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한테 제대로 뒷통시를 가격 당했네
쓰리고에 피박이여
임차장이 영업소에 다녀간 화요일 저녁 몸이 으실거리고 춥더니 자다가 열이 나고 식은 땀나서
아침에 일어나 감기 약을 먹고 출근 했다.
증상이 나아졌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수요일 밤은 별다른 문제점 멊이 밤을 보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잠기고
가래가 나온다..
목요일은 여직원 휴가라 사무실에 혼자 근무하는데 목 상태가 점점 나빠져서 상대방이 목소리의
이상을 감지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금요일과 월요일은 휴가를 낸 상태다.
금요일은 조사장과 무등산 1박 산행이 잡혀있고 원래는 10월 29일(일) 30일(월) 어머니 캐어를
위해 휴가를 냈는데 월요일부터는 간병인이 섭외가 되었단다.
하지만 아침에 간병인과 교대해야 하니 휴가를 취소하지 않았다.
대신 근무를 마치고 차는 놓고 6시 30분 대중교통 편으로 대전으로 갔다
증상은 심하지 않아서 집에 9시 경에 도착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코로나 키트 검사를 해보니
선명한 두 줄이 잡힌다.
망했다. !
그 한 방에 줄줄이 잡혀 있던 모든 일정이 다 허물어 졌다..
금요일 조사장과 무등산 단풍놀이와 맛집 순례
토요일 마눌 생일 저녁식사
일요일 오후 영애 딸래미 결혼식
일요일 밤 어머니 간병
내일 빡센 출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 조사장에게 일정 취소의 통발을 넣었다.
동생들한테도 연락을 넣고 영애와도 통화를 했다.
이 넘의 코로나는 한 번 걸리면 항체도 안 생기는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어디서 옮겼을까?
증상이 24일 화요일 저녁부터 나타났다.
21일날 78ENG 친구들도 별 이상 없었고 가족들도 별 이상 없었으니 22일날 문막오는 차에서
걸렸을 수도 있다..
허기사 코로나에 대한 경계감이 허물어지고 정부의 제제도 없으니 요즘이야 말로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게다.
문제는 걸렸다는 사실 보다 왜 걸렸렸냐는 거.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감기처럼 또 걸렸다.
최근의 무리라면 10월 첫 주의 장대한 여정 말고는 딱히 짚히는 게 없다..
10월 3일날 오대산 환종주 10시간 산행과 10월 7일 토요일 신불산 7시간 산행.
욕심 사나운 출정이었지만 즐거운 시간 이었다.
이후 둘째 셋째 주 주말에는 친구들과의 일정으로 가벼운 트레킹만 했다.
둘째 주 이기자 모임 후 화요일 포천 출장에서는 눈다래끼가 났다.
갑자기 다래끼가 나는 건 몸이 피곤할 때 나타나는 증상인데 새벽 출근 말고는 별다른
무리는 없었다.
17일 여관에서 자면서 눈과 몸에 가려운 증상을 느꼈는데 18일 포천 근무를 마치고
문막에 돌아와 자고 일어나니 눈꼽이 끼어 눈이 떠지지 않았다.
잘 씻어 내고 출근하여 좀 나아지는가 싶더니 다음날 20일은 눈이 충혈되면서 증상이
아주 심해졌다.
안약을 넣었는데 눈이 버석거리고 불편하다.
누적된 피로가 영향인지 모텔의 위생환경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래끼가 낳아가는 상태에서 21일 대학 친구들과 서천 회동을 했다.
그 날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침 트레킹 중에 갑자기 비가 많이 와서 조금 추위를 느낀 것 말고는 특이 사항도 없었다.
우린 즐겁게 트레킹을 마치고 기분 좋게 펄떡거리는 회로 술 한잔 치고 나서 업된 기분으로
헤어졌다.
