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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49제

천붕8일째 -어머니의 숙제

 

 

인생은 허무하다 ㆍ
그 숱한. 죽음들이 내 곁을 지나갔다ㆍ
내가 죽은자의 빈소를 찾는 건
죽은 자를  애도함이 이니었다 ㆍ
살아 있는 상주를. 위로하기 위한 것도 이니었다 ㆍ

사실 친구의 슬픔이 어땠는지도 알지 못한다 ㆍ
아니 상관 없었다
단지 내가 친구를 이렇게 생각하고 또. 마음 쓰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
우리는 좋은 친구고 앞으로도 좋은 친구여야 한다 ."

나는 상투적으로 물었을 뿐이다
어떤 병이었는지 ?
병석에 오래. 계셨는지 ?
고생은 많이 안하셨는지 ?

장례식장에서 짧은 시간 대화를 할 수 있거나
아니면장례식이 끝나고 나중에 안부를  교환할 때
인사치레로 물었을 뿐이다ㆍ

돌아가신분이 회사동료나. 거래처면. 얘기는 더 달라진다 ㆍ
그건 이렇게 말하는. 거다
"
나 오늘 왔어요
내가 이렇게 당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니 필요 할 때
나를 도와 주시고 더불어 잘 생활 합시다 ㆍ

회사가 끝나고 장례식장 근처에 가면 배가 고팠다 ㆍ
수육에 소주 한 잔 걸치고
거기에 애도의 마음은 없고 오랫 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악수를. 하고.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거나 서로의 관심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머니의 장례는 아버님 과는 또 결이 달랐다
슬품은 구체적이었다ㆍ
돌아가시기 몇 주 주말 계속되었던 슬픔은 장례식이 끝나고도 오래 이어졌다
넘치는 사람들과 문상의 고단함에 가려졌을 뿐이었다.
찾아준 손님들, 화환을 보내준 사람들,

나를 기억하고 조의를 나눈 사람들이 친심으로 고마웠다 ㆍ
그들 역시 내가 그동안 숱하게 상가집을 드나들던 마음으로 왔을 터이지만

그 조의와 문상은 진심으로 고마웠다ㆍ
그리고 그건 더불어 살아감이 어때야 하는지 내게 알려 주었다.

사실 나는 조문 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ㆍ
한 번의 눈도장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한다.
그것을 위한 사회적 낭비도 만만치 않다 ㆍ
코로나가 그 삶의 방식을 바꿀 것으로 기대했지만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ㆍ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고 끼리 문화가 보편화된 우리 사회에서
이 삶의 방식은 생각보다 더 오래. 유지될 것 같다 ㆍ


일상으로 돌아 오면서 몇 일간이 지나고 슬픔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꿈처럼 몽롱했던 임종소식과 장례식이 지나고 나니 비로소 슬픔이. 밀려왔고
일주이란 짧은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서러운 어머니의 뒤태는 멀어 지고 있었다.


죽음이란 그렇게 허망한 것이었다
죽어가는 사람에게나 살아있는 사람에게나 ㆍ

서산대사가 그냥 숨 한번 내쉬지 못하는게 죽음이라더니 ᆢ
그렇게  몇주 고생 하시고
단지 몇 초의 순간에 이승과 저승이 갈리고
그 오랜 샮의 시간과 역사는. 순식간에 사라진다ㆍ
적막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절멸의 무.

그러고 나면  상주들의. 슬픔도 세상의 어지러운 바람에 한겹 두겹 벗겨져 날리어가고
어느 어슴푸레한 방에나 힘들고 지친 삶의 피로 위로 슬며시 다시 찾아 올 것이다 ㆍ

남은 자들은. 부모의 염원대로 잘 살아갈 것인가?
힘든 인연의 굴레를 훌훌 버리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살아가는 것인가 ?

오래지 않아 그 길을 따라 가겠지만
망자가 당신을 위해 쓰지도 못하고. 남기고 간 것처럼
자신도 다 남가고 떠나겠지만
가신 분을 향한 아픈 마음보다는 망자가 남긴 것이 세상 살아가는 유용함이다 보니
슬픔에 가렸던 욕심이 다시 고개를 든댜

계산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 기지만 떠나신 분의 처분에도 불만이 따르고

세상에 공평한분배는 없는 데다 생각했던 떡덩이와 실제 떡덩이의 크기가 원래 다른 법이라

각자의. 서운함과. 불만이 앙금으로 남은 수도 있다

그렇게 부모는 점점 쇠약해지시다가 간직한 기억도 희미해 지던 어느 날.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다
사실 부모도 떠나는. 날의 기약과 말년의 운명에 알지 못하니 모든 건. 자식들의 숙제로

남겨진다 ㆍ

 

살다 보면 부모님 사후 관계가 악화되고 점점 멀어져 가는 형제들을 많이 본다,
하늘이 맺어준 그 인연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는 부모님을 보내드리는 것 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고 그 결론이 남은 사람들의 삶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우린 엄마가 남긴 소망과 숙제를 어떻게 풀어 가야 할까 ?

엄마 '
나는 형제들과 지금 보다 더 잘 어울리며 살아가면 좋겠네
습성도 성향도 비슷하니. 노는 것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음식도 비슷하니
엉석만 잘 깔리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더 재미 있게 놀러 다니며 살아갈 수도 있겠지

 


엄마 난 아네
왜 엄마가 그렇게 형제들의. 우애에 노심초사 했는지 ?

일찍 부모를 여의고 일찍 혈육들 을 모두 앞세웠던 엄마였기에
그 사랑과 애정에 너무 목 말랐던 거지

텅비고.메마른 가슴으로 베풀어야 사랑이 너무 많아
먼저 지치고 외로움에 사무쳤기 때문이지ㆍ

삭막하고 살벌하고. 비정한 세상을 엄마는. 먼저 알얐지 ㆍ
쓰러질 수도 없는 '전쟁에서. 혈혈단신으로 세상과 고분분투 하는 전쟁의. 힘겨움.
그 전쟁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지ㆍ

사랑과 정성을 다해서 키워도
피가 다르면 이해가 갈리는 순간
뒤도 안 돌아 보는 삶의 비정을 알기 때문이지 ㆍ

엄마  걱정 하지 마세요!

우린 잘 살아 갈거야 .

 

                                2024년 3월  22일 (금)  천붕 8일째  (소천 11일 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