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씌워 준 효자 탈
아픈 산양의 새끼가 이동하는 무리를 따라 가다가 주저 앉았다.….
무리들은 다 떠나 버리고 남아서 슬프게 바라보고 핥아 주는 건 그 산양의 어미다.
포식자가 나타나면 산양은 숲에서 나와 다리를 절뚝 거리며 다른 쪽으로 걸어간다.
어미는 그렇게 아픈 새끼를 위해 생명을 내던진다.
빗 속을 모자가 걸어간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아이의 가방을 들었다.
비는 점점 억수같이 쏟아지고 어머님의 우산은 자꾸 아이에게 기울어 진다.
비 오는 날 아이는 사탕을 먹으며 걷고 어머니는 그렇게 조금씩 우산 밖으로 밀려난다.
어머니는 그렇게 우산 밖으로 밀려가는데 아이는 사탕만 먹고 있다.
세월은 그 때부터 어머니를 밖으로 떠밀고
세상의 아들들은 세월의 파도에 밀려가는 어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시릿발처럼 날선 세월의 차가운 바람은 어머니를 여위게 하고
쾡한 바람 구멍은 빈 가슴 속에서 쓸쓸한 울음 소리를 낸다.
목쉰 음성으로 서글픈 울음을 운다.
서걱이고 부대끼며 세월에 닳아가는 세상의 아들들
아픈 가슴도 세월의 비바람에 그렇게 조금씩 풍화되어 무디어 간다.,.
팩팩한 세상이 그렇고, 힘든 세월이 그런 거라고
오래 전 어느 금요일 날에 어머니 댁에 조금 일찍 갔는데 어머니 친구분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하며 맞아 주셨다.
오잉! 이게 무슨 일이시레?
“효자 왔네 ! 효자 왔어 !”
“쟈는 매 주 엄마한테 오고 맨날 과일을 사다 주는 효자여 “
흐미~~
대꾸할 말이 마땅치 않고 자리에 앉아 있기 거북한 참 민망한 상황이었다.
그 분들 모두 자식 뒷바라지와 자식 걱정으로 일평생을 보내 놓고
지금도 아픈 세상을 살아 가시면서
가물에 콩나 듯 손님처럼 왔다가는 아들이 효자라고 추켜 세우신다.
예의 바르고 정이 깊었던 세상은 그렇게 사막처럼 변해 버렸다..
세상은 그렇게 이 땅의 슬픈 어머니들의 역사를 세월 속에 버렸다
참 ! 세상에 효자는 다 씨가 말랐다
6남매를 보란 듯이 다 키워내느라 허리가 휘고 등이 굽은 어머니는 외로움과 그리움
으로 불을 밝히고 물 말아 식은 밥을 혼자 드셨다..
일주일에 한 번 겨우 찾아가면 “바쁜데 뭐할라고 왔노.” 하시던 어머니
매일 안고 업고 키웠는데 지 할거 다하다가 겨우 한 번 들른 아들에게 또 미안해 하시던
내 어머니는 그렇게 나를 효자로 둔갑시켰다...
인정머리 없는 자식을 사람들 앞에서 또 간단히 효자로 만들어 버린것이다..
“엄마 나 하나도 안 바빠요. 그냥 자주 오지 못한 게 미안해서 바쁘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들은 어머니의 눈길을 애써 외면하고 아닌 걸 알면서도 “난 다 괜찮다는
“ 어머니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들으며 손님처럼 앉았다가 또 방에 어머니만 남겨
두고 돌아 나온다.
돌아오면서 아들은 마른 세상에, 메마른 삶에 눈물이 난다.
아들은 안다.
무기력하게 세상에 메말라 가는 게 자신 이란 걸
가장 슬픈 일은 머지 않아 이 세상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걱정하고 사랑한 그 눈 빛을
만나지 못할 거란 걸..
아쩌면 그 날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도 않다는 걸
그리고 그 시리고 아픈 세월도 잠깐 만에 흘러 갔다.
눈 깜빡할 사이....
어느 날 어머니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 길을 그렇게 훌쩍 떠나셨다.
엄마 내가 효자 였능가?
그래도 엄마외 지낸 많은 하루의 날들이 내게도 기쁨이었고 지금은 위안과 추억을
주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효자는 아니지...
마음 속으로는 서러운 세월이 아니었는가?
맨주먹으로 여섯아이 키우고 제사 모시고 , 할머니 모시고 , 병든 남편 까지 수발하다
보냈는데…
그렇게 힘들어도 자식들한테 아프다 소리 한 번 안하고 사셨는데….
미안하네 엄마
병든 몸으로도 손님처럼 찾아오는 아들 하나라도 거둬 먹이실라고 부엌을 바삐 오가고
평생 그렇게 주시기만 했는데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훌쩍 보내 드려서…..
2024년 3월 26일 천붕 12일 째 -소천 15일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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