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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9월 - 대둔산의 가을바람 !

 

가장  무더 웠던 여름  !

하지만 절기는 속이지 못한다 .

새벽에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 주는데....

미리 가을을 느끼고 싶어 열어젓힌  대둔의 새벽 들창이다.

 

 

새벽 5시 40분.   좋다  !     길 위에는 아무도 없다.

 

10월에는 해맞이와   새로이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눈부신 단풍을 보기 위해 한 번 씩 오는 대둔산 이지만

9월 새벽에는 이런 풍경도 볼 수 있구나 !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 !

등로에서 너무 가까이 있어서 늘 보고만 지나쳤지

인적이 뜸한 흐린 어느날 !   그 물에 머리감고 몸을 씻어냈던 날 기억하시나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계곡

 

나를 보고 웃고 있는 달 

 

 

달님 ! 이젠 떠날 시간이 되었어 !

 

마천대 위로 떠오른 햇님이 월성봉과 바랑산에  햇살을 드리우고 ...

 

월성봉 아래  드리운 운무 

세상에 단 하나인 내가  홀로 누리는세상  단 하나의 풍경 !

고요한 마음 하나로 만나는 황홀한 세상

그리고 바람은 너무 시원하다.

 

나무가 예술 ! 바오밥 나무처럼... 

 

 

아직   떠나기 아쉬운 그녀는 서녘 하늘에 서성이는 데 ..

 

너는 아직 나를 바라보고 있구나 !

 

멀리 보이는 마천대 

 

홀로 추는 신명나는 춤 -  죽어서도 슬프지 않는 저 나무 처럼

 

아쉽지만 그대여 이젠 떠나도 되네 .....

 

나여! 무릉객 !

그리고  대둔산은 내  친구! 

 

여그가 내 전원 레스또랑 !

 

내 비밀의 정원 으로 가는 길의  풍경

 

여기가 내 비밀의 정원 

소나무 그늘 아래  앉으면  세상의 시름이 사라지고 마음은 고요 해진다.

훗날 또 자유로워지는 그 날에 홀로 나무등걸에 기대어 

오래도록 산과 세월이 하는 말을  다시 들을 수 있으리라 .

  

 

다른 방향에서 바라 본 내 비밀의 정원 

 

서각봉(허둔봉)에서 내려다 본 산 아래 세상

 

멀어진 마천대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살만한 세상 !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일상이 행복이라 하지 않았나?

도광양회 !  

힘을 기르며 무르익을 때를 기다리는 지혜.

그대가 있음에  외롭지 않으이...  

 

 

친구들과의 추억이 많은 전망바위  !

 

고요한 대둔 세상을 한바퀴 크게 돌고 내려 오다.

 

산의 세례   -  잠시 신선이 되었다가  환속하다.

 

 

많이  마르셨지만  혈색은 괜찮으시다 .

눈을 유심히 보는데 아직 황달기는 보이지 않는다 .

가끔 통증이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고 참아 낼만 하시다 .

7시 반쯤 도착했는데 어머님은 한술 뜨셨다 .

난 영희가 담귀놓은 열무에 고추장을 비벼먹고  어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연속극이 끝나고 힘드실것 같아 들어가 누으시라 했다.

내일은 새벽에 나가 운동하고 9시넘어서 올 것 같으니 아침은 먼저 드세요.


이번 주는 친구들과의 일정을 잡지 않았다.
아침 산행에서 돌아와 어머니 점심 챙겨드리고 집에 갈 생각이다.

 

대둔산을 가고자 했다 .

마음의 어지러움이 많은 날들이다.

아서라!

가까운 곳에 삶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내 영혼의 쉼터가 있고,

한 뼘의 잠을 줄이고 기꺼이 떠날 만큼 아직 마음은 늙지 않았고, 

그 거친 길을 걸을 수 있는 건강이 있는 것 만으로도 복에 겨운 인생 아닌가?

일출은 다음으로 미루고 나 홀로 가는 새벽 명상 코스를 걷고자 했다.

