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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78ENG - 23년 가을 서천 회동

 

 

 

   

 

친구들의 많은 참석을 위해 서 3개월 이전에 회동 날짜를 확정한다는 건 오히려 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예상치 않은 돌발 변수는 늘 일어 나는 법인데 친구들이야 모임의 비중을 그리 크게

가져 가지 않으니 쉽게 바꿀 수 있지만 주최측인 나와 차박사만은 자유롭지가 않다.

이번에도 오랜 친구 딸래미 결혼식 날짜와 겹쳤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결례를 하고

양해를 구해야 했다.

오래전에 확정하고 중간에도 통발을 한 ENG모임이지만 예상대로 가을이라 친구들

에게도 많은 돌발 사건이 있어서 78ENG 가을마차는 단촐했다.

 

태성이는 갑작스런 회사 문제로 출장을 가야하는 상황이고 진호는 사돈의 내방이

있어 부득이 참석치 못한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만석지기 양표는 여럿이 연결된 추수 계획을 조정할 수 없었다.

모임 확정공지를 보고도 꼬리를 잡지 못하고 침묵하는 친구들 또한 시간을 빼기 쉽지

않을 상황일 터이다.

 

다들 잘 살고 있는 거다.

늙어 가면서도 계절의 변화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우리의 만남 보다 더 중요한 많은

일들을 처리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이니 은퇴가 무색하게 왕성한 삶을 살아

가고 있지 않은가?

 

예상치 못한 합덕의 부농 양표의 불참으로 면천막걸리는 날라가고 무면허 동윤이는

공중에 떴다.

마지막날 까지 대전발 새벽마차 인원의 변동이 없었다.

출발 하루 전 날 까지 네 명 외에 추가 참여 희망자가 없어서 남은 한 석은 동윤이에게

배정했다.

서천 터미날에서 아침에 픽업하기로 하고 ….

 

근데 뒤늦게 바쁜 일정이 마무리된 성환이 참석의사를 타진해 왔다.

좀 애매한 상황이다.

미리 조율이 되었으면 차를 증편하면 되는데 차 한대로 가벼운 여행길을 확정하고 난

터라 상의해서 한대를 더 가져가기도 부담스러웠다.

당연히 사실을 알면 종경이 차를 가지고 가겠다고 하겠지만 차가 두 대면 오가며 내가

운전해야하고 그러다 보면 모처럼 화창한 가을날에 목 한번 제대로 축이지 못할 판이다.

나는 땡초다.

산 속에서 도를 딖고 있노라고 자위하면서 늘 산 언저리를 기웃거리지만

사실은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어두운 땡초 !

우짤끼고?  그래서 내가 거꾸로 성환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번에는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다음 번에 함께하면 좋겠네…”

성환이 모처럼 참석의사를 밝혔는데 참 미안시러운 일이긴 한데 친구 자혼도 팽개치고

가야하는 마당에 제대로 잘 놀고 잘 먹구 와야지….

성환아! 담에 시간 날 때 따로 산책이나 가고 밥 한끼 하자 ! “

거의 고정멤버인 우리 네 명은 구암역에서 만나 현충원 방일해장국으로 이동 거한

아침을 먹고 커피까지 한 잔씩 때렸다.

날씨는 다소 흐렸지만 가는 중에 날씨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청명한 가을 날의 기대가 펄펄 날렸는데 웬걸 해안가에 다가 갈수록 날씨는 다시 을씨년

스러워 졌다.

비 소식은 없었잖아?”

동윤을 픽업하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중에 차박사가 그래도 비는 안 올거라야 !” 라고

말을 하자 마자 빗방울이 창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초 신성리 갈대밭을 먼저 돌아보아야 하는데 동윤을 픽업하는 바람에 다시 역으로  

20km 가까이 되돌아 가야 해서 장항 송림 숲 산책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해변 주차장에 도착하니 거센 바닷바람에 빗방울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우리가 우비와

우산을 준비하는 동안에 비는 완전 여름비 처럼 사나워 졌다.

흐미 ~~ 봄날 태얀 상춘 여행의  재판이여 !…”

해후가 반가운 비는 하트를 뿅뿅 날리면서 거한 축하 세리모니를 퍼부어대고 쾌청한

하루의 트레킹을 예상하며 악천후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우리는 황당하고 난감해졌다.

모두들 보온을 위해 우비를 입고서도 비를 피할 수 없고 지붕이 있는 정자에서도 바람을

막을 수 없었다.

비가 들이치는 바다는 겨울 같은 가을날을 몰고왔다.

움직이지 않으면 늙어간다더니  움직이지 않으면 얼어 붙어버릴 날씨….

78할배들과 비는 이래저래 뗄 수 없는 인연인 개벼….

 

칼국시 식당에라도 가서 비를 피하는 방법도 있지만 오늘의 일정이 제대로 어그러 질

것이다.

