나믹
하고 스릴넘치는 거친등로였다.
밧줄이 걷히고 도나 개나 다 갈 수 있었을 때 그 야성을 거세당한 묘봉의 모습에 가슴이
많이 아팠었다.
그러니 3년전에는 그 성형한 묘봉에게 조사장을 인사시켰던 것이다.
그 옛날의 묘봉이라면 안전주의자이자 바른생활 사나이 조사장은 못데려가지 .
근데 오늘은 정규등산로를 벗어난 토끼봉쪽 비등으로 길을 잡을 속셈이다.
비로봉쪽 정규등로는 수 많은 계단과 데크라 재미가 떨어지니 이 무더운 여름날 모골이
송연한 서스펜스는 한 번 맛 보아야지….
출입금지 경고문에 조사장이 어떻게 반응할까 걱정이 되긴 하지만...
오랜만에 야성이 철철넘치는 독보적인 토끼봉의 풍광도 다시 만나고 싶다.
마을 앞 개울에 누은 풀들을 보니 어제 비가 많이 왔던 모양이다.
완만산 경사길의 소로는 질척거리고 나뭇 잎들은 물을 머금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줄발 후 30분쯤에서 갈림길이 서는데 경고문에 밧줄까지 쳐져있다.
"예전 그대로네! "
방향을 틀자니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조사장에게 “지난 번에는 저쪽길로 갔으니 이번에는
이 길로 한번 올라가 보지요”
그리고 마치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보탰다.
“좀 돌아 가지만 풍광이 수려하고 어쨌든 능선으로 연결되는 길이니..”
사태를 직감한 조사장은 별다른 이의 제기하지 않았다..
확실히 길은 흔적은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도둑산행자들이 꽤 있는지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중간에 갈림길에서도 일부러 능선 쪽 길을 택했다.
토끼봉 아래서 합류 하겠지만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라…
예상대로 길은 거칠고 등로의 흔적은 희미한데 계속적인 바위 길이 이어진다.
조사장은 완전 땀으로 온몸이 다 젖었다.
바짝 긴장한데다 무더운 날 날선 바위 릿지 길에서 체력소모가 만만치 않으니 조사장 답지
않게 발길이 쳐지고 내게 엉덩이를 자주 보여 준다.
경사는 가파르고 무성한 나무잎과가지는 옷가지를 잡고 늘어지고.
몇몇 구간은 조사장이 싫어하는 스타일의 위험한 난코스도 있다 .
산속으로 고도를 높여가니 산안개가 자욱해진다.
"흐미 ! 속리신령님 오늘도 곰탕 끓이실 모양이네 ! "
바위 비탈길을 올라 토끼봉 능선 하단부에 올라섰다.
이제 가파른고 긴 1차 비탈길은 극복했다.
길은 조금 완만해지다가 답답함을 못참겠다는 듯이 들썩이며 추임새를 넣더니 급기야 가파르게
일어나 앉는다.
거대한 바위 몇개를 오르고 나니 그 곳이 눈에 익은 전망 바위다.
와우!
봉우리가 섬처럼 뜨고 죄즉은 선계의 관문인듯 도열한 봉우리들이 나한상처럼 그 길목을
지키고있다
그리고 발아래 펼쳐지는 구름바다.
"야호 ! "
오랫만의 월척이다.
멋진 날의 필이 팍팍 온다
조사장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신선대 바위 위에 육수를 뚝뚝 떨어 뜨리고 있다.
“조강쇠 인간세상에서 유리된 별유천지 비인간에 들어 몸으로 울었다 !”
그 모습을 한 컷 담아 주었는데 고뇌에 찬 험상궂은 얼굴이 영락없는 불국의 수문장
사천왕상을 닮았다.
우린 그 곳에서 비로소 배낭을 내리고 한숨을 돌렸다.
예가 무릉은 맞는데 인생샷 한개는 건질 수 있을까 ?
우린 사진을 찍으며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에 탄성을 올렸다. !
아주 잠깐 이었다. 속리 신령님이 신선의 땅 비격을 보여 주신 건 !
숨돌리고 사진 몇 컷 찍고 나니 다시 구름이 하얗게 밀려 올라와 사위를 다 가려 버린다.
“신령님이 이제 고마 가라시네 !”
더 나타나는 몇 개의 출중한 조망 바위에서도 골짜기를 들어찬 자욱한 산 안개와 구름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안개 속을 올라 토끼봉의 최종 관문에 섰다.
흐미 근데 이 집채 만한 바위는 당최 무엇이냐?
거기다가 떡하니 붙어 있는 경고판 !
그렇지 않아도 심장을 졸이며 산행한 조사장에게 마지막 최후의 일격 이었다.