복기를 해 봐도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첫 주 말고는 몸에 무리가 가는 상황은 없었으니 결국은 그동안 몸에 누적된 피로가 첫 주의
무리한 출정으로 인해 신체의 바이오 리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평상시 늘 건강에 자신하면서 젊은 날처럼 나대고 있지만 내 몸을 너무 혹사시켜 스스로의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았는 건 아닐까?
나이는 못 속인다고 이젠 몸이 힘들다고 나한테 하소연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할 일이 아무 것도 없다.
금요일. 토요일 두문불출 하면서 마눌이 넣어주는 밥을 받아 먹다가 토요일 3시 30분
차표를 끊었다.
마눌도 병자인데다 코로나 균을 옮기면 그나마 시우와 채이도 돌봐주지 못할 것이다.
어짜피 증세가 경미다해도 밀린 친구들을 만나기도 어렵고 또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느니
문막에서 칩거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10월 28일은 문막으로 올라와 밥을 지어 먹고 TV 유선방송의 영화 채널만 돌리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29일 일요일
그냥 집에 있으면 한없이 가라 앉을 것 같다.
훗날 2023년 10월 코로나 투병기를 떠 올리면 기억에 남는 무언가는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코로나를 빙자해서 이틀을 편히 쉬었으니 오늘은 무리하지 않는 산행을 하기로 했다.
원주와 제천의 경계에 있는 감악산 !
한 번도 올라보지 않은 산이다.
코로나 환자니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댕겨오자 !
7시쯤에 집을 나서서 제천 백련사 쪽으로 오른다고 내비를 찍고 가는데 교행도 안되는 소로 길을
이리저리 가더니 급기야 산 길을 따라 하염 없이 올라 간다.
교행은 고사하고 이렇게 가다가는 차를 돌릴 곳도 없다.
5~6 키로를 족히 올라 가다가 완전 급경사 비탈사면을 만났는데 도저히 차를 몰고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들머리는 아직 2km이상이 남았다.
차로 더 올라가기도 어렵고 차를 세워 놓고 올라 가자니 거리를 예측 하기도 어려운데 차를 세워둘
곳도 마땅치 않다.
할 수 없이 차를 어렵게 돌려 빠져 나오다.
나오는 길에 마을 사람에게 물어 보았더니 여기가 제천 쪽 등산로 입구가 맞다고 하는데 길이 안
좋아서 오르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돌아 나와서 원주 쪽 감악산 입구라고 되어있는 네비를 찍었다.
신림터널 옆으로 난 이 산길도 만만치 않았지만 올라가는 차 길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출발점은 싸릿재 였고 그 싸릿재 바로 아래 싸리치 숲속 랜드팬션이 있었다.
그 곳에 차를 세우고 산세를 살펴 보다가 보이는 우측 산 길로 무작정 올라 갔다.
휘도는 산길을 따라 대략 감악산의 감이 오는데 두어 시간의 능선 상에 위치해서 4시간 정도면
산행이 마무리 될 듯 했다.
고도는 하염 없이 올라가는데 걷는 길이 영춘 지맥에 속하는 산길이어서 길의 흔적은 제법 뚜렸했다.
지맥을 다 섭렵한 봉규는 이 길을 걸었을 터이다.
우리 세대의 많은 사람들은 백두대간과 정맥을 넘어서서 지맥까지 많이 빠대고 다녔지만 우리
세대 이후는 지맥까지 섭렵하는 산악 후배들이 그리 많지 않다.
모든 산악동호회가 젊은 피들의 수혈 부족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좀더 시간이 지나면 지맥의 산길은 결국 희미해져서 그 흔적이 사라 질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일정을 다 파토 놓은 코로나가 주선해 준 오랜만의 호젓한 시간이다.
삶이란 참으로 예측을 불허한다.
수 많은 삶의 실타래는 이리저리 뒤틀리고 꼬이기도 하고 어느 날은 어렵게 생각한 일들이
술술 풀리기도 한다.
삶에는 우리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알 수 없는 힘들이 종종 개입한다.