마치 들숨과 날숨의 조화가 우리를 살게 하듯이

주체하지 못하는 기쁨을 안고 가는 곳이 산이고,

세상사는 아픔과 서러움을 내려 놓기 위해 가는 곳이 또한 산이다.

거기 무수한 생명들처럼 나 그 곳에서 도시에서 구겨진 내 삶의 주름을 편다.


친구와 가면 5시간 혼자 타면 알탕까지 4시간 이면 족할 것이다.
집에는 10시 경에는 도착할 수 있다.


새벽  4 20에 집을 나섰다.

생각없이 네비처자가 시키는 대로 가다 보니  안영 IC 가는 길에 속도 제한구역이 너무 많다.

판암으로  고속도로를 탔어야 했는데! “

도로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일교차 때문인 모양이다.

네비 처자가 시키는 대로 조심 운전을 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이상한 길로 올라가고 있다.

 

이 새벽에 대형 화물차들이 자꾸 내려오고 길이 험하고 지대가 높아진다.

네비 저자도 길안내를 포기 했다.

가다 보니 경비소가 있다 .

경비 아자씨  창으로 얼굴을 내밀고 어떻게 오셨나 묻는다

대둔산 가는데유 !”
~ 여기는 채굴 공사장이라 길을 잘 못 드셨어요 !”

앞으로 가는 길은 진흙탕 흙길이라고 하고 죄측으로 덤프차들이 밀고 내려와 할 수 없이 

후진으로 한참 차를 빼서  간신히 다시 돌려 나오다.


근데 공사장을 나가서  또 반대편 길을 잡은 거다.

네비처자가 혼비 백산 했는지 갈팡질팡 하는 사이.

~ ~
안개 낀 지방도에서 함부로 차를 돌릴 수도 없어서 차를 돌릴 만한 공터가 나올 때 까지 계속

진행 했는데  한참을 가라던 네비처자가 마을 쪽으로 돌아 나가는 길을 갤켜 준다.

 

근데 그게 완전 패착아었어 !

일수불퇴 !

자욱한 안개는 도무지 한 수 물러 줄 생각이 없다.

어떻게든 빠져 나오려 했는데  들어간 마을 길이 너무 좁아서 후진도 못 한 채 치매 환자처럼

계속 직진 !

이라다  좁아진 골목 사이에 낑겨서 오도가도 못하는 거 아녀?

 

서늘한 가슴으로 곡예하 듯 꼬불꼬불 계속 길을 따라 가는데

나도 네비 처자도 완전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반쯤 얼이 빠졌다.

계속 갈팡거리면서 길을 바꾸어 보여주는데 도무지 알아먹기 힘들다. 

아가씨 도대체 오디로 가면 되냐구요?”

 

한동안 마을 골목에서 실강이 하다가 좁은 하상 길을 따라 어렵게 마을을 빠져 나와 큰 길로

되돌아 갔는데 20분은 족히 허비 한 것 같다.

우야튼 아무도 없는 수락계곡 주차장에 도착할 때 쯤에는 날이 밝이오고 있었고 시계는
5
4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20
분의 시간 낭비와 기름 낭비
그리고 아침수행으로 고요해야 할 마음이 혼란과 불안에  휩싸였으니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다.

참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데
산길을 오르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우리 삶이 다 이와 같지 않은가 ?

우리는 계획을 갖고 예정대로 일을 진행하지만 그 일이란게 꼭 우리 생각대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중간에 진행이 틀어지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워쩔까잉?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최악의 상황에 맞딱뜨렸어 !

 

근데 그 일들은 우리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일어나게 되어 있거나  이미 일어났다.
내 마음은 그 이 후에 그 결과에 따라  혼돈과 혼란의 환란을 겪는 것이다.

그릇은 팍삭 다 깨지고,  물은 엎지러졌고  한바탕 바람은 이미 지나갔다.

닦아내고 수습하면 그만이다.

후유증과 상처는  더  열심히 노력해서 만회하거나

세월과  시간에게  맡기고 인내하며 기다리거나 !

하지만 어리석은 마음은 두고두고 그 괴로움을 곱씹이며 오랫동안 혼란을 부추킨다.

