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같은 내 산 친구
출정의 날이 밝았다.
ㅎㅎㅎ
칠보산의 내막을 모르는 조사장은 어제 단 꿈을 꾸고 오늘의 즐거운 산행 후의
뒤풀이를 생각하고 있겠다.
술 한잔 하자 했으니 술 값을 해야지
평범한 산을 타고 칼로리 소모도 없이 마시면 술 맛이 안나지…
칠보산은 재작년에 두 번이나 갔다.
홀로 갈 때는 원래 구봉능선을 찾아 간 건데 들머리를 찾지 못했다.
이가지 전우들은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아 정규 등로를 따라 산행하고 알탕을
하고 돌아 왔다.
엄하사는 쌍곡의 산수에 반해서 마눌을 데리고 다시 갔다.
우야튼 금지구역의 비등은 아니지만 위험하고 힘든 코스라 지자체에서도 아얘
등로를 폐쇄하고 개념도에서 루트를 지워 버렸다.
결국 칠보산 구봉능선은 꾼들이 가는 코스로 만 남았다.
청백산우들과 함께 가려했는데 일요일 산행이라 가지 못하다가 조사장이 술
한잔 치자니 불현듯
그 코스가 떠올라 칠보산 구봉능선으로 통발을 넣은 것이다.
사실 구봉능선을 타 본지는 20년도 넘은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것은 멋진 조망 그리고 바위 산의 수려한 자태와 어우러진 노송들
꽤 큰 굴곡과 낙차로 제법 산타는 재미가 쏠쏠했던 산
펄펄 날아다니던 시절이라 힘들 건 없었을 테니 지금 남아 있는 느낌과 잔상은
다 좋은 기억들 이다.
그래도 대전의 준족 할배들이니 다섯시간 쯤 소요될 거라 했다.
이번에는 들머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선답자의 산행기를 검토했는데 비지정
등로이다 보니 올라온 산행기가 많지 않다.
한 선답팀은 7시간 30분 걸렸고 또 한 팀은 6시간 30분이다.
우린 5시간 30분 정도 소요될 것 같다.
하여간 다리를 건너자 마자 초입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식당의 휴게 시간 까지 고려한 조사장은 산에서 점심을 먹고 사우나를 마무리
하는 시간 까지 계산해서 7시에 동막골에서 출발하자고 했다.
금요일은 좀 일찍 내려가서 어머니와 함께 있다가 영수가 오는 걸 보고 9시 반
쯤에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 왔다.
새벽형 인간들의 이례적인 늦은 출정인 셈이다.
1시간 30분 가량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떡바위 들머리에 도착하다.
자신 있게 앞장서서 다리를 건넜는데 계곡 쪽은 모두 가로대로 막혀있다.
바른생활 사나이 조사장에게는 사전에 비지정 등로라고 이야기도 안했다.
.잘 만들어진 길을 두고 갑자기 가로대를 월담하니 눈이 휘둥그레지는 조사장!
“잠시 기다리세요 들머리를 확인하고 올 테니 …”
혼자 등로에 남겨놓고 펜스를 넘어 길을 찾는데
도대체가 구봉능선으로 들어가는 들머리는 오리 무중이다
핸펀 지도를 확인하니 담을 넘어 계곡 옆으로 붙은 소로를 타다가 능선
으로 붙는 모양이다.
돌아와 의아해 하는 조사장한테 오늘의 산행 개요를 대략만 설명을 했다.
“정규등로는 계곡길이고 우리가 갈 구봉능선 길은 비지정 탐방로로 폐쇄된
곳이다.
식생을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산길을 막고 들머리를 지웠지만 금지
구역은 아니니 걱정할 건 없다.
길은 아는 산꾼들은 수려한 경관 때문에 이 길을 선택한다..”
대충 사태의 흐름을 눈치 챈 조사장 !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뒤를 따라 온다.
근데 5~600미터 계곡을 따라 진행하다가 길의 흔적이 끊어졌다.
흐미 ~
대략 난감이다 .
“쿼바디스 도미네?”
조사장을 세워 놓고 동물적인 감각과 촉으로 능선을 흐름을 가늠해서 이리저리
찾아 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애초 단추가 잘 못 끼었나?”
얼굴에서 일말의 불안감이 스쳐가는 조사장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찾아야
하는데 어디에도 능선방향으로 연결되는 등로가 발견되지 않는다.
위험한 거친 길과 알바 가능성이 많은 비등을 극혐하는 안전지킴이 조사장이라….
헐 헐 ~헐~
오늘도 날이 아닌 모양일시….
나 혼자라면 더 오래 찾아보고 알바를 하더라도 웬만한 길의 흔적을 따라
올라가 보겠지만 조사장과의 동행이니 그럴 수도 없다.
온전 맥이 풀리지만 또 그 나물에 그 반찬으로 먹던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되돌아 갑세다.!”
