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

제주 넷째날 (서우봉,함덕해수욕장,닭머르)

 

 

430분에 일어나 밖을 내다 보니 여름비처럼 장대비가 내린다.

워쩔 것이여?

가기로 했으니 가야지

아무도 없는 해변에 비가 세차게 오고 풍랑이 거세면 위험할 수 도 있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거 봤쓰?

 

 

오늘 가고 싶은 곳은 서우봉과 함덕 해수욕장

그리고 닭머르 해안

 

세 군데 모두 제주시에서 그리 멀지 않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다.

먹거리는 몰라도 볼거리는 틈새시장이 5일장 보다 더 나을 수도 있지라?

주섬 주섬 옷을 주워 입고 마눌 깰까봐 살금 살금 나가는데 문이 잠기질 않는다.

아무 생각없이 벽에 카드를 빼서 문을 다시 셋팅하고 카드를 다시 꼽고 나왔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객실과 화장실의 불이란 불은 죄 다 켜지고 TV 까지 켜지는 바람에 마눌이

완전 잠을 설쳤다고 했다.

~~

 

예상대로 가는 중에 날이 조금씩 밝아 졌다.

서우봉도 일종의 오름인데 숲이 짙고 비가 세차게 오는데다 등로에 자욱한 안개가 깔리니

우산을 쓰고 걷는데 분위기 참 을씨년스럽다.

비탈진 진흙 산길은 미끄럽고 빗물은 바짓단에 튀는데도 별로 신경은 써지지 않는데

불 끄고 납량 특집 씨리즈를 볼 때처럼  신 새벽 스릴과 서스펜스 쥑인다.

무릉객도 참 엔간 하지라 !

이런 날 꼭 이렇게 까지 나대야 하느냐 말이다.

아ㅏ 놔아 ~~~

새가 날지 않으면 병이 난 거 아녀?..

무릉객 나대지 않는 날이 더 이상한 게지..

 

정상은 온통 나무로 둘러 쌓여 있어서 올라온 숲 길처럼 어둑하다.

안개가 없다 해도 바다는 고사하고 특이한 무언가 눈에 들어올리 가 없다 ..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주차장에서 멀어져 차량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온 길을

되짚어 가서  차를 회수해 함덕 해수욕장으로 갔다.

 

비 내리는 해수욕장

아무도 없는 해변은 혼자인 나보다 더 외로워 보인다..

해변의 유명한 델문도 까페를 지나 시야가 닿은 해변 멀리 까지 걸어서 되돌아 왔다.

 

 

 

닭머르는 용암의 해변이다,.

별로 유명하지는 않은 곳이지만 바다를 내려다 보는 정자가 하나 있고 그 주변에서 분출한

용암이 만들어 낸 특이한 해안 풍경이 있다.

지명의 유래는 마치 닭이 흙을 파헤치고 날개를 펼친 모습과 닮았고 알을 품거나 병아리를

보호하기 위해 날개를 펼친 모습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정자가 올라가 있는 곳이 닭의 등 같기도 하고 정자에서 떨어진 곳의 해변에 닭의 형상의

바위 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주변의 해변을 거닐다 보면 굳어지기 전에 신이 내려와 장난을 쳤는지 그 용암 바위들

위에 포석정처럼 길게 물길이 난 곳도 있고 흙도 없는 용암 사이 사이에서 경이롭게 피어

나는 생명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수 억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제주의 특이한 용암 해변은 하여간 내가 좋아하는 제주의

풍경이다.

 

닭머르 까지 야지리 돌아 보고 그래도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빗 속을 달려 호텔로 돌아오다.

비보라를 튀기면서.

느긋함과 아쉬움 속에서 차창  밖을 긋는 비의 풍경을 바라 보면서 ....

마침내 3박 4일의 숨가뻣던 제주 여행은 그렇게 내리는 비와 함께 마무리 되었다.

내 눈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더 젊어지고 내 마음은 제주의 맑은 바람과 비에  씻기어 조금은

깨끗해 졌을 것이다. 

    

호텔로 돌아와 마눌과 여장을 수습하고 성게미역국과 복어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마침내

34일의  제주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귀로에 올랐다.

 

안뇽 ! 제주 !

인자 가면 언제 다시 올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