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나보러 오셨나요?
오늘은 동강에 갔네 엄마
젊을 때. 자주 갔던 곳
요즘 가는. 산악회. 고문인 백두대간 친구기 산행대장을 한다구 하고
마음도 둘데 없이 허전해서 그 산에 가기로 했네.
엄마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지
이젠 힘든 산은 그만 가라고…
그리고 친구랑 같이 가고 혼자 가지 말라고 ….
나이 들어 위험하고 살 너무 빼면 보기 싫다고..
엄마가 아픈 때에도 그리 빠대고 댕겼는데
청개구리처럼 엄마가 가시고 나서야 3주를 산에 가지 않았네…
맞아 엄마!
세상의 자식들은 다 불효자고 청개구리야 ….
엄마 오늘은 나 한테 왔지?
보라색 동강 할미 꽃을 처음 보았는데
엄마를 만난 것 같았어
절벽가에 무리지어 피어난 몇 송이 꽃
그. 절벽 난간 한 켠에서 고개도 숙이지 않고
당당하게 피어난 그 꽃의 모습이 엄마를 닮았네
혼자라 조금은 외롭고 쓸쓸한 모습이지만 .
세상이 아직 암갈색의 겨울에서 깨어나지 못하는데
먼저 세상에 봄과 사랑을 흩날리고 있었어
엄마가 꽃이었음을
그 사랑이 지고 나자 비로소 나는 알았네
꽃 잎이 바람에 날리어 간 그날은 꽃이 피어나는 3월 이었는데….
보라빛 엄마 꽃
활짝 피어나 작은 꽃들을 내려다 보는 큰 꽃이
함께 모여 살던 그 시절의 엄마와 우리를 닮았어
은비 엄마만 알지
내가 유독 할미꽃을 좋아한다는 걸
산행 길에서
어릴적 시골. 마을. 무덤가에 서 본. 할미 꽃을 보면 왈칵 반갑고
웬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지
봄이면 나 홀로 할미 꽃을 보러 대청호 여기저기 쏘다녔다네
할머니에 관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고
무덤가에 주로 피어나고
꽃잎이 시들면 하얀 백발의 수술을 피워내서
사람들은 할미꽃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지만
참 이쁜 꽃이야.
자주 빛 곱게 차려 입은 수줍은 그 모습에서 늘 앳되고도 여린 봄처녀를 떠올렸는데
이젠 그 꽃에서 엄마의 모습을 보네
동강 할미 꽃은 고개를 숙이지 않아.
층암 절벽 한가운데 홀로 앉아
눈 보라와 비바람에 대적해서 먼저 봄을 피워 내는
여리지만 강한 꽃 이야.
꽃말을 찾아 보았어
슬픈 사랑 그리고 슬픈 추억이네
내가 동강 할미 꽃에서 엄마의 모습을 본 것도 우연이 아니네
엄마의 영혼이 내려온 그 꽃을 만나는 길도
부처님이 인도하신 모양이야
아름다운 사랑이었고 슬픈 이별이었지만
지금은 아프고도 슬픈 사랑이지만
그건 또한 잊지 못할 참사랑 이었네 엄마
아직 가고 싶은 산을 갈 수 있어서 좋네 엄마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때로는 활홀한 고독을 만나고
지금처럼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평상시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애도와 추모의 뜻을 이어가기 좋은 곳
그 곳이 또한 내겐 산이네
거기 부처님도 살고
죽고 태어나고
지나가고 떠나가고 시라지는
대자연의 섭리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곳
봄이야 엄마 ㆍ
세상에 계실 때 부처님 공덕을 빌어 내 가는 길 보살펴 주었듯이
49제 저승 심판관들 심판 받고 좋은 길 가시도록
내가 그 때까지는 매일 엄마 좋은 곳 가시길 빌어 드릴 께.
엄마기 좋은 곳으로 갈수 있도록
매일 엄마를 생각할 께
49일 동안 이승과 저승 왔다 갔다 하시며 즐거운 여행 하셔요 엄마 ….
2024년 3월 23일 천붕 9일째 - 소천 12일 째
2007년 3월 17일 토요일 일기 - 허리다쳐 투병하던 시절
봄이라고 합니다.
아직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데
살랑이는 봄바람과 지난주보다 훨씬 누그러진 날씨는 도서관으로 가는 발길을 들녘으로 되돌렸습니다.
할미꽃은 보러 갔습니다.
이평리의 봄은 아직 멀었습니다.
TV 화면을 가득 채운 봄은 아직도 먼 남쪽나라 이야기입니다.
숲은 아직 갈색의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고 성급한 산수유 나무만 군데군데 노란 꽃들을 함박 피워 놓았습니다.
마눌과 둘이 가는 여유로운 길입니다.
호반이 바라보이는 할미꽃 동산에 올랐습니다.
날씨가 싸늘하고 봄이 아직 일러서 할미꽃을 보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
성급한 할미꽃은 양지바른 무덤가에서 자줏빛 꽃잎을 열다가 싸늘한 봄바람에 놀라 잔뜩 움츠리고 있습니다.
자연의 오묘함과 경이로움입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생명의 빛을 내려 놓고 휴식하는 동산은 아직 연초록 새싹들 조차 함부로고개를 내밀지 못하는데 하얀 솜털을 드러낸 가냘픈 할미꽃 몇 송이만이 갈색의 겨울잠 위로 봄의 편지를 써 놓았습니다.
물가에 번져가는 초록빛 새싹들과 가냘픈 할미꽃이 이젠 머지 않은 봄을 이야기 합니다.
마눌과 나밖에 없는 조용한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마음이 고요하고 정갈해 집니다.
항상 봄이면 나혼자 오던 이곳에 처음 마눌을 데리고 왔는데
도심보다 더 싸늘한 날씨는 눈부신 봄날의 산책길을 훼방 놓고 있습니다.
그래도 할미꽃이 쓴 봄 편지를 받았으니 이평리의 봄을 벌써 가슴에 들어왔습니다.
꽃피는 사월쯤에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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