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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78ENG - 덕유산

 

 

또 비가 온다고 한다

올해는 많은 날이 일단 주말은 비 소식과 함께 시작한다.

6월의 폭염이 한여름의 더위를 방불케하더니 장마비가 밀려온다고 했다.

37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더 잦아지는 비

비는 예측을 불허하고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 지는 중이다.

 

친구들과는 몇 년 전 여름에도 12일 덕유산 곤도라 등산을 계획했었다.

2019720

손에 잡힐 듯한 그 날의 기억 위로 벌써 4년의 세월이 퇴적었다.

지금의 기억에도 그 날 비를 머금은 축축한 땅의 비릿한 흙냄새와 싱그러운 숲의 향기가

살아 오는데 …..

맞다. 우린 광속으로 늙어 가는 거 .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4년 전 그 때는 태풍 다나스가 온다고 했지만 우린 초지일관 일정을 밀어 붙였다.

그 날!

내심 비 없는 시원한 산행을 기대했지만 결국 많은 비 예보와 함께 당일 곤도라 운행은
중단되고 오래 전에 계획했던 우리의 덕유 등정 계획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변덕스러운 건 봄 날씨 뿐이 아니어서 아침식사를 위해 리조트 인근 식당에서 만날 때도

그렇게 퍼붓던 비는 행선지를 변경하여 무주 트레킹에 오르자 거짓말처럼 그쳤다.

그리고 우린 맑게 씻기운 무주의 산길을 즐겁게 걸었다.

 

78ENG  2019년 7월 20일 산행기 

https://go-slow.tistory.com/17940644

 

 

친구들과 태안 봄회동에도 눈치없이 한나절이나  끼어 들어 치근덕 거리더니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는 이번 여름 산행에도 비는 마치 우리 모임의 멤버인냥 친구를

자처하고 나섰다.

허기사 비란 녀석도  매번 우리와 추억을 함께 나누었으니….

하지만  정말 징한 넘이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지 기분 나는대로  들이대는 진상의 친구

 

비가 조금 오면 강행이고 많이 오면 대전근교 우중 트레킹로 대체하기로 결정하고 추이를

지켜 보았는데 비 소식은 날이 갈수록 조금씩 약해져서 덕유산 인근은 오전에 조금 오다가

개이고 한 때 국지성 소나기를 뿌리는 걸루 약화되었다.

 

멋진 날의 필이 팍팍 온다 .

양표와 동윤이 멀리서 오니 우리가 올라가는 시간이 좀 늦어지면 비는 피할 수 있고 흐린

날씨에 고원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가면 폭염 걱정 없는 한여름의 쾌적한 가을산행의

정취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산 꾼들이 좋아하는 푸른 가을  날!

그라다 갑작스레 햇살이 야생화 흐드러진  고원을 비추면 구름과 산 안개가 그려내는 몽환의

조망이 어릴 적  알프스의 하이디 동화를 구현해 줄지도 모른다.

우야튼 최악의 상황은 넘어 섰으니 나머지는 덕유 산신령님이 알아서 해 주시겠지

 

대전에서 떠나는 78미차의 손님은 전환과 나 종경 세 명이다.

진호와 태성은 북유럽 여행 중이고 지호는 차편으로 인해 저녁에 합류하기로 했고 항식과

성환은 사정상 다음 가을 트레킹을 기약했다.

 

무주 인근을 통과하는데 세찬 비가 쏟아져서 내심 걱정했지만 우리가 안성탐방지원센터

주자장에서 만난 때는 비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매 번 똑 같은 방송이 나오는 곤도라 탑승장

정상의 기상 상태로 조망이 좋지 않아도 환불이 되지 않습니다..”

우린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아주머니 한 분과 함께 곤도라도 타고 설천봉에 올랐다.

넙대대한 풍채의 아줌씨를 향한 차박사의 돌직구!

생기신 것은 그렇지 않으신데 백두대간까지 다 타시고 대단하시네요!”

이거 덕담이여  ?  아픈 곳을 찔러대는 송곳이여?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카메라가 작동이 되지 않는다.

SD메모리 카드도 이상 없고 밧데리도 충분한데

나중에 확인하니 SD카드가 망가졌다.