내게 일어 나는 수 많은 일 중의 하나 일 뿐이고 다 세상 살아가는 통행세인데...

아무리 큰 일 이라고도 내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그만한 선에서  마무리 시켜주신   신께 오히려 감사 해야지..

 

그려 !

내가 늘 하는 얘기처럼 마음공부 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산이다.

동굴에 은거하여 매일 도를 닦지 않아도 산은 그렇게 삶의 이치에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다.

 

세월과 산은 늘 얘기한다.

바람불어  잠시 가지가 흔들린 걸 가지고 마치 뿌리가 뽑힌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마라 !”.

다른 사람한테라면 몰라도 스스로에게는  솔직해지고 담대해지라 ! 

그리고 아무도 없는 산길을 올라 가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ᆞ

고마운  일이다.
내게는  산이라는 친구와 스승이 있어  흔들리는 내 마음을 다잡아주고 그 속 깊은  사랑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으니
나는 이렇게 나홀로 가는 산길에서 황홀한 고독을 만나고 한 철 나비가 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깨우친다.

푸른  가을 !

낯은 여전히 뜨겁지만 산릉을 불어가는 새벽 바람은 먼저 푸른 가을을 만나게 한다.

 

9월의 새벽으로 난 산 길은 참으로 청명하고 상쾌하다.

밝아오는 새벽의 빛으로 깨어나는 산의 풍경은 정갈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나홀로 가는 루트는 수락계곡의 능선을 따라 마천대에 오르고 그곳에서 서각봉과 깔딱재를 거쳐
다시 수락계곡으로 회귀하는 코스다.
그 길은 힘차게 뻗쳐오르는 능선을 따라 고도를 높이며 내려다보는 대둔나라의 조망이 일품이고

수락으로 회귀하는 숲길의 명상과 고요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길이다.

대둔산 명상의 길 !

계절에 따라 그 멋과 맛이 확연히 달라 마치 다른 산에 오르는 듯 늘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길이다.

 

마천대에 올라 기암병풍을 두른 대둔세상을 굽어 보고 거친 바위벽을 휘돌며 서각봉으로 길을

잡다가 거기 어디쯤 인가 길 없는 바위벽을 따라 오르면  내 비밀의 정원이 있다.

멀리 마천대가 보이고 소나무 그늘아래 시원한 바람이 거침 없이 불어가고 마치 구름 위에서

내려다 보듯 발 아래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아무도 쉽사리 찾지 못할 곳.

아니 언제부턴가 반석의 바위가 두 개 놓인 걸 보면 누군가도 나처럼 슬며시 이 곳을 다녀가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그건 그의 별장이기도 하고 나의 별장이기도 하겠지만 내 단언컨데 그 곳에서 우리가

만나서 자리를 다툴 일은 전혀 없어 보인다.

 

나는 그 곳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다가  서각봉으로 길을 잡는다.

그리고  햇볕이 강해 질 때 쯤이면 서각봉과 전망바위를 찍고  수락의 길고도 편안한  숲을 따라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가을이면 늘 마천대 일출을 한번씩  보곤 하지만 오늘은 일출시간에 맞추지 않았기에 먼저

반대편 산릉위로  황금햇살이 번져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떠오른 태양은 마천  바위봉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운무를 허리춤에

감고 있는 황금빛 월성봉과 바랑산은 대둔산의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바람은 시원하고 비라 보는 풍경이 그 여느 날의 느낌과는 또 다르게 신비롭게 다가온다.

마치 내가 머무는 세상이 아닌 듯 가슴에서 조용한 기쁨이 넘쳐났다.

난 그렇게  홀로 대둔 주유를 마치고 아무도 없는 수락의 맑은 물에 목욕재개 하고 다시 뜨거워

지는 세상으로 환속했다.

 

                                                                                            202392일 토요일

 

산 행 일 : 2392

산 행 지 : 대둔산

산행 코스: 수락계곡 마천대 서각봉 짜개봉 갈림길 수락계곡

소요시간 : 4시간

   : 맑음

   : 새벽바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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