그 때는 힘에 맞서거나 반항하지 말고 순리에 따르는 것이 상책이다.
의기소침 하거나 상심할 것도 없다.
그 거슬리는 상황도 결국은 지나갈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는가 ?
그것이 세월에 잘 늙어간자의 내공이고 결국 문제는 내 마음 하나일 뿐이다.
휴가로 인해 자연스레 나의 코로나로을 격리할 시간이 주어졌다.
감염 사실이 누설되지도 않았고 여직원 이나 현장 직원들에게 감염 시킬 기회도 원천 차단 되었다.
갑자기 주어진 이틀을 하릴 없이 탕진 하지만 않는다면 내겐 더 유익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훔친 사과가 더 맛 있는가?
결과는 천역덕스러운 완전범죄(?) 였다.
나는 어머니 투병차 휴가를 내어 산을 타는 잔머리 회사원인 셈이다.
발목 까지 낙엽이 쌓여 있다.
시종 이어지는 가파른 오름 길이라 낙엽이 미끄러워 힘이 더 많이 든다.
가만히 서면 사위는 너무 고요한 데 내가 움직이면 마른 낙엽이 버스럭 거리는 소리가 정말
시끄럽다,.
코로나에 분위기가 다운될까봐 그런가 낙엽들은 호젓한 그 길에서 진짜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
그래도 싸늘한 바람이 전하는 낙엽 마르는 냄새에는 깊어가는 가을이 향기가 전해왔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서도 감악산은 나오지 않았다.
휘어진 능선 의 끝에서 깊은 낙차로 올라 선 봉우리 까지만 가기로 했다.
거기에 도달하면 12시쯤 되겠다.
코로나인데 무리하지 말아야지…
요양 기간에 몸을 너무 피곤하게 만들어 코로나를 악화시킬 수도 있으니 ….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먼 발치에서 표석이 보인다.
드뎌 감악산에 도착했네…!
근데 떡 버티고 있는 표석은 감악산이 아니라 “매봉산”이었다.
흐미 ! 먼일이래?
찬찬히 지도를 살펴 보니 난 싸리재의 반대편 능선을 치고 올랐다.
그 쪽은 영춘지백이고 반대편은 감악산이 있는 영월지맥이다.
상관 없다.
난 혼자 있을 적절한 시간이 필요 했을 뿐이고
가을바람과 호젓한 산길의 길동무를 해주었을 뿐이다.
난 오늘 강원도를 힘차게 가로지르는 영춘지맥을 걸었다.
그 능성이에서 꿈틀거리며 흘러가는 강원도의 힘과 웅혼한 산세상을 내려다 보았다,
내일이 또 남아 있으니 내일 감악산에 가면 된다.
그러면 이틀 동안 신림 싸릿재에서 구비치는 걸출한 두 능선을 환형으로 아우르게 되는 것이다.
산 길에서는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나는 외로운 고봉을 전세내고 12시 5분부터 30여분 홀로 점심 식사를 했다.
500미리 우유 한 통 , 바나나 1개, 고구마 2개, 빵 3개, 계란 2개
많이도 먹었다.
입맛이 씁쓸하지 않는 걸 보면 코로나 넘도 내 기세에 완전 압도되고 있는 것이다.
큰산의 기운도 투병에 도움이 되리라 !
온 길은 되짚어 돌아 오는 길에서 낙엽 미끄럼을 탔다.
몇 번의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지만 2시간 30분 걸렸던 길은 내리막이라 두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4시간 30분여 산행을 마치고 피곤하지 않게 3시 30분 쯤집으로 돌아 왔다.
오늘은 혹시 몰라서 식당에 가지 않고 집에서 호박과 두부, 버섯을 넣고 된장 찌게를 끓었다.
미나리를 숭숭 썰어서 비벼 먹었는데 봄 미나리처럼 연하지 않고 억세고 향도 강하지 않아서
예상했던 미나리 비빔밥의 미각은 빗나갔다.