돌아 나가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능선 쪽으로 바짝 붙어 길을 파악 하는데
희미한 등로가 하나 보인다.
속으로 번뜩 스치는 생각 !
“이렇게 회군하는 건 아쉬우니 설령 저 길이 아니더라도 저 길 까지만 따라
갔다가 돌아 오는 걸루 하자.”
안도의 숨을 내쉬는 조사장에 길을 찾았다고 얘기하고 그 길을 따라 오르는데
그래도 길의 흔적이 계속 이어진다.
급기야 선답자의 리본을 만났다.
얼마나 반갑던지…!
“이 길이 맞는 개벼 !“
길은 계속되더니 언덕에 오르자 묘지가 하나 나타난다.
“우쩌? 이거 묘지 가는 길 아녀 ?“
불길한 예감은 맞아 떨어진다 했나?
묘지에서 길이 끊어 졌다. 묘지 주변에서 위 쪽으로 난 길이 없다.
근데 오랜 세월 산을 헤집고 다니던 산꾼의 촉이 온다,
산세의 흐름으로 보아 구봉능선 길은 멀지 않아 보인다.
난 마치 길이 있는 듯 그 묘지 위 비탈을 말없이 치고 올라갔고 조사장도
묵묵히 따라 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흔적이 뚜렷한 능선 길로 올라섰다.
“ 참 어렵게 찾아 왔네 !”
시작이 반이라고 제대로 정상적인 길 위에 올라섰으니 오늘 산행의 반은
끝난 것이다..
바람도 가끔 불어 주었다.
나는 뒤로 물러나 조사장이 선답을 하게 했다.
고도가 높아 갈수록 길은 장쾌 해졌다.
첫 번째 봉우리를 지나 두 번째 봉우리를 향해 가는 중에도 절경지가 많아
그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느라 발 길이 많이 밀렸다.
조사장은 길을 따라 파죽지세로 진군해 나갔다.
길은 이리저리 정신 없이 뒤채고 풍경은 점입가경이라 한숨이 절로 나는데
멀리 내다 보이는 바위 위에서도 조사장의 뒤태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차이가 많이 난 모양이다.
사위는 조용하고 내가 휘적이며 길을 가는 소리 이외에는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 무심의 고요다.
한 동안 홀로 명상 산행을 이어갔다.
시간이 더 지나서 어딘가에서 조사장이 외침 소리가 들려 왔다.
근데 소리 나는 쪽이 내 뒤에서 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시방 잘 못 들었나?
내가 답을 하면서 다시 확인하니 분명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맞다.
“오잉!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소리가 나고 한참 휘에 온몸에 땀에 흠뻑 젖은 조사장이 헐떡 거리고 올라 왔다.
풍경에 사족을 못 쓰는 내 야지리 근성으로 인해 내가 한참 처진 줄 알았는데….
한참 아래까지 내려 갔는데 길이 끊어져서 다시 돌아 올라 왔다고 했다.
아랫 쪽에 능선과 우회하는 가림길이 있었는데 조사장은 아랫쪽 우회 길을
선택했던 모양이다.
사실 리본이 그 쪽에 달려 있는 걸 보고도 나는 조망 때문에 일부러 힘든
바위 길을 택했다.
아무튼 2개의 봉우리를 채 오르지도 못한 상태에서 조사장은 예기치 않게
전력을 낭비하고 거친 바윗길을 되짚으면서 멘탈이 흔들렸다.
우리는 멋들어진 둘 째 봉우리 앞 전망대에 올라 휴식하며 물을 마셨다.
설마 이런 식의 난이도로 9개 봉우리를 넘는 건 아니겠지?
그곳은 천헤의 명당터 였다.
집채 만한 바위 위에 우리가 올라 앉았는데 바위 위에는 평평하게 흙이 덮여
있어 산자락 공터와 같은 곳인데 소나무 그늘이 시원한데 후련히 터진 허공
에서 바람이 마구 불어 주니 신선대가 따로 없다.
멀리 큰 산이 바라다 보이는데 그 느낌이 흡사 청량산에 은거한 청량사에서의
감회와 비슷하다.
한참을 쉬고 출발 했는데 그 이후로 9봉우리 째 칠보산에 오를 때까지 구봉 길은
한결 같이 멀고도 험난 했다.
조사장의 힘든 기색이 역력했고 곳곳 오름길 마다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거친 길을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끊임 없이 올라가는 길은 근래에 보기
드믄 험난한 난코스 였다.
나의 기억은 20년의 세월을 건너 온 빛 바랜 역사였고 그 시절은 한국의 오지산을
하이에나처럼 무리지어 쏘다니던 왕성한 시기여서 한바탕 신명나는 춤사위로
흥청거리는 장날의 잔상이었다.