할 수 없이 우리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잔뜩 웅크린 채 비 뿌리는 솔 숲을 걸었다.

해변의 정자는 바바람에 쓰러질 듯하고 그 안에서 멀뚱멀뚱 서서 팔랑개비처럼

나부끼기도 쉽지 않아 우리는 안쪽의 송림 숲을 걸으며 비와 바람을 피할 쉘터를 찾고자 했다..

맥문동은 우아하게 비를 긋고 갑작스런 비에 준비없이 숲 속 깊숙히 들어섰던 사람들은

혼비백산 몸으로 빗물을 받아내며 귀로를 서둘렀다.

 

1130

해양 박물관 까지 이동해서야 우린 비로소 투명한 유리 천장이 있는 벤치를 만날 수

있었고 비로소 한숨을 돌리며 곳에서 각자 준비한 식단을 풀었다.

바람도 들이치지 않으니 비가 그칠 때 까지 막걸리를 푸면서 개기는 거지 !”.

 

이 대목 또한 태안의 봄 회동과 거의 같은 양상인 걸 보면 비란 넘은 ENG  6번째 고정멤버가 맞다.

준비한 음식을 바리바리 내 놓고 막걸리는 마시다 보니 비는 그치고 거짓말처럼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람도 잠잠해지고 눈부신 밝은 햇살이 맑게 씻기운 송림 위로

쏟아져 내렸다.

변화무쌍하고 황홀한 대자연의 경이로움 이었다.

짙은 솔숲의 향기와 비릿한 바닷 내음이 답답했던 가슴과 코를 뻥 뚫어 주고 쾌청하고

싱그러운 가을은 움츠려들었던 오감의 모세혈관을 활짝 열어 주었다.

 

야외 시골 장터처럼 시끌버쩍했다.

막걸리와 족발, 닭발 안주.    

바나나에 귤에 포도에 방울토마토 돌사과의 과일에 빵과 군계란 까지….

동윤이는 마눌이 보냈다는 머드 화장품과 침향환을 하나씩 돌리고 군계랸 한판을 풀었다.

그나마 일찍 점심과 막걸리 한잔을 나누었으니 다행인 셈이다.

예상했던 눈부신 가을 날이 순식간에 우리 곁으로 돌아 왔다.

우리는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성찬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이후의 여정은 빗물을 흠뻑 받아내고 눈부신 태양아래 싱싱해진 맥문동처럼 의기 양양했다.

 

맥문동 개화시기도 아닌데 장항 송림에는 방문객은 아주 많았다.

우린 송림의 반대편 주차장까지 송림 깊숙히 까지 걸었고 가을 꽃 길에서는 영어 선생님

일행이라는 후배 여성들을 만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스카이워크도 걸었다.

오늘은 입장료를 안받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입장료를 받고 일부를 지역 상품권을 돌려 주었던 거 같은데 오늘은 매표아자씨

자기일이라 그냥 들여 보내 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스카이 워크 위에서 맞는 비 그친 바닷바람이 시원하고 멀리까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고도감으로 도시에서 답답했던 가슴은 막힘 없이 후련해졌다.

우리는 여세를 몰아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해변을 걷고 멀리 외곽의 데크 까지 걸었다,

친구들이 12000보를 찍었다는 데 생각보다 많은 발걸음이었다..

 

송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우린 서천 국립생태원으로 이동했다.

서천에는 친구 혹은 가족들과 몇 번인가 왔고 그 때마다 산을 주로 타고 어시장에서 펄펄

뛰는 회를 먹고 돌아 왔다.

너무 자주 가서 눈감고 찾아가는 대천과는 또다른 투박한 멋이 있어 바다를 보며 술 한잔

치고 싶을 때는 서천으로 훌쩍 떠나곤 했다.

휴양림이 있는 희리산과 월명산이 가볍게 몸풀기 좋은 바다가 보이는 산들이다.

희라산 휴양림은 공기 좋고 상대적으로 시설이 좋은 탓에 인기가 아주 높아서 주말 예약은

거의 하늘에 별 따기다.

 

서천 수산물특화시장은 자연산 광어와 우럭이 유명한데 오래된 어느 겨울날에는 친구들과

5키로가 넘는 광어 회를 떠서 먹다 먹다 다 못 먹고 싸가지고 온 적이 있다.

먹다가 지쳐서 김치 까지 싸 먹었다.

야속한 세월이라니....

그 날의 친구들은 세월 속에 뿔뿔히 흩어졌다.

 

하여간 국립 생태원은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가 본적이 없다.

어쩐지 인공의 냄새가 강해서 내 취향의 방문지는 아니었지만 내부에 두시간 이상의

산책로가 있고 볼거리가 많다고 들은 바 있어서 이번 여행지에 편입시킨 곳이다.

관광과 트레킹이 테마인 친구들과의 여행 궁합은 잘 맞아 떨어지는 곳일 듯하다.