이후에는 영화를 두 편이나 보았는데 기억할 만한 영화는 아니어서 지금은 무슨 영화를 보았
는지도 잘 모르겠다.
30일 월요일
기분이 묘하다.
아무런 계획없이 마주한 하루의 휴가 !.
리모콘 잡고 그냥 뭉갤 수도 있고
책 한권을 읽을 수도 있고
예정대로 감악산에 갈 수도 있다.
코로나가 떨쳐졌다고 확신하면 회사에 나가 봐도 된다.
그 어느 것도 계획된 바 없는 즉흥적인 플랜이다.
하지만 가을이다.
일방적인 싸움이지만 가을인데 그래도 명색이 코로나와의 교전은 숲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미련 없이 다시 베낭을 둘러 멨다.
훗날 나는 매봉산과 감악산에서 코로나와 이별하였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길은 어제와는 양상이 달랐다.
어제는 시종 오르막이었지만 오늘은 오름과 낙차가 계속 교차되고 길 굽이도 여러 차례 방향을
바꾸었다.
능선에서는 수려한 소나무들 사이로 어제 걸었던 웅혼한 능선이 멀리 내댜 보였다.
전반적으로 가는 길은 어제보다 힘들지 않았지만 눙선이 오른 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바꾸는
시점으로부터 산세는 거칠어 지고 낙차는 더욱 커졌다.
천삼산은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쳤다.
그리고 안부로 떨어졌는데 그곳이 신림 만남의 광장으로부터 올라오는 계곡 등산로가 있는
곳이었다.
아들을 대동한 부부산님은 약 1시간 정도 올라 왔다고 했다.
내가 지나 온 능선 코스보다는 훨씬 수월한 길일 것 같다.
그 곳에서 약 6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는 감악산은 계속 오름길이고 원주 감악산 전위봉과
원주 감악산 그리고 제천 감악산 모두 걸출한 바위로 이루어진 암릉인데 오르는 재미와 더불어
어제 매봉산의 후련한 조망과는 또다른 맛과 멋의 풍경을 보여 주었다.
이 모든 게 다 신의 뜻이려니….
강원 산신령님들은 신의 사자 코로나를 보내서 이 멋진 세상을 열어 주신 것이다.
슬럼프였는지도 모른다.
교통사고를 만났고 어머니 병세는 악화되었고, 마눌은 갑작스런 체중감소에 체력과 기력이 눈에
뛰게 약화되었는데 나는 또 얼토당토한 코로나를 만났다.
이래 저래 마음이 혼란스러워 마음에 두었던 가을 해외 해외트레킹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다시 코로나가 내 삶에 반전의 기회를 가져다 주면 좋겠다.
감악산 전위봉과 제천 감악산을 휘돌아 원주 감악산 봉우리에서 12시 20분에 도착 했다.
싸릿재를 출발한지 3시간 만이다.
아무도 없는 산정에서 홀로 성찬을 누리고 하신의 길을 잡다.
돌아가는 길은 새로운 길의 호기심이 사라져 긴장과 스릴이 덜 했지만 가는 길보다는 편안했다.
싸릿재에는 2시 40분에 도착했다.
5시간 20분이 여정이었다.
이틀의 문막 코로나 투병은 그렇게 9시간여 오지 산길에 나와 코로나를 고립시키는 작업 이었다.
분명 코로나는 공격의 숙주가 없어 재미 없었겠지만 오지에서 혼자 불타던 가을과 나눈 나의 재미는
쏠쏠했다.
내 몸이 다시 평화로워 졌음을 느낌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의 아우슈비츠
나는 내 몸의 코로나는 산 길에 모두 풀어놓고 피톤치드로 대량학살을 하고 죄책감 없이 귀로에
올랐고 도중에 사우나까지 하고 문막 김치찌개를 진짜 맛 있게 먹고 귀가 하다.
2023년 11월 3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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