작년 좌구산에서 동네 깡패한테 흠신 두들겨 맞았던 전국구 선수들이 올해도
시골 동네로 스파링 전지훈련 갔다가 다시 먼지 나게 뚜드려 맞는 격이다.
나 역시 평소 보다 좀 힘들긴 해도 감량 탓인지 그렇게 힘겨운 수준은 아니다.
사실 등로의 수려한 풍경이 그 고난을 상쇄 시키는 그런 길이다.
지난달 식장산은 술을 마셔서 그렇다 해도 지난 주에도 홀로 속리산 5시간을
탔다던 조사장은 이번주에도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인다.
신선대에서 15분 정도 쉬며 물을 마신 것 말고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 갔는데
꼬박 세 시간이 걸렸다.
고진 감래라 ! 드디어 정상이다.
고생 끝에 도착한 샴발라라 자주 올랐던 정상이지만 그 느낌과 감회가 각별했다.
우리가 가는 등로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더니 칠보산 정상은 무수한
인파로 북적거렸다.
우린 그 인파 속에서 제 2의 신선대를 찾아내서 시원한 곳에서 여장을 풀고 비로소
여유로은 점심 만찬을 즐겼다.
30분은 족히 머물면서 점심으로 준비해간 간식을 나누며 고난도 등로의 여독을
풀었다.
이젠 산릉의 절경을 구경하며 걷다가 계곡 따라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 빡센 산행을
보상받는 여유로운 여정만 남겨진 셈이다.
하산길 !
몇 일 비가 왔음에도 쌍곡 계곡의 수량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계곡의 상류는 건천이라 계곡 아래로 물의 흔적이 감추어져 있더니 내려가면서
점점 수려한 계곡의 풍모를 되찾아 갔다.
우리는 비장의 폭포가 있는 계곡의 후미진 곳에서 배낭을 내렸다.
나는 그 커다란 소 안에서 승천하지 못한 한 마리 이무기처럼 유유히 헤엄을 치면서
알탕을 즐겼고 언제나처럼 조사장은 사우나를 한다는 핑계로 웃옷만 빨아서 짜 입었다.
요산요수라 !
내 아는 지인들 둥에 거친 산행을 하고도 시원한 물에 뛰어들지 않는 친구는 단연코
조사장 단 한 명 뿐이다.
우린 6시간의 보람찬 산행을 마치고 조사장 집으로 돌아 내 차로 신탄진으로 이동했다.
신탄진 동네 사우나에서 1시간 30분의 사우나를 하고 조사장이 자주 가는 해산물
식당에 가서 붕장어 회와 붕장어 전골을 먹었다.
조사장 전화 한통이면 끝이다. "친구와 둘이 갈 테니 자리 좀 준비해 주세요."
뱃가죽이 등가죽에 달라 붙는 허기 속에서 마주한 술상이니 그 맛에 관해 무슨
이야기가 필요할까?
숱한 세월 살아 오면서 늘 가장 맛 있는 만찬은 거친 산행 후에 받은 밥상과 술상 이었다.
조사장도 알거다.
대한 민국 거친 산을 타고 내려와 목욕재개 하고 마시는 술 맛은 카타르시스고 액스터시
란 것을..
땡 볕에 작대기만 냅다 휘두르다 마시는 술 맛이나 거래처 접대하면서 마시는 술 맛과
비교가 안된다는 것을…
산 맛을 아는 사는 사람들은 쉽사리 산을 내려오지 못한다.
많은 산 친구들이 아픈 관절을 이끌고도 산 언저리를 맴도는 것도 영혼의 깊은 곳을 울리는
산의 소리와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날의 감동과 기쁨 !
수 많은 평범한 날을 뒤흔드는 그 선연한 고통이 몰고오는 삶의 오르가즘을 알기 때문이다
맥주 두 병에 소주 세병 !
안주가 좋으니 더 들어갈 수도 있지만 거기서 더 마시면 오늘 열심히 심신수련한 거
도로아미 타불이지…
아름다운 가을의 일박 여정은 10월 무등산으로 결정했다.
먹거리가 좋은 전라도…
코스는 내가 잡고
숙소와 식당은 조사장이 잡고
운전도 조사장이 한다.
물론 돈도 다 조사장이 내고….
돈도 많고 마음도 넓은 조사장이라…
잠시 쉬었다 가는 인생 길 내 것 이란게 어디 있능가요?
모두다 잠시 빌려 쓰다 두고 가야 하는 길이니
운이 좋아서 빌려 받은 게 좀 더 많은 사람이 쓰면 되는 거지
조사장 말이다.
…
산 행 일 : 2023년 9월 8일
산 행 지 : 칠 보 산
산행코스 : 떡바위 – 구봉능선-칠보산-절골-절말-쌍곡계곡-떡바위
거 리 : 약 9km
소요시간 : 6시간 (알탕 휴식 토탈 약 1시간)
날 씨 : 말고 바람 솔솔~~
동 행 : 조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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