오래 뺏다 끼웠다 하는 과정에서 손상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환상의 풍경을 만날 수도 있는 오늘 인데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자욱한 산 안개가 들이찬 숲 길을 걸어 향적봉에 올랐는데 눈에 뵈는 건 사진 찍느라 바쁜 사람들

표석 앞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느니  그 사람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되지

 

이제  향적봉 사진은 인증의 의미도 무색해졌다.

수 많은 주목들이 뽑혀가고 .그 숲에 기대어 삶을 이어가던 무수한 동식물과 곤충들이 떠나간

그 날부터

그 심산의 가슴을 잘라내어 스키장을 만들고 그 허리에 리조트를 만들고 곤도라를 운행하던

날 부터

곤도라에 탑승하면 우린 땀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1600고지의 수려한 풍광을 마주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자 비로소 명징해졌다.

우리가 자연에게 무슨 짓을 했고 대자연이 그 아픔을 어떻게 우리에게 다시 돌려주고 있는지 ...

방울소리 흔들며 존재를 과시하던 쌍방울은 리조트 인수 후에 패망의 길을 걸었고 우린 짧아지는

겨울 두 달을 제외하고는 나무와 곤충이 없는 흉물스런 스키 슬루프를 대면해야 한다..

지금의 날씨 추세로 가면 머지 않아 덕유산 스키장의 문을 닫을 것이다.

우리는 후손들이 지친 가슴을 기대어 휴식할 수 있는 천년 숲을 그렇게 황폐화 시켰고 수많은 동

물과 식물, 그리고 곤충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늘 덕유에 오르면 아쉬움이 인다.,

스키장과 리조트만 만들지 않았더라면….

그냥 곤도라 정도만 가동해서 더 높이 오르기 힘에 부친 사람들에게 멋진 고원의 풍광을 보여주

는데 까지만 만족했더라면 어땠을까?……..

역사와 우리의 삶에서 만약이란 단어 만큼 공허하고 허무한 말이 또 어디 있으랴?

 

그랴도 친구들과 함께 이 멋진 길을 걸을 수 있는 오늘은 행복한 날이다

얼마간 산 안개 자욱한 길을 걸었다.

춥지도 않고 그렇다고 덥지도 않은 고원의 아침

큰 산은 그렇게 오랜만에  편안한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돌아 왔고 우린 그 품에서 끊어진 우리의

지난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갔다.

 

이름모를 야생화가 손을 흔드는 그 길에서 

젊은 날 우리가 어느 산모퉁이에 걸어 놓은 추억이 말을 걸어 오고  산과 바람은 또 삶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

이젠 세월이란 넘이 드러내 놓고 우리의 얼굴과 머리에 내려 앉아 대 놓고 위협을 가한다.

" 여유부리지 마라 !   움루쭈물하다가 한 방에 훅간다 !"

그래 내 친구란  내 거울 이고  내 삶의 보중서 같은 거다.

 

덕유 능선에서 그리고 동엽령 하산 길에서 두 번에 걸쳐 술과 안주를 나누었다

인생 뭐 별거 있능가?

세월의 파도에 밀려 외로워졌지만 지금까지 잘 살아 온 내공으로 씩씩하게 또 잘 살아

가다가 반가운 친구들 만나 이렇게 높은 산에 한 번 올라 코에 바람 넣는 거지

옛 이야기 나누며 술 한 잔 치면서 한바탕 웃어 젖히며 사는 거지 ….

 

요 몇일 장한 비가 내려 계곡물은 거칠게 표효 했다

우린 계곡 아래 폭포와 커다란 소가 있는 곳에서 배낭을 내렸다.

덕유의 능선은 몸 안에 쌓인 세상의 울분을  땀으로  빼내 주었고 탕탕한 계곡수는 그 세속의

찌꺼기들은 말끔이 씻어 주었다.

그리고 무수한 세월을 보낸 이무기들은 마치 승천을 준비하는 잠용처럼 계곡을 온통 휘젓으며 

우리 기쁜 늙은 날을 노래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출출한 위장과 함께 대전으로 돌아와 지호와 덕하와 반가히 해후

하고 맛 있는 성찬을 즐겼다.

오늘의 밥값은 덕하가 계산하다.

4년전 그날에는 차박사가 노래방 바람을 잡았다는 소문이 파다 했는데 그날은 누구의 제안이었

는지 모르지만 이번에도 우린 노래방에서 도우미도 없이 만원 짜리 지페를 내다 걸고 열쒸미

노래를 불러댔던 것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 늙어 지면 못노나니 !

그랑께 우리 나이가 으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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