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머니49제

천붕 10일 째 - 맑은 슬픔에 관하여

 

 

 

맑은 슬픔에  관하여 ….

 

우리 삶에는 기쁨 뿐이 아니라 한 줌의 슬픔과 눈물 또한 필요하다.

그 서러움의 바다에 잠겨보아야 비로소 행복과 기쁨의 가치를 알게 된다.

 

어머님 댁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친숙한 아침프로 그램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오랫동안 잊었던 눈물이….

 

모정의 뱃길

 

1956년 이야기다 .

여수 앞바다 외딴섬 가장도에 사는 박승이 여사(당시 35)는 자신의 딸을 여수에

있는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6년간 하루도 빠짐 없이 노를 저어 학교에 보냈다.

파도가 잔잔한 날은 1시간

파도가 거센 날은 130분 노를 저어 딸을 등교 시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시부

모와 시할부모를 봉양하며 살림을 하고 밭일을 하다가 다시 딸을 데리러 갔다.

딸은 선착장에서 또 한 시간을 걸어 학교에 갔다.

 

뱃길 33천리

그리고 6년 후 딸 정숙현을 졸업시키며 장한 어머니 상을 받은 여수 남초등학교

졸업식장은 문물의 바다가 되었다고 했다.

거기 바다를 넘어 넘실거리던 또 하나의 감동의 바다가 있었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파도가 거센 날에는 딸은 기절을 하고 배는 표류를 하며 낯선

해변으로 밀려간 적도 많이 있었다고 회상하는 딸은 어머니를 떠 올리며 목이 메었다.

그렇게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속에서 공부한 딸은 어머니의 바램 대로 교사와

되었고 어머니는 딸이 주는 용돈을 아껴 노년을 불우한 이웃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사시다가 그렇게 훌쩍 떠나 가셨다.

그 딸은 이제 76세가 되었고 교직에서 은퇴한 지금도 아머님의 생을 회상하며 노인

들을 위해 극장을 빌려 수년 째 노래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 시절 교복을 입고 모정의 노래를 부른다.

무대 위에서 평소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불러달라고 하셨던 그 그 노래를 부르

면서 어머니를 생각하고 자신도 어머님의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의 외로움과 쓸쓸

함을 어루만진다.

그 어머니의 그 딸이다.

교복을 입은 76세의 할머니가 여전히 아름다웠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그녀의 눈물이 나의 눈물을 물러내고 그 녀의 마음이 나의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이 메마를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잃어가는 것이 이렇게 축축한 눈물과

감동이 아닐까?

나는 어머니와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며 소리 나지 않는 눈물을 흘렸다.

내 어머니도 그런 삶을 사셨고 내겐 가슴 깨는 슬픔이 아니라 조용히 북바치는 슬픔을

참는 이 시간의 감동이 참으로 소중하다..

 

                                                                             202118 토요일

.

 

엄마를 옆에 두고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지

엄마는 그 때 내가 울고 있었던 걸 눈치 챘는가?

자꾸 손을 올려 닦기가 겸연쩍어 화장실에 갔던 그 날

매주 금요일 엄마와 같이 연속극을 보던 시간이 기억 나네

세 편이나 같이 보고 9시 뉴스 까지 다 보고 잠자리에 들었지

난 평소 연속극을 안 보고 그 날만 와서 엄마랑 같이 봤지만 스토리 전개를

다 알았어

일주일 동안 진행된 얘기를 엄마가 다 해 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 드라마 구성과 전개라는 게 뻔히 눈에 보이 잖아

근데 딱 한 번 어떤 드라마 인가는 정말 재미 있어서 주중에 보기도 했네

 

어느날은 자고 일어나 새벽에 슬며시 나가고

어느 날은 잠결에 누워 어머니가 쌀을 앉히는 소릴 들었어

그날 아침에는 주로 아침 마당과 인간극장을 보았지

언젠가부터는 남북의 창과 시니어 토크 황금연못도 많이 보았고

 

3년 전 1월 그 때만 해도 엄마는 너무 짱짱 했는데 ….

어버이 날이 다가 오네 엄마

작년 어버이 날이 있던 주 토요일 사부리 갈 계획 잡아 놓고 가지 못했지?

엄마가 아프셔서

그래도 그날 휠체어 타고 상소동 산림욕장하고 옛터 까페 갔다 왔지?

산내 별천지에서 백숙도 먹고…..

 

엄마 지난 시간들이 마치 꿈처럼 몽롱하네 ….

난 요즘 사는게 약간 시들해 지고 있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어요

편히 쉬세요…..

 

 

                      2024324() 천붕 10일째  소천 13일 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