입장료는 5000

이미 경로우대에 편입된 김옹은 입장료가 면제고 나머지는 안타깝게도 턱걸이

거금 2만원을 지역발전 기금으로 쾌척하고 넓은 공원을 한 바퀴 돌다.

 

볼거리는 예상보다 많았다.

지구촌의 축소판이었다.

아마존과 아프리카 심지어 북극과 가자지구 사막까지 다 섭렵한 느낌 !

실제 사육하고 있는 열대 어종과 파충류들 그리고 동물들의 종은 다양했고 식물들의

식생도 다채로웠다.

박제처럼 움직이지 있는 동물과 파충류들도 모두 실제 생명체들이었다.

우린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여러 형태의 전시관을 둘러 보았다.

내부 전시관을 꼼꼼히 챙겨보고 외부의 산책로를 한 바퀴 다 볼아 보려면 점심을

싸가지고 와서 천천히 쉬어가면서 즐겨야 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돌아보기 좋은 관광지였다.

 

시간도 5시가 다 되었고 우리 걸음 수도 2만보를 훌쩍 넘어 갔다.

예정된 코스는 남았지만 운동량은 초과 달성했고 이곳에서 대전 가는 길에 있는 신성리

갈대밭 까지 가려면 19km를 차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갈대밭을 돌아보고 나면 다시 동윤을 내려주기 위해 서천역으로 와야 해서 시간이

너무 늦을 것이다.

마이 무것다 아이가 ?”

저녁 식사하면서 술 한잔 치고 헤어지기도 빠듯한 시간이 남았으니 이쯤에서 마무리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서천에 오면 펄펄뛰는 회를 먹어야 제격인데 회 말고 간단히 먹자는 의견이 있어 할매집

아구탕으로 절충 마무리 하렸더니 차박사가 강력한 이의를 제기했다.

바닷가에 와서 기분 좋게  바람쐬고 운동을 했는데 펄떡이는 횟감으로 술 한잔 쳐야 하지 않냐고?

나야 원하는 바지만 회장이 그렇게 밀어 부치니 아무도 토를 달 수가 없다.

 

우린 꽉찬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수산물 특화시장으로 이동했다..

자주 오다 보니 이젠 동네 시장처럼 되어버린 낯익은 곳이다.

 

가을이 농익어 가는 서해 바다.

지난 주 대천항의 농어 맛을 못 잊어 커다란 농어 한 마리에 우럭 두 마리, 전어 1kg

잡아 달라고 했다.

차박사는 자기자 오자고 했으니 본인이 내겠다고 막무가내 고집을 피었다.

애들을 출가시킨 것도 아니고 별다른 이슈도 없는데 왜 번번히 밥값과 술값을 내겠다고

나서냐고요?

차박사라 차는 의례껏 낸다고 쳐도 기름값에 톨비에 우비 값 까지 다내고 횟값까지

계산 한다니 78ENG 회장이 아니라  78ENG 엔터프라이즈 CEO여 ?

그 것도 모자라서 막판에 또 화장실 가는 길에 자릿세와 술값과 매운탕 값까지 죄 계산하고

돌아 왔다.

술에 취한 건지 서천의 풍광에 취한 건지….

만남의 정에 취한 건지

우린 그렇게 술과 바다와 친구에  취해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하여간 항식이와 내 생일 이었다

종경이는 귀로의 운전을 위해 술을 못하고 동윤이는 맥주 한 잔  

우린 소주 네 병에 맥주 두 병 기분 좋게 나누어 마시고 보람찬 하루의 일정을 그렇게

마무리했던 것이다.

 

우리 나이에 잘 자고 잘 놀고 잘 먹고 잘 싸면 아무런 이상이 없는 거지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 되는 대로  사람의 힘을 빼는 도시를 벗어나야 하고

가끔 친구와 만나 함께 운동하고 풍경 좋은 곳에서 술 한 잔 쳐야 하는 거지

그래야 배도 고파지고 술 맛도 살고 사는 맛도 살아 나는 거지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78ENG  서천 여행 

트레킹 & 힐링 관광

2만보 워킹  &  서천 수산물 특산 시장  뒤풀이

 

여행지 : 서천 일원 

              장항 송림 트레킹, 서천 국립생태원 탐방 

동   행 : 동윤,전환,종경,항식 그리고 나

날   씨 : 비온 후 쾌청 

 

전환 : 차량지원, 기름값, 톨비 , 우산과 우비지원 , 족발 ,과일 횟값,술값 자릿세 등

          토탈 20만원 상당 뒤풀이  비용 일체 부담 

종경 : 돌사과, 빵 귀향길 운전지원 

동윤 : 머드 화장품 선물, 침향환, 바나나외 군계란, 

항식 : 막걸리,안주, 기타 간식 

나    :  일정수립, 리딩 및 사진, 운전지원  닭발, 막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