바로 위가 토끼봉이지만 가느다란 로프가 달린 거대한 바위 절벽을 극복하고 난코스를 몇 군데
통과 해야 한다.
왜 이 바위가 이제사 생각이 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조사장이 통과하기엔 무리인 것 같아 우회로를 택하기로 했다..
가보지 않은 길이었지만 혹여 중간에 토기봉으로 연결되는 루트가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지만 한참을 휘돌아가는 거친 비탈사면 길은 그 대로 주능선에 올라 붙고 말았다.
그제서야 초입 두부마을의 프랑카드 개념도가 떠 오른다.
"그래 이 길이 토끼봉 자체를 바이패스하는 우회로였어 ! "
~헐 ~~
여기 까지 와서 이 번에는 전위 봉의 전망 바위 들과 토끼봉을 또 놓고 가네 !
토끼봉 보러는 나 혼자 다시 오라는 신령님 말씀이시다.
한시간 남짓 이면 되고 5시간 30분 정도면 타고 내려갈 수 있으니 이 번 가을에 아침운동
삼아 다시 올 것을 스스로 약속하면서 토끼봉 우회의 아쉬움을 달랬다.
정말 웃기는 작명 아닌가?
토끼봉은 우리말이고 묘봉은 한자 이니 내내 같은 이름이거늘
토끼봉이 따로 있고 묘봉이 따로 있다는 게 .
산 속의 안개와 구름은 다시 더 짙어 졌다.
“이라다 묘봉의 풍경도 또 못 보고 내려 가겠네.”
상학봉에서 그름이 오락가락 하더니 묘봉으로 가는 바위 능선 길에서 하늘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묘봉에서 속리 산신령님은 바람을 부르고 구름을 띠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시고
발아래 세상은 눈부신 햇살 속에 드러내어 별유천지 비인간의 무릉계에서 노닐게 하셨다.
“그랴 ! 신령님도 내가오신 걸 아시는 게야 …"
묘봉 단골 산객 무릉객 !
묘봉에서 김포에서 온 홀로 산님과 청주에서 온 홀로 산님을 만났다.
그들은 우리 보다 더 늦게 운흥리에서 출발했지만 우린 비등탐사로 발길이 지체되어
묘봉에서 같이 만난 것이다.
바람과 구름을 즐기며 묘봉에 있을 만큼 있다 보니 신령님이 또 하산 시간을 알려 주신다.
산 안개가 순식간에 묘봉을 차고 올라 풍광을 가리워 버린다.
청주 산님이 하산 원점회귀 길을 잘 몰라서 다시 올라 온 루트를 되짚어 가려는 걸
북가치 하산로를 자세히 알려 주었다.
미타사에 도착하면 갈림길을 놓친 것이니 되 짚어 올라와 찾으라고...
그 길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주의 깊게 살펴 보아야 한다.
우린 어렵지 않게 갈림길을 찾아 냈고 인적이 없고 수량이 풍부한 지계곡에서 올여름
통산 처음의 알탕을 했던 것이다.
신선의 나라를 주유하고 번뇌 와 시름 그리고 세속의 찌든 때를 흐르는 계류에 모두
씻어 내고 다시 환속 했으니 기분은 날아갈 것 같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두부마을도 시간이 멎은 듯 3년 전과 똑 같다
두부마을 아줌마 4인용 버섯찌게 시키니 "양이 많은 데 두 분이 다 드실 수 있겠어요?"
내 대답도 똑 같았다.
" 어짜피 2~3인용 없는데 그냥 주세요."
그리고 우리는 그 날처럼 4인분 버섯 두부 찌게 바닥 국물만 남기고 깡그리 다 먹고
맥주 1병에 아이스크림 까지 후식으로 먹었다.
주차장에서 등산화를 갈아 싣는데 그 강한 햇볓에 등이 따갑다.
37도를 넘나드는 강한 햇볕이다.
제대로된 여름 산행 했네 그랴 ....
같이 다니다 보니 조사장도 이젠 날 조금씩 닮아 간다.
비등 이면 손사래를 치더니 나와 함께 숨은 비경 즐기기를 마다 않고
아직은 옷 짜 입을 때 말고는 웃통을 안 벗지만 알탕 혐오자에서 알탕 애호가로 거듭
나고 있으니
다음달에도 산 깊고 물좋은 계곡을 찾아야 겠다.
산 행 일 : 2023년 7월 1일 토요일
산 행 지 : 묘봉
산행코스 : 운흥리 - 상학봉-묘봉 -북가치 -운흥리
소요시간 : 5시간 30분 (아침 6시 ~ 11시 30분)
동막에서 운흥리 이동시간 약 1시간
날 씨 : 아랫세상은 무덥다 . 산세상은 흐리고 자욱한 산안개
동 행 